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5.10] 특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성명서] 특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지난 3일 특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통과된 법률안은 발의 당시의 인도주의적 취지를 변질시킨 누더기이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심의되는 과정에서 특허청이 깊이 개입하여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당초 발의된 내용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다. 당초 개정안을 국내 제약사들이 크게 환영하였음에도 아직 현실화되지도 않은 미국의 통상압력을 우려하여 ‘알아서’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대변한 특허청을 우리는 강력히 규탄하며 특허청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법률안은 이미 통과되었지만 법의 시행을 위해서 마련할 시행령과 규칙은 본래의 인도주의적 취지에 최대한 부합되도록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이번 특허법 개정안은 세계무역기구의 이례적 결정을 국내법에 반영하기 위하여 지난해 11월 열린우리당 김태홍의원과 민주노동당 조승수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것이었다. 2003년 8월 30일 세계무역기구에서는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제3세계 민중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질병에 해당 국가가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려면 특허권 때문에 의약품 접근권이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어떤 의약품이 비록 특허된 것이라고 해도 그러한 의약품의 생산능력 없는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라면 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라도 제조하여 수출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수입국이 공중보건상 필요하다고 요청한 경우 국내 제약회사가 특허의약품의 카피약품을 생산하여 그 국가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이었다.당초 개정안은 세계무역기구 결정의 취지에 맞게 수입국의 긴급한 의약품 요구에 효과적으로 부응할 수 있도록 절차의 신속한 처리를 보장하는 한편 의약품을 수입할 국가가 공중보건상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그 정책적 판단을 국내 특허청이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항은 그 제도 자체가 실효성을 갖기 위한 최소한이었다.이 개정안에 대하여 제약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내 제약회사들의 경우 신약 특허권은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다 수출활로가 넓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대거 환영하였으나, 신약에 대한 특허권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좋아할 법안이 아니었다. 다국적 제약사가 해당 상임위(산업자원위) 국회의원들과 특허청에 제출한 의견서는 제도의 실효성 자체를 박탈하는 쪽으로 법안이 수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특허청 담당자는 개정안이 처음 공청회를 통해 발표되었을 때부터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막연히 미국으로부터의 통상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면서 일관되게 입법과정에 개입하여 입법을 지연시키거나 그 내용을 왜곡하려고 시도했다. 놀라운 것은 다국적 제약사의 의견과 국회에 제출된 특허청의 의견이 상당히 일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국회 산업자원위 전문위원의 경우에는 국회 독자적으로 개정안을 검토하여 그 의견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 특허청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서 상임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결국 당초 발의된 원안은 사실상 폐기되고 특허청의 수정안이 버젓이 국회를 통과해 버리고! 말았다.특허청에 의하여 왜곡된 안은 특허권자와의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는 범위를 확대하고 특허권자에게 지급하는 대가에 관해 명확한 규정을 회피하여 대가로 다투다가 실제로는 동 제도를 활용할 수도 없게 만들어 버렸으며, 수입하려는 국가가 스스로 공중보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여 요청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그 국가 국민 ‘다수’의 보건 문제일 때만 동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근거없이 제한하고 있다. 국민 다수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므로 이는 동제도를 무력화하는 주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결국 법 개정의 취지 자체가 의심스럽게 되어버렸다. 이 제도를 우리보다 먼저 입법한 노르웨이나 캐나다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극히 제한적인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결과는 특허청의 사대적 태도와 국회의 전문성 부재가 한 데 결합되어 초래된 것이다. 이번 일은 미국이 압력을 행사하기도 전에 미국 앞에서 ‘알아서 기는’ 우리 정부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또한 국회의 입법기관으로서의 전문성 부재를 확연히 드러낸 사건이다. 의원발의로 올라간 법률안이 사실상 특허청 담당사무관의 견해에 따라 좌우되어 정부입법과 마찬가지 꼴이 되어버렸다.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전문위원이 작성하는 의견서가 소속 의원들의 법률안 검토 시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됨에도 마치 특허청 의견서를 베껴 작성한 듯 양자가 일치하는 점에 대해 개탄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는 국회의 전문성이든 독자성이든 적어도 어느 한 쪽의 부족을 명백히 드러낸다.이에 다시 한번 특허청의 사대적 태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다. 나아가 개정법률의 시행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다시 한번 본래 개정 취지가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국회도 행정부가 국회를 무시한다고 발끈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입법기관으로서의 제대로 된 전문성을 기르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2005년 5월 10일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정보공유연대IPLeft진보네트워크센터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첨부 파일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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