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홍성태글]지적재산권과 ‘현실 정보사회’의 모순

한국전산원에서 발간하는 “정보화저널” 99년 6월 (통권6호)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 자료집에도 들어갈 예정이지요.

첨부한 화일은 이 글의 HTML 화일입니다.

http://ncadl.nca.or.kr/data/journal/1999/2-rep2.htm

지적재산권과 ‘현실 정보사회’의 모순

홍성태

(서울대 사회학 박사)

목차

Ⅰ. 정보사회와 지적재산권

Ⅱ.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의 형성

Ⅲ. 디지털경제와 지적재산권

Ⅳ. 지식경제와 지적재산권

Ⅴ. ‘현실 정보사회’의 모순을 넘어서

요약

1990년대의 지구적 정보화 경쟁은 정보기술의 개발 및 이용과 관련하여 커다란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규정을 받는 정보사회로서 현실 정보사회의 형성으로 귀결되고 있다.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는 이러한 현실 정보사회의 제도적 기초로서 대단히 중요하다. 디지털경제 혹은 지식경제는 현실 정보사회의 주요한 경제적 양상으로서, 이것들은 모두 정보/지식의 자본주의적 전유를 자연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정보/지식의 공유재적 본성을 무시하는 것이며, 자본주의적 불평등의 문제를 정보/지식의 영역으로까지 급속히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낳게 된다.

만일 사이버스페이스가 새로운 보편주의의 가능성을 제공한다면, 이는 상어와 같은 포식자가 우글거리는 초국적 바다에서 출현할 것이다. – 마크 포스터(1998a: 8)

Ⅰ. 정보사회와 지적재산권

정보사회는 정보기술의 사회적 이용이 보편화되며 정보의 경제적 역할이 크게 강화되는 사회이다. 이 사회의 특성은 흔히 (과거의 혹은 기존의 사회와 관련된) 단절론과 연속론, 그리고 (정보사회의 향후 전망과 관련된) 낙관론과 비관론의 틀을 통해 논의되곤 한다. 단절론이 정보사회를 탈자본 및 탈산업의 견지에서 파악하는 것을 뜻한다면, 연속론은 정보사회를 자본주의와 산업주의의 연속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을 뜻한다. 한편 낙관론이 이른바 기술유토피아적 견지에서 정보사회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비관론은 예컨대 전자판옵티콘의 견지에서 정보사회의 발전경로를 의문시한다. 이러한 논의를 좀더 단순화하자면, ‘정보사회론’은 크게 보아 주류적 논의와 비판적 논의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가 단절론과 낙관론을 표방한다면, 후자는 대체로 연속론과 비관론을 취한다. 이 글은 정보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하되 그 사회화 방식을 시종 강조하는 비판 정보사회론의 입장을 따른다.

이 글에서 사용하는 ‘현실 정보사회’란 현재의 정보사회가 자본주의의 구조적 규정 속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 같은 사실은 정보재의 생산과 분배방식을 둘러싼 현재의 논란에서 잘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현실 정보사회’에서 정보의 생산과 분배는 무엇보다 자본주의적 상품교환의 논리를 따른다. 정보재는 단순히 지적 재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상품으로 간주되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이다. 일반적으로 지적재산권은 ‘인간의 정신적 창작과 산업활동상의 식별표지에 관한 권리'(박영관, 1996: 15)로 정의된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것은 ‘지적재산권자만이 자기의 지적창작물이나 영업상의 표지를 이용하도록 하고, 제3자가 이를 이용하려면 지적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이러한 허락 없이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배타적 권리이다(정국환 외, 1997: 15). 이 권리는 흔히 그 소유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적 이익은 단지 동기부여를 위한 수단일 뿐이며, 지적재산권의 실제 목적은 기술과 문화의 발달을 촉진하는 것이다.

Ⅱ.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의 형성

1980년대부터 새로운 산업적 의제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지적재산권은 1990년대에 들어와 훨씬 더 강화되는 한편, 기존의 지적재산권이 기초하고 있는 19세기적 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적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 결과 선진국의 주도로 WTO/TRIPs와 WIPO 저작권조약이 성립되었다(권용수, 1996; 정국환 외, 1997). 이것들의 직접적인 목표는 지구적인 차원에서 통일화된 지적재산권 규범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지적재산권은 ‘경제전쟁의 최첨단 무기'(정국환 외, 1997: 1)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리고 WTO/TRIPs와 WIPO에 기초한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는 정보재의 생산과 분배방식을 규정하는 새로운 국내적 및 국제적 법체계를 의미한다. 이 같은 법체계의 형성을 통해 현실 정보사회는 지구적 차원에서 사회적 실체로 부상하게 된다. 그 구성과 역할은 예를 들어 기존의 무역체제와 비교될 수 있다(Lorimer, 1996: 8-9). 즉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는 지적 재산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핵심적 요소로 변화한 사정을 반영하여 형성된 새로운 무역체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자본주의의 구조조정이라는 맥락에서 보자면,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의 형성은 정보재의 생산에 기초한 신 산업의 안정적 재생산을 확보하고자 하는 자본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요컨대 ‘정보사회의 성패는 정보사회의 핵심을 이루는 정보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호하여 정보자원의 창작과 유통을 활성화시키느냐에’ 달려 있으므로, ‘지적재산법은 정보사회의 법제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된다(정국환 외, 1997: iii).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지적재산권이 단순한 경제적 사안이 아니라, ‘정보시대의 법적 형태’이며 ‘정보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행해지는 장소'(Boyle, 1996; 1997: 2)라는 점이다. 즉 지적재산권은 단순한 법적 혹은 경제적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구조의 변화를 일정한 방향으로 틀 지우는 것이며, 그 결과 사회의 재생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본질적 사안이다. 그러므로 지적재산권체제는 경제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더욱 포괄적인 사회적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Ⅲ. 디지털경제와 지적재산권

1990년대의 정보화 경쟁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기술환경의 발달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체제로 대표되는 새로운 제도환경의 정착을 통해 전개된다.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기술이 저작권에 미치는 영향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저작권법에서의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도래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황희철, 1996: 339). 그러나 이러한 혁명의 의미는 사실 이중적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디지털경제의 형성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의 안정화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기도 한다.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는 이 같은 모순적 상황 위에서 구축되고 있다.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의 형성은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클린턴 정부는 1993년 2월에 정보하부구조 임무단(IITF)을 구성하였다. 이 임무단은 통신정책위원회, 응용 및 기술위원회, 정보정책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정보정책위원회 산하에 지적소유권 작업반이 설치되어 저작권법의 문제와 개정방안을 연구하게 되었다. 이 작업반은 1994년 7월에 중간보고서(녹서)를 발표하고, 이어서 1995년 9월에는 최종보고서(백서)를 발표하였다. [백서]가 발표되고 난 직후에 통상 ‘1995년 NII 저작권보호법안’이라고 불리는 법안이 미 의회에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각계의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으나, 1998년 10월에 새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이 통과되었다(IITF, 1995: 11-15; 황희철, 1996: 318-322; 정국환 외, 1997: 21-23; RIAA, 1998).

[백서]와 ‘1995년 NII 저작권보호법안’은 새로운 기술환경에 따른 저작권의 변화와 관련하여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백서]가 취하고 있는 입장은 시장원리에 근거하여 NII를 성장시키는 것으로서, 정보고속도로를 ‘해적들의 천국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에 극히 충실하다(Gates, 1995: 73). [백서]는 결국 정보고속도로 구상이 ‘이용당 요금지불'(Pay-per-use)이라는 명백한 시장주의적 원칙에 입각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Besser, 1995: 61). 또한 [백서]를 비롯해서 WIPO의 저작권조약이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관철되고 있는 것은 기존의 저작권법을 새로운 기술환경으로 확대해서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저작권법이 기반하고 있는 저작물이나 저자의 개념이 새로운 기술환경에서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이러한 적용은 논리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백서]의 주장은 프라이버시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마저 다분히 안고 있다. 저작권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용자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 즉 ‘경제적 검열’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은, 정보를 전파하는 방식이 정보를 복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가 ‘거대한 복사기’라고 할 수 있다(Godwin, 1998: 168). 저작권자는 이러한 상황을 디지털기술이 초래한 거대한 위협으로 여겨왔지만, 저작권법의 강화 및 새로운 감시기술의 개발과 함께 이 위협은 엄청난 기회로 바뀌고 있다(Samuelson, 1996: 2).

포스터는 우리 시대에 저작권이 처한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 비판은 자본의 지배 속에서 저작권의 본말이 사실상 전도되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다. 이미 ‘그것은 저자와 문화적 혁신을 보호하는 법이 아닌 일반적인 소유권법에 불과’하다(Poster, 1998a: 3).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일반의 목표는 저작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더욱 더 많은 지식이 사회적으로 축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Godwin, 1998: 169). 이런 점에서 사이버공간에 대해 저작권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은 결국 대중의 정보접근권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사적 재산권보다 공적 접근권이 더욱 본질적인 권리라는 주장들이 제기된다(Woo, 1998: 5-6). 결국 [백서]는 지적재산권을 부여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며, 나아가 지적재산권은 자연권도 절대권도 아니라는 사실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비판된다(Boyle, 1997: 9). [백서]는 철저히 시장의 관점에서 새로운 지적재산권체제를 형성하여 신기술이 유발한 지적재산권의 위기를 오히려 자본의 기회로 전화시키고자 했으나, 그것은 지적재산권의 위기를 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권의 위기로 전도시키는 것으로서 큰 저항을 야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새로운 기술적 상황에 따라 기존의 지적재산권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었다(Keyworth, 1996: 3)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딜레마에 대한 대응은 크게 보아 두 가지 대립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개량적 보완론이고, 다른 하나는 근본적 전환론이다. 현재 정책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전자로서, 미 정부의 [백서]가 취하고 있는 것이 이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개량적 보완론에 대한 비판은 근본적 전환론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들이 파악하는 현 상황의 딜레마는 개량적 보완론에서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다(Barlow, 1995: 43). 심지어 새로운 기술환경 속에서 ‘정보의 손쉬운 복제와 이동은 물질적 상품 특유의 사적 소유를 보호하고자 하던 법률체계를 허물어뜨린다'(Poster, 1990: 60). 근본적 전환론자들은 이같은 상황에 직면하여 기존의 법체계를 고수하고 그것을 사이버공간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저작권을 보호하려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본적 전환론은 자유주의라는 점에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지만, 정보/지식의 역할에 관해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두 가지 자유주의로 구분될 수 있다. 첫째,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과 공유에 기반한 정보자유주의이다. 이 입장은 ‘전자개척자재단'(EFF)의 발로우가 ‘아이디어의 경제’라는 관점에서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기존의 지적재산권은 사상이 아니라 사상을 표현한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서, 이를테면 기존의 법체계에서는 ‘병안에 든 포도주가 아니라 그 포도주가 담긴 병이 보호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디지털 형태로 전환되고 모든 디지털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배포될 것이므로, ‘단순히 사상의 표현이 아니라 사상들 그 자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기존의 지적재산권 보호법은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다. 이에 대해 발로우는 실효성이 의문시되며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우려되는 법보다는 윤리와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지적재산권 보호방법의 형성을 주장한다(Barlow, 1995: 42-45, 67-73).

둘째, 정보의 상품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시장자유주의이다. 이 입장은 ‘진보와 자유재단'(PFF)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 재단은 ‘사이버공간과 미국의 꿈: 지식시대를 위한 대헌장’이라는 선언적 문서에서 사이버공간, 즉 지구적 디지털 통신망을 통해 새로운 ‘미국의 꿈’이 실현될 것이며, 사이버공간이 ‘미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이버공간을 구성하는 재산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PFF, 1994: 17-21). 이들에 따르면, ‘저작권과 특허는, 점차 그리고 가차없이, 사이버공간에서 낡은 것으로 될 것’이며, 앞으로는 암호기술이 ‘개별적인 정보 제공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디지털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Keyworth, 1996: 4). 문제는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암호기술의 자유로운 이용과 거래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보와 자유재단’은, ‘우리의 가장 강고한 대항세력은 외국의 경쟁자가 아니라, 사태를 잘못 이해하고 있고 과욕에 사로잡힌 연방 정부’이며, ‘국가 안보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바로 이러한 연방 정부라고 주장한다(Keyworth, 1996).

Ⅳ. 지식경제와 지적재산권

지적재산권의 위기는 단지 빠른 속도로 변하는 기술발달에 기존의 제도가 조응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인가? 정보자원론 자체의 모순, 즉 자본주의적 지적재산 개념 자체의 모순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가? 지식경제는 지적재산권에 기반하여 성립한다. 지식의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성립된 지적재산권은 이제 지식경제 자체를 지탱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저작자의 권리와 이용자의 권리를 둘러싼 최대주의와 최소주의의 대립(황희철, 1996: 323-330)이 새롭게 부각된다. 현재의 지식경제는 최대주의, 즉 ‘저작자 권리 옹호론’에 기반하여 성립한다. 이것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지식의 사회적 생산을 촉진한다는 지적재산권의 목표와 수단 중에서 후자의 측면이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자면 자본주의의 구조적 규정 속에서 지적재산권의 경제적 측면이 그 사회적 측면보다 훨씬 더 강화되는 것이다. 지식경제는 단순히 지식의 경제적 역할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지식의 생산/분배에 관한 제도의 변화를 함의한다.

저작권과 이용권이 사회적 차원에서 지적재산권의 핵심적인 논점을 구성한다면, 독점과 경쟁의 문제는 경제적 차원에서 지적재산권의 핵심적인 논점을 구성한다. 사실 독점의 문제는 지적재산권의 역사 속에서 언제나 제기되던 것이기도 하다. 지적재산권의 본질이 그 소유자에게 정해진 기간 동안 독점적 시장지위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보주의는 사이버공간에 기반한 지식경제의 구조적 특성이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으로 특징지어진다고 주장한다(PFF, 1994: 23). 지적재산권의 견지에서 보자면, 이러한 주장은 ‘독점이 경쟁을 낳는다’는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순적으로 보이는 논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경제를 맡겨야 한다. 즉 지식경제의 진정한 경제적 특성은 지식의 이용 자체가 아니라, 그 시장주의적 이용에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동적 경쟁’론으로 집약되었다. 그러나 지식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은 이러한 시장주의적 동적 경쟁론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신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신경제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열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논쟁’은 이 같은 모순적 상황의 산물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웹 브라우저를 중심으로(Levy, 1998), 한국에서는 윈도즈98의 가격을 중심으로(한겨레21, 1999/4/1) 논쟁이 진행중이지만, 그 핵심에는 결국 운영체계 시장에서의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이 자리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세계 운영체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기업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독점 자체가 아니라 독점의 불법적 이용이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강력한 경쟁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마이크로소프트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적 지위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담은 ‘고도기술의 독점’문제를 잘 보여준다. 이른바 기술의 ‘잠금효과’와 ‘네트웍 효과’가 작용하여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계를 중심으로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체가 변화하는 ‘정의 환류’가 굳건하게 형성된 것이다(Arthur, 1996; 홍성욱, 1998). 현재의 논쟁은 이렇게 구축된 지배적 지위의 남용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사회학적으로 더욱 중요한 부분은 소프트웨어의 이해에 대한 함의이다. 소프트웨어는 크게 운영체계와 응용프로그램으로 구분된다. 운영체계는 쉽게 말해서 ‘컴퓨터의 공용어’이다. 그러나 운영체계들 간에는 기술적 호환성이 없다. 따라서 하나의 운영체계가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대다수 응용 프로그램이 그 운영체계에 기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보사회의 기술적 구성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터이다. 그러므로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운영체계의 지배력은 더욱 더 강화된다. 이런 상황이 과연 지적재산권의 이름으로 계속 정당화되어도 좋은 것일까? 이처럼 사회성이 강한 분야에서는 지적재산권이 제한되어야 하지 않을까?

Ⅴ. ‘현실 정보사회’의 모순을 넘어서

지식경제에서 독점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지식의 자본주의적 이용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하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지적재산권을 어느 정도 당연시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정보/지식은 본래 ‘이용에 배타성이 없는 재화’로서 ‘공공재’에 해당하는 것이며, 지적재산권법은 특정한 사회적 목적을 위해 이러한 공공재로서의 정보/지식을 사적인 재화로 변화시키는 제도적 장치이다(허희성, 1996: 48).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목적과 수단의 괴리라는 대가를 요구한다. 이로부터 지적재산권의 내적 모순이 비롯된다(Boyle, 1996: 156). 요컨대 시장 효율성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요구하는 반면에, 정보의 생산을 위한 인센티브는 정보의 흐름을 지체시키고 제한하는 일시적 독점을 요구한다(Boyle, 1996: 35). 또한 이 일시적 독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예에서 잘 드러나듯이 훨씬 심각한 구조적 독점을 유발할 수도 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지적재산권에 내재된 공공재와 사유재의 모순에 있다. 여기서 정보/지식의 사유재적 성격을 지속적으로 강화함으로써 자본주의가 도달한 한 귀결점이 현재의 이른바 지식경제이다. 달리 말해서 자본주의는 공공재를 사유화함으로써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식경제에 이르러 자본주의는 마침내 언어 자체를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의 언어학적 전환'(Poster, 1998b)을 달성하며, 그 결과 ‘이제 저작권법은 ‘정보권법’으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모든 정보를 재산으로 인식할 때가 왔다'(황희철, 1996: 342)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보/지식을 단순히 사적 재산으로만 취급하게 되면, 당연히 효율성과 인센티브간의 모순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독점의 폐해를 시정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게 된다. 나아가 이른바 정보부자와 정보빈자의 불평등 문제도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Schiller, 1996).

그러므로 경제적 반독점의 견지에서, 더 나아가 정보사회의 평등과 정의의 견지에서 정보재의 생산과 분배를 둘러싼 논의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의 공적 조정기구로서 정부의 역할이 새삼스럽게 강조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현실 정보사회’와 신자유주의의 연관을 끊는, 적어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정보화 정책이 변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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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홍성태

1989 서울대학교 사회학 학사

1993 서울대학교 사회학 석사

1994 ~ 1995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강의

1998 ~ 1999 성신여자대학교 사회교육과 강의

1999 서울대학교 사회학 박사

저서

- 회사 가면 죽는다-경제주의 담론에 관한 필드스터디, 현실문화연구, 1994(조봉진 공편저)

- 군신과 현대 사회-현대 군사화의 논리와 군수산업에 관한 연구, 문화과학사, 1996(김진균

공저)

- 생태사회를 위하여, 문화과학사, 1998

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2-rep2.htm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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