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티권] 이성헌 의원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2009.12.23)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이성헌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804588)에 대한 의견서

2009년 4월 16일, 이성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출합니다.

1) 동 개정안은 저작권법에 해외의 퍼블리시티권(Right to Publicity)과 유사한 초상재산권 개념을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2) 그러나 퍼블리시티권(혹은 초상재산권)이라는 새로운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국내 법제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이론적 검토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즉,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배타적 권리를 신설함으로써 침해되는 이익은 무엇인지, 그래서 배타적 권리를 어느 수준에서 제한할 것인지, 어떠한 법적 체제로 도입할 것인지 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인의 초상, 성명, 음성, 나아가 독특한 이미지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부여할 경우, 특정인을 매개로 한 언론, 학문, 예술, 표현의 자유와 특정인에 대한 공중의 알 권리가 제약될 수 있습니다. 동 개정안에서는 저작권법 상의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데, 초상재산권의 제한 범위를 여타 저작재산권의 제한 범위와 동일한 수준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필요로 합니다. 동 개정안은 저작권법 상의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의 준용에 더하여, ‘초상저작물은 인터넷상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할 수 있다. 다만, 저작자의 명예 등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추가적인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초상재산권과 여타 저작재산권의 차이가 비단 인터넷에서의 이용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법원은 박찬호의 평전을 박찬호의 동의 없이 저술하고 그의 사진까지 이용한 것에 대해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서울고등법원 1998.9.29,98라35), 허영만의 만화 <아스팔트의 사나이>가 실존인물인 최종림의 경력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퍼블리시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바 있습니다.(서울지방법원 1996.9.6,95가합72771)

3) 퍼블리시티권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저작권법 체제로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은 ‘창작’을 전제로 합니다. 저작권법에서 저작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창작을 유인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문화 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이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의 ‘초상’이 아무리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창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 초상의 재산적 가치는 그의 정치적인 경력을 통한 유명세로부터 발생하는 것인데, 과연 이것을 ‘창작’으로 볼 수 있는지, 정치인의 초상재산권을 인정하는 것이 저작권법이 목적하는 ‘창작의욕을 높이고’ ‘문화의 발전’을 이루는 것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따라서 창작을 전제로 한 저작권법에 창작과는 무관한 퍼블리시티권을 도입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큽니다.

다른 사람의 초상 등을 부당하게 사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에 대해 퍼블리시티권을 통한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면, 저작권법이 아닌 다른 방식의 법제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앞서 얘기했던 대로, 이를 위해서는 퍼블리시티권의 도입 방안에 대한 이론적인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할 것입니다.

2009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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