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퍼주기로 일관한 저작권 협상, 실효성없는 사후대책, 문화관광부는 문화를 포기했나?- 한미FTA 협상 결과 수용할 수 없다, 즉각 무효화하라!문화관광부는 지난 2일 한미FTA 협상 결과 및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예상했던대로 저작권 분야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말았다. 이는 일부 산업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의 문화적 자율성과 공공성을 희생양으로 삼은 이번 한미FTA 협상의 당연한 귀결이다. 협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런 비참한 결과를 가지고, 해당 정부부처로서 문화관광부는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마땅할 터인데,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기는 커녕 협상 결과를 치장하는데 정신이 없으니 더욱 통탄할 노릇이다. 사후 대책이라고 내어놓은 것도 기실 한미FTA 협상과 무관하며, 이미 예전부터 시민사회나 학계에서 요구하던 사항들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라 이를 대책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무색하다.문광부는 처참한 협상 결과를 무마시키기 위해 “선진제도의 도입으로 저작권 보호수준을 강화하여 정보 지식의 생산을 촉진하고 후생증대를 도모하는 한편 이용자들의 후생손실효과의 발생은 예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협상 결과를 입맛대로 포장한 것으로 ‘아전인수’의 극치를 보여준다. 공개된 협상결과만 보더라도 미국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꼴인데, 이런 것이 선진제도의 도입이고, 후생증대를 가져오는 것이라면, 문화관광부가 왜 협상 전에는 미국의 요구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였는지 의문이다. 또한 이것들이 선진적인 제도라면 굳이 한미FTA 협상을 통하지 않고도 충분한 국내 논의를 통해서 도입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왜 우리가 입법권까지 양보하면서 미국의 제도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한미FTA 저작권 협상, 국내 입법권과 국민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한다미국이 요구하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도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합의해 주었고, 단지 2년의 유예기간을 양보받았을 뿐이다. 협상 발효 시점에서 저작권이 있는 모든 저작물에 대해서 20년의 보호기간이 추가로 연장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미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권을 20년 연장한다고 하여 무슨 창작의 활성화를 가져온다는 말인가? 미국 내에서 조차 극심한 비판과 조롱을 받은 이런 문제많은 제도를 강제로 수용하게 되는데, 그래서 향후 20년 동안 추가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데, 2년 간의 유예가 무슨 큰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문광부가 이를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의 체결한 FTA에는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자신들의 협상실패가 어느 정도인가를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포탈 등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자가 요구하기만 하면, 저작권 침해자에게 개인 정보를 넘겨주도록 허용한 것도 큰 문제이다. 저작권 침해로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는 것도 아닌데,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개인정보를 요청하면 서비스제공자가 의무적으로 개인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은, 경찰이나 검사도 할 수 없는 일을 저작권자에게 허용해 주는 꼴이다. 현재는 통신비밀보호법상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없으면 정보공개는 허용되지 않는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러한 관행이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광부는 이런 협상결과를 두고도 형사 소송 대신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다수의 범죄자 양산이 예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국민을 명백히 오도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인적사항을 알면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형사고소부터 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라. 저작권자는 형사합의금을 받기 위해 앞으로도 형사절차를 이용할 것이다. 왜 빠른 길을 두고 돌아가겠는가?오히려, 협상결과는 저작권 침해죄의 비친고죄 범위를 확대하여, 형사절차의 개시를 용이하게 만들어 놓았다. 따라서 형사절차를 통 해 저작권 침해가 다루어질 가능성은 더 확대되었다. 기존에 영리, 상습적인 침해행위만을 비친고죄로 하던 것에서 ‘상업적 규모’이기만 하면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 저작권자의 고소없이도 처벌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저작권 침해시 손해배상의 하한액을 명시하게 한 법정손해배상제도도 문제이다. 법정손해배상제도는 실제 손해를 넘어서는 배상을 가능하게 하므로, 저작권자는 침해라는 우연에 의하여 이득을 보게 되는 꼴이므로, 저작권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제도이다.이와 같은 저작권 협상 내용의 문제점은 ‘산업피해액이 얼마다’라는 식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산업 피해를 넘어 우리 국민들이 저작물을 이용할 자유와 권리, 나아가 국내 문화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협상 결과 도입될 제도들은 여러가지 문제점으로 국내에서 도입되지 않고 있었던 제도이다. 이러한 문제가 많은 제도들을 왜 심층적인 논의 과정도 없이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와 협상단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우리나라에 도입해야 하는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문화관광부, 국민을 우롱하는 사후 대책 발표문광부의 평가대로라면 이번 협상결과는 우리 사회의 후생증대에 기여할 것이므로 별다른 대책이란 필요없을 듯하다. 그러나 문광부는 여러 가지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저작권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사용범위를 제한하는 것, 일시적 복제권을 인정하는 대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정이용의 예외를 도입하는 것,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의 도입, 저작권법의 4개법으로 분법, 저작권 옴부즈만 설립, 저작권 침해관련 형벌규정 재검토,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도입, 저작물 유통 및 이용 활성화 추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한미FTA 협상 결과와 상관없는 내용이며 이전부터 논의되었던 것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저작권법의 4개법으로 분법은 아무런 대책이 되지 않는다. 법의 내용을 문제되는 판에 법의 형식을 바꾸는 것이 무슨 대책이란 말인가? 또한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제도는 이미 검찰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에 불과한데, 이를 특별히 한미FTA 대책이라고 내세우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은 시민사회단체가 수년전부터 도입하자는 주장을 해 왔고, 그런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이미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그러나 문광부는 그동안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의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해 왔다. 그런데 갑자기 한미FTA가 체결되자 이런 약속을 하고 나오니, 협상결과의 충격을 무마하기 위한 언론플레이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저작권 옴부즈만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 권리자의 부당거래 관행을 감시한다는 것인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하면 되는 일인데다, 아무런 법적 권한도 없는 옴부즈만이 이용자의 고충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저작물 이용 및 유통 활성화 역시 한미FTA와 무관하게 문광부가 진작 적극적인 정책을 내었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광부는 그동안 이를 위한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 예컨데, 저작권 보호 캠페인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진행하면서 상업적 가치가 없는 저작물에 대한 기증 캠페인은 얼마나 노력하였다. 저작권보호위원회는 수십명의 직원을 두며 운영하면서, 창작자들에게 저작물 기증을 설득하고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에는 얼마나 투자하였다. 한미FTA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내놓은 대책이란 것도 실효성없는 것들 뿐이니 그 진정성에 큰 의문이 들 뿐이다.문광부는 협상의 실책을 감추기 위해 포장하는 데 급급해서 국민을 오도하는 기만적 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하고 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나아가 일부 산업적 이익을 위해 우리의 문화적 권리와 입법권을 포기하는 한미FTA 체결은 즉각 무효화되어야 한다!2007년 4월 5일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문의 : 김정우 (02-717-9551, http://nofta-ip.jinbo.net)첨부 파일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09
[07.4.5] [성명서] 퍼주기로 일관한 저작권 협상, 실효성없는 사후대책, 문화관광부는 문화를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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