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지난 1월 15일 제안된 도종환 의원 대표발의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의견을 제출합니다.

2021년 4월 6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1. 총평

 지난 1월 15일 도종환 의원의 대표발의로 저작권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개정안은 사실상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오던 정부안이라고 볼 수 있다. 개정안은 제안 이유로 “저작물 창작과 이용 전반에 걸쳐 누적된 환경 변화에 적합한 저작권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을 들고 있으며, “창작자와 이용자 간의 공정한 권익의 균형을 찾고, 안전하고 편리한 저작물 이용허락 체계를 만들며, 기술발전과 관련 산업을 진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공정과 상생의 저작권 생태계 조성”이라는 입법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배타적 독점권인 저작권을 지나치게 강화한 나머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공유, 이용자 간의 소통, 새로운 방식의 창작을 제약했던 현행 저작권법의 문제를 이번 개정안이 얼마나 개선했는지 의문이다.

정보 분석을 위한 복제·전송 허용, 저작자의 추가보상 청구권 신설, 합의금 장사를 막기위한 형사처벌 축소 등 일부 긍정적인 개정 사항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초상등재산권 도입, 확대집중관리제도의 도입, 불법복제물 링크 행위의 저작권 침해 간주, 3배배상제도 도입 등 배타적 독점권을 더 강화하고 저작물의 이용과 인터넷의 자유를 위축시킬 독소조항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국회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충분한 토론을 통해 개선하기를 바란다.

 

2. 정보 분석을 위한 복제·전송 허용

 개정안 제43조는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된 정보분석 과정을 위한 저작물 이용에 대해서는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규정을 명시화하여, 데이터 분석을 위한 ‘데이터마이닝’ 과정에서 저작물을 좀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 조항은 기존의 저작물을 단순 분석 등 비표현적 이용 목적으로 수집, 추출, 저장하는 행위에 대해 명확한 저작권 적용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데에서 긍정적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와 서비스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분쟁을 막고,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면책 조건에 있어 ‘저작물에 대하여 적법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경우일 것’ 이라는 1호 규정은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다. ‘적법한 경우’가 사전에 이용허락을 받은 경우로 해석된다면 이는 정보분석을 위한 데이터마이닝에 대해 저작권을 면책하는 본 조항의 취지를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1호의 조건을 삭제하고, 비표현적 이용에 대해서는 저작물의 수집과 복제, 전송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3. 저작자의 추가보상 청구권 등 신설

 개정안 제59조는 저작재산권 양도 대가로 받은 보상과 양수인이 저작물 이용에 따라 취득한 수익 간에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 저작자가 이에 대한 추가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저작물을 실제 창작한 저작자가 저작권을 양도받아 이용하는 (출판사 등의) 미디어 사업자에 비해 대체적으로 협상력이 미약하고 이에 따라 계약 초기에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양도한 대가와 향후 해당 저작물로 인한 수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 저작자에게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려는 취지에 동의한다. 최근 「유럽연합 디지털 단일 시장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 지침」에서도 공정보상 청구권과 추가보상 청구권을 도입한 바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추가보상 청구권 행사를 위한 요건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이 조항의 신설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개정안은 추가보상 청구권의 대상을 ‘양도 계약’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양도 계약에서 상대적으로 불공정한 계약이 발생하기 쉽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나, 이용 허락 등 다른 계약에서도 불공정한 계약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만일 그러한 불공정 계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면 적용 대상에 포함해도 큰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굳이 양도 계약으로 한정하지 말고 모든 형태의 계약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저하게 불균형하지 아니한 비율로 보상받도록 약정한 경우’에는 적용을 배제하도록 한 조항 역시 현저하게 불균형한 비율의 경우에는 추가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므로, 굳이 단서 조항을 둘 필요가 없다.

둘째, 추가보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을 양도 후 10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이 현실적인 제한일지 의문이다. 추가보상 청구권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제기한 계기가 된 <구름빵> 사례의 경우에도 계약 시점은 2003년이지만, 실제 소송이 시작된 것은 2014년으로 10년이 경과한 이후라고 한다. 법적인 안정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보상 청구권을 무력화한다면 그러한 고려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영상저작물에 대해서는 추가보상 청구권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영상저작물에 대해서는 비단 추가보상 청구권만이 문제가 아니고 영상제작자에게 모든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여 영상저작물의 실제 저작권자들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영상저작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음악 저작물의 경우에도 다양한 권리자를 인정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볼 때, 저작물 유통의 간소화를 명분으로 영상저작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은 궁색해보인다.

 

4. 초상등재산권의 도입

 개정안 제126조 초상등 재산권은 “초상등이 특정하는 사람은 자신의 초상등을 상업적 목적을 위하여 일반 공중에게 널리 인식되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여 사람의 초상·성명·목소리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기존에 논의되던 ‘퍼블리시티권’을 저작권법상의 권리로 명시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초상등재산권을 배타적인 권리로 보호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유명도라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가치를 특정 개인의 재산권으로 인정할 이유가 없을 뿐더러, 이를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를 제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정인의 성명 및 초상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고(제129조2항) 이에 따른 부담과 사회적 비용의 증가는  창작자들의 창작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또한 이용자들의 아마추어 창작이나 상호 소통을 제약할 가능성도 크다.

초상등재산권 개념의 기준 역시 모호하다. 초상등재산권은 ‘초상등이 특정하는 사람’에 대하여 상업적으로 초상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인데, 이 경우 누구의 초상권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의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설사 초상등재산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이것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저작권법은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라 할텐데, 초상 및 성명 등은 창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정안 제124조 저작권 등과의 관계에서도 “이 장 각 조의 규정은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저작권과 초상권이 별개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식으로 창작물이 아닌 대상으로 저작권법의 관할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5. 보상금단체에 대한 감독 및 장기 미분배 보상금의 이전

 개정안 제28조는 보상금단체의 장기 미분배 보상금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정하는 공공기관으로 이전해 저작권 관련 공익 목적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 미분배 보상금의 이전에 대한 체계적인 전제조건들이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시만으로 상시적 또는 임의적인 장기 미분배 보상금 이전이 발생할 수 있어 보상금단체의 안정적인 보상금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또한 보상금단체로부터 이전되는 장기 미분배 보상금을 수탁 받고자 하는 공공기관들 간의 경쟁의 심화로 구색만 맞춘 전시행정과 같은 예산낭비 및 저질의 사업이 양산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보다 체계적인 장기 미분배 보상금의 이전 조건들을 수립하고 장기 미분배 보상금에 따른 사업을 수행할 공공기관을 설립하거나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6. 확대집중관리제도의 도입

 확대집중관리제도(개정안 제155조~163조)는 신탁관리단체로 하여금 비신탁권리자의 저작물까지 신탁관리단체가 보상금을 징수해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표면적으로는 이용자가 편리하게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취득하도록 한다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권리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신탁관리단체가 저작물을 관리하도록해 권리를 침해하거나, 저작권의 별다른 제한없이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을 상업적 영역으로 흡수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비신탁권리자에게 거부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하는 부담이 있으며 이용허락에 대한 계약이 이미 체결된 후에는 거부의사와 관계없이 최소 3개월 동안 신탁관리관계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확대집중관리단체로 지정된 신탁관리단체에 신탁관리 영역의 모든 비신탁권리자의 저작물을 귀속시켜 확대집중관리단체가 사실상 신탁관리업을 과점하는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신탁관리단체간 규모의 차이를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형평성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해외에서도 확대집중관리제도를 모든 저작물에 적용할 때 발생되는 모순과 문제점들로 인해 실제로는 교육목적 저작물의 신탁관리에만 국한되어 도입하고 있는 제도이다. 따라서 확대집중관리제도를 모든 저작물에 적용하려는 현재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은 확대집중관리제도를 철회하거나 교육목적 저작물에 한정해 적용하는 제도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7. 불법복제물 링크 행위의 저작권 침해 간주

 개정안 제184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 등의 권리를 침해하는 복제물임을 알면서 공중이 그 복제물에 접근하는 것을 쉽게 하기 위하여, 그 복제물로의 연결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운영하는 행위’, 즉 영리를 목적으로 저작권 침해물에 대한 링크를 제공하는 사이트 운영을 권리 침해 행위로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링크는 개방적인 인터넷의 기본적인 속성에 해당하는 바, 자의적인 기준으로 일부 링크를 불법화하는 것은 인터넷의 개방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

불법 링크사이트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직접적인 저작권 침해 행위가 아닌 행위들을 점점 저작권 침해 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치게 저작권 중심적인 정책일 뿐이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목적과 형식의 링크 행위들이 존재하는데, 개인 이용자조차 쉽게 상업 광고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영리 목적’이라는 규정도 매우 폭넓게 해석될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 사이트의 ‘주된 목적’을 규정하는 것도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링크의 불법화는 자칫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개방적 성격을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8. 형사처벌 축소 및 3배배상제도 도입

 현행 저작권법은 모든 저작권 침해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바, 이를 무기로 한 ‘합의금 장사’가 성행하였으며 이 때문에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커다란 사회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개정안 제205조 제1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기 위해 비영리적이고 비상습적인 경우, 손해액이 크지 않은(100만원 미만) 경우 등은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우리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을 완화하고자 하는 이 조항의 개정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몇 가지 개선해야할 점들이 있다.

복제 및 전송을 기술적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인터넷 환경에서 저작권의 강화 및 형사처벌의 위협은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거나 창작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할 자유를 침해해왔다. 우리의 통상적인 소통 행위는 어떠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단 인터넷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부 경미한 침해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배제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민사적인 책임은 져야한다. 즉 저작권이 인터넷을 통한 통상적인 소통을 제약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더구나 여전히 영리적 목적 또는 상습적인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 액수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하고 있는데, 최근 일반 이용자들의 콘텐츠 생산이 증가하고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붙이는 것이 용이해진 환경에서 자칫 ‘영리 목적’이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통상적인 소통 행위를 상습적인 것으로 간주할 위험이 있으며, 굳이 권리 침해가 크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을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는 현행 저작권법이 저작물의 이용이나 유통을 통해 창출되는 사회, 문화적 가치보다는 오로지 배타적인 권리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정안 제205조 제3항은 직접 저작권을 침해한 자가 아니라 ‘침해하는 행위를 방조한 자’를 종범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의 신설에 반대한다. ‘그 침해행위를 한 자가 제1항제1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조차 종범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행위의 방조에 대한 처벌, 즉 주범이 없는 종범의 처벌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플랫폼 사업자를 위협하여 이용자들의 자유롭운 인터넷 활용과 소통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

제185조 제4항 3배배상제도의 도입에도 반대한다. 3배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다른 법률과 달리, 사회적인 약자의 보호나 기본권 침해에 대한 보호도 아니고, 저작권 침해를 악의적인 불법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며, 기업들이 아닌 개인에 대해서까지 3배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