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현실지형

문화과학 2011년 봄호에 기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현실 지형

 

 

 

허민호 / 중앙대 문화연구학과 박사과정

 

1. 정보자본주의 시대의 새로운 상품

 

디지털과 네트워크의 결합과 그로부터 야기된 사회적 변화는 극적이라 할만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극적인 변화가 현대 사회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가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그 변화는 사회 구조를 심층적으로 재구조화하기 보다는 그 속에 포섭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이 활성화 된 시대에 정보나 지식은 중요한 생산의 원천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은 그 생산의 원천을 사유하거나 독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보나 지식은 소유가 아닌 공유를 통해 가치를 증진시키며, 정보 기술의 혁신은 공유 문화를 확산 시킬 수 있는 기술적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기술적 가능성 안에서만 그러할 뿐이다. 그 가능성을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의 본질로 환원해서는 안된다. 가능성을 기술의 본질로 환원하는 순간 우리는 자본이 그것을 사유화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그것의 본질에 반하는 파괴적 과정이라는 일차원적이고 무기력한 비판만을 반복할 수 있을 뿐이다.

유용성이 있는 어떤 것들은 언제나 특수한 과정을 거쳐 상품이 된다. 그 특수한 과정에 대한 검토 없이 행해지는 비판은 무기력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칼 폴라니가 허구적 상품이라고 불렀던 노동, 토지, 화폐가 상품화 되어야 했다. 그것들은 한편으로는 폭력적 과정을 통해,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은 경제학자 혹은 자유주의자라고 불리우는 이들이 만들어낸 담론적 매개를 통해 상품화 되었다. 우리는 같은 과정을 정보나 지식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정보자본주의는 정보나 지식을 상품화 하는 경합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그 특수한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 이하 OSS)를 둘러싼 현실지형을 살펴볼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정보자본주의가 형성되는 특수한 과정 전체를 드러내기 보다는, 그것을 이루는 한 측면에 불과하며, 지적재산권이나 서비스 경제, 그리고 지식기반경제 담론과 같은 굵직한 쟁점들에 비하면 부차적인 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그 쟁점들과 모종의 관계를 가진 다는 점, 이윤창출의 중요한 경제적 자원으로 간주되어 가고 있으면서 아직 완전히 상품화 되어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현재 그것을 상품화시키기 위한 적극적 전략들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OSS와 관련된 논의들은 대부분 기술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인문 사회과학적 관점에서의 연구도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왔다. 게다가 OSS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적 지형들, 특히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OSS 개발자, 이용자,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증언들을 토대로 그 현실적 지형을 그려보는데 주안을 두었다.

 

2. 소프트웨어들과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OSS를 둘러싼 현실적 지형들을 그려내기 위해서는 (상호 연관된) 두 가지 의문들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 하나는 OSS란 무엇이고, 소프트웨어에서 OSS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와 관련된 것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 중 왜 OSS에 주목해야 하는가이다. 우선 소프트웨어의 종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OSS가 놓여 있는 위치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해 보자.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는 크게 독점 소프트웨어와 자유/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구분될 수 있다. <그림 1>에서 표현된 것처럼 독점 소프트웨어에는 비공개 소프트웨어와 쉐어웨어, 프리웨어 등이 포함되며, 자유/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는 공용 소프트웨어나 XFree86 형태의 소프트웨어, GPL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된다.

 

이 분류 체계 내에서 OSS는 독점 소프트웨어에 대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체계는 신중하게 분류된 것이지만, 자칫 OSS가 독점 소프트웨어가 기반을 두고 있는 사적 소유와 대립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OSS는 그 자체로 사적 소유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림 1>의 분류와 상호 보완적인 <그림 2>의 분류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오해를 적절히 해소할 수 있다.

 

 

소스 코드 공개

 

 

 

공 개

비 공 개

무 료

비상업적 OSS

프리웨어,

쉐어웨어

유 료

상업적 OSS

독점/상업

소프트웨어

 

<그림 2>OSS 역시 상업적 영역과 비상업적 영역이 구분될 수 있다는 점, 즉 그것은 그 자체로 사적 소유 체제에 대립한다기보다 그 일환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에 대해 김성진은 OSS공개의 차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공유의 차원을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어서 그는 소스를 오픈한다고 해서 누구나 그걸 사용할 권리를 가지지 않지만, 자유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사용가능하다고, 공유한다는 측면을 가진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OSS와 자유 소프트웨어를 구분(이런 구분은 <그림 1>의 경우에도 나타나고 있다)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그것들의 차이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OSS의 한계를 지적하는 많은 이들이 소프트웨어의 사적 소유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OSS가 아닌)자유 소프트웨어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리차드 스톨만은 자유 소프트웨어가 다음과 같은 4 가지 종류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1) 목적에 상관 없이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는 자유.

2) 필요에 따라서 프로그램을 개작할 수 있는 자유(이러한 자유가 실제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소스 코드를 이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소스 코드 없이 프로그램을 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3) 무료 또는 유로로 프로그램을 재배포할 수 있는 자유

4) 개작된 프로그램의 이익을 공동체 전체가 얻을 수 있도록 이를 배포할 수 있는 자유

 

스톨만은 1985년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을 설립하고 자유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운동으로 발전 시켜나간 인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소프트웨어의 독점적 소유에 반대하며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을 주창한 그가 소프트웨어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자유라는 단어는 금전적인 측면이 아닌 구속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의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에 자유 소프트웨어를 유료로 판매하는 데에는 어떠한 모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 할 때, 스톨만이 염두에 둔 것은 소프트웨어의 사적 소유가 아니었다. 그가 고려한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생계와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물적 토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었다.

OSS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은 90년대 후반이다. OSS를 만들어낸 것은 브루스 페런스와 에릭 레이먼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자유 소프트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OSS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은 보수적 사업가들이 스톨만의 프리덤 피치(freedom pitch)로 인해 OSS 관련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주저하는 것에 대한 염려때문이었다. 자유 소프트웨어는 GNU GPL(General Public License) 과 같은 라이선스를 통해 확인되는데, 그것은 파생번식을 가능하게 한다. 파생번식이란 GPL 라이선스를 달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만들어진 2차적 소프트웨어 역시 동일한 수준의 GPL 라이선스, 즉 소스를 공개하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라이선스를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페런스와 레이먼드가 우려한 것은 이러한 자유 소프트웨어의 파생 번식성이 투자자들을 위축 시킨다는 점이었다. 오픈 소스 라이선싱 개념이 도입된 것은 이런 배경하에서 였다. 때문에 이 개념은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오픈 소스 라이선스의 경우 소유권이 인정된 소프트웨어 패키지 형태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정해준 영역에서 소프트웨어가 사용되도록 제한을 가할 수 있는 반면, 프리 라이선싱의 경우 이런 개념 자체를 완전히 거부한다. 요컨대, 약간의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OSS는 소스 공개에 기반을 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시도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유 소프트웨어와 OSS가 이처럼 중요한 질적 차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혹은 많은) OSS 개발자나 이용자들은 그 둘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 이현인은 두 개의 개념이 사용생산이라는 관점의 차이만을 보이고 있을 뿐, “소프트웨어 자체는 자유-오픈 소스 소프트웨어(FOSS)로 묶어부른다며, 실질적으로는 두 개념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 최주원의 경우에도 두 개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일반 사용자에게 배포하는 소프트웨어의 사용권만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소스까지를 다 인정하느냐의 차이로 한정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OSS가 비즈니스 모델의 일환으로 고안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김성진은 “OSS 자체만 놓고 본다면, 소스만 공개할 뿐이지 실() 내용은 상용 소프트웨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OSS에 대해 언급하며, “오픈 소스의 막강한 지원세력이기도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이 활성화 되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밝은 전망을 비추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그는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OSS의 전망만이 아니라, 왜 일부 개발자나 이용자들이 자유 소프트웨어와 OSS의 중요한 질적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내 놓고 있다. 그의 대답은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과 OSS 관련 활동이 개념적으로 구분되지 못하고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는 한국의 독특한 상황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요컨대, 아직까지 한국의 상황은 소프트웨어 운동과 관련해 두터운 운동의 층위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며, 그것들을 포괄하는 의미에서 OSS 관련 활동으로 총칭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OSS 관련 활동의 지형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한국의 이런 독특한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3. 입장들 : OSS를 바라보는 세 개의 눈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OSS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관심의 증가는 하나의 원인을 가진다기보다는 다양한 동기들에 의해 자극되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OSS는 정부, 기업, 그리고 이것들에 귀속되지 않는 자율적 커뮤니티(이하 커뮤니티)의 세 가지 주체에 의해 개별적으로 접근되고 있으며, 각 주체들이 OSS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도 분절되어 있다. 지금부터 각 주체별로 OSS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목적을 중심으로 OSS를 둘러싼 구체적 지형에 대해 개괄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자.

우선 OS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자율적 커뮤니티(이하 커뮤니티)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커뮤니티는 보통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이용자들이 섞여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순수한 개발자들만의 커뮤니티나 이용자들만의 커뮤니티는 거의 없다. 스스로를 이용자들이라고 지칭하며 이용자 모임이라는 명칭까지 쓰고 있는 (‘우분투 한국 이용자 모임과 같은, 특히 리눅스 관련) 커뮤니티의 경우라 할지라도, 거대한 프로젝트에 속한 개발자는 아니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련되어 있는 이들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커뮤니티에 속한 개발자는 물론이고 다수의 이용자들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용자들의 수준은 평균적이라기보다는 관심을 가지는 영역별로, 그리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집중도에 따라 다양한 층위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컴퓨터 구매시 주어지는 기본적 환경, 즉 윈도우즈나 MS오피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같은 독점 소프트웨어와는 다른 컴퓨터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있어 향상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감안될 필요가 있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독점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것과는 다른 환경을 찾아나가는 것 자체가 OSS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계기이기 때문이다.

최주원은 최근 상황이 오픈 소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진단하면서도, “인터넷 환경이 다양해 졌다고 생각할 수 있고, PC OS에 대한 선택의 폭이 조금 더 다양해 졌다고볼 수 있으며, “PC OS로 리눅스를 사용하면서 아무래도 상업적인 소프트웨어 보다는 오픈소스나 자유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비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관심이 늘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상현의 경우도 고등학생 때 자유 운영체제 우분투를 쓰기 시작하며 [OSS]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 OSS 모임의 한 회원이 만든 강의시간표 짜는 웹서비스를 보고 마음이 움직여리눅스 사용자 모임에 가입하며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스스로를 소개 하고 있다. 이상현의 사례는 흥미롭다. 그가 OSS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는 가진 사용자의 욕구가 바로 실현될 수 있는 OSS의 장점을 그대로 드러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OSS는 주어진 기능만 사용해야 하는 독점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취향에 맞게 수정하거나, 개발자에게 수정 사항을 요청함으로써 빠른 업그레이드를 가능하게 한다. OSS의 한 종류인 오픈 오피스(Open Office)와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의 <커뮤니티 참여를 위한 안내서>에서 볼 수 있듯이, “사용자는 단순한 소비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가된다.

다수의 사람들이 OSS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는 그것이 가진 가치지향에 있다. 최주원은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접한 몇 권의 책에서 OSS나 자유 소프트웨어관련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삶과 생각에 존경심을 가지게 된 것을 자신이 OSS에 관심을 가지게 된 중요한 동기 중 하나로 꼽았고, 김성진도 자유 소프트웨어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윤가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처음에는 그냥 리눅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학교 선배의 권유로 GNU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자유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공부를 해 가면서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철학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제게 가장 큰 즐거움은 나눔 입니다. 그렇기에, 자유 소프트웨어와 GNU를 좋아하고 이를 나누고 싶어 지금까지 오게 되었지요.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는 표준 선점이다. 표준을 선점하면 그 소프트웨어의 독점력도 강해지고, 시장 지배력이 급격히 강화되게 된다. MS사의 윈도우즈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대표적이다. 이런 소프트웨어들의 독점은 시장 독점외에도, 다른 프로그램과의 호환성을 차단하기 때문에 정보 독점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OSS나 자유 소프트웨어의 철학에 동의하는 이들은 바로 이런 시장 독점과 정보 독점에 반대하고 있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OSS의 가치 지향이 맘에 들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피해 OSS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 시켰다는 최주원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OSS에 관심을 가지게 된] 두 번 째 [계기는]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 때문이예요. 제가 하는 일이 SI쪽 일이다보니 작업을 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그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라이센스가 있는 불법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제 PC에 설치되어 있는 소프트웨어들을 하나씩 프리 소프트웨어나 오픈소스로 바꾸다 보니 어느 사이 제가 오픈소스라고 하는 커뮤니티 안쪽에 있게 되었죠.

 

이처럼 일반적인 소프트웨어들이 가진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SS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 시켜나갔다는 진술에는 OSS를 독점에 대한 대안으로 선택하는 현실적 이유들이 해명되고 있다. 그러나 계속 강조하고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OSS는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고 있으며, 완전한 공유보다는 사적 소유 체계의 일부로 전유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다시 보도록 하겠다.

우리는 지금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OSS에 접근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이어서 지금까지 나왔던 것과 조금 다른 영역에서 (그러나 유사한 계기로) OSS에 접근하게 되었다는 사례 하나를 더 제시해 보자. 그것은 교육 영역에서 나타난다. 우분투 한국 이용자 모임의 이장환은 자신이 OSS에 관심을 가지게 된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로 자식들의 교육 문제를 들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선생님들이 자꾸 한글이나 워드, 파워포인트 같은 걸 써서 숙제를 하라고 시켜요. 그런데 이것들이 수십만원씩 하는 소프트웨어들이잖아요. 제가 OSS를 써서 숙제를 해서 보내면 선생들한테 혼나요. 독점 소프트웨어만 쓰는 선생들이 OSS로 작성된 숙제를 열지 못하는 거예요.” 그는 이어서 저야 뭐 그런 소프트웨어 구해서 쓸 수 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가난한 애들은 컴퓨터가 있어도 소프트웨어가 비싸서 숙제도 못해가겠더라고요. 그리고 학교에서 컴퓨터 교육하는데 그게 맨날 한글이나 MS오피스 같은 독점 소프트웨어 쓰는 법만 가르치는데 이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여기서 그는 독점 소프트웨어의 시장과 정보 독점에 대한 문제를 넘어, 그것으로 인해 야기되는 정보격차 문제, 그리고 나아가 이런 독점 체제의 재생산 문제까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나타나는 이런 재생산 문제는 중요한데, 왜냐하면 그것이 지속되는 한 OSS에 대한 관심이 아무리 증가한다 해도 OSS는 독점 소프트웨어에 대한 궁극적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예외적 영역에 위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여기에 커뮤니티 활동의 한계지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독점 소프트웨어의 문제를 인식하고 OSS에 접근할 때, 많은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이용에 대한 개인적 호기심에 한정된다기보다) 시장 독점과 정보 독점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각각의 (리눅스와 같은) 배포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들의 경우 대부분 자신들의 배포판을 더 널리 퍼트리기 위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때 자신들의 배포판이 가진 (독점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안적 특성을 강조하곤 한다. 보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없겠지만, 우분투 한국 이용자 모임의 김형주는 우리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비슷해요. 운동적인 특성이 많아요라고 말한다.

만약 커뮤니티가 이처럼 일정부분 (독점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안 운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독점 소프트웨어들이 어떤 방식으로 재생산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컴퓨터 교육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이들은 교육 영역에 종사하는 몇몇 커뮤니티 활동가로 제한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커뮤니티들이 왜 교육 영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커뮤니티가 어떤 지형 속에 놓여 있기에 그런 활동으로 확장되지 못하는가이다. 서둘러 말하자면, 커뮤니티들이 체계적인 대외 활동을 할만큼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커뮤니티들 간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어 체계적인 운동으로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형주는 지금까지 커뮤니티들 간에 교류라고 할만한게 거의 없었어요. 다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그걸 툭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이 없었던 거죠라고 말한다. 커뮤니티가 가진 가치 지향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직까지 사적 소유에 대항할 수 있는 공유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외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OSS에 접근하게 된 계기들은 무엇보다 독점 소프트웨어가 야기하는 문제들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대안으로 OSS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입장을 OSS에 접근하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일반적인 속성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 거기에는 분명 다른 동기 역시 작동하고 있다. 찰스 슈바이크는 OSS나 자유 소프트웨어 커뮤니티에서는 프로그래머들의 자발적 참여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그 동기 중 하나로 경제적인 요인을 꼽고 있다. 그에 따르면 그 공동체에 참여한다는 것은 소프트웨어 코드 읽는 방법을 학습하는 과정으로 간주되며, 나아가 능력을 길러 후에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슈바이크는 경제적 요인을 개발자들의 훈련이라는 측면으로 의미를 한정하고 있지만, 이를 OSS에 접근하는 중요한 동기 요인 중 하나인 경제적 기회 비용의 일반적 의미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OSS에 대한 관심의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김성진은 취업이 어렵고, 기타 경제적인 문제들로 새로운 시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기회 비용의 문제는 고용의 수요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나아가 OSS에 기반을 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과 관련되어 있다. 이 지점에서 이상현의 지적은 흥미롭다.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OSS] 아주 훌륭합니다. [OSS] 우선 독점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자체를 판매하여 수익을 낼 수 있어요. 허나 자유 소프트웨어의 특성 덕에, 소프트웨어를 쓰는 이의 쓰임새에 맞게 고치는 일이나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고용이나 계약 같은 수요가 생깁니다. 이건 독점 소프트웨어가 만들어 낼 수 없는 시장이예요. 거꾸로, 소프트웨어 자체나 이를 고친 또 다른 제품을 설치, 설정, 유지, 보수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팔 수 있는 점도 독점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낼 수 없는 시장입니다.

 

이상현의 지적은 OSS가 그 자체로 독점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공유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OSS는 오히려 정보 독점을 지양하면서도, 독점 소프트웨어와는 다른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독점 형태에 대한 저항의 한 방식일 수는 있지만, 사적 소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며, 공유를 지향하면서도 서비스 판매 등을 통한 기존과 다른 방식의 진입장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현은 여기에 덧붙여 한국사회가 소프트웨어 산업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전시키는 쪽이 다른 선진국의 소프트웨어와 겨룰 수 있는 대항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나마 가능성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이제 우리는 커뮤니티를 넘어 OSS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또 다른 주체, 즉 기업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장환은 OSS에 처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을 자신의 직업에서 찾고 있다. 그는 “10여 년 전 일반 중소기업에서 소프트웨어 보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독점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OSS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OSS는 기본적으로 라이선스 비용 등이 들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지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현도 기업 등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 비용을 줄이고, 특정 기업, 기술, 환경에 종속되지 않기 위한 대안으로 오픈소스를 선택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윤가정 역시 기업의 관점에서는 독점 소프트웨어의 비싼 구매/유지 비용을 대신하여, 오픈 소스를 도입함에 따른 비용 절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이장환은 당시에 OSS에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그것을 기업에 도입하지는 못했다고 회고한다. 10여년 전에 OSS가 활성화 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유동훈의 진술이 참고할만 하다.

 

사실 이미 2000년 전후 시절에도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들은 이미 리눅스 등으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였으나 이때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제대로 사업화 되지 못하는 이유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먼저 GPL 에 대한 법적인 해석 및 대처 방안이 부족했었어요. 그래서, 상용 RTOS(Real-Time OS) 업체들이 영업을 할 때 리눅스 등을 길에서 주어다 쓰는 소프트웨어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릴 정도로 매우 아마추어적인 소프트웨어로 치부되었던 시절이 있었죠. 그러다 보니 대기업 등에서 외면 받고 중소기업들은 해외에서 라이선스에 대한 법적인 소동에 휘말려 제대로 사업화를 성공시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CPU의 컴퓨팅 성능도 많이 떨어졌었어요. 그러다 보니 휴대폰이나 네트워크 장비 등에 RTOS 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임베디드) 리눅스를 적용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웠던 것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이 요즘에 와서 많이 개선되고 준비되었기 때문에 오픈 소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컨대 유동훈은 10여 년 전 벤처기업이 육성되던 시절에 OSS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OSS를 기업적으로 활용할만한 제도적, 기술적 기반이 부족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2005정도부터 “GPL 에 대한 해석 및 법적인 대응 방안이 대체적으로 준비되기 시작했다. 그때가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대전에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연구단에서 개발한 리눅스 기반의 Qplus 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국내 기업들에게 홍보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법적인 지원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던 시기이다. 또한 당시에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에서도 http://opensource.samsung.com과 같은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포털 사이트 등을 구축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해외에서의 비즈니스가 라이선스 때문에 문제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해 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어서 유동훈은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항에 대해서 언급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OSS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다양한 영역에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기 보다는 대기업들이 오픈소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품화 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여파가 언론에 나와 그리 느껴지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하는 부분이다. 그는 커뮤니티에 대해서는 오픈소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 하면서도, 기업 쪽에서 오픈소스에 보이는 관심에 대해 평가할 때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럽다고 이야기 한다.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기업은 오픈 소스에 대해 아직까지 조금은 두려워하고 있어요. [] 이는 개발자 자신의 문제일수도 있으나 기업 내에서 실패나 지연 등을 용납하지 못하는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의 기업 문화도 오픈 소스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네요. 다만 기업의 종류에 따라 오픈 소스가 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품 모듈 업체가 대표적인 사례죠. 하드웨어의 경우 어떤 제품이나 부품이든 출시되고 몇 달 안에 중국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저가의 제품이 출시됩니다. 그러다 보니 부품 모듈 업체의 경우 어떻게든 중국 기업들의 진입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는데 그게 바로 소프트웨어입니다. 가령 센서와 같은 부품의 경우 0 1 로 대변되는 디지털 보다는 사인파 등으로 보이는 아날로그 기반의 부품들이 많기 때문에 누가 더 오래도록 가장 최적의 값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한데 이는 물리적으로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상대적으로 중국 업체들이 소스 코드가 공개되지 않는 한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산업이거든요. 이러한 산업 분야의 경우엔 오히려 오픈 소스 비즈니스가 위협으로 작용될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진술은 기업의 입장에서 OSS를 활용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언급하는 이상현 등의 진술과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상현이 그 가능성의 영역에 대해서 언급한 반면, 유동훈은 OSS 비즈니스 모델의 현실적 위험 요인에 대해 진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각의 의견은 대립한다기보다는 상보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현실적인 측면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자. OSS가 기업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OSS가 자체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업적으로 개발된 OSS의 소스 코드가 지속적으로 공개되고 다른 개발자나 기업이 그것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 등에서는 OSS를 활용해 만든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거나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통제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어, OSS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이 확장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윤가정은 개발자나 기업들이 “OSS를 통해 얻은 부분을 다시 OSS로 환원해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환원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진단한다.

한글과컴퓨터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2008년 기존의 리눅스사업본부를 OSS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하는 등 OSS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특히 20106월에는 아래아한글의 문서형식인 HWP의 구조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이윤을 창출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OSS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김형주의 말을 들어보자.

 

한컴이야기 해보죠. 한컴이 포맷을 공개했어요. 문제는 그쪽에서 공개한게 우리가 원하는 GPL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는 거예요. 사람들이 개작을 해서 혼자 쓰면 괜찮은데, 어디에 올려서 남들에게 퍼뜨릴 때는 자기네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공개거든요. 이런 식이예요. 만약에 내가 오픈오피스에서 hwp 포맷을 열 수 있게 만들면, 한컴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안하겠다, 그게 무슨 공개냐는 반응이 나오는거죠. 공개한건 기쁜데, 완벽한 공개가 아니다보니까 개발자들이 뛰어들지를 않고 있어요. 그런게 좀 아쉬운거 같아요. 기업들의 논리에 의해서삼성이나 이런 데에서는 오픈소스를 이용해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빨리 공개를 안하는거예요. 아직 결과물이 안나왔다는 식이죠. 이미 이용해서 만들고 있는데도 말이죠. 그런 느낌이 많이 들어요. 오픈 소스를 이용하면서도 자기네들은 독점을 원하고 있다는 거죠.

 

기업적 측면에서 아직은 OSS를 활용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찾아보기 힘들다. 스스로를 오픈소스의 반대 개념인 상업적 소프트웨어쪽 일을 한다고 소개한 최주원이 아직까지 OSS의 비즈니스 모델은 성공한 사례가 없어 보여요. 그리고 OSS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힘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극단적인 비관이 아니다. OSS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까지 성공 사례가 드문 것은 단순히 기업적 마인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독점과 생산 상품 통제 모델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기업 마인드만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앞서 간헐적으로 그러나 지속적으로 언급되었듯이 기업에서 OSS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정부가 설계하고 집행하는 경제 정책은 특정한 담론적 매개를 거쳐 세워지는데,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주도적인 경제 담론은 지식기반경제라는 이름으로 제시되어 왔다. 지식기반경제라는 용어는 OECD에서 채택하고 장려함으로써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지식기반경제는 APEC과 세계은행 등 세계 경제 담론을 주도하는 단위들에서 채택되고 구체화되면서 경제를 구성하는 담론적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는 단순히 발명과 창작물의 창출과 판매를 통한 로열티 수익을 얻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적자원을 재조직하기 위해 교육 체계를 재편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보장과 상품화된 지식이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의 정책·규제 환경을 강화하는 것까지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요컨대, 지식기반경제는 경제의 물적 토대 구축부터 노동자 재교육 및 여러 경제적 조건들을 창출하고 보호할 법적 제도 완비까지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OSS와 관련된 정부 정책은 이러한 지식기반경제의 출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식기반경제와 같은 지배적인 경제담론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들이 단순히 경제적 현상의 신념, 가치, 상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행위가 형성되고 틀지어지는 공간을 구성하는 표상적이고 기술적인 실천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OSS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시점은 신지식경제 담론이 태동하면서 벤처산업 육성이 주된 국가적 경제 전략으로 거론되던 2001년경이다. 이후 2004년에 와서 OSS 육성 정부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2005년을 전후해서 기업들이 OSS를 하나의 사업모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적, 기술적 근간이 마련된다. 그리고 2007년에는 지식경제부에서 OSS 라이선스 가이드를 발표하게 된다.

또한 정부에서는 지식경제부가 주축이 되어 2000년대 중반 이후, OSS 관련 개발자를 발굴하기 위한 여러 캠페인과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다. 2005년에는 웹관련 OSS의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개 웹 S/W 취약점 찾기 대회가 열렸으며, 이후에는 공개 SW 개발자 대회를 개최하는 등 개발자 인력 풀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중이다. 또한 2009년부터는 11월에 공개소프트웨어 day’를 개최하고 있다. 1회 공개소프트웨어 day 행사는 기업, 학계, 정부의 공개 SW 활성화 노력 결집이라는 모토를 달고 있었다. OSS가 자율적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음에도 커뮤니티를 배제한 체, 기존의 경제 성장 전략에서와 같이 기업, 학계, 정부의 세 주체만을 결집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상현이 지적하듯, 정부는 OSS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산업을 국가 경제의 핵심동력으로서 주목하고있는듯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질적으로는 전시행정”(최주원)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는 OSS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자원으로 여기고 있기는 하지만, OSS가 가진 핵심적인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OSS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든, 인적 자원 차원에서든) 커뮤니티 자원에 대해 경시하고 있다. 김형주는 이에 대해 정부쪽에서도 OSS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지형 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2010년부터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지원사업을 계획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4. 지금까지 10,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OSS의 위치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커뮤니티, 기업, 정부의 상이한 접근 방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지형만이 기술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OSS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이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다수의 성공 사례도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의 취지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나 지식이 점점 더 중요한 이윤 창출의 원천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그것의 상품화 과정을 고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한 사례로서 OSS를 둘러싼 현실 지형을 살펴보는 것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글에서는 OSS를 둘러싼 현재적 지형에 대해 기초적인 수준에서 개괄적인 정리만이 진행되었을 뿐이다. OSS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상품화 될 수 없는 것이지만, 새로운 방식의 이윤창출의 원천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그를 위한 기술적, 제도적 근간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OSS가 본질적으로 완전히 상품화 될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역사 속에서 완전히 상품화 될 수 없는 토지나 노동이 상품이 되어 가는 과정을 목격해 왔듯, 앞으로 우리는 OSS가 제도적 보완과 특정한 담론을 매개로 하나의 상품이 되어 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우선 필요한 것은 그것이 상품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선언적 거부가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그것이 상품이 되어가는지 세밀히 분석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 과정은 지난 10여 년 동안 천천히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 더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각주

조사를 위해 만났던 이들은 김형주(OSS 커뮤니티 구성원), 이장환(OSS 커뮤니티 구성원), 최주원(SI 개발자, OSS 커뮤니티 구성원), 윤가정(그누 코리아 활동가), 이상현(대학생, 리눅스 유저 모임 회원), 김성진(OSS 개발자, OSS 커뮤니티 운영자), 유동훈(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SI 및 컨설팅, 강의) 등이다. 이 이름들은 가명으로 처리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커뮤니티들은 정부나 기업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정부 정책에 의해 상당히 많이 좌우된다는 점, 그리고 컴퓨터 관련 산업 자체가 거대 기업이나 정부의 정보통신 인프라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커뮤니티에 속한 개발자와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정치 권력이나 자본에 완전히 귀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당히 강조하곤 한다.

 

OECD1996지식기반경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이것이 지식기반경제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립시키는 최초의 계기라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사실 독립적으로 제출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OECD에서 매년 발표하는 과학, 기술 및 산업의 전망이라는 보고서의 1996년 판에서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점은 매우 시사적이다. OECD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는 이 보고서는 OECD에서 발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공신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때로 특정 국가의 경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 보고서의 일환으로 지식기반경제라는 개념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그것이 학술적 논의를 촉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처음부터 구체적 경제적 현실에 개입하고, 정책 형성의 기준들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지식기반경제는 지식과 정보의 생산,분배, 이용에 직접적으로 기반을 두고 있는 경제라고 간략하게 정의되고 있긴하지만, 그것의 구체적인 지표로서 지식의 투입, 산출, 축적과 흐름, 네트워크, 학습 등을 거론하면서 이후에 제출될 관련 담론들의 모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OECD, 1996, ‘The Knowledge-based Economy’, Paris : OECD를 참고하라.

APEC은 지식기반경제를 모든 산업에서 지식의 생산, 분배, 사용이 성장, 부의 창출 그리고 고용의 주요 동인이 되는 경제라고 규정하며 OECD의 정의를 확대했다.(APEC, 2000, ‘Towards Knowledge-Based Economies in APEC’, Singapore : APEC). APEC에서는 2001년 보고서에서 지식기반경제를 측정하기 위한 척도로 1) 혁신과 기술변화의 일반화, 2) 효과적인 국가 혁신 시스템의 뒷받침, 3) 인적자원 개발의 일상화, 4) 개인 및 기업의 정보 접근을 위한 효율적인 인프라와 혁신을 지원하는 기업환경 등 네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게 1) 숙련된 노동력에 대한 교육, 2) 과학기술 및 혁신, 3) 정보통신 인프라, 4) 정책 및 규제 환경을 지식기반경제를 평가하기위한 척도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추기능. 2008. 지식기반경제의 이해.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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