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의약품특허에 첫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ing)

[인도, 의약품특허에 첫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ing) ]

3월 12일 인도에서는 최초로 의약품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허여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뭄바이특허청은 인도특허법 section 84(1)에 따라 인도제약사 낫코에게 바이엘사가 판매하고 있는 항암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와 똑같은 약을 생산, 판매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강제실시 기간은 넥사바의 특허가 만료되는 2020년까지이고, 낫코는 총판매액의 6%를 로열티로 바이엘사에 지불해야하며, 직접 생산을 해야하고 최소 600명의 가난한 환자에게 소라페닙을 무상공급해야한다. 낫코는 바이엘의 약값보다 97%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소라페닙’은 수술로 제거할 수 없는 진행성간세포암과 진행성신장세포암 치료에 사용하는 약으로 신장암환자를 4~5년, 간암환자를 6~8개월 생존연장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이번 결정은 인도에서 최초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뿐만아니라 정부사용(goverment use)이 아닌 민간에서 신청한 강제실시에 대한 최초의 허락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미국, 캐나다 등의 선진국을 제외한 태국, 브라질, 말레이시아, 베트남, 모잠비크, 잠비아 등에서의 강제실시는 정부사용이었고 주로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나 긴급상황(extreme urgency)에서의 에이즈치료제에 대한 강제실시였다.

비싼 약값에 따른 소라페닙 사용의 제한은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싼 약값 때문에 영국 National Institute of Clinical Excellence(NICE)는 비용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국립보건시스템(NHS)에서 넥사바 약값을 지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Scottish Medicines Consortium도 같은 이유로 스코틀랜드에서 간암치료에 소라페닙을 사용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2008년에 신장암치료에 연간 약 3700만원으로 보험적용되었다. 비싼 약값 때문에 간암에 대해서는 2011년 1월부터 보험적용되었다. 보험적용범위의 확대로 약값이 연간 3720만원에서 연간 3350만원으로 인하되었지만 간암환자에게는 최대 1년까지, 연간 1670만원까지만 보험적용된다. 따라서 간암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연간 1760만원가량(약값의 52.5%)이다. 신장암환자의 본인부담금은 연간 170만원가량(약값의 5%)이다.

낫코의 값싼 소라페닙 제네릭 생산이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또한 다른 인도제약사들도 비싼 항암제와 에이즈치료제, 당뇨약 등에 대한 강제실시를 고려하고 있어 강제실시청구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 경과
⇒ 2006년부터 미국, 유럽 등에 넥사바 판매. 2009년의 넥사바 총매출액은 9억3400만달러(약 1조원). 2012년 2월 기준 캐나다에서의 약값은 한달에 CAD7973(약 900만원), 미국의 VA(보훈부)의 한달 약값은 10088달러(약 1100만원), FSS(연방조달가격)은 한달에 3269달러(약 370만원)
⇒ 2008년 3월에 바이엘은 인도에서 IN215758 특허를 획득(2020년에 만료)
⇒ 2010년 4월부터 인도제약사 시플라가 소라페닙 제네릭을 넥사바의 1/10가격으로 판매. 이에 대해 바이엘이 델리고등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여 진행 중이다.
⇒ 2010년 12월 6일에 인도제약사 낫코는 자발적 실시(voluntary license)를 허락받기위해 바이엘에 서신을 보냈으나 12월 27일에 바이엘로부터 거절통보를 받았다.
⇒ 2011년 7월 29일에 인도제약사 낫코가 인도특허법 Section 84(1)에 따라 소라페닙에 대해 강제실시를 청구
⇒ 2011년 8월 11일 특허청은 인도특허법 Section87(1)에 따라 “언뜻 보기에 증거가 확실한 사건 prima facie case”이라고 결정(order)을 내림.
⇒ 2012년 1월 13일~2월 28일 특허청에서 심리(hearing) 진행
⇒ 2012년 3월 12일에 특허청은 강제실시 허여 결정

 

 

■ 인도특허법 Section 84(1)이란?
특허권을 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다음의 세가지 조건(ground)에 대해 강제실시를 허여받고자하는 이해관계인(any person interested)은 강제실시를 신청할 수 있다.
⇒ 특허발명에 대해 공공의 합리적인 요구(the reasonable requirements of the public)가 충족되지 않았거나
⇒ 특허발명이 합리적으로 싼 가격(at a reasonably affordable price)에 공공에게 유용하지 못하거나
⇒ 특허발명이 인도내에서 실시되지 못하는(is not worked) 경우

 

■ 쟁점
낫코는 바이엘이 인도특허법 Section84(1)의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데 모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낫코는 바이엘이 소라페닙을 인도에서 제조하지 않고 본사에서 수입하여 4개의 대도시-첸나이, 델리, 콜카타, 뭄바이-에 있는 몇몇의 큰 병원에 인접한 약국을 통해서 지극히 제한된 양이 공급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낫코는 바이엘이 비싼 약값을 매겨 독점권을 남용하였고 대부분의 환자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였고, 선택적인 자원을 통해 제한된 공급을 함으로써 공공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인도특허사무소는 낫코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각 쟁점별로 정리하였다.
⇒ 비싼 약값과 공공의 요구

낫코는 “인도의 경우 생명을 살리는 약값은 공공의 구매력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PPP(구매력지수, Pur chasing Power Parity)에 대한 IMF보고서는 인도의 구매력을 보여준다. PPP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연간 4천달러 미만(연간INR20만 미만. 약 450만원)으로 넥사바의 한달치 약값 Rs28만은 일반인들 누구에게도 감당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바이엘과 인도제약사 시플라는 한달 약값으로 각각 Rs28만(약 630만원), Rs28000(약 6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낫코는 넥사바보다 97% 싼 Rs8800(약 20만원)에 판매할 수 있고, 지극히 가난한 환자들에게는 무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엘은 높은 R&D비용을 이유로 고가를 정당화하려했지만 연구에 든 실제 경비의 상세내역을 제출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서 소라페닙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어있음을 강조하며 연구개발투자에 비해 환자수가 적기 때문에 고가를 매기는 것을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이엘은 희귀의약품 상태에 따른 세금공제와 다른 혜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소라페닙은 미국의 희귀의약품 세금공제(Orphan Drug tax credit)에 의해 부분적으로 정부지원을 받았고, Onyx Pharmaceuticals이 함께 개발했다. Onyx Pharmaceuticals은 희귀의약품 세금공제를 받기전의 연구개발비용은 2005년 FDA승인 받을 때까지 2억7500만 달러(약 3천억원)이라고 밝혔다.

바이엘은 비싼 약값이 강제실시의 요건이 되는 인도특허법 Section 84 (1) (b)를 간접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에 있어 거대한 투자가 있었던 특허약의 비싼 약값이 강제실시을 요구하는 신청자에게 좋은 근거가 된다면 강제실시는 항상 신청될 수 있을 것이고 항상 특허법의 목적을 회피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약값에 대한 바이엘의 주요 방어논리는 저소득 환자에게 할인해주는 프로그램과 시플라사가 저가에 침해상품을 팔고 있어 소파페닙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낫코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적어도 10만명의 사람들이 신장세포암과 간세포암으로 고통받고 있고, 매년 3만명이 신규진단받고 매년 24000명의 환자가 사망한다. 바이엘은 인도의 전체 간세포암환자 20144명중에서 소라페닙을 필요로 하는 환자수는 약 4800명이고, 8010명의 신장세포암환자중에서 약 4000명이 4기암상태에 있어 인도에서 소라페닙을 필요로 하는 환자는 약 8800명이라고 제출했다. 이에 대해 낫코는 “사실관계는 차치하고 환자의 수가 단지 8800명이라고 가정하더라도 2009년에 수입된 넥사바는 오로지 166박스(1박스 1달분)”이라며 극소수의 환자들만이 넥사바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바이엘은 2011년도 예상판매량은 바이엘 593박스, 시플라 4686박스로 총 5279박스(1박스당 1달분임)였고, 바이엘과 시플라가 2015년까지 9463명의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매예상표를 특허사무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특허사무소는 시플라의 공급량을 보호막으로 삼는 바이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바이엘이 2009년과 2010년 2년동안 지원용으로 170박스, 샘플용으로 2720박스에 해당하는 양만 수입했기 때문에 극히 일부환자만 사용가능했다고 결론지었다.

바이엘은 또한 2008년부터 환자지원프로그램(patient assistance programme)을 통해 넥사바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낫코는 바이엘의 환자지원프로그램 적용대상은 2009년, 2010년, 2011년 10월에 각각 40, 44, 42명뿐이었고, “환자지원프로그램에서조차 환자가 넥사바 복용후 생존했는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2~4달동안 선불로 Rs. 25만(4949달러, 약 560만원)을 지불해야한다”고 지적했다.

 

⇒ 특허의 실시 working of patents
바이엘은 특허의 실시(working of patents)가 국내 제조(locally manufacture)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이 인도특허법 Section84(1)(c)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허사무소는 “특허권자가 인도에서 약을 제조하기위한 제조시설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바이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인도내에서 제조해야한다는 것.

 

-Third World Network: Stage set for compulsory license decision on anti-cancer drug

-Third World Network: India issues compulsory licence for anti-cancer medicine

-인도특허청 결정문은  compulsory_License_1203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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