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토크 스케치 : 인디를 넘어 자립으로, 자립음악생산자조합(2011. 7.5)

 정보공유연대 이달의 토크

 

인디를 넘어 자립으로

 

일시 : 201175() 오후 7

장소 : 문화연대 강의실

토크: 한밭, 권용만, 장성건(자립음악 생산자 조합)

사회 : 강성국(정보공유연대)

 

20117월 초 정보공유연대 이달의 토크에서 자립음악 생산자 조합의 한밭, 권용만, 장성건씨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다른 때와 달리 이날은 세 대의 카메라와 함께 진행되었다. 자립음악 생산자 조합이 홍대 두리반에서 활동하면서 만들어졌고, 그곳에서의 이들의 활동을 담는 다큐멘터리 <뉴타운컬쳐파티>의 촬영자들이 함께한 탓이다. 풍경은 약간 달랐지만, 여느때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먼저 자립음악 생산자 조합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이는 기존 인디 명칭들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분명 홍대라고 지칭되는 하나의 음악 씬이 있는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흐름 역시 있어왔다는 것이다. 그 다른 흐름의 한 개념이 자립이라는 소개가 이어졌다. 조합은 두리반에서 재개발과 강제철거에 개입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특히 작년 51일에 있었던 <51+> 공연을 계기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두리반은 기존의 축제나 클럽에서의 공연에 초대받지 못한, 혹은 안한 이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예를 들면 이전의 서교 지하보도같이 말이다.

 

홍대 씬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나름 여러 흐름이 있지만, 이제 그곳도 지배적인 레이블과 유통 및 생산의 방식이 생겨나면서, 그 흐름에 편입하지 않는 뮤지션들은 대안적인 음악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음악을 통한 개인적인/사회적인 발언의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을 해왔다. 자립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지배적인 흐름에 편입되지 않는 것, 가장 중요하게는(한밭씨가 강조한 바) 자본으로부터의 자유 혹은 자립을 의미한다. 그들이 웃으면서 이야기 하긴 했지만, 이것보다 더 앞서는 의미에서의 자립은 집에서 직접 음반을 만들 때 음반 표지를 출력해 그것을 자르는 작업, 그때 표지의 겉부분을 자르기 위해 자를 세우는 것(), 이것이 자립의 기본적인 의미이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인상적인 은유라는 생각이 든다. 대량화되고, 규격화되고, 기계화된 음악 생산 구조에 반해 자신들만의 새로운 음악 생산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칭하는데 아주 적절한 은유인 것이다. 기계화된 대량생산 구조는 언제나 화폐를 매개로 유통되고,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 도달한다. 그들이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구조는 그것으로부터의 벗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이 지향하는 바는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만드는 자유만이 아니라, 자본(화폐)을 통해서만 음악이 유통되는 그 구조로 부터의 자유까지 포함한다. 한밭의 아마추어 증폭기 초기 앨범을 권용만이 (한밭의)아이 장난감을 가져가 교환했다는, 이 사뭇 순진해 보이는 물물교환의 에피소드가 드러내는 의미는 그래서 단순히 순진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여기서 우리는 왜 이들은 개인적인 자립이 아니라 조합의 형태로 자립을 외치게 되었는지 얼핏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은 개별 음악가의 자립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구조를 만드는 일인 것이다. 그들은 음반 제작도 기존의 레이블이 아닌 공동 출자, 공동 생산의 방식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음반 유통 역시 기존의 모델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기존 생협의 모델을 따서 회원제 운영(예를 들어 one box system)도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특히 조합의 미래 형태에 대한 이야기에서 생협 모델이 많이 이야기 되었다. 장성건씨는 실제로 생협에서 일을 하고 있기도 했다.

 

이 맥락에서, 구조를 만드는 일이 음악 생산자만이 할 수 있는 일도, 그들 만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닐진데, 생산자 조합이라는 것은 다소 폐쇄적인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그들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일대일로 분할하고 비교한다면 그렇겠지만, 생산자의 범위를 더욱 포괄적으로 본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소위 소비자라는 이들도 잠재적인 음악 생산자이며, 항상 이미 생산자였다는 것이다. 아주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사실 소비자들이 직접 음악을 생산할 수 있는 방식도 역시 상상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음향장비 수리부터 음악 아카데미, 음악 장비 제작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일 워낙 많은 이야기가 오고간지라 이 곳에 모든 논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기는 힘들듯하다. 그러나 충분히 이야기 되진 않았지만, 그날 자리한 이들은 자립음악생산자조합이 두리반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두리반 협상이 어느정도 이루어지고 명동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들은 지체없이 명동으로 달려갔다. 비록 두리반처럼 자리 잡진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그들이 특정한 정치적 조직은 아니지만,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한밭씨는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이 있다면 그것은 지,,민의 가치, 즉 지역, 생활, 민중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단순히 속된 정치의 장에 참여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은 시이 아닌 다른 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삶의 가장 세세한 영역에서 시작해서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들의 활동이 기대된다.

 

오랫동안 구상하고 차근히 준비해온 자립음악생산자 조합이 홈페이지를 개장하고 곧 발족식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그리고 생산하는 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만들어지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