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 작성 중에 통신 3사 및 포털은 “‘움짤’ 제재 계획 없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습니다.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만, KBO와 통신3사, 포털이 공식 입장을 표명한다면 이용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움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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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지연되었던 프로야구가 드디어 개막했지만, 주요 프로야구 팬 게시판에서 움짤이 사라지면서 프로야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움짤이란 GIF 파일 형태의 짧은 동영상을 말한다. 움짤은 팬들이 경기나 선수에 대한 감상을 나누거나 어떤 상황에 대해 토론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프로야구 움짤에 대한 단속이 이루어지면서 게시판을 통해 움짤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위축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대한 팬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움짤 단속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2019년 2월 체결한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KBO는 LG·SK·KT 등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 2곳이 연합한 컨소시엄과 5년간 총 1100억원 규모의 뉴미디어 중계권을 체결한 바 있다. 움짤 단속은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업체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KBO의 저작권 보호 홈페이지(http://www.kbo-copyright.com/)에서는 “유무선(인터넷-모바일:뉴미디어) 상의 모든 매체를 통해 공식 중계권 계약 또는 서면합의 없이 배포되는 KBO 중계영상(전체 또는 영상 일부 포함)을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플랫폼을 통하여 영상을 게재하거나 공유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작권 단속이 과연 현실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한 팬이 어떤 선수의 수비가 멋있다고 감탄하면 방송을 시청하지 못한 다른 팬들은 얼마나 멋있는지 머리 속에서만 상상해야할 것이다. 움짤이 없다면 말이다. 굳이 품을 들여 포털 스포츠면을 찾아가볼 수도 있겠지만, 만일 포털 업체에서 해당 장면을 따로 편집해놓지 않았다면 허탕을 치게 될 것이다. 스트라이크-볼 판정의 오류를 지적하는 움짤을 증거로 제시할 수 없으니, 프로야구 심판들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겠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그리고 이를 선도하겠다고 하는 통신사와 포털의 중계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저작권을 보호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만 무조건 보호하지는 않는다. 공정이용에 해당할 경우(제4절 제2관 저작재산권의 제한)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데, 움짤의 경우 저작권법 제35조의3(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이 적용될 수 있다. 저작권법 제35조의3은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제작, 유통되는 움짤은 비영리적이며 팬들 사이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대부분 몇 초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전체 야구 중계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포털 등이 경기의 주요 장면을 편집해서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용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다. 이용자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움짤을 제작, 배포한다고 해서 과연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들의 시장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움짤이 프로야구 팬 층을 확대하여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유튜브를 통해 쏟아진 강남 스타일의 패러디 영상을 저작권 침해로 단속했다면 싸이가 더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저작권은 저작권자를 위한 법이 아니라 문화의 향상 발전을 위한 법이다. (저작권법 제1조) 뉴미디어 중계권자의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한 움짤 단속은 문화의 향상 발전, 즉 프로야구의 활성화에 기여하는가. 최근 각 구단들은 자체 유튜브 제작을 통해 팬과의 소통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중계권자의 저작권 때문에 경기 영상을 구단의 자체 영상에조차 활용할 수 없다니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가. KBO의 이러한 행보는 프로축구인 K-리그와도 대비된다. 언론 기사에 따르면 K-리그는 “상업적 목적이 아닌 움짤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은 제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용자들은 더 이상 중계방송의 수동적인 시청자가 아니다. 중계방송을 보면서 움짤을 제작하고, 다른 이용자들과 감상을 공유하거나 문제점을 토론하고, 때로는 구단과 KBO를 대상으로 집단 시위도 벌이는, 프로야구 생태계의 적극적인 주체다. 선수와 팬, 중계 사이의 상호 작용이 많아질수록 프로야구 생태계는 확대될 것이다.

KBO와 뉴미디어 중계권자인 통신사 및 포털 사업자들에 요구한다. 이용자들의 프로야구 움짤을 허용하라.

2020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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