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저작물 공정이용에 대한 제도적 보장 필요하다 – 손담비 따라부른 동영상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한 논평

[논평]
저작물 공정이용에 대한 제도적 보장 필요하다
– 손담비 따라부른 동영상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한 논평

지난 해 5살짜리 아이가 손담비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사)음악저작권협회의 요청으로 게시 중단 조치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동영상을 올린 당사자는 게시 중단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사)음악저작권협회와 (주)엔에이치엔(이하 네이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월 18일 원고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동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은 공정한 이용이라는 이번 판결은 일반인들의 상식에 부합하는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다. 특히, 권리자가 부당하게 권리를 행사하여 이용자의 ‘정당한 자유이용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제103조 6항에 의해 손해배상을 하도록 결정한 것은 권리자 단체들의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 주장에 일정하게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또한, 이번 소송 및 판결을 계기로 제기된 현행 저작권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법원은 게시자가 네이버의 게시물 차단 조치에 항의하면서 수차례 재게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시자가 ‘게시물이 정당한 권리에 의한 것이라는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재게시를 거부’한 것에 대해서는 네이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는 현행 저작권법과 시행령에 있다. 현행 저작권법 제103조 3항은 게시자가 ‘자신의 복제ㆍ전송이 정당한 권리에 의한 것임을 소명하여 그 복제ㆍ전송의 재개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게시물을 복구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정당한 권리가 있음을 어떻게 소명할 것인가인데, 관련 시행령 제42조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1. 자신이 그 저작물등의 권리자로 표시된 저작권 등의 등록증 사본 또는 그에 상당하는 자료
2. 자신의 성명등 또는 널리 알려진 이명이 표시되어 있는 그 저작물등의 사본 또는 그에 상당하는 자료
3. 저작권 등을 가지고 있는 자로부터 적법하게 복제·전송의 허락을 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계약서 사본 또는 그에 상당하는 자료
4. 그 저작물등의 저작재산권의 보호기간이 끝난 경우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즉, 본인이 저작권자이거나,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았거나, 혹은 해당 저작물의 보호기간이 만료되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는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경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행 법규 상에서는 이용자가 공정 이용에 대해 저작권자에 의해 부당하게 삭제 요청을 받더라도 이에 항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사례를 통해 이용자의 공정이용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음악저작권협회는 “2009. 6. 1.부터 2009. 6. 26.까지 피고 회사측에 총 16,462건의 게시물들이 피고 협회가 신탁받아 관리하는 저작물들의 저작권을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복제, 전송의 중단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고 한다. 현행 법규가 이용자의 공정 이용 항변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 외에도 이용자의 권리가 침해된 사례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사례는 의식있는 시민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법적 행동을 취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인적, 금전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권리자 단체에 비하여 대다수의 시민에게 있어서는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는 일, 법적 분쟁에 들어가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설사 이용자의 저작물 이용 행위가 저작권법 상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권리자의 소송 위협에 이용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법에서 이용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보다 쉽게 자기 권리를 향유,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동영상이 게시 중단된 이후, 저작권이 과도하게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공정 이용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정부는 공정이용 조항을 강화한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한미 FTA 이행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으로서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권리자의 배타적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오히려 공정 이용의 영역을 축소하는 법안일 뿐이다. 현재 국회에는 최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이 개정안은 도서관에서의 저작물 이용
확대, 정부 저작물에 대한 자유 이용 등 공정이용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현행 저작권법이 공정이용에 대해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공정이용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를 제기한 바 있다. 나경원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으로서 최문순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신속히 논의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판결문에 나와 있듯이, “모든 저작물은 기존의 저작물들이 축적되어 이루어진 문화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어 공동의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작물은 널리 향유됨으로써 존재 의의를 가지는 특성이 있어 그 향유 방법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저작권자의 이익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리 헌법을 비롯하여 국제적인 인권 규약 역시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은 ‘문화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권리자의 배타적 권리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사례가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이용자의 정보문화향유권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10년 2월 24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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