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조승수 의원의 특허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를 환영한다! (2009.12.1)

 

[성명] 조승수 의원의 특허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를 환영한다!
-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부의 강제실시 활성화를 기대하며.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지난 9월 17일에 대표 발의한 특허법 개정안이 어제(11월 3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정 가결되었다. ‘이윤을 넘어서는 의약품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조승수 의원의 특허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때문에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이번 개정안이 수정된 형태로나마 가결된 것에 대해 환영하나, 수정안의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공동행동이 조승수 의원의 특허법 개정안을 지지했던 가장 큰 이유는 특허 독점의 폐단을 방지하는 제도적 보완 장치로써 강제실시를 적극 활용한 점이다. 과학기술의 혁신과 발명의 유인 기재로써 보장하는 특허 독점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종종 악용되어 왔다.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많은 사망자를 낳고 있는 HIV/AIDS에 대한 치료제의 수급 불균형 현상은 특허 독점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내에서도 수년 전부터 의약품의 특허독점에 대한 비판의식이 점차적으로 확산되어 왔다. 2001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국내에 공급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Glivec),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 넘게 국내에 공급되지 않은 HIV/AIDS 치료제 푸제온(Fuzeon), 그리고 2005년부터 시작된 조류 독감의 유행과 2009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인플루엔자(이하 신종 플루) 판데믹(pandemic) 선언 이후 터져 나온 타미플루(Tamiflu)의 공급 부족 사태 등은 특허독점으로 인한 의약품의 수급 문제가 비단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 국가들의 문제만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회사가 특허 독점을 무기로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정책을 무력화시키고,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여러 차례 특허권에 대한 정부의 강제실시를 요구해왔다. 강제실시는 특허제도의 중요한 목적인 기술의 사회적 이용을 실현하는데 있어 특허 독점이 문제가 되는 경우 이를 교정하는 제도적 보완 장치이다. 그러나 현행 특허법 제106조는 정부의 강제실시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라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활용할 수 있게끔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특허의 ‘정지’ 혹은 ‘해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제실시 제도에 대한 왜곡된 해석을 퍼뜨리는 한편, 특허 독점이 야기하는 사회적 폐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도외시 했다.

개정안은 현행 제106조에서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특허권의 ‘수용’과 ‘실시’의 요건과 절차를 분리하여 규정함으로써, 강제실시에 대한 그간의 오해와 편견을 거둬들임과 동시에 이 제도를 특허 독점에 대한 현실적인 규제책으로써 자리매김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권 이외의 모든 권리가 소멸되는 ‘수용’과 권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부의 ‘실시’는 그 효과에 있어서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지적재산권 제도에 대한 국제적 합의내용인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에서도 이 두 가지 행위를 제32조와 제31조에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특허법은 징발법 상의 재산권 몰수 요건인 ‘비상시’ 규정을 특허권의 ‘수용’뿐만 아니라, ‘실시’에까지 무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정부의 강제실시를 부당하게 제한시켰다. 효과를 현저히 달리하는 두 행위를 하나의 조문에서 규정한 결과, 강제실시 제도는 특허 독점의 폐해를 막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사문화되었다.

일례로 2004년 식약청의 시판허가 이후 4년 동안 국내에 공급되지 않았던 ‘푸제온’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강제실시 발동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현행 특허법 제106조의 ‘비상시’ 요건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최근 신종 플루 확산 사태에서 치료제의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에도, 각계각층의 강제실시 요구에 대해 정부는 같은 이유로 공중 보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외면했다. 이는 태국을 비롯한 남반구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등의 선진국 정부에서 공중보건이나 공공의 이익을 근거로 폭넓게 강제실시를 활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요건에서 강제실시를 발동할 수 있게 하여,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의무를 적극적으로 행할 수 있게끔 법률로써 명확히 하였다.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 의견에 따라 지식경제위원회 대안으로 가결된 이번 개정안은 그러나 조승수 의원이 발의한 원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특허에 대한 사전 조사 면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취지를 반감시켰다. 조승수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 따르면, 신설된 제106조의2 중 제1항은 정부 또는 정부와 계약을 체결한 자가 “특허 조사를 미리 하지 않고서도”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정부의 강제실시가 시급하게 필요하거나, 대규모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특허 발명을 실시하고자 할 때 선의·무과실로 정부가 특허권의 존재를 알지 못할 경우엔, 특허권자가 사전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의 실시를 금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 규정 역시 TRIPs 협정 제31(b)조의 내용을 명문으로 수용한 것으로, 현행 『특허권의 수용·실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시행령)』 상 복잡하게 규정된 특허권의 정부 실시 절차를 폐지하고, 상위법인 특허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하는 범위를 명확히 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특허청은 사전 조사 절차는 사유재산권 제한에 있어 필요한 적법한 절차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였다. 하지만, 이는 특허 발명의 수용이 아닌 실시 행위는 특허권 및 기타 전용실시권 등의 권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정부가 특허 발명을 실시할 경우 특허권자는 보상금을 지급받는 다는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왜곡하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국회 전문위원은 특허청의 의견만을 받아들여 조승수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한 수정안을 제시하였다.

어제 열린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특허청장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아주 긴급한 상황에서 정부가 조속히 특허발명을 실시할 필요가 있을 때 시행령 상에서 절차를 단축시키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하였다. 또한, 향후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 시민사회단체 및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특허청장의 발언을 근거로, 향후 시행령 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특허법 제106조는 2005년 이후 무려 5년 만에 국회에서 개정 논의가 진행된 것이다. 현행법이 담고 있었던 오류가 컸던 만큼 많은 내용이 바뀌었다. 변화된 법이 향후 발생할 지도 모를 의약품의 수급 불균형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특허 독점 남용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제도로써 강제실시를 자리매김 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특허법 제106조는 그 행위의 주체가 정부이므로, 정부는 자신의 의지가 이번 개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끝)

2009년 12월 1일

이윤을 넘어서는 의약품 공동행동[한국HIV/AIDS 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진보신당연대회의, 진보네트워크센터, 사회진보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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