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의 이용행위의 저작권 침해여부 판단과 제언 (강원대학교 정진근 교수)

서체(폰트)의 이용행위의 저작권 침해여부에 대한 글입니다.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인 정진근 교수님께서 작성하신 것입니다.

—————–

 

서체(폰트)의 이용행위의 저작권 침해여부 판단과 제언

 

작성자 : 정진근(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Ⅰ. 머리말

 

최근 들어 폰트제작업체들이 서체이용자들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서체를 이용한 네티즌들을 상대로 한 소송은 타인의 음악저작물, 사진저작물 등을 자신의 홈페이지, 블로그, 미니홈피에 올린 행위에 대한 소송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인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타인의 저작물을 홈페이지 등에 게시(저작권법 상의 전송 또는 전시)하는 행위는 위법의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지만, 서체는 저작물성이 부정되는 것이므로 서체의 이용에 대한 무차별적인 기획소송은 보호되지 않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서 대법원의 판결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것이 본인의 판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로펌들은 서체 이용자들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서는 거액의 합의료를 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종류의 서체를 이용하여 몇 자를 쓴 것에 불과한 경우에도 서체파일 패키지 전체를 구매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행동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의 개인적 판단임을 전제로, 우리 법원의 판례를 토대로 서체 그 자체의 이용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일반 이용자들을 위한 지원시스템의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Ⅱ. 서체의 이용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

 

서체의 이용과 관련되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한글]프로그램 등 문서편집기를 적법하게 구매하여 이용하는 자가 [한글]프로그램에 출력된 글자를 인터넷 상에 게시하는 행위가 서체파일제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컴퓨터프로그램으로서의 서체파일을 CD에 복제하여 전송하거나 배포하는 방식으로 판매한 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네이버의 지식iN서비스의 문의사항 및 본인에게 문의된 사항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 법무법인으로부터 ***라는 폰트를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에 사용됬다며, 저작권 위반이라고, 3일 이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고소 한다는 내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폰트를 구입해야하는데, 패키지로 66만원을 구매해야 한다고 하네요!”

 

“포토샵에 있는 폰트를 사용하여 작업하여 웹상(옵션)에 올려 기재를 했는데 그중에 몇 문장이 폰트저작권에 걸린다면서 형사처벌을 하겠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한글 프로그램에서 회사이름을 적은 후, 그 모양을 그림으로 본 떠 홈페이지의 회사이름으로 표시한 것이 저작권 침해인가요? 4글자를 이용한데 대해 많은 합의금액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 사안들은 모두 정상적인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서체 그 자체를 이용한 것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Ⅲ. 서체 이용행위의 저작권 침해 여부

 

1. 서체와 서체파일의 구분

법원은 서체와 서체파일(프로그램으로서의 서체파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선, 서체 그 자체의 저작물성은 인정하고 있지 아니합니다.

대법원은 이미 1996년 [저작권등록반려처분취소] 판결에서, “서체도안은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하여 예술적 특성이 없는 서체의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인 저작물에는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서체파일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저작물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서체파일에 대해서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해당하므로, 컴퓨터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체도안에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서체파일 프로그램의 창작성도 부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함으로써, 서체파일의 창작성과 서체도안의 저작물성의 인정은 별개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컴퓨터프로그램으로서의 서체파일을 복제, 전송, 배포(이하 복제 등)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서체를 이용하여 저작물을 작성하는 행위는 저작물성이 부인되는 것의 이용에 불과하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이 됩니다.

 

2. 서체파일의 이용과 관련된 위법의 영역

 

서체파일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판례들은 모두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서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 프로그램저작물이란 “일련의 지시, 명령”(저작권법 제2조 제16호)을 의미합니다. 판례의 대상인 침해행위는 원고들의 프로그램으로서의 서체파일을 CD에 무단으로 모두 복제하여 판매한 데 대한 판결입니다.

 

프로그램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는 프로그램인 “일련의 지시, 명령”을 복제, 전송,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 보호되는 대상은 명령어의 집합인 “일련의 지시, 명령”이지 그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특정한 서체의 글자 출력”은 서체파일이 아니라 프로그램인 서체파일의 ‘특정한 결과’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법원은 “이 사건 서체파일은 특정한 서체의 글자의 출력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정한 결과가 존재하고”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서편집기에 포함된 서체파일을 이용하여 얻은 특정한 결과인 출력된 특정한 서체의 글자를 이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됩니다.

 

위에서 문의된 사례들은 특정한 서체로 출력된 글자 그 자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지, 프로그램인 서체파일의 지시, 명령을 복제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대법원이 컴퓨터프로그램인 서체파일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반면, 서체 그 자체에 대해서는 문화창작의 도구로서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취지에 맞을 것입니다.

 

저작권위원회도 이미 위원회 홈페이지(www.copyright.or.kr)의 [저작권 상담사례100]의 폰트이용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질의에 대해,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은 폰트 프로그램이 불법인 경우, 이를 컴퓨터에 설치하여 광고물에 사용한 행위는 프로그램의 불법복제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폰트를 이용해 만들어진 광고물은 설사 적법하지 않은 폰트를 사용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글자체 자체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고 폰트 프로그램만이 보호되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하고 있습니다. 전화문의를 통해서도 위의 답변이 앞에서 제시한 사례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도 행정답변에서, “한글워드프로세서에서 지원하는 폰트를 프린트스크린하여 캡춰 상태로 이용한 것은 폰트프로그램에 대한 복제를 수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6&dirId=60105&docId=128367918&qb=7Y+w7Yq47KCA7J6R6raM&enc=utf8&section=kin&rank=5&search_sort=0&spq=0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Ⅳ. 서체의 이용이 라이선스 위반인지의 문제

 

서체파일 제작업체들은 특정한 서체로 출력된 글자를 이용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라이선스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라이선스란 지적재산권을 이용허락하는 계약입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라이선스 위반 여부를 따질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서체파일 제작업체들이 프로그램인 서체파일을 판매하면서 특정한 영역에서만 서체파일을 이용하기로 하는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용자는 프로그램인 서체파일인 지시, 명령을 복제하여 이용하는 것이므로 계약의 조건에 따라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한글]프로그램과 같은 문서편집기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서체파일인 프로그램의 지시, 명령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서체로 출력된 글자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라이선스계약을 위반하는 지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적으로, 라이선스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와 같은 라이선스 계약의 내용은 문화창작의 도구로서 저작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서, 약관규제법에 따라 라이선스 계약의 내용이 무효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프로그램인 서체파일을 이용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라이선스를 통해 조건을 부가할 수 없음은 당연합니다. 특정한 서체로 표현된 글자 자체를 이용하는 것은 서체파일을 이용하는 것과는 별개의 독립된 이용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글]프로그램의 이용자들은 서체제작업자들과 별도의 라이선스 계약을 직접적으로 체결한 바가 없으므로 계약의 이행자의 지위에 있지도 아니합니다. 설령 [한글]프로그램 배포자의 이용약관에 그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러한 조건이 충분히 명시, 고지되었는지의 여부를 약관규제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한글과 컴퓨터 사의 법무담당자에게 문의해 본 결과, [한글] 프로그램을 판매하면서 이용자에게 별도의 라이선스 조건을 명시, 고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Ⅴ. 사례에 대한 소결

 

결론적으로 폰트저작권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폰트프로그램저작권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즉, 서체파일의 프로그램저작물성은 인정되는 반면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을 갖지 않는 서체 그 자체의 저작물성은 부정된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토대로, 문화창작도구로서의 서체와 보호되는 프로그램저작물로서의 서체파일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프로그램인 서체파일을 [한글]프로그램과 같은 문서편집기에 무단으로 지시, 명령의 형태로 저장하여 이용하는 경우 문서편집기 제작자는 저작권위반의 책임이 있습니다. 아울러, 프로그램인 서체파일을 무단으로 복제하여 문서편집기 제작업자나 디자인업체가 이용하도록 판매하는 행위 역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특정한 서체로 표현된 결과물인 글자를 이용하는 행위는 문화장착의 도구인 서체 그 자체를 이용하는 행위이므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부 로펌과 서체파일 제작업체들이 글자의 단순이용자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기획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는 법적 근거 없는 행위에 해당되므로 즉시 중단되어야 하며, 지금까지 수령한 합의금은 부당한 이득이므로 반환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Ⅵ. 정보사회의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언

 

저작권법은 법률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로 평가되고 있으며, 정보사회의 발전에 따라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작물성이 부정되는 경우에까지 저작권을 주장하는 경우, 부당하게 높은 금액의 합의금을 요구받는 경우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은 물가에 버려진 어린 아이와 같이 충분히 보호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1) 저작물 공정이용 지원센터의 설립

저작권법은 제1조에서 문화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을 설명하고, 저작자의 권리보호와 공정이용의 도모라는 2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작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조직과 지원은 계속되는 반면, 공정이용의 도모를 위한 노력은 간과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용자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저작물성이 부정되는 것을 이용하는데 대한 이용자의 보호”, “저작물성이 인정되더라도 공정이용에 해당되는 경우에 대한 이용자의 보호”, “과도한 합의요구 등에 대한 공동대처”를 목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사례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즉시 제시하고 상담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저작물 공정이용 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백만인 네티즌 서명운동을 개시할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2) 불법적인 저작권 주장 및 과도한 합의요구에 대한 철저한 수사

 

신문기사와 인터넷에 게재되는 글들을 보면, 일부 로펌은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는 데 대해서까지 권리를 주장하는가 하면, 과도한 합의요구를 통해, 사실상 합의금 장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로펌이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로펌이 존재한다면 철저히 수사하여 ‘공갈’ 등의 죄를 엄중이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법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여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여 끼워팔기 등의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패키지 판매를 강요하는데 대한 업체 간의 담합이 있는지의 여부를 철저히 파악하여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