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인터넷 이용자들은 프라이버시권을 포기하거나 범법자가 될 각오를 해야만 하나?"
[성명서]
인터넷에 족쇄를 채우는 디콘법과 저작권법 제·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문화관광위원회에서 각각 심의중인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안(이하 디콘법)’과 ‘저작권법 개정법률안’은 인터넷을 소수 기업의 독점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킬 뿐만 아니라, 정보 접근권과 프라이버시 등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이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생산, 수집, 가공, 배포하려는 이용자들은 아예 인터넷을 쓰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대다수 정보가 유료화를 목적으로 차단될 것이며, 자칫하면 자신도 모르게 범법자로 몰리게 될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함된 도서관 면책 관련 조항은 현재 저작권법에 가로막혀 디지털 도서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아예 디지털 도서관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거액의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도서관이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야 디지털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불편으로 인해 외면받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이용자의 수를 제한하는 한편, 도서관간 자료의 공유도 금지하였다. 열악한 도서관 재정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데,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들의 이익만을 보호하고 있는 저작권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법률인가!
앞으로 범법자자가 될 각오를 하지 않으려면, 암호화 기술에 대하여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암호화 연구에서 기존 암호 기술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양 법안은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연구 자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을 규제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술적 보호조치가 공공의 목적을 위한 이용이나 개인적인 이용을 저해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올바른 것 아닌가!
또한 이용자들은 앞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때, 자신의 프라이버시는 포기하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에게 저작권 위반에 대한 강한 책임을 부여했으며, 따라서 인터넷서비스 제공자들은 이용자들의 불법행위를 파악한다는 명분으로 이용자들의 인터넷 이용행위를 항상 모니터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언제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고, 주로 어떤 사이트에 방문하며, 인터넷을 통해 어떤 행위를 하는지 모두 감시되고, 그것이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공개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정부와 콘텐츠 업계는 우리나라가 21세기 정보화 강국이 되려면, 정책적으로 콘텐츠 사업을 육성해야 하고, 불법복제 등을 막기 위해 강력한 보호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보다 정보 기술이 앞서있는 어떤 나라도 창작성이 없는 디지털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보호하고 있지 않다. 창작성이 없는 데이터베이스를 보호하려는 시도도 1995년부터 6년여 간 논의되고 있지만, 유럽연합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어떤 나라도 이를 입법화하고 있지 않다. 즉 보호를 안하면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는 논리는 독점적 이익을 보장받으려고 꾸며낸 허구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가 앞장서서 두 법안을 무리하게 입법화하고 있는 저의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다. ‘투자’를 보호하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것은 ‘창작자의 보호와 문화의 발전’을 그 근본 목적로 하고 있는 저작권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과 대다수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보접근권과 자유로운 이용을 크게 해칠 것이라는 우려를 그간 각계 각층에서 정부 부처에 전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두 법안을 입법하려는 것은 정부 부처간의 힘겨루기와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는 인터넷 콘텐츠 업자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법안을 ‘졸속’이라는 비판을 들어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해야만 하는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또한 정보화에 대한 지식과 경륜이 일천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디콘법을 졸속 입법하려고 하는 시도는 정보화에 앞장서는 정치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정치적 야심에서 나온 것이라 의심한다. 정동영 의원이 진정으로 정보시대 정치지도자로 인정받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디콘법 제정을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 충고한다.
우리는 이 두 졸속 법안에 대하여 국회가 당연히 부결시킬 것을 요구하며, 만약 이 법안들이 통과된다면 즉각적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법안의 재개정 투쟁을 벌일 것임을 밝힌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정보사회의 발전을 단지 정보산업의 발전으로만 바라보는 편향된 이해에서 벗어나서, 정보화라는 사회변화가 대다수 국민들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01년 12월 3일
공유적지적재산권 모임 IPLeft,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