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연대 IPLEFT 월간 이슈 리포트 <나누셈> 2019.04

*정보공유연대 IPLEFT 월간 이슈 리포트 나누셈*

*2019년 4월호(vol.1) 2018.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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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셈>은 정보공유연대 IPLEFT의 블로그(http://ipleft.or.kr)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보공유연대 운영위원 칼럼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P2P 재단의 창립자 미셸 바우웬스와 그곳의 핵심 멤버인 바실리스 코스타키스가 저술한 짤막한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번역 출간된 이들의 책 제목은 《네트워크 사회와 협력 경제를 위한 미래 시나리오 Network Society and Future Scenarios for a Collaborative Economy》(갈무리, 2018)입니다. 두 저자는 우리가 정보통신기술이 주도하는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와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환점이란 2000년의 나스닥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 즈음을 가리킵니다. 두 저자는 이러한 전환의 시기에  산업 자본주의 가치 모델, 인지 자본주의 가치 모델, P2P 생산 가치 모델이 각자 지배적인 모델이 되기 위해 경쟁 중이며, 현재의 기술-경제 패러다임이 가진 충만한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P2P 생산 가치 모델을 뒷받침해줄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는 소유권 관계와 노동가치에 기반한 전통적인 독점 자본주의 가치 모델이 이제는 쇠락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가치 모델에서는 산업 자본이 노동자가 창조한 가치를 포획해 이윤을 얻고, 임금 형태로 부분적인 재분배가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제는 노동자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의 사용자들이 벌이는 무보수 활동에서 이윤을 창출하고, ‘지대’ 형태의 플랫폼 이용료를 받는 신봉건적 인지 자본주의 가치 모델이 지배적인 모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플랫폼 상의 ‘무급노동’으로부터 이윤을 빨아 먹는 인지 자본주의 가치 모델은 가치의 창조자들이 구매력을 갖출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가치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두 저자는 주장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페이스북에서 클릭하는 ‘좋아요’나 유투브 광고를 통해 플랫폼 기업은 수익을 얻습니다. 그러나 이런 플랫폼 기업들은 매우 적은 수의 직원만을 고용할 뿐이고, 기업의 가치 창조에 도움을 준 사용자들에게는 아무런 보수도 지불하지 않으므로 산업 자본주의에서 임금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이루어지던 재분배마저 이루어지지 않게 되지요.

책에서는 IBM,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 킥스타터, 비트코인 등 IT기업과 암호화폐 등이 신봉건적 인지 자본주의 가치 모델의 사례로서 언급됩니다. IBM은 리눅스 개발자들을 고용해 투자한 돈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뽑아가고,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사용자들의 공유 활동에서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며, 수많은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들은 저임금의 불안정한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양산합니다. 비트코인이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투기의 대상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러나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는 이러한 인지 자본주의 가치 모델 내에서 발생한 P2P 생산 활동을 자본주의 내부에서 발생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강력한 대안으로서 주목합니다. 즉 공유지에 기반한 성숙한 P2P 생산 가치 모델이 오늘날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떠오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P2P 생산이란 자유로운 협력 활동에 참여하는 서로 동등한 생산자들이 새로운 공동 소유권 체제에 기반해 보편적으로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사용 가치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공유지(Commons)를 만드는 과정인 것이지요. 사실 우리가 자본주의 플랫폼 위에서 벌이는 토론이나 사회적 활동들도 어느 순간에는 정보 공유지처럼 작동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사기업의 플랫폼 위에 만들어진 공유지는 언제든지 사적으로 전유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P2P 생산은 지식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비물질’ 영역뿐만 아니라 분산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영역, 예컨대 제조업이나 농업 부문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며 이를 적절하게 구축된 공유지적 거버넌스로 관리한다면 정보통신기술이 주도하는 기술-경제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는 P2P 생산에 의해 창출된 공유지가 사적으로 전유되지 않고 모두에게 열려 있도록 하면서도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의 기여로 풍부해지도록 하려면 새로운 소유권 제도, 즉 피어 생산 라이선스(Peer Production License, PPL)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원래 PPL은 존 메가르와 드미트리 클라이너가 카피파레프트 라이선스 모델로서 CCL을 각색해 만든 것입니다. 메가르와 클라이너의 PPL은 노동자 소유 기업 혹은 노동자 소유 단체, 모든 이익이 노동자에게 분배되는 기업이나 단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리기업이 저작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라이선스입니다. 그러나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가 말하는 PPL은 공유지에 기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지식과 정보, 디자인의 공유지를 열어두는 반면, 기여하지 않고 사용만 하려는 영리추구 기업에게는 사용 요금을 부과하여 공유지를 지속시키는 방편입니다. 공유지에 기여하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 사용가치를 생산함에도 그러한 활동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바우웬스는 예전부터 ‘보편적 기본소득’을 언급하기도 하고, 영리기업에게서 사용료를 받는 라이선스를 구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책에서 IBM과 리눅스 개발자들의 협력을 비판적으로 보면서도 공유지에 기여하는 기업을 강조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호혜주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P2P 생산 라이선스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의 지적재산권 제도가 아닌 공유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정보와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에 대한 대안적인 사회 시스템”을 지향하는 정보공유연대의 활동에 이제 막 끼어들려는 저는 바우웬스와 코스타키스의 책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정보공유연대는 이미 저작권과 특허를 포함하는 지적재산권의 문제에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많은 연구와 실천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피파레프트의 모델로서 제기되었지만 아직 논쟁거리인 PPL에 대해서도 좀 더 탐구해보고, 앞으로의 정보공유연대 활동을 통해 차츰 논의를 확장시켜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CL은 콘텐츠의 제작자가 대기업이든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독립 제작자이든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영리기업이 개인 창작자의 작업물로 큰 이윤을 얻어도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PPL은 콘텐츠를 사용할 주체가 영리기업인지, 개인인지, 노동자 소유의 기업인지 등을 구별하기 때문에 창작자에게는 더 넓은 선택지를 주는 라이선스입니다. 2002년에 공개되어 전세계의 공유와 창작 문화에 기여해온 CCL이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개인의 창작물을 이용하여 이윤을 늘릴 수 있는 ‘자본의 코뮤니즘’ 대신 개인의 커머닝 활동에 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커먼즈의 지속에 기여할 수 있는, ‘커먼즈를 위한 자본’을 만드는 PPL 개념이 필요해진 것 같습니다.

ipleft 운영위원 윤자형

[관련 읽을거리]

* EU 저작권 지침, ‘업로드 필터(upload filter)’를 도입하다

지난 3월 26일, 유럽 의회는 348대 274로 논란이 많았던 저작권 지침을 통과시켰다. 이번 저작권 지침은 원래 유럽의 저작권 체제를 현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2016년 9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저작권 개혁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한 유럽 시민사회의 분석 참조) 이후, 유럽의회 법사위(JURI)의 검토를 거쳐, 유럽의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연합 이사회(Council of the European Union)의 3자 협의를 거쳐, 올해 2월에 최종 합의안이 도출되었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쟁점은 17조(기존 초안에서는 13조)인데, 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 제공자로 하여금 저작권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저작권 침해물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한 조항이다. 유럽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는 ‘업로드 필터’ 도입을 의무화한 것으로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검열 기계(Censorship Machine)’라고 비판해왔다. 표결 직전인 3월 23일에는 유럽 전역에서 저작권 지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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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 제공자(online content-sharing service provider)’ 개념은 이번 지침에서 새롭게 도입되었는데, 영리를 목적으로 이용자가 업로드한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을 저장하고 공중이 접근할 수 있도록 관리, 홍보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즉,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다. 지침에서는 위키피디어와 같은 비영리 온라인 사전, 비영리 교육/과학 저장소, 깃허브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온라인 장터, B2B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자가 자체 용도로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웹하드 서비스 등은 제외된다고 설명하는데,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 자체가 이 지침의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의 인터넷 서비스가 이용자가 올리는 콘텐츠를 저장,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의 계속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새 저작권 지침에 따르면, ‘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 제공자’는 저작권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제17조 1항) 만일 라이선스 계약 체결에 실패하여 이용허락을 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a) 허가받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음을 입증해야 하며, (b) 권리자가 정보를 제공한 특정 저작물이 접근 가능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며,  (c) 권리자의 고지를 받고 해당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거나 삭제하고 향후에도 업로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제17조 4항), 그렇지 않으면 허가받지 않은 저작물 이용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게된다.

제17조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 제공자’의 사이트에 이용자가 동영상과 같은 저작물을 업로드할 때, 저작권 권리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허락받지 않은 저작물은 업로드되지 않도록 자동 차단해야할 것이다. 법문에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저작권 지침 17조에 따른 조치를 ‘업로드 필터’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미 유튜브는 이와 같은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를 ‘콘텐츠 ID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유튜브는 권리자의 저작물을 식별하기 위한 콘텐츠 ID를 부여하며, 이는 이용자가 올리는 모든 동영상과 대조되게 된다. 만일 저작권을 침해한 동영상이 업로드되면,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차단되거나 혹은 이 동영상으로 인한 광고 수익을 배분받게 된다.

저작권 침해를 막는다는 명분이지만, 이용자가 온라인 플랫폼에 저작물을 올릴 때 사전에 이를 기계적으로 필터링하는 것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인용, 패러디, 패스티쉬 등 저작권 침해가 아닌 저작물마저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EC는 저작물의 공정이용까지 차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새 저작권 지침 17조 4항은 (a) 인용, 비판, 평가 (b) 캐리커쳐, 패러디, 패스티쉬 목적의 이용 등 저작권 보호의 예외 및 제한에 해당하는 저작물의 업로드는 보장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저작물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기 때문에, 기계적인 필터링 시스템 하에서 이러한 이용자의 권리가 적절하게 보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부당하게 차단되거나 삭제되었을 경우에 이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이용자들은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절차를 감내하거나 아예 불만제기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유럽의 전자상거래 지침(Directive 2000/31/EC) 15조는 이용자들의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적극적으로 감시할 의무를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부과하지 않고 있다. 새 저작권 지침 역시 이러한 일반적 감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는 업로드 필터의 요구와 모순된다. 결국 온라인 콘텐츠 공유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들이 업로드하는 저작물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일일히 모니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C는 새 저작권 지침이 업로드 필터를 의무화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저작권자와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을 경우, 허락받지 않은 저작물이 웹사이트에서 접근 가능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best effort)’을 기울여야 하지만, 이것이 특정한 방법이나 기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단지 권리자가 요구한 특정 저작물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감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최선의 노력이 무엇인지는 모호하다. 권리자의 요청에 따라 특정 저작물을 차단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고지 후 삭제(notice and take down) 방식이 아니라면, 권리자가 요청한 특정 저작물을 차단하기 위해 그리고 향후에도 업로드를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하고, 해당 저작물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체 저작물을 모니터링할 수 밖에 없을텐데, 이것이 일반적인 감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다.

EC는 새 저작권 지침은 사업자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업로드 필터 등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의 권리자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미 이러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유튜브 등 거대 사업자의 독점을 강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 저작권 지침은 일부 긍정적인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는 최소 수준을 강제하는 반면 공정 이용은 각 국의 재량에 맡겨 놓았던 상황에서, 이번 저작권 지침이 최소한의 저작권 제한과 예외를 설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과학적 연구 목적의 데이터 마이닝 허용(3조), 문화유산 보존 목적의 저작물 복제 허용(6조) 등이다. 원 창작자가 저작물 이용 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향후에 해당 저작물이 큰 수익을 얻었을 경우 원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긍정적이다.

유럽연합 규정(Regulation)과 달리 지침(Directive)은 바로 적용되지 않으며, 지침에 따라 유럽연합 회원국이 각 국의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지침을 각 국의 법률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각 국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침이 통과된 만큼, 이제 각 국의 이행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관련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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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5 IPLEFT 월간 이슈리포트 나누셈 2019년 4월호(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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