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의 :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02-774-4551)
불법 다운로드는 없습니다!
영화배우들이 ‘굿 다운로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불법 다운로드는 처벌된다’는 광고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저작물을 (그것이 불법복제된 것이든, 아니든) 비영리적으로 한정된 범위에서 이용하는 것은 현행 저작권법(제30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당한 행위입니다. 저작권은 저작권자의 배타적인 이익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의 이용 활성화를 또 다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적복제’의 경우와 같이 일정한 경우 저작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적복제’는 비영리적 목적으로 한정된 범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권리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개인적인 이용도 권리자의 허락을 맡도록 한다면 거래비용이 더욱 커지는 비효율을 초래하며, 사적복제를 저작권으로 규율하려고 할 경우 이용자의 사생활을 모니터링하는 등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에서도 공정이용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 환경에서도 그러한 사적복제의 의미가 달라질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 2010년 2월 19일, 문광부가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권을 침해한 복제물임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 사적복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 년동안 저작권법은 권리자의 배타적 이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왔습니다. 사적복제의 범위를 더욱 축소하는 이번 개정으로, 저작권법의 편향성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개인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사적 복제를 어떻게 규제하겠다는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그 실효성이 없거나, 혹은 저작권 집행을 위해 개인의 사생활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 우려됩니다.
인터넷에서는 출처나 저작권자가 불분명하거나, 심지어 잘못되어 있는 저작물이 많습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내가 복제하고자 하는 대상물이 불법 복제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혹여 법적 처벌을 우려하여, 개인적인 목적의 저작물 이용이나 복제를 스스로 주저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학습이나 연구를 위해서, 즐기기 위해서, 혹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떤 저작물을 복제해서 이용합니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지식과 문화를 창조하는 자양분이 됩니다. 만일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복제 행위까지 저작권법의 규율을 받게 된다면, 우리의 지식, 문화 향유 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화발전 역시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적복제의 불법화는 이번 개정안의 핵심적인 독소조항입니다. 이 조항을 폐기할 것을 문광부에 촉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의견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지난 2010년 2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합니다.
<개정안> 제30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를 사용하여 복제하는 경우 2. 저작권을 침해한 복제물임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 |
1)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조항의 취지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이하 ‘사적복제‘)의 경우 저작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한 것은 △ 비영리적 목적으로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저작권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 이에 따라 이용자로 하여금 저작자를 파악하고 이용허락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거래비용이 더욱 커지는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되며, △ 이용자의 사적인 이용행위를 파악하여 저작권을 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복제되는 대상이 불법복제물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그 적용을 달리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복제 대상의 불법성 여부에 따라 비영리적 목적으로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한다는 사실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이용허락을 받기 위한 거래비용이 달라지지 않으며, 또한 사적복제의 규제를 위한 집행의 어려움 역시 달라질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2) 개정안은 실효성을 갖기 힘듭니다.
이용자의 사적인 이용행위를 파악하여 저작권을 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적복제의 특성 상, 설사 이와 같이 개정을 한다고 해도 이용자들의 위법 여부에 대해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어떻게 판단하고 집행할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은 그 실효성을 갖기 힘듭니다.
3)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권 침해와 이용자 통제를 우려합니다.
저작권은 문화의 향상 발전을 목적으로 창작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정책적 고려에 기반한 인위적 권리인 반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입니다. 그러나 매우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적복제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이용자의 사생활에 대한 공권력의 지나친 개입을 자칫 정당화해줄 위험이 큽니다. 이번 개정이, 사적복제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이용자의 복제 행위를 모니터링하거나,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또 다른 제도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법 규정의 모호함
개정안은 저작권을 침해한 복제물임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모호한 규정입니다. 실제 인터넷에는 출처나 저작권자가 불분명하거나 저작권자 표시가 잘못되어 있는 저작물이 많으며, 이용자가 어떤 저작물이 불법 복제물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어떤 디지털 저작물을 받았을 경우, 그 저작물이 친구가 적법하게 복제한 것인지, 아니면 불법 복제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친구와 정보를 교환할 때마다 불법저작물인지 여부를 반드시 상대방에게 확인하는 생활 방식을 강제하는 정책이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5) 저작물 이용의 위축
저작권 체제는 배타적 권리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지식의 이용과 확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저작권법에서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을 둔 것도 이러한 취지입니다. 그런데, 대상 복제물의 불법성 여부가 모호한 상황에서 사적복제 행위도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다면, 이용자들이 지레 사적복제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법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 기인해서일 수도 있고,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에서 기인할 수도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사적복제를 통해 지식과 문화에 접근하고 향유하는 것은 개인적 향유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창작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저작물 이용의 위축은 문화 발전에 대한 저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6) 잠재적 범법자의 양산 및 고소 남발 우려
대상 복제물의 불법성 여부가 모호한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이용을 포기하거나, 혹은 사적복제를 감행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한 측면에서 이용의 위축을 가져오거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범법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또한, 현재 일부 법무법인과 권리자 단체에 의해 무분별한 고소, 고발 및 비합리적인 합의금 요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자살을 선택하는 청소년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용자의 사적복제 행위까지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다면 그러한 관행이 더욱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7)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
개정안은 개정의 필요성으로 ‘온라인을 통한 광범위한 불법복제를 방지‘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다운로드‘가 아닌 ‘업로드‘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능합니다. (이는 ‘업로드‘는 무조건 규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업로드를 규제하기 위해 전 세계에 유례없는 과도한 인터넷 규제 정책을 도입해 왔습니다. 이미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특정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하였고, 지난 2009년에는 ‘삼진아웃제‘ 도입을 통해 ‘사법적인 판단도 없이‘ 이용자 및 게시판 커뮤니티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용자의 ‘사적복제‘마저 그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권리자에 편향된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현재 정부가 취해야할 방향은 배타적 권리의 보호와 이용자의 권리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위헌적인 현재의 업로드(전송) 규제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입니다.
시장 상황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포털 등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은 권리자 단체들과의 협약 등을 통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 역시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8) 문화체육관광부는 특정한 이익집단의 대변자가 아닙니다.
최근 손담비를 따라 부른 동영상 UCC에 대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 사례를 계기로 우리는 인터넷 상에서 공정이용과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제약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사적복제‘ 조항은 그나마 ‘복제권‘에 대한 예외일 뿐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전송‘은 배타적 권리의 제한 범위가 더욱 좁습니다.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커뮤니케이션 권리, 정보에 대한 접근권,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이 얼마나 제약되고 있는가에 대해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해 왔습니다. 비록 이번 개정안에 ‘공정이용(저작재산권 제한) 일반조항‘이 포함되었다고는 하나, 이것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소위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과 저작권을 강화하는 개정 노력에 비하여, 위축되고 있는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귀 부서가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찾아보기 힘듭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 단체의 이익만을 수호하는 대변자가 되서는 안되며, 공적 기관으로서 이용자의 권리 확대를 위해서도 균형있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2010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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