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칼레트라에 대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강제실시 투쟁 ]

 [콜롬비아, 칼레트라에 대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강제실시 투쟁 ]

초국적제약회사 애보트와 환자지지그룹간의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를 둘러싼 싸움이 최근 콜롬비아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되었다.

2008년부터 콜롬비아 에이즈운동단체, 보건의료운동단체들은 비싼 칼레트라 약값 때문에 강제실시를 촉구해왔지만 친기업, 친미성향의 우리베 정권이 수용하지 않았고, 애보트가 2009년의 콜롬비아 정부의 가격인하 명령을 거부하자 2009년 9월에 콜롬비아 정치헌법에 따라 “Acción Popular”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2012년 2월 콜롬비아 법원(Supreme Administrative Court)은 애보트와 콜롬비아 사회안전부가 국제적인 참조가격보다 칼레트라 가격을 3.5배 높게 유지함으로써(연간 환자당 3500달러 VS 1000달러) 시장지위를 남용하여 콜롬비아 의료시스템의 지속성에 해를 끼치고 공공행정윤리(public administrative morality)를 침해하였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특허권이 “에이즈치료제 가격에 대한 정부의 통제정책에 불복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국제적인 참조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병행수입 목록에 칼레트라를 유지하라고 요구했다. 이 판결은 의약품가격남용에 대한 획기적인 비난이고 건강권을 지지한 판례이다.

하지만 법원은 콜롬비아법이 “보상없는 수용( expropriation without indemnification)”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강제실시를 거절했다. 이에 보건의료그룹은 법원이 강제실시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제실시는 특허권을 수정하거나 수용하는 것이 아니며 특허권자의 권리는 변함이 없다는 것.

이번 판결로는 애보트의 독점을 깰 수 없고 환자들이 원하는 약값을 관철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항소하였다. 환자지지그룹은 강제실시와 제네릭(복제약) 경쟁을 통해 400달러(연간 환자당)를 원한다. 이웃나라인 페루는 제네릭을 396달러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콜롬비아의 칼레트라 가격에 비해 85% 싸다. 애보트 역시 항소했다. 싸움은 2차전에 돌입했다. 애보트의 독점에 파열구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칼레트라(성분 로비나비어+리토나비어 복합제)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2차 에이즈치료제이다. 애보트가 칼레트라를 출시하자 비싼 약값 때문에 전 세계 에이즈환자와 활동가들의 비판과 저항에 부딪혔다. 그러자 애보트는 2006년 8월 방콕에서 국제에이즈회의가 열리고 있던 와중에 ‘개발도상국에서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기위해 새로운 시도’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저소득국가와 중진국에는 연간 환자 당 2200달러로, 아프리카와 최빈국에서는 연간 환자 당 500달러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그 후 2007년 초에 태국정부가 칼레트라에 대한 강제실시를 발동하여 인도산 제네릭(복제약)을 수입하려 하자 애보트는 태국에서뿐만아니라 연간 2200달러로 판매하고 있던 40여개국에서 1000달러로 팔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선진국에서의 약값(한국의 경우 연간 약 680만원)에 비하면 파격적인 차이지만 개발도상국의 상황에 비춰보면 결코 감당이 안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특허권무효, 강제실시, 약가인하투쟁 등이 진행되고 있다.

 

<배경>

칼레트라는 콜롬비아에서 가장 비싼 약 중의 하나이고, 애보트는 이웃나라에 비해 콜롬비아에 3.5배 비싼 약값을 요구했고, 제네릭보다는 9배가량 비싸다. 2004년~2006년에 전체 항레트로바이러스제(에이즈치료제) 지출의 약 25%를 칼레트라가 차지했고, 환자수는 과거 5년간 4배로 증가했다. 콜롬비아는 병행수입을 금지하고 있어 더 저렴한 칼레트라를 이웃나라에서 수입해올 수도 없었고, 특허권으로 인한 독점 때문에 제네릭(복제약)을 수입하거나 생산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당시 콜롬비아는 미국, EU, EFTA와 FTA협상중이었고, 이 FTA들로 인해 트립스플러스(TRIPS-plus)조항이 의약품접근권을 더욱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운동단체들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FTA반대투쟁과 칼레트라 강제실시 투쟁을 벌였다.

■ 1992년: Decree 2153 4조는 상공감독관(Superintendent of Industry and Commerce)에게 강제실시를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상공감독관은 특허를 다루는 정부당국이다.

■ 1995년: Decree 677은 수입의약품의 판매승인을 받기위해 수입업자는 제조사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이 법령은 병행수입을 금지하는 효과를 가진다.

■ 2000년: 트립스협정을 이행하기위해 안데안공동체가 수용한 Decision 486 7장은 강제실시의 골격을 제시했다. 응급상황(emergency), 국가비상사태(extreme urgency, national security),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위한 경우, 반경쟁행위가 발생할때 강제실시를 발동할 수 있다.

■ 2001년: Resolution 17585은 Decision 486 65조에 기초하여 강제실시를 위한 절차를 수립했다.

■ 2002년: Decree 2085는 비공개정보에 대한 자료독점권을 보장했는데 그 예외에 공중보건(public health)을 포함시킬 수 있다.

■ 2005년: 일명 에이즈법(AIDS Act)인 Law 972는 에이즈를 국가적 우선순위로 두고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의 문제로 정의한다. 이 법에 따르면 사회안전보건시스템은 (엄청난 치료비로) 파국을 초래하는 질병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공급을 보장한다. 즉 콜롬비아정부는 의약품접근권을 보장하기위한 규제메커니즘을 사용할 권한을 가진다.

 

<경과>

2008년 2월에 콜롬비아 에이즈운동단체, 보건의료운동단체들은 강제실시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여, 사회안전부 장관, 대통령, 상공감독관 등에 강제실시를 촉구했다. 비록 이번 판결은 강제실시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콜롬비아에서의 강제실시투쟁은 칼레트라 가격인하, 병행수입 허용 등의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 과정을 요약하였다.

■ 2008년 2~4월: 콜롬비아에이즈감염인네트워크(RECOLVIH), 에이즈관련 NGO, Public Citizen’s Global Access to Medicines Program의 전신인 Essential Action은 함께 강제실시를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캠페인과 교육을 시작했다.

■ 2008년 4월 7일: 강제실시 촉구그룹은 애보트에 오픈라이센스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 2008년 7월 17일: 강제실시 촉구그룹은 상공감독관, 대통령에게 강제실시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그리고 사회안전장관에게 칼레트라가 공공의 이익에 해당됨을 선언하도록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 2008년 7월 25일: 상공감독관은 강제실시 신청과정을 개괄하며 해당 사안이 공공의 이익, 긴급사태 또는 국가안전을 위한 것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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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8월: 의약품통제기구인 INVIMA가 인도제약사 란박시의 칼레트라의 제네릭(복제약) 등재신청을 유예했다. 콜롬비아법은 의약품 허가와 특허상태를 연계시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애보트는 제네릭 등재신청과정의 유예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INVIMA는 그 결과를 인용했다. 콜롬비아에서의 초국적제약회사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 2008년 10월 14일: 사회안전장관은 ‘공공의 이익’에 대한 선언에 관한 권한을 상공감독관에게 미루었다.

■ 2008년 11월 13일: 상공감독관은 공공의 이익 선언을 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장관의 권한을 허락하는 Decree 4302을 발표했다.

■ 2009년 1월 24일: 콜롬비아, 멕시코, 미국의 활동가들이 애보트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 2009년 1월 28일: 애보트는 사회안전부가 ‘공공의 이익’ 선언 요구를 거절하라고 촉구하는 탄원을 제기했다. 한편 애보트는 ‘공공의 이익’ 선언을 위한 탄원서를 무력화시키기위해 콜롬비아 단체들을 분열시켰다. 애보트의 할인 및 혜택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회유하고, 강제실시를 촉구해온 에이즈감염인활동가네트워크(RECOLVIH)에 라이벌이 되는 네트워크를 만들기위한 목적으로 활동가미팅을 조직했다. 애보트는 그 네트워크의 활동에 대해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했다. 결과적으로 몇몇 단체는 강제실시를 요구하는 투쟁에서 빠졌고, 애보트는 콜롬비아단체들의 입장변화를 사회안전부에 설명하며 자신의 고가정책을 정당화시켰다.

■ 2009년 4월 28일: 약가위원회(National Medicines Pricing Commission, CNPM))가 칼레트라 가격을 규제하기위해 회람장(Circular 002)을 발표했다. 약가위원회는 칼레트라 가격을 공적영역에서 1067달러, 사적 영역에서 1591달러로 최대가격을 정하여 평균 54~68%의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첫해에만 약 1200만달러(약 130억원)만큼 콜롬비아 에이즈프로그램의 지출을 절감하는 효과를 낼 예정이었다. 애보트는 명령을 무시하였다.

■ 2009년 5월 8일: 사회안전장관이 ‘공공의 이익’ 선언을 하지않겠다고 발표했다. 칼레트라를 복용중인 환자가 보험혜택을 받고 있어 본인이 약값을 직접 부담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의료제도가 미국의 것과 유사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환자들이 어떤 상황에 쳐해있을지 상상이 되시리라.

■ 2009년 9월 28일: 강제실시 촉구그룹은 건강권과 공공행정윤리를 지키기위해 콜롬비어 정치헌법 88조에 따라 “Acción Popular”제기하여 10월 15일에 판사가 이에 대한 심리를 수용했다. 그 소송은 상공감독관이 오픈라이센스(질, 생물학적 동등성, 제조품질관리기준을 충족시킨다면 의약품통제기구인 INVIMA가 제네릭의 등재를 허용하도록 하고 애보트가 제네릭 등재를 지연시키려는 어떠한 액션도 유예시키는), 즉 강제실시를 발동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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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월 21일: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콜롬비아 보건의료시스템의 위기를 방지하기위해 “사회적 긴급사태(Social Emergency)”를 선언하며 Decree126을 발표했다. 이는 건강기본권을 보장하기위한, 필수적 공공서비스에 대한 지속적 접근을 보장하기위한 사회안전보건시스템의 위기를 방지하기위해 약가위원회(CNPM)에 더 광범위한 가격통제력을 부여했다. 그 법령은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국가의 가격통제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제제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2월 11일 애보트는 마침내 가격통제에 따르기로 동의했다.

■ 2010년 2월 8일: 강제실시 촉구그룹은 의약품비용부담은 적어도 2002년 자료독점권을 보장한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사회적 긴급사태”라는 조건에서 칼레트라와 다른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가 필요함을 강조하며 사회안전부에 공공의 이익 선언을 위한 탄원서를, 상공감독관에게 오픈라이센스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다시 제출했다. 애보트가 정부의 가격명령에 따르더라도 칼레트라가격은 제네릭보다 비쌌다. 예를 들어 페루는 제네릭을 396달러이다.

■ 2010년 2월 16일: 콜롬비아 수도인 보가타의 수장은 NGO그룹과 콜롬비아의료연합(Colombian Medical Federation) 의장과 함께 우리베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단지 5%에 해당하는 특허약이 정부의 의료비 지출(government’s expenditures on the promotion of health)의 85%를 차지한다며 고가의 특허약이 의료시스템의 재정적 붕괴를 초래했다고 강조하고, Decree126이 제시하지 않은 3가지 정책수단-제네릭 등재, 강제실시, 병행수입-을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 2010년 4월 21일: 사회보호장관(Ministry of Social Protection)은 의약품의 병행수입을 실행하기위한 과정과 요건을 수립하는 Decree 1313을 발표한다.

 

■ 2012년 2월 29일: 콜롬비아 법원 판결

-Public Citizen: Colombia CL Campain Story

-Public citizen: Colombian Court: Abbott Labs’ AIDS Drug Pricing Abuse Violated Health Rights. Both sides appeal in ongoing civil society lawsuit for compulsory lic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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