<컬럼> 저작권강화와 국제조약 (2005.4.30)

저작권강화와 국제조약

 

김 정 우 (정보공유연대 IPLeft 사무국장)

 

현행 저작권법은 지난 1957년 제정된 후 1987년 전문개정과 몇 번의 부분개정을 거친 법안이다. 특히 2000년 이후 진행된 수차례의 부분개정에서는 디지털환경에서 더욱 강력히 저작권을 보호하는 조항들이 삽입되었다. 전송권신설(2000년), 창작성없는데이터베이스의보호, 기술적보호조치 도입, 도서관면책조항의축소(2003년) 등이 관련 조항들이다. 또한 1월 17일 발효된 개정저작권법(2004년)의 주요내용도 실연자와 음반회사 등에게 전송권을 부여함으로써,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당사자들을 더욱 확대시켰다.

 

이에 반해서 디지털네트워크에서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공정이용조항이라던가 저작재산권의 제한조항 등에 대한 고려는 거의 반영이 되지 않았다. 현행 저작권법이 균형을 잃은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권리보호에 치우쳐서 개정되는 이유의 핵심에는 저작권과 관련된 국제규약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몇가지 예를 살펴보자. 2000년 전송권이 신설된 이유는 우리나라가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저작권조약(WCT)에 가입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데이터베이스보호나 기술적보호조치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의 실연음반조약 가입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위한 사전작업으로써 2004년 저작인접권자들에게 전송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을 진행한 것이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저작권조약(WCT)는 지난 1999년 제네바에서 체결되었으며, 현재 미국과 일본을 포함하여 45개국이 가입해 있다. 특히 WIPO의 저작권조약은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디지털네트워크사회에서도 기존의 저작권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만든 조약이다. 특히 WCT는 저작권의 보호와 관련해서 베른협약상의 규정을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공중전달권의 개념을 확대해서 저작물을 유선 또는 무선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전달하는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기존의 저작권법보다 더 강력한 보호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이외에도 87년 세계저작권조약 및 제네바 음반협약, 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96년 베른협약 등의 국제조약에 각각 가입한 상태다.

 

오랫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조약들이 강화되는 경향을 비판하고 공공정보영역과 공정이용을 확대할 수 있는 대안적인 정책들을 정부에 요구해왔으나 미국을 필두로 한 강대국들의 통상압력과 국익의 도모라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주의\’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특히 국제조약들은 선진국과 산업자본의 이해만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기술이전이나 정보접근권을 더욱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아가 이런 경향은 남북간의 정보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신자유주의-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반대하는 전세계 민중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WIPO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지식에대한접근권조약(Proposed Treaty on Access to Knowledge, A2K)\’ 등 적극적인 대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이용자들의 권리를 강화시켜내기 위한 대안적 의제들을 전세계적 차원에서 제시하고 실천함으로써 국제 지적재산권 질서들을 변화시켜내기 위한 국제시민사회운동단체들과 개발도상국 정부의 노력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부도 단순히 지적재산권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국제조약의 의무기준만을 따를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대안들이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할 때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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