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의 괴물, 특허와 저작권 – 강좌2: 저작권은 낡았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냅스터와 소리바다로부터 디지털 저작권 논란이 촉발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저작권자들(사실상 문화자본들)은 디지털 저작권을 강화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에 대한 반발과 회의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2012년 초 미국의 온라인저작권보호법(SOPA)에 대항한 전 세계 이용자들의 온라인 파업이나 유럽 전 지역의 시위로 인해 유럽의회가 위조및불법복제방지협정(ACTA) 통과를 부결시킨 것은 저작권에 대한 회의, 그리고 디지털 환경에 맞는 저작권 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저작권의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 지식,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무력화한다. 디지털 도서관에 대한 원격열람의 금지, 출판사의 반발로 사실상 좌초된 구글 북스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문화에 대한 접근이 또 다른 창작의 밑거름이라고 했을 때 저작권으로 인해 가로막힌 문화향유와 창작의 기회비용이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비용 추정액보다 적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작권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드라마 팬 카페의 짤방이 삭제되고, 아이가 ‘미쳤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율동하는 동영상이 포함된 블로그 글이 삭제된다. 유행했던 강남스타일 패러디 영상들도 싸이가 맘만 먹으면 저작권 침해로 삭제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은 기술적인 ‘복제’없이는 불가능한 일. 과거처럼 복제(Copy)-권(right)을 저작권자에게 주다보니, 저작권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제약하는 일이 다반사다. 더구나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공간 제공자인 온라인서비스업체에 묻다보니, 법적 책임을 피하고 싶은 업체는 이용자에 대한 자발적 감시자가 된다.

무엇보다 ‘문화란 어떠해야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로렌스 레식 교수는 옛날 읽고/쓰는 문화(Read/ Write Culture)에서 근대에 들어 읽는 문화(Read Only Culture)로 변화했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다시 Read/ Write문화가 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 소수 전업 예술가들만이 문화 생산의 주체였다면, 이제는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 사진과 영상을 찍고, 다른 작품을 편집하여 나만의 작품을 만들며, 블로그에 올리고, 인터넷 방송을 한다. 이제는 죽어버린 ‘소리바다’의 가능성은 기실 MP3 음악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는 것보다, 어떤 음악을 향유할 것인지 시장의 공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돈이 되지 않는 음악은 공급되지 않는다.), 이용자 스스로 선택하고 교류할 수 있었다는데 있다.

물론 여전히 전업 창작자들이 있고, 저작권 체제에 근거해서 먹고사는 이들이 있다. 당장에 저작권 체제를 없애자는 것도, 또 법만 없앤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 저작권의 근본적인 개혁을, 아니 저작권법을 넘어선 새로운 문화 생산-유통-향유의 시스템을 고민해야할 때이다. 저작권은 문화 발전을 목적으로 하지만, 문화의 발전이 반드시 저작권에 기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쇄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근대 이전에는 복제 자체가 오히려 미덕이었듯이, 저작권 자체가 영원한 것은 아니며,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아래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디지털저작권_오병일.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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