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동향<나누셈> 2015.9.23

 

정보공유동향 <나누셈>

2015. 9. 23. 정보공유연대IP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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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출연연구기관 특허, 차라리 공공에 돌아가는게 낫지 않을까? ]

정부 출연연구기관들이 특허를 내놓고도 절반 이상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송호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국과연)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0년이후 국과연소속 24곳(녹색기술센터 제외)의 연구기관은 총 2만9864건이나 되는 특허를 등록했다. 하지만 이들 기관들은 특허 등록 후 절반이 넘는 1만5400건을 도로 포기했다.

특허가 사업화나 실용화에 실패하면서 특허유지비 부담이 특허포기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2010년이후 이들 24개 연구기관들이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고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비용은 자그만치 약 2122억에 달했다고 한다.

매년 특허 포기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에 1891건에서 2014년에 3593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올 6월에는 특허포기건수가 되려 등록건수를 초과했다. 24개의 출연연구기관중에서 가장 많이 특허를 포기하고 있는 곳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ETRI는 8948건의 특허 중 무려 8746건의 특허를 포기했다. 이는 등록 건수 대비 98%에 달하는 비율이다. 화학연구원의 경우에도 1548건의 등록특허 중 68%인 1053건을 포기했다.

출연연구기관들의 기술이전비율 또한 낮았다. 2010년이후 2015년 6월까지 유·무상을 합한 기술이전 건수는 전체의 30% 수준인 8902건에 그쳤다. 2014년 기준 연구비로 2조4316억원을 투입했지만 기업들로부터 받은 기술료 징수액은 802억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특허등록 자체를 기관의 성과라고 판단해 현실적인 활용 가능성과 유익함에 대한 판단없이 마구잡이 식으로 특허를 등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특허 등록에 따르는 비용이 과도하게 낭비된다. 그리고 그 비용의 재원은 당연히 세금이다. 연구활동에 따라서 발견되는 기술들을 모조리 특허로 등록시키기 보다는 체계적으로 관리해 공공에 제공해 필요한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공익에 부합돼 보인다.

-경향신문: 정부 출연연구기관, 특허 내놓고 절반은 권리 포기···왜?

-아시아경제:  ‘ERTI’의 생색내기 식 특허출원, 98%는 사장(死藏)

-아시아경제: 잠자는 ‘장롱특허’ 많다

 

 

 

[ 국내 대기업 특허의 22%가 후발주자 시장진입을 막는 알박기용 ]

새정치민주연합 이개호 의원이 대기업이 보유한 특허 5건 중 1건은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받아 놓은 ‘알박기’용 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대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중견-중소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특허은행’ 설립 검토를 제안했다.

이 의원은 9월 7일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업 규모별 휴면특허 비율과 사업화율’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이 보유한 특허 가운데 실제 활용되지 않는 휴면특허 비율은 41.9%였고, 이 가운데 20.1%가 미활용 특허(등록 후 5년이 지나도록 활용되지 않은 특허), 21.9%가 방어 특허였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은 미활용 특허 12.1%, 방어특허 9.3%% 로 대기업의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실제 사업으로 활용된 특허 비율은 중소·벤처기업이 더 높았다. 중소기업과 벤처·이노비즈기업의 사업화율은 각각 78.6%, 68.9%인 반면 대기업의 사업화율은 58.1%에 그쳤다.

- 경향신문: 대기업의 특허 22%가 ‘알박기’

 

 

 

[ 한국기업들 외국기업과 지적재산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

한국 기업들이 외국기업과 지식재산권 분쟁에 따른 소송이 갈수록 늘고 있다. 또한 이런 분쟁들에 대부분 피소를 당하고 있으며 승소보다 패소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강후 의원(새누리당·강원 원주을)이 9월 15일 특허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10~’15.7) 한국 기업의 해외 지식재산권 소송건수는 총 1,497건으로 2010년 186건에서 2014년 300건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총 1,497건 소송 중 한국 기업이 피소당한 건이 1,351건이었다. 한국 기업이 특허 침해에 대해 제소한 건은 146건으로 피소건 수가 10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제소 건 수가 많았다. 미국 기업의 한국 기업 제소건 수는 1,112 건에 이른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 기업의 외국 기업에 대한 지재권 소송 승소율은 38.8% 밖에 되지 않는다. 특허분쟁이 판결까지 이르지 않고 합의 등으로 인해 소 취하 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승소율은 훨씬 낮을 것으로 보인다.

- 뉴스타운: 우리 기업의 해외 특허소송, 일방적으로 난타당해

- 쿠키뉴스: 한국기업, 해외 특허소송에서 일방적으로 난타

 

 

 

[ 소프트웨어 특허 관련 국회 토론회 열려..특허청 망신 ]

지난 7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특허법 개정안 공청회가 “온라인 시대의 SW 특허,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개최되었다. 소프트웨어의 온라인 유통을 특허로써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특허법 개정안(김동완 의원 대표발의)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남대 법과대학 김관식 교수가 개정안을 옹호하는 입장으로 발제를 진행했고 남희섭(변리사) 오픈넷 이사가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각각 발제했다. 김관식 교수는 프로그램 발명이 구현된 프로그램의 온라인 전송까지 특허침해로 인정해 국내 보호 수준을 국제적 보호 수준과 일치시켜 실질적인 특허보호를 제공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제고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희섭 변리사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특허에서 제외하고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것이 국제적 합의라고 소개하며 이미 보호되고 있는 저작권 법과 충돌되는 법적 모순을 강조했다. 또한 특허청이 해당 개정안과 관련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도 편향적으로 조작된 근거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들도 대체로 개정안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의견을 내비쳤다. 토론으로 참여한 강원대학교 정진근 교수는 김관식 교수와 특허청이 개정안의 타당성을 위해 제시한 근거인 디디오넷과 다음(Daum)의 소송이 특허무효처분을 받은 잘못된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고 꼬집었으며, 스마트개발자협회 양수열 부회장은 구글 같은 기업이 거대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독창적인 검색기능 때문이지 특허보호와는 무관하다고 역설했으며 국내 개발자들의 열악한 대우 역시 특허가 아닌 산업구조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저작권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문화체육부 저작권정책과 김장호 과장 역시 저작권으로 보호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온라인 유동이 특허로 보호될 경우 혼선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 연합뉴스: 김동완 의원 “SW 온라인 유통도 특허로 보호해야”

- KNS뉴스통신: 오영식 “저작권 보호받는 SW, 특허로 보호할 필요 있나”

 

 

 

[식약처, 의약품허가특허연계제도 교육실시 및 통계분석기능 마련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월부터 ‘의약품 특허목록’ 홈페이지에 통계분석 기능을 신설했다. 의약품 특허목록은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일환으로 의약품에 관한 특허권을 등재·관리하는 목록이다. 특허권자, 특허번호 등 의약품 특허목록 등재 사항의 공개를 위해 2012년 5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운영하고 있었다. 통계분석 기능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총괄해 주성분 관련 통계, 특허권 등재자별 통계, 약효군별 통계, 존속기간 만료일 통계, 재심사 만료일 등으로 구분해 제공된다. 특허목록과 새로 추가된 통계분석을 확인하려면 여기.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월부터 제약협회를 통해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국내 제약업계 및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허가특허연계제도 관련 전문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올 2월 위탁사업자를 선정하였고, 해당 교육자료는 9월중 완성될 예정이다. 교육과정은 허가특허연계제도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다루는 기초교육과 특허분쟁 발생시 대응방안을 다루는 심화수업으로 구성된다.

- 쿠키뉴스: 식약처, ‘의약품 특허목록’ 홈피에 통계·분석 기능 신설

- 의학신문: 의약품 특허목록에 통계·분석 기능 신설

- 약업신문: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교육 이르면 12월 실시

 

 

 

[ 허가특허연계제도 견제 법안 3개월째 계류 ]

허가특허연계제 본격시행을 위해 약사법이 개정되었으나  견제법안인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3개월이 넘도록 본회의로 넘어가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특허권자와 특허도전자간의 균형을 맞춘다는 취지로 두 법을 동시에 시행하려고 했지만 특허권을 보호하는 허가특허연계제도법만 국회를 통과했다.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무리한 특허 방어로 제네릭 출시가 늦어져 생긴 건강보험 재정 손실분을 제약사로부터 건강보험공단이 환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이 이 개정안의 주요 대상이 되는데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건보법 개정안 상정에 대해 “정당한 특허 방어를 위축해서는 안된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법안 심의과정에서도 일부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은 “특허재판에서 졌다고 건보 손실분을 환수하겠다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 개정안을 반대했다. 일부 국회 전문위원들 역시 같은 논리로 건보법 개정안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신문: 특허방어 남발 막는 개정안 법사위서 ‘낮잠’

 

 

 

[ 웹하드 무료 다운로드 쿠폰 단속한다 ]

웹하드 또는 P2P 다운로드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무료쿠폰을 종종 볼 수 있다. 음식점이나 PC방 같은 곳에서,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한 물건의 포장 속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헌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비제휴 콘텐츠만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무료 쿠폰을 발행하는 것은 불법복제물 배포를 돕는 것이어서 저작권 침해 방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가 주요하게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이들 업체들에서 배포하고 있는 무료 다운로드 쿠폰을 사용할 때 저작권자의 사용 허락을 받지 않은 비제휴 콘텐츠만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비제휴 콘텐츠들은 주로 가입자들이 임의로 업로드하는 컨텐츠로 별도의 저작권 사용료를 분배하지 않는다. 이들 컨텐츠는 저작권이 있는 컨텐츠임에도 비제휴로 등록되거나 제휴 컨텐츠로 전환되는데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런 비제휴 컨텐츠들이 제휴 컨텐츠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이기 때문에 정부의 웹하드 규제가 딱히 현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 정책브리핑: 웹하드 등의 무료 다운로드 쿠폰 배포는 저작권 침해 방조

 

 

 

 [ 저작권보호센터, 해외사이트 모니터링 확대 ]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해외 웹사이트를 통한 한류 콘텐츠 불법복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확대한다고 한다.

저작권보호센터는 지난해 7월부터 유튜브, 데일리모션, 포쉐어드 등 3개 웹사이트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총 1만2227점의 한류 콘텐츠 불법복제물을 삭제했다. 이번 모니터링 확대로 Fc2(서버소재지 미국), 비메오(미국), 베오(미국), 사운드클라우드(미국), 비디오(싱가포르)  총 5개 사이트가 추가된다.

송순기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이사장은 “해외 웹사이트를 통한 불법복제물 유통으로 국내 콘텐츠 업계의 피해가 심각하다”며 모니터링 확대의 의의를 밝혔는데, 국내 콘텐츠 업계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는지 자체가 의심스러우며 콘텐츠 확산을 통한 한류 콘텐츠의 홍보효과도 저해되지는 않을까 의문이다.

- 뉴스1: 작권보호센터, 온라인 모니터링 대상 해외사이트 5개 추가

 

 

 

[ 피키캐스트에 대한 비판들 계속되다 ]

‘우주의 얕은 재미’를 표방하는 컨텐츠 큐레이팅 서비스 피키캐스트의 사업방식에 대한 비판이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피키캐스트의 모델이 단순히 실정 저작권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콘텐츠 생태계 자체에 파괴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저질화를 부추긴다는 주장들이다.

이런 비판들을 의식했는지 피키캐스트 측은 지난 7월 6일 법률가와 교수들이 주축이 된 ‘서비스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장을 맡은 윤수종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슬로우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차원”으로 참여했으며 “자문위원장으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조언해줄 것이다. 실질적으로 결정은 피키캐스트에서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 한겨레21: 저작권에 관한 얕은 인식

- DiTODAY: 저작권 논란의 중심, 변질한 큐레이션 서비스

- 전자신문: 피키캐스트, 저작권 문제 해소 위한 외부 자문위원회 발족

- 슬로우뉴스: 피키캐스트, 변할 수 있을까 – 윤종수 서비스자문위원장 인터뷰

 

 

 

[ 일본, 저작권 침해 사이트 강제 차단? ]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각관방 지식재산전략본부가 지식인회의를 신설해 저작권 침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내년 3월까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주요골자는 ‘블로킹’이다. 블로킹은 네트워크 사업자 등이 문제가 되는 사이트 목록을 공유해 차단하는 방법으로 이미 불법 음란물 확산 방지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계획 중인 조치에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저작물 공유 사이트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 포함된다.

헌데 일본의 이런 조치가 한국에선 크게 놀랍지는 않다. 한국은 이미 저작권 침해 사이트, 음란물 제공 사이트, 불법 도박사이트, 불법 약품 판매 사이트를 차단해 불법유해정보사이트차단안내(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연결하고 있다.

- 전자신문:  日, 저작권 침해 해결위해 사이트 원천 차단 고려

 

 

 

[ TPP 최종합의 결렬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12개 당사국 협상 각료회의가 지난 7월 31일 미국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열렸다. TPP는 이전 회의 이후 합의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나 최종합의는 결렬되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낙농품 시장 개방, 자동차 교역, 생물의약품(바이오의약품) 자료독점기간 등 이른바 3대 쟁점이었다. 이 3대 쟁점을 둘러싸고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호주 5개국이 서로간의 이해가 갈렸다.

미국은 TPP를 통해 캐나다의 낙농시장을 개방하는 방안을 최근 몇 달간 집중적으로 추진해온 반면 캐나다는 관세로 낙농품의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공급관리 프로그램을 토대로 자국 농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낙농품 수출국인 뉴질랜드는 오히려 이 분야의 완전 개방을 요구했다.

또한 바이오의약품의 자료독점권 보호기간을 둘러싸고는 미국의 주장에 호주, 칠레, 뉴질랜드 등 나머지 거의 모든 국가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국은 12년을 요구했으나 호주는 5년 이상은 불가하다고 못박았고 칠레는 아예 없애자며 급진적인 주장을 했다. 미국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자국 제약회사의 이익을 고려해 더 오랜 신약특허 보호기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속셈이다.

TPP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합의가 결렬된데 더해 앞으로 캐나다 총선(10월 19일), 미국 대선(내년 11월 8일) 등 각국의 복잡한 정치 일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협상 당사국들이 제대로 된 논의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번 각료회의가 폐막하면서 다음번 각료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은 그 만큼 TPP의 전망이 어둡다는 반증이다.

- 연합뉴스: 낙농품·신약특허·자동차 3대쟁점 ‘걸림돌’…TPP 험로 예고

- 주간무역: TPP 최종합의 결렬…농산품·제약 특허권 발목

 

 

 

[읽을거리] 표절, 창작, 저작권

허민호(정보공유연대IPLeft 운영위원)

최근 신경숙 작가의 표절문제가 그야말로 빵 하고 터졌다. 엄청난 양의 기사들이 쏟아졌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소설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사석에서 한번쯤 거론하고 넘어갔을게다. 그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건 지루한 일이다.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보자. 이 문제의 핵심은 문단이라 알려진 하나의 세계에 자리 잡은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 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던 사실이었다. 다만 그걸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게 했던 문단의 권력이 문제였다. 공론화를 막았던 것은 외부의 압력이었을 수도 있고, 그 권력을 내면화한 문단에 몸 담고 있는 자들의 자기검열이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것은 협소하기 짝이 없는 한국문단의 구조적 폐단의 문제였다.

* 문단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자 했던 시도는 다음의 토론회를 참조해볼 수 있겠다 : 최근표절사태와 한국문화권력의 현재 토론회 자료집

 

그런데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은 좀 달랐던 것 같다. 폐쇄적인 한국문단의 구조를 드러내기보다는 창작자의 표절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룬다. 자세히 보면 신경숙이라는 한국의 대표작가에 대한 비난이기는 하지만, 그런 개인에 대한 비난은 말하는 사람의 지적 수준과 논리를 미천하게 만들 뿐이니, 그런 방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신경숙이라는 작가의 대표성과 해외 수상경력 등을 들먹이며 나라망신이라는 식의 애국주의적 호소나, 신경숙으로 대표되는 창작자의 윤리적 자질에 대한 비난으로 우회된다. 국가나 윤리라는 말이 등장하는 순간 그것은 신경숙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닌 보다 큰 명분을 가진 비판으로 포장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는 그 창작자의 윤리적 자질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표절이라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으니.

표절이라는 말이 판단기준의 모호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어렵게 생각하지는 말자. 그건 남의 창작물을 베끼는 거다. 그런 행위는 복제, 모방, 표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는 표절이라는 말만 나오면 무조건 인상부터 찌푸린다. 남의 창작물을 가져다가 무단으로 쓰는 것, 여기에 마치 그것이 나의 순수한 창작물인 것마냥 뻔뻔하게 버티는 태도까지 곁들여지면 윤리적 비난을 받기에 충분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그런 윤리적 비난의 근거는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행위는 (제대로된) 창작이 아니라는 거다.

내가 질문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런 윤리적 비난의 근거가 합당하냐는 거다. 그런 윤리적 판단에 창작이라는 행위의 순수성에 대한 맹목, 창작자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같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바로 그런 맹목과 기대가 우리가 저작권이라고 부르는 것의 이데올로기적 근간은 아닐까. 신경숙 사태로 돌아가 반복하자면 신경숙 작가의 표절을 둘러싼 사건에서 문제는 문단의 권력구조이지 표절이라는 행위 자체의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오히려 표절이라는 것은 무조건적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공론화시켜 논의해봐야 할 대상은 아닐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려 하기보다는, 이미-벌써 그것을 규정하고 판단하고 재단해 버린 것 같다. 내 생각에 그것이야말로 순진하고 단순한 편견이다.

* 이런 질문에 관심이 있다면 지난 4월에 있었던 키스 니거스(Keith Negus)의 강연을 참조해볼 수 있겠다 : 저작권과 진정성 이후 독창성의 도전, 강연 후기

 

지난 4월에 있었던 강의에서 키스 니거스는 베토벤은 모차르트를 카피했고, 존 레논이 척 베리를 카피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베토벤과 달리 존 레논은 카피 때문에 법정에 서야했다고 이야기한다. 베토벤과 존 레논의 차이는 음악적 차이만이 아니다. 그들 사이에는 저작권이라는 새로운 법이 놓여 있다. 우리는 문학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다시 문학으로 돌아가 보자.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학가라고 한다면 단연 셰익스피어일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문학적 성취로만 유명한 건 아니다. 그는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금의 기준으로 따지면) 표절을 했던 작가다. 여기서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을 표절한 인물로 유명했던 토마스 더피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거 같다.

1688년 제라르 랭배인(Gerard Langbaine)은 당시에 출판되던 작품들을 살피고, 표절된 작품의 기원을 명시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랭배인은 ‘출처사냥(Source-hunting)’의 시조가 되었다. 토마스 더피(Thomas D’Urfey)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표절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17,8세기 영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오로지 돈만을 위해서 펜대를 놀린 매문가의 대표’로 꼽힌다. 랭배인의 최초의 출처사냥은 더피가 활동하던 시대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더피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더피 이전에도 수많은 표절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역시 더피와 마찬가지로 다른 작가의 작품에 나온 구절을 인용하고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랭베인의 책에는 “셰익스피어가 다른 작가로부터 빌려온 내역을 수록한 부분은 더피보다 훨씬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랭배인에 따르면 타인의 작품에서 구절을 빌려오고 출처를 표기하지 않는 일이 17세기 이전에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랭배인은 더피와 달리 셰익스피어를 표절자로 매도하지 않았다. 그의 표절 선정은 오로지 “동시대의 작가”에게만 적용되었으며, 셰익스피어는 자기 시대의 “통상적인 예를 따라 입수 가능한 선조들의 텍스트를 일종의 공공재산으로 간주하여 활용”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에게 선대의 텍스트들은 일종의 ‘공동 기금’과 같았고, 다른 이가 먼저 다루었던 제재를 다시 다루더라도 그것은 도둑질이 아니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당연히 공동체의 몫으로 돌린 것과 마찬가지로 선대의 업적들 중 잘된 것을 당연히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의 것으로 간주”했다. 말하자면 당시에 쓰여진 모든 텍스트들은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공적 영역에 속하던 것들이 18세기에 들어 ‘저자’의 탄생과 더불어 사적 소유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 토마스 더피와 셰익스피어의 표절문제에 대한 논의를 좀 더 살펴보고 싶다면 다음의 글을 참조하라. 이현석. 1997. ‘저작권, 독창성, 문학’. <안과 밖: 영미문학연구>

 

베토벤이나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는 지금과는 달리 창작 과정에 대한 맹신도 없었고, 창작자에 대한 기대도 우리와는 달랐던 것 같다. 우리가 가진 창작자와 창작 과정에 대한 관념은 낭만주의라 불리는 예술사조를 통해 만들어진 하나의 편견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편견을 이데올로기적 근간으로 만들어진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저작권법이다. 실제로 현대의 저작권법의 형성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작품을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가?’는 대단히 첨예한 논쟁거리였다(물론 이건 지금까지도 논쟁 중이다). 거기서 저자와 소유권의 관계를 연결 짓는 핵심적인 철학적 근거를 제공했던 것이 낭만주의자들의 만들어낸 낭만적 천재라는 저자상이었다. 저자라는 개념은 물론, 그것과 연결되어 있는 재산권으로서의 소유권이라는 개념도 극히 최근에 만들어진 현대의 발명품이다. 그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데올로기적 몸짓일 것이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턱대고 비난할 생각도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나치게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한국문단의 권력 구조가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동시에 표절이라는 것이 창작과 맺고 있는 관계, 그리고 그것이 저작권이라는 문제적 법 체계와 맺고 있는 관계를 사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 둘(문단의 권력 구조와 표절)이 무관한 것이라 이야기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의미에서 비난받을 대상도 아니다.

 

*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글의 목적은 표절이 창작의 계기이기도 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를 통해 저작권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지반을 다지려는 것이다. 표절이 가진 문제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표절은 산업의 논리 안에서 거대 자본이 영세한 창작자들을 착취하는 아주 손쉬운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논의는 다음의 글을 참조하라 : 표절과 저작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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