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으로 열어가는 창조경제> 토론회 후기 – 삼진아웃제가 성과가 있었다구요?

[ 삼진아웃제 폐지 vs 유지? ]

4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저작권으로 열어가는 창조경제’ 토론회에서는 저작권 삼진아웃제에 대해 이용자와 권리자간 논쟁이 있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대체품이 항상 존재하는 인터넷의 게시판 서비스의 특성상 삼진아웃 방식의 규제로는 실효성이 담보될 수 없”고, “삼진아웃제는 이용자의 창작활동을 위축시키는 과잉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보인권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규제 도입을 주장했다.

반면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네그의 임성화 대표는 “저작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할 수 없는 현실에서 ‘삼진아웃제’가 실효성을 떠나 과도기에 계도하는 역할을 해냈다”며 저작권 삼진아웃제가 교육적인 효과가 있기때문에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 대표는 “저작권 삼진아웃제를 폐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저작권자들은 강력 반발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저작권 삼진 아웃제 폐지 움직임은 이 제도가 가지는 ‘계도’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제를 맡은 이대희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작권 삼진아웃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제재수단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대희 교수는 “이용자의 사용권한을 정지하는 OSP(인터넷서비스제공자)가 불법 콘텐츠를 관리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아이뉴스24 : 저작권 삼진아웃제 ···”인터넷 검열” vs “계도효과”

- 아시아경제 : “한국은 인터넷 검열국가”..저작권 침해 삼진아웃제 폐지 ‘시급’

 

 

 

정보공유연대 오병일 대표가 토론회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후기에 담았다.

<저작권으로 열어가는 창조경제> 토론회 후기 – 삼진아웃제가 성과가 있었다구요?

 

1. 4월 30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저작권으로 열어가는 창조경제> 토론회를 보러 갔습니다. 구글 정재훈 변호사가 ‘저작권으로 열어가는 창조경제’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했고, 두 개의 세션이 열렸습니다. 제1세션의 주제는 ‘삼진아웃제의 성과 및 개선방향’, 제2세션의 주제는 ‘공공저작물 활용 촉진 방안’이었습니다.

2시간 30분이라는 시간에 총 3개의 발제와 6명의 토론을 배치하다보니 플로어에서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적었습니다. 각 세션이 끝나고 바로 토론이 이루어져야 했는데 시간이 없어 맨 마지막 자유토론 시간에 발언할 수 밖에 없었고, 이때 저도 1세션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발제, 토론자의 답변을 듣고 반론을 하고 싶었지만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후기로라도 씁니다. 이건 우리나라 토론회의 전반적인 문제인데, 청중들을 말 그대로 듣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플로어 토론 시간을 좀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제대로된 ‘토론회’라고 할 수 있겠죠.

(아래 의견은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른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 토론회에 참석하거나 언급된 분이 이 글을 보시고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언제든지 지적을 해주셔도 좋습니다.)

 

2. ‘삼진아웃제의 성과와 개선방향’에 대해서는 고려대 이대희 교수가 발표를 했습니다. 이대희 교수의 발표를 들으며 든 느낌은 이 분은 학자로서 발표를 하는 것인지, 권리자 단체의 대변인인지 구분이 가지 않더군요. 물론 이것이 그 분의 소신일 수 있겠지요. 한국의 삼진아웃제는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삼진아웃제와는 완전히 다른 제도이다, 그리고 한국의 삼진아웃제는 별로 강력한 규제가 아니다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외에서는 인터넷 접속 자체를 차단하지만, 한국의 삼진아웃제는 ‘계정차단’에 ‘불과’하다는 거지요. 또한 6개월 계정 차단을 위해서는 ‘무려 9회 이상 경고 및 12회 이상 침해’가 있어야 하고, 실제로 6개월 차단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삼진아웃제는 ‘웹하드의 저작권 처리’를 이끌었다는 점에 대해서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제도 개선점으로 오히려 현재는 솜방망이 제재이기 때문에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까지 하더군요. 예를 들어, 게시판의 경우 삭제 권고가 있을 경우 통상 운영자가 삭제를 해버리기 때문에 삼진아웃제의 ‘게시판 정지’가 한번도 실행된 적이 없다, 그래서 삭제 여부와 무관하게 ‘게시판 정지’를 하는 것을 검토해봐야하는 것은 아닌가, 또한 (시정명령이 아니라) 현재의 시정권고 위주의 집행으로 충분한가 등에 대한 제기를 했습니다.

 

3. 발표와 토론을 보면서 할 말은 많았지만 플로어 토론 때 제가 발언한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토론자로 나왔던 (주)로엔엔터테인먼트 대외협력팀의 유성우 팀장이 ‘(접속 차단 요청을 해도) 방심위의 저작물 침해에 관대한 보수적인 심의 기준 때문에 실제로 접속 차단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그럼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50만건에 이르는 시정권고 조치는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인가? 라고 지적했습니다.

둘째는 발제자인 이대희 교수도 그렇고, 토론자인 유성우 팀장도 마치 시정명령과 시정권고가 다른 것처럼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래서 마치 ‘실효성없는 시정권고에 그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시정명령과 시정권고는 사실상 같은 효과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왜냐하면 시정권고를 하면 대부분의 OSP가 이를 수용하기 때문에 굳이 시정명령까지 갈 필요가 없습니다. 시정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어차피 이후에 시정명령이 내려올 것이기 때문에 ‘권고’지만 사실상 강제력을 갖는 것이죠.

셋째는 삼진아웃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느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토론자였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이 UN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삼진아웃제에 대해 우려한 것을 언급하며 삼진아웃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음을 지적하자, 이대희 교수는 삼진아웃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가 있느냐, 불법복제 역시 표현이지만 보호할만한 표현이 아니라고 반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대희 교수의 반박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미 400여개의 계정이 정지당한 것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입니다. 정보접근권에 대한 침해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인터넷 규제는 위축효과를 갖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삼진아웃제’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적절한 규제냐의 문제입니다. 명백한 불법복제를 했어도 사형을 시키지는 않습니다. ‘과도한 규제’이기 때문이지요. 삼진아웃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불법복제에 대해서는 민, 형사상 구제 수단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용자의 정보접근권이나 표현의 자유까지 규제하는 ‘과도한 규제’를 해야하냐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로 국제조약에서조차 반영되고 있지 않은 과도한 규제를 왜 한국이 앞장서 채택해야하냐는 것이지요. 다른 나라를 무조건 따라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라면 우리나라가 선도해도 좋은 일이지만, 과연 삼진아웃제가 우리가 다른 나라에 자랑할만한 일인지는 의문입니다. 인권침해 논란이 있고, 국내에서 이러한 반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좀 더 숙고했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대희 교수는 삼진아웃제의 표현의 자유 논란은 이미 ‘일단락’되었다고 표현해서 좀 놀랐습니다. 누구 맘대로 논의가 일단락되었다고 평가하나요? 이미 삼진아웃제 폐지 법안도 올라온 마당에…

넷째는 웹하드 등록제와 결부되어, 저작권 보호가 이용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웹하드 등록제 시행령은 로그기록 보관이나 모니터링 요원을 둘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요.

 

4. 제 의견에 대한 답변에서 유성우 팀장은 숨바꼭질(hide and seek)이 계속되고 있다, 매번 삭제요청을 해도 또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권리자 입장에서 한계를 느낀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는 ‘실제 접속 차단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을 왜곡한 것이라는 제 의견에 대한 적절한 답변은 아닙니다. 어쨌든 그럼 무엇을 더 요구해야하는 것인가요? 삭제요청을 해서 삭제가 되어도 문제라면 무엇을 더 어떻게 해달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인터넷’ 자체가 없어져야 권리자들의 마음이 편안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답답한 마음이야 개인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겠지만, 인터넷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고 권리자들의 마음대로 잘 통제되기를 바란다면 해결책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요?

이대희 교수는 ‘시정명령과 시정권고의 효과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제 의견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규제 방식에 있어서 견해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저는 그렇게 들었는데요.)…솔직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삼진아웃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일단 인정하셔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초고속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일정한 표현의 자유 침해에도 불구하고 삼진아웃제가 우리나라에서는 필요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이 각 국의 인프라 수준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할지는 의문입니다.

 

5. 두번째 세션은 잘 들었습니다. 궁금한 점은 많지만 별로 지적할 부분은 없습니다. 특히 발표자인 이헌묵 교수가 공공저작물의 이용활성화를 위해 이를 총괄할 수 있는 기관의 필요성, 일관된 원칙의 마련을 지적한 부분은 인상깊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단지 ‘공공누리’ 사이트 운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전체를 설득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저작권 보호에 투자하는 노력의 100분의 1이라도 신경을 쓴다면 훨씬 나아질 것입니다. 정보공유연대에서도 CCKorea나 오픈넷 등과 함께 이 문제를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추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6. 아마도 저작권 관련 단체/업체에서 나오신 듯한 다른 참석자분이 플로어 토론에서 ‘단순하게 생각하자. 권리자들의 투자와 노력을 정당하게 보상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는데, 전 사실 이런 인식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니까요? 반대로 단순하게 생각하셔서 제 생각에 동의해주세요. 생각이 다르니까 이런 토론회를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가요?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저작권 체제, 새로운 문화 창작 시스템을 만드는게 그렇게 단순한가요? 저는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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