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액세스에 대한 논문거래상들의 저항이 시작되었나

 

[ 오픈액세스에 대한 논문거래상들의 저항이 시작되었나 ]

지난 3월 2일, 국회에서 ‘학술지 논문 무상 공개’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고, 오픈 엑세스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현재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은 2012년 9월부터 학술정보시스템인 ‘KCI’에 수록된 일부 논문의 ‘원문’을 무료로 제공중이다. 재단 연구비 지원을 받은 인문사회과학 분야 논문을 중심으로 원문을 공개하고 있는데, 현재 KCI 논문 100만여 건 가운데 원문이 공개된 것은 36만 건 정도이다. 재단에서는 연구비를 받은 인문사회과학분야의 논문을 KCI에 기탁하는 것을 의무화하였고, 국내학술지 지원사업 신청 요강에 공개접근 항목 강화, 우수 학술지 지원사업 평가 중 오픈엑세스 정책 추진 여부에 가산점 부여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저작권 문제 해소를 위해 학회에 ‘원문 공개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이러한 오픈 엑세스 정책이 국내에서 학술논문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에게는 위협으로 느껴진 듯 하다. 이 날 토론회에서 최순일 누리미디어 대표는 “SCI가 원문을 공개하지 않고 링크만 하는 것처럼 KCI도 원문 공개를 중단하고 학술지 평가에서 오픈 액세스 항목도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한국전자출판협회의 이경표 학술저널위원장은 <교수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오픈 엑세스 정책이 “△개인 연구자의 저작권 침해 소지가 높고 △OA운동이 벌어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글로벌 독점 학술논문 서비스 업체의 한국 내 지위를 되레 강화해주고 있으며 △국내 학술논문 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이미 민간에서 효율적으로 운영 중인 국내학술논문 누리집 서비스 구축비용에 국민 혈세를 중복 투자해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오픈 엑세스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자신들의 영리를 위해 학술 성과의 공유와 공공의 이익을 가로막는 주장일 뿐이다. 그럼, 공공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한, 즉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연구 성과를 저작권자 개인이 독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학술 정보의 경우 연구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활용되어야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논문에 대해  국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토론회 발제자인 허선 한림대 의대 교수가 “외국에서의 KCI 접근 빈도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년사이에 10배 증가했다”며, “한국연구재단의 공개접근 정책이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발표한 것과 같이 오픈 엑세스 정책이 학문의 발전을 막는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물론 ‘학술논문 서비스 산업’의 성장이 저해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학술논문 서비스산업은 학문의 발전을 위한 조건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산업의 성장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이는 오픈 엑세스가 우리 사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기적인 투정일 뿐이다. ‘이미 민간에서 효율적으로 운영 중인 국내 학술논문 누리집 서비스 구축비용에 국민 혈세를 중복 투자해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럼 국민들이 돈을 주고 논문에 접근하는 방식만이 정당하다는 것인가?

개인 연구자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것도 맞지 않다. 논문을 공개한다고 저작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원문 공개 동의 과정에 일정한 문제가 있다면 그 자체로 해결되어야할 문제일 뿐, 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근거한 오픈 엑세스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글로벌 독점 학술논문 서비스 업체의 한국 내 지위를 되레 강화한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그럼, 글로벌 독점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의 서비스 업체를 그러한 독점 업체와 같이 키워야 한다는 말인가? 국내에서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독점 업체의 폐해가 나타난 이후에 오픈 엑세스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논문 거래업체들은 한국연구재단에 오픈 엑세스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근거도 권리도 없다.

- 오마이뉴스:  학술 논문도 이젠 ‘공짜’? ‘오픈 액세스’의 딜레마

- 교수신문: “학회 지원금과 평가 명목으로 OA 강요 마라”

- 한국정책신문: 논문 오픈액세스(OA) 정책 갈등, 국회 찬반 토론회 개최

- Daily UNN: 학술논문 무상공개 VS 학자의 저작권, 충돌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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