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아이캅인가, 로보캅인가 – 에이즈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 폭력을 규탄한다

아이캅인가, 로보캅인가
– 에이즈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 폭력을 규탄한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ICAPP)에서 FTA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참가자들이 경찰에 의해 감시당하고, 급기야 폭력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에이즈 감염인 등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전 세계적인 에이즈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진지한 모색이 이루어져야 할 자리에서, 오히려 소수자를 감시하고 탄압하는 사태가 벌어진데 대하여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이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또한, 아이캅 조직위원회와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회는 이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고 참가자들의 인권이 더 이상 침해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FTA는 에이즈 감염인을 비롯하여 저렴하고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FTA로 인한 특허권 강화와 복제약 생산의 위축은 의약품의 가격을 폭등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EU FTA와 한미 FTA의 체결 과정에서 국내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끊임없이 경고했던 문제가 아니던가. 에이즈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는 공간에서 에이즈 감염인 등 참가자들이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시위와 퍼포먼스를 통해 표출하고자 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경찰은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이들을 채증하는 한편, 이에 항의하는 참가자를 연행하고,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채증 자체가 문제기도 하지만, 에이즈감염인이나 성소수자에게는 의도하지 않는 아웃팅이 강요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인권침해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에이즈대회,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에이즈대회라면 아이캅이 아니라 차라리 로보캅 대회라 일컫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해외 개최 자체를 만류하며 재정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일부 참가자들은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입국심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기도 하고, FTA에 반대하는 참가자들을 감시하고 폭력으로 진압한 이번 에이즈대회는 부끄럽게도 한국의 인권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한국 정부는 경찰 폭력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아이캅 조직위원회와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회, 그리고 UN은 참가자들의 인권이 더이상 침해되지 않고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2011년 8월 30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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