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생명공학분야 특허심사기준 개정안>에 대한 공동 의견서

10월 31일자로 특허청에 제출된 의견서입니다.공유적 지적재산권모임 IP Left, 다른과학편집위원회,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위 세 단체의 공동명의로 제출되었습니다.====================================================================특허청 <생명공학분야 특허심사기준 개정안>에 대한 공동 의견서 ······································ 아래 기명한 우리는 특허청에서 지난 8월 공개한 <생명공학분야 특허심사기준 개정안 (이하 개정안)>을 면밀히 검토하였다. 이 개정안이 확정되기 전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반영될 것을 요구 합니다. 1998년에 통합 개정된 <생명공학분야 특허심사기준 (이하 심사기준)>에 이어 이번 개정안까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특허 심사 실무를 변화시켜 가려는 특허청의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또한 1998년 심사기준에 ‘불특허사유에 해당하는 발명’을 보다 상세하게 규정한 높은 윤리 의식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허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정책의 일환인 특허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공적기관으로서의 특허청의 위치를 생각해 보았을 때 <개정안>은 사회윤리와 특허 본래의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몇 가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1. 형질전환체 발명과 관련하여 불특허대상에 관한 심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사절차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정안>에는 유전공학에 관련된 발명이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하거나 공중의 위생을 해할 염려가 있는 경우 특허법 제32조 규정에 의하여 특허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발명의 예로서 4가지를 언급하였는데 ‘생태계를 파괴할 우려가 있는 발명’, ‘환경오염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발명’, ‘인간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발명’, ‘인간의 존엄성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발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생명공학의 산물에 대해 수년간 이루어진 사회 각계의 비판적 견해를 수용한 결과라 생각되지만, 현재 시행중인 생명공학분야 심사기준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는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규정은 ‘발명’의 사례까지 언급하는 특허청의 노력이 엿보이긴 해도, 어떤 발명이 위 4가지 불특허대상이 포함되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그 판단의 절차 및 주체 또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실제로는 사문에 불과하다. 따라서 불특허대상을 심사과정에서 선별해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장치는 심사기준의 차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당연히 심사기준에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하겠으나, 심사기준은 본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특허심사 실무에 있어서 하나의 지침에 불과하기 때문에 심사기준에서 생명공학기술에 관한 모든 판단이 이루어진다면, 결국은 불특허대상에 포함되느냐의 여부가 순전히 심사관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맡겨지는 셈이다. 심사관이 해당 발명에 대한 기술적 이해 및 특허법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생명공학기술이 급변하고, 제기되는 윤리적, 환경적 문제도 다양한데, 개개의 심사관이 불특허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위 4가지 불특허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발명에 대해서는 일반 특허 심사 절차 이외의 절차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이는 종교계, 윤리학자 및 시민 사회 단체를 포함하여 구성되는 각계를 대표하는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받는 방식이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사회 각층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명에 대해서는 검토를 받도록 규정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 10월 18일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국회에 의견청원한 『생명과학 인권 윤리법』 ‘다’ 항 참조 , 별첨 1 참조). 이와 유사한 규정이 유럽특허청에도 명문화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받아야 하는 사항과는 별도로 인간의 생식과 관련된 유전적 조작의 산물이나 인간배아복제와 관련된 사항, 동물과 인간 유전자의 상호융합으로 생성된 것,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유전자를 삽입한 것 등은 윤리적 이유로 특허를 금지하고 이를 명시해야 한다. 만일,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비판적 고려 없이, 발명을 촉진하는 쪽으로만 특허정책을 잡아 이대로 추진한다면, 이는 산업 정책적 차원에서 발명자 또는 출원인의 이익을 제한적으로 보호해 주려는 특허정책의 공공성을 크게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생명공학기술의 위험성과 위해성을 뒤로 한 채 기술진흥쪽으로만 방향을 맞추다 보면 결국 특허제도에서 공적 이익은 탈각되고, 발명자나 출원인들의 개인적 이익만 거대하게 팽창하는 꼴이 되고, 이는 곧 특허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정당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다.2.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생명체 및 생명체의 일부를 특허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특허법 체계에 대한 도전이다. 특허법 제2조에는 “발명이라 함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적 사상이 창작으로서 평가되어 특허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특허법상의 발명 개념의 요건을 우선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심사기준에서는 상위법에서 명문화되어 있는 이 조문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생물 발명의 경우 ‘발명의 성립성’ 판단에 있어서, 자연에 있는 미생물을 단순히 발견한 것은 발명이 성립된 것으로 보지 않으나, “다만, 자연으로부터 인위적으로 분리 확인한 미생물에 관련된 경우는 발명이 완성된 것으로 본다”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은 단백질 및 유전자에도 동일하게 명문화되어 있는 데다, 심사기준에서 미생물의 정의가 바이러스, 세균, 원생동물, 효모, 곰팡이, 버섯, 단세포조류, 방선균 등을 의미하며, 동식물의 분화되지 않은 세포 및 조직 배양물도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것이라도 인위적으로 분리 확인된 것이라면 생명체든, 생명체의 일부분이든 발명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현재 발명의 성립요건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는 ” human intervention”을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우리 나라 특허법 제2조에 대응하는 발명의 정의를 특허법 상에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발명의 성립요건이 우리 나라와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특허정책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결국 특허청 심사관으로 하여금 특허법을 거스르게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실상 자연상태로부터 인위적으로 분리된 물질을 ‘자연법칙을 이용한 고도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 보는 것은 누가 보아도 억지에 불과하다. 다만 자연상태로부터 인위적으로 분리 확인된 생물학적 물질의 용도를 이용한 2차적 발명에 대해서는 발명의 성립성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발명의 성립성 여부를 떠나,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생물체 또는 생물체의 일부분을 독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발상이다.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것은 인류공동의 자산이며, 어느 일 개인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라 할 수 없다. 수천년 수만 년의 지구 역사와 인류역사를 통해 형성되어 온 생명체를 실험실에서 분리 확인했다는 것만으로 독점적 소유를 인정한다는 것은 수십수백년 동안 함께 사용하던 우물을 우물에 독특한 성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 우물을 그 사람의 소유로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우리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추출한 유전자의 일부인 EST(Expressed Sequence Tag)나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에 대한 특허를 반대한다. 최근 게놈프로젝트의 성과로 인해 많은 새로운 유전자들이 밝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상업화 시도로 인간 유전자에 대한 특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오랜 역사 속에서 진화 되어온 자연의 일부이며 여건이 되는 누군가에 의해 독점적 권리가 형성되어서는 안 되는 성질의 것이다. 기능이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는 인류 모두의 것이지만 그것의 기능을 단지 밝혀 내었다는 이유로 특허가 가능하다는 것은 모순된 논리일 뿐이다. 현실적인 측면으로 보아도 EST나 SNP의 특허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정 질병과 관련이 있거나 저항성이 있어서 그 기능을 알게된 유전자의 단편은 주로 병원을 찾아온 환자나 특정 지역의 사람들에게서 분리 해 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유전자가 진단과 치료용이 아닌 실험용 더 나아가 특허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특허가 가능해 진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여러 영역의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거의 모두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외국의 연구자들은 유전자의 다양성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 개인으로부터 추출해 기능을 밝힌 유전자는 특허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연상태로부터 분리 확인되었을 뿐인 생명체 및 생명체의 일부는 모두 특허대상으로부터 제외되어야 한다. 3. 생물학적 물질을 이용하는 발명의 경우, 국가간·사회간·개인간 보상 문제 및 생물학적 물질을 제공한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고려할 수 있는 출원절차를 확립해야 한다. 유전자 자원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생물다양성협약이 체결됨으로써 유전자자원의 보유국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한 단계 넘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무역기구 TRIPs 위원회에서는 생물다양성 협약의 내용을 반영하려는 개도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등 선진국 사이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개도국의 전통적 지식이 특허제도에 의해 선진국 등의 특정 개인 또는 기업에게 사유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개도국의 저항이 거세 지자, 세계지적재산권기구 (WIPO)에서도 전통적 지식의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 갈등의 핵으로부터는 약간 빗겨나 있다. 적도 부근의 제3세계 국가들처럼 유전자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 수준의 생명공학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뒷선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 나라는 OECD 가입 이후 선진국의 대열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국제사회에서도 이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해 입장을 명확하게 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 입장을 수립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전인류 공영의 관점에서 무엇이 정당하게 수호되어야 할 소중한 가치인가 하는 점이다. 전통적 지식은 해당 사회의 오랜 역사적 산물이며, 이런 지식의 형성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그 사회의 구성원들의 노력과 땀의 결과이다. 이를 현대과학기술로 살짝 포장했다고 해서 그 개인 또는 기업에게 독점권을 부여할 수는 없다. ‘유용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경계를 두지 않고 지적재산권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미국 등의 선진국의 지적재산권 정책은 그들에게 정치헌금을 제공하는 자국 기업의 경제적 이익에만 치우쳐져 있다. 이런 정책에 의해 우리 나라의 경우에도 1987년 어쩔 수 없이 물질특허 제도를 굴욕적으로 받아들인 바 있지 않은가. 따라서 우리 나라의 특허제도는 전통적 지식을 소유한 집단과 공동체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보편적 가치를 획득하고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생물학적 물질을 이용하는 발명의 경우 첫째, 그 생물학적 물질의 출처가 되는 국가 및 지역 또는 부족 등을 명세서에 명확하게 밝혀야 하며, 둘째, 생물학적 물질을 제공한 제공자 또는 제공국으로부터의 생물학적 물질의 채취가 정당한 것이었음을 입증해야 할 책임을 특허출원인에게 두어야 한다. 이를 통해 생물학적 물질 제공자 (또는 제공국)와 특허출원인간의 보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무단으로 유전자자원이 유출되거나 이용되고 심지어 특허됨으로써 독점되는 상황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요건에 만족하지 못하는 특허의 경우에는 심사관 또는 제3자에 의해 취소 또는 무효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심사과정의 완벽을 기할 수 있겠다.공유적 지적재산권 모임 IPLeft (대표 오병일)다른과학편집위원회 (대표 이은영)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대표 김환석)첨부 파일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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