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이미경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1800720)에 대한 의견서
2008년 8월 25일, 이미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출합니다.
1) 동 개정안은 “바둑 대국의 기록물인 기보(棋譜)는 대국자의 사상과 감정이 창작적으로 표현된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기보(棋譜)는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 될 수 없습니다.
2)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보는 바둑 대국의 단순한 ‘기록’일 뿐,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 아닙니다. 그 바둑 대국을 보는 누구라도 동일한 기보를 작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야구의 기록지와도 유사합니다. 동일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은 동일한 기록지를 작성하겠지요. 만일 기보를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한다면, 야구의 기록지를 비롯한 모든 경기 기록 역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될 것입니다.
3) 기보의 작성자가 아니라, 바둑을 두는 기사의 공동창작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바둑 대국 자체에는 기사의 독창적인 기법이 녹아들어 있고, 이 역시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둑 대국 역시 특정한 규칙에 따라 상호 번갈아 가면서 백과 흑의 돌을 두는 경기 혹은 게임입니다. 즉, 바둑 대국에서의 표현이란 상대방의 수에 따른 반응이며 수시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고유한 창작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4) 앞서의 비유와 마찬가지로 바둑 대국이 기사의 독창적인 기법, 혹은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이라는 이유로 기사에게 저작권을 부여한다면, 마찬가지로 축구나 야구 등 여타 경기(게임)의 선수에게도 (혹은 감독까지 포함해서) 저작권을 부여해야할 것입니다. 혹자는 축구나 야구와 같은 육체적인 게임(스포츠)과 바둑 대국은 다르다고 주장하나 이는 지극히 자의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바둑 대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야구와 같은 경기에서도 독창적인 전략, 감독이나 선수의 고유한 스타일, 창의적인 플레이 등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경기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바둑 대국은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이고 다른 경기는 그렇지 않다라고 할 만한 근거는 없습니다.
4) 바둑대국을 포함한 경기에서는 승리하기 위해 각종 정형화된, 혹은 독창적인 기술, 기법이 동원됩니다. 그리고 효과적인 기술, 기법이라면 누가 먼저 그것을 이용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그러한 기술 및 기법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바둑 대국에서도 한 기사가 아무리 독창적인 기법을 개발했다고 해서, 다른 기사에게 그것을 이용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보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기보를 보고 그것을 따라 하고자 하는 행위를 규제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바둑 대국과 같은 경기의 기본적인 속성과 맞지 않습니다.
2009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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