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

 

 
지난 6월 2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고 2012 – 151호) 이에 아래 연명한 단체와 개인들은 이 개정안에 대해 아래와 같은 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하는 의견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교육 목적의 공정이용을 제한하는 개정에 반대합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제25조에서 ‘교과용도서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게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과용도서’로 한정하려고 하는데, 이는 ‘교과용 도서’에서 ‘인증 도서’를 제외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인증도서 역시 학교에서 교육 목적으로 이용하는 도서이며, 인증도서인 경우에도 저작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배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개정안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를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수정하고 이를 ‘상급학교 입학을 위하여 학력이 인정되거나 학위를 수여하는 교육기관’으로 한정함으로써, 저작물의 공정이용이 허용되는 교육기관의 범위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교육 목적의 이용의 경우 저작재산권을 제한하고자 하는 제25조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이를 ‘학력 인정이나 학위 수여’로 제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편, 교육 목적으로 전송을 할 경우 복제방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는 피교육자를 잠재적인 저작권 침해자로 취급하는 잘못된 태도입니다. 또한, 권리침해 방지를 위한 조치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합법적인 교육 목적의 이용을 제약할 수 있습니다. 
 
2. 한미FTA 관련 조항과의 충돌 및 미국과의 상호주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개정안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중 정보검색 서비스제공자의 면책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 한미 FTA 이행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 당시 한미 FTA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잘못을 뒤늦게 치유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조약과 충돌하지 않도록 국내법을 정비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상대방인 미국이 이행하지 않는 의무를 우리만 이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즉, "저작물의 송신을 시작하지 아니한 경우"를 요건으로 정보 검색 서비스 제공자를 면책하겠다는 저작권법 제102조는 미국 저작권법 제512조에는 없는 요건입니다. 
 
이 외에도 국내 저작권법과 한미 FTA의 문구가 다르거나 미국 저작권법에는 반영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한미 FTA를 국내 저작권법에 반영함에 있어서 미국과의 상호주의를 고려하여 제102조(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제한)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3. 기술적 조치의 이행여부 점검에 대한 민간 위탁에 반대합니다. 
 
개정안은 웹하드, P2P 서비스 등 소위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규정하고 있는 제104조에 조항 신설을 통해 ‘기술적 조치 이행여부를 점검’하도록 하면서 이를 민간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계있는 사무는 민간위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정부조직법 제6조 제3항) 또한 이행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는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무도 아닙니다. 이러한 위탁은 저작권 보호센터와 같은 민간단체가 맡게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은 저작권에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로서 객관성을 담보하기도 힘듭니다. 
 
4. 직권조정제도는 저작권위원회의 공정한 구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형식적인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저작권자들이 합의금을 종용하고, 형사고소·고발이 남발되는 사정을 감안하면, 조정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권조정 제도를 도입하려는 취지에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조정부를 구성하는 저작권위원회는 법적 요건에 맞게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해가 균형을 이루도록’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저작권법 제112조의2는 "권리의 보유자와 그 이용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의 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의 저작권위원회가 이러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5. 저작권 경찰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개정안은 소위 "저작권 경찰"의 수사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저작권위원회 또는 저작권 관련 단체에 기술적 자문 등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도입된 저작권 경찰 제도는  저작권 소관 부처의 전문성을 근거로 한 것인데, 이제 와서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저작권 관련 단체에 기술적 자문을 받아야 한다면 문화부 소속 공무원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므로, 저작권 경찰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이 없어진 셈입니다. 더구나 저작권 단체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일 뿐 단속과 관련된 전문성을 보유한 단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인권침해의 소지가 가장 큰 수사 과정에 이해당사자인 저작권자 단체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면, 수사 업무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작권보호센터의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불법 저작물 유통량은 2006년에 비해 2011년은 7%에 불과하며, 불법 저작물 시장규모도 약 1/10로 감소하였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전문성도 없는 저작권 경찰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2012년 8월 6일 
 
<단체>
문화연대, 미디어기독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인터넷주인찾기,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개인>
남희섭, 박성호, 소재성, 이은우, 장우민, 장익수,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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