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의견서2001. 11. 27.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회부되어 논의되고 있는 3개의 저작권법 개정법률안 중 정부안(이하, ‘개정안’이라 함)에 대하여 아래에 연명한 단체들과 개인들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한다.주장의 요지공공재인 지식과 정보를 사적으로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저작권법이 인정하는 것은 바로 ‘창작성’이란 요건이 전제되어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러한 창작성 요건은 헌법 제22조 제2항의 ‘저작자, 발명자,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는 정신에 따른 것이다. 2000. 1. 12. 저작권법이 개정된 이래 저작권 환경 변화에 따라 저작권자의 권리 강화에만 치중하던 법개정 논의는 이제 ‘창작’마저 거추장스런 것이라고 벗어 던지고 있다. ‘개정안’은 창작성이 없는 데이터베이스를 저작권법에 포함시킴으로써 저작권법을 창작법이 아닌 투자보호법으로 변질시켰다. 창작성 요건을 무시한 ‘개정안’은 위헌일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의 권리 강화를 위해 ‘기술적 보호 조치’를 추가하고, ‘도서관의 면책 범위’를 축소하는 등 정보와 지식의 자유로운 이용과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법개정 시도는 철회되어야 한다.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와 예술의 향상·발전이지 저작자의 권리 보호가 아니다(저작권법 제1조). 저작권법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부차적인 목적에 지나지 않으며 이것도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한다는 목적과 균형을 이루어야만 한다.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저작권 환경의 변화는 저작권자의 권리와 이용자의 권리 사이에 새로운 관계 설정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 신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권리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개정안’ 역시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위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의 등장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목적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한다는 목적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저작권이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와 지식의 유통과 이용 및 그 생산 방식까지도 규정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법의 개정 논의는 저작권자의 권리보호에만 치중해서는 아니되고 이용자가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을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범위와 구체적인 수단을 어떻게 조문화할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절름발이식 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이하에서는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1. 데이터베이스’개정안’의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 대한 권리조항은 모두 삭제되어야 한다. 다만 최근 정보기술의 발달에 의해 데이터베이스 등의 수요가 날로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여 관련 산업을 보호·육성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바, 이후 데이터베이스 제작자 보호에 대한 논의를 좀 더 진행하여, 별도의 입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개정을 통해 데이터베이스 산업을 보호·육성할 필요성을 검토하여야 한다.가.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의문’개정안’은 기존 저작권법 제4장(저작인접권)에 ‘제4장의 2’를 신설하고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를 마치 저작인접권자로 취급하여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물권에 준하는 재산권을 주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 제2조 12의4호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정의하면서 창작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자는 존재하지 않고 그에 인접하는 권리자만 존재하는 기이한 결과를 낳고 있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개정안’의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보호가 저작권법 제1조의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저작권법의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다는 점이다.WIPO 저작권조약 제5조와 TRIPs 제10조제2항도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소재의 선택과 배열에 창작성”이 있는 경우에만 보호가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미 우리 저작권법에 포함되어 있다. 아직까지 창작성 없는 편집물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그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고, 저작권법 이외의 독자의 권리로서 개념화하여 보호하는 것은 ‘데이터베이스의 법적 보호에 관한 유럽공동체 지침'(Directive 96/6/EC on the Legal Protection of Database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11 March 1996)에 따라 유럽공동체 역내 일부 국가들(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입법이 있을 뿐이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미국이나 일본도 아직 입법화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독자적인 권리 인정으로 인해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또한, 2002. 1. 14. 법률 제6603호로 제정된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이하, ‘온라인디콘법’이라 함)에 데이터베이스의 법적 보호를 위한 내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데이터베이스 보호조항을 별도로 도입하는 것은 기존 법규범과 충돌한다. 즉, 온라인디콘법 제2조(정의)에서는 “온라인디지털콘텐츠”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2조제1항제1호 소정의 ‘정보통신망’에서 사용되는 ‘부호·음성·음향·이미지·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존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디지털콘텐츠”라 함은 ‘부호, 문자, 음성,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의 자료 또는 정보로서 그 보존 및 이용에 효용을 높일 수 있도록 전자적 형태로 제작 또는 처리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의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포함하고 있다. 실정법이란 논리적으로 하나의 법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새로이 생산된 법규범은 기존 법규범과 함께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 통일적인 법체계를 형성하여야 한다. 따라서, ‘온라인디콘법’에 이미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저작권법에서 다시 이중적으로 규정하여 보호하는 것은 통일적인 법체계 형성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나.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게 물권에 준하는 권리 부여의 위헌성사유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23조와 별도로 창작자(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 예술가)의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제22조는 지적재산권의 헌법적 근거 규정인데, 이것은 권리부여의 전제로 ‘창작성’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창작성을 묻지 않고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게 물권적 권리를 창설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한편, 우리 민법에 따르면, 불법행위의 성립에 권리의 침해가 반드시 요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그 자체에 대해서 저작권 등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그러한 데이터베이스의 무단이용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민법 제750조 소정의 ‘不法行爲’에 따른 구제 수단과 그 구체적인 요건을 명료하게 규정하는 입법도 가능하다. 그러나, 민법상 불법행위는 침해의 금지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직접적으로 발생시키지 않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債權的 權利의 발생을 그 직접적인 효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 제91조에서 권리 침해에 대한 정지청구권과 예방 또는 손해배상의 담보 청구권 등을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한 것은 ‘개정안’이 얼마나 깊이 있는 검토를 생략한 채 졸속으로 추진된 것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입법동향(H.R. 354 및 H.R. 1858)을 보더라도, 유럽공동체 지침과 같이 독자적인 권리로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정이용(misappropriation) 법리를 통하여 이를 보호하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도 데이터베이스 제작자를 독자적 권리로 보호하는 대신에 미국의 부정이용 법리에 해당하는 부정경쟁행위 유형으로써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를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다. 물권 방식에 의한 데이터베이스 보호에 드는 사회적 비용또한 데이터베이스는 그 특성상 물권적 재산권을 설정하는 데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이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익보다 크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를 보호하기 위해 ‘개정안’이 취하고 있는 재산권 설정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첫째, 데이터베이스는 유체물과 비교해 볼 때 그 가치를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일단 가치를 나타내는 기본적 단위가 없고, 특히 데이터베이스는 지속적인 갱신을 통해서 그 가치가 유지되므로, 권리를 배타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재산권 설정비용이 많이 든다.둘째, 데이터베이스는 생산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이미 생산된 데이터베이스를 재생산하는 데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는 데이터베이스에 재산권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역으로 이에 필요한 감시비용과 강제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셋째, 일단 타인이 데이터베이스를 소유하게 되면, 그것을 다시 생산자에게 반환하는 방식으로 재산권을 강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을 상대로 그 사용을 감시하고 금지하는 것만이 재산권을 강제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것은 정당한 사용자들에 대한 또 다른 권리 침해를 야기할 것이며, 또한 재산권 설정을 위한 감시비용과 강제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라. 공공데이터베이스기존 정부안 데이터베이스 보호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정보통신부 입법예고 2001-5호)에서는 공공데이터베이스 및 공공정보 이용촉진에 대한 법조항이 있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 조항들이 누락되어 있다.공공데이터베이스는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제작된 것이어서 국민의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공공기관이 비밀로 유지해야 할 정보 이외의 정보는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는 정부만이 그 유일한 정보출처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의 법적 보호를 이용하여 특정인만이 공공정보에 접근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국민의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미국의 저작권법(H.R. 1858 104(a), H.R. 354 1404(a))에서도 연방·주·지방정부의 상당한 지원을 받아 제작·유지되는 데이터베이스나 공공기관의 정보편집물은 보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2. 도서관 면책 조항(제28조)의 문제점가. 도서관 면책특권의 배경제28조 도서관 면책조항은 사회의 문화발전을 위하여 그 사회 구성원들이 도서관에 부여한 정보의 공적 접근 제공이라는 고유의 역할을 저작권법을 통하여 보장한 것이다. 도서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빈곤 계층에게 정보접근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정보와 편익이 정치적 기득권층이나 경제적 부유층에게 편중되어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지양하고자 하는 ‘보편적 서비스의 이념’을 구현한 것이다. 이로써 도서관은 소수 특권 계층의 전유물로써의 전근대적 도서관 시대를 마무리하고 공공성을 확보한 근대적 모습의 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도서관이 이러한 보편적 서비스 이념을 실현하고자 하였으므로 저작권법에서 도서관 면책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를 재분배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도서관의 역할은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어야 마땅하다.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 맞추어 개발되고 있는 디지털 도서관은 전통적인 도서관의 역할을 네트워크를 통하여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즉, 이용자가 디지털 정보를 네트워크상에서(원격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지털 도서관의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저작권법은 그 동안 도서관이 ‘보편적 서비스 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했던 제도적 뒷받침을 디지털 도서관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도서관 면책조항은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나. 제28조 제1항의 문제점① 제1호의 문제 도서관은 그 동안 이용자가 요구했을 경우 도서의 일부분을 복제하여 1인 1부에 한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였다. 디지털 도서관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네트워크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으며, 사서는 그에 대하여 디지털 형태의 자료를 네트워크를 통하여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형태의 복제를 금지함으로써 디지털 자료에 대한 복제물 제공이 불가능해 졌다.② 제3호의 문제다른 도서관이 절판 등의 이유로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요구했을 때 저작물의 복제물을 디지털 형태가 아니라, 인쇄물로만 제공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예컨대, A도서관이 디지털화한 자료를 다시 인쇄물로 출력해서 B도서관에 제공하게 되고, B도서관은 이를 다시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경제적 손실과 인적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다. 제28조 제2항의 문제점①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정보처리 능력을 가진 장치를 통하여 당해 시설과 다른 도서관 등에서 이용자가 도서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으로 규정되어 있어 다른 도서관과 디지털 자료를 전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 “다른 도서관 등에서”를 삭제하였다. 이것은 도서관이 전통적으로 수행하여왔던 도서관 상호대차서비스(A도서관에 없는 자료를 B등 타 도서관에 요구하여 빌리거나 복제하여 주는 서비스)를 네트워크를 통해서는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② 동시에 열람할 수 있는 이용자의 수를 도서관에 보관된 책수로 제한시킨 것은 디지털화한 자료의 특성 즉,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을 퇴색시킨 것이다.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보통 1권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자료를 디지털화한 뒤 동시에 1명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자원의 낭비이며, 디지털화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③ 도서관 시설 내에서만 전송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디지털 도서관의 존재이유를 무색하게 한 것이다. 디지털 도서관은 원격지에서 도서관의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본 조항은 도서관 밖의 어느 장소로도 디지털 자료를 전송할 수 없게 함으로써 사실상 디지털 도서관 서비스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라. 제28조 제4항의 문제점보존자료의 디지털화도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권리침해방지조치에 드는 예산까지 추가된다면, 한국의 열악한 도서관 예산상황으로 자료의 디지털화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게 된다. 3. 기술적 보호조치가. 기술적 보호조치 도입의 위험성’개정안’은 제92조제2항과 제98조제5호를 신설하여 새로운 위법행위를 추가하였는 바, ‘정당한 권리 없이 저작권 그 밖의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제거·변경·우회하는 등 무력화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술·서비스·제품·장치 또는 그 주요 부품을 제공·제조·수입·양도·대여 또는 전송하는 행위는 저작권 그 밖의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의 침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업으로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이를 위반하는 자는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그런데, ‘개정안’은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에 간접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기술이나 장치에 대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현행 저작권법에서 저작재산권이 제한되었던 영역에까지 저작권자의 권리가 미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실질적으로 영구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자와 저작물 이용자의 권리 사이에 가장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대단히 위험성이 많은 규정이다. 또한, 기술보호 규정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기술이란 것은 본래 정책적 의지와는 다르게 무차별적인 것이기 때문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가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이것에 대해서까지 법이 조력한다면,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저작권자에게 부여함으로써,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권과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며, 애초 저작권법이 목적으로 했던 문화와 예술의 향상 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따라서, 기술보호조치 규정은 이것을 곧바로 시행할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의 유예기간을 마련하여 이것이 국내 저작권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폐해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한 후에 그것의 적용 범위와 제한·면책 범위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다.나. 기술적 보호조치와 형사 처벌’개정안’ 제92조제2항은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직접 행위에 대해서는 침해 행위로 간주하지 않으면서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 간접 행위를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자를 제98조제5호에서 침해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반된다. 저작권법은 저작권 침해의 미수범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지 않으므로 저작권 침해의 미수범은 처벌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의 간접 침해에 대한 2차적 간접 행위에 대해서만 직접 침해의 기수범과 같은 벌칙에 의하여 처벌하는 것은 심각한 형벌의 불균형이어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또한, ‘개정안’의 제92조제2항(…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과 제2조제20호(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에 대한 침해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에는 애매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이고 적용범위가 광범위하여 어떤 것이 범죄인가를 법제정 기관인 입법자가 법률로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법운영 당국이 재량으로 정하는 결과가 되어 형벌법규에 관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어 죄형법정주의에 저촉된다.다. 저작재산권 제한 영역에 대한 면책현행 저작권법은 일반공중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자유이용 영역을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으로 두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기술적 보호조치와 관련하여 공익을 위한 기술조치의 제한 문제 즉, 기술조치를 무력화하더라도 예외적으로 면책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다.따라서, 학교교육의 목적이나 시사보도,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을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행위와 사적 사용을 위한 복제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하는 것이 면책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여야 할 것이다.4.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문제’개정안’은 제77조와 제77조의2를 신설하여,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제한 규정 등을 마련하고 있는데,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문제는 저작물 이용자에 대한 검열이나 감시, 프라이버시 침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으나 일정한 요건 하에서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책임을 면책하겠다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다만, ‘개정안’ 제77조의2 제7항에서 권리의 소명, 복제·전송의 중단, 통보나 재개, 수령인의 지정 및 공지 등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제한의 전제 요건이라 할 핵심사항이므로, 이것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기보다는 법규정에 구체적으로 명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한 그 내용은 온라인 이용자, 저작권자, 온라인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온라인서비스의 이용실태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5. 저작물의 공정이용 영역 또는 자유이용 영역의 확대디지털 기술이 저작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비단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에서만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이용과 공중의 접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대규모 침해를 쉽게 만드는 것에 대응하여 저작자의 권리가 확장된 것처럼, 이에 따라 디지털 환경이 저작물의 사용, 접근, 생산을 용이하게 하며 실제로는 장려하는 여러 방식들을 반영하도록 이용자의 권리도 재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저작권법의 개정작업들은 저작자의 권리만 신장시켜 온 반면 이용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한 일이 없는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디지털 환경에서는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저작물 이용행위가 생겨나고 있고 그 성격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현행 저작재산권 제한 규정만으로는 마땅히 면책되어야 할 이용행위가 면책되지 못하여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와 공정한 저작물의 이용간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현행 저작권법 제2장의 제6절(저작재산권 제한) 규정들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이것을 저작물의 공정 이용 일반 조항으로 확대 개정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이러한 검토에는 최소한 다음의 2가지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첫째, 저작권의 가장 중심이 되는 ‘복제’는 저작권자의 창작 의욕을 꺾는 저작물의 침해 행위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문화적 권리’ 또는 ‘정보 접근권’과 같은 좀 더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복제를 저작권자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저작권법이 원래 의도했던 것 이상의 권리를 저작권자에게 부여하고, 이용자의 기본적인 접근권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은 그 자체로 경제적 보상을 위한 소유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와 관계를 맺는 도구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법은 도덕이나 기술보다 더 강력하게 행위를 규제한다. 특히, 저작권 제도는 우리 사회의 정보·지식의 생산체제를 결정하는 중심적 제도이고, 디지털 환경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정보, 지식, 예술 등의 한 사회의 문화 자산은 결코 한가지 생산방식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없으며, 오히려 다양한 생산과 소비 방식에 의해서 발전해 왔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문화 자산을 풍부히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생산방식을 보장하고, 모든 국민이 정보기술의 혜택을 공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관점에서 저작권법을 재검토해야 한다.2002. 4. 25.- 도서관콘텐츠확충과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서울대이공대신문사- 정보공유연대 IPLeft –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강내희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문화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대행 겸 정책기획위원장, 중앙대 교수)- 강찬석 (건축가)- 고길섶 (문화평론가)- 김보성 (다움연구소 부소장)- 김인규 (미술가, 미술교사)- 김재윤 (탐라대 출판미디어학과 교수)- 김정헌 (화가, 공주대 교수)- 김채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춤위원회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남희섭 (정보공유연대 IPLeft, 변리사)- 도정일 (문화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교수)- 송희영 (동덕여대 교수, 문화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오수원 (문화평론가)- 안성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기획팀장)- 유창서 (영화인회의 사무국장)- 윤여관 (미술가, 미술교사)- 원용진 (서강대 교수, 문화개혁시민연대 매체문화개혁위원회 위원장)- 이동연 (문화개혁시민연대 사무차장, 문화평론가)- 이 섭 (전시기획자)- 이상헌 (건축가)- 이성욱 (문화평론가)- 이원재 (문화개혁시민연대 정책실장, 문화평론가)- 이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이재현 (문화평론가)-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임옥상 (미술가)- 임정희 (미술평론가)- 정기용 (건축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정도영 (월간 <민족예술> 기자)- 정지영 (문화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영화감독)- 조영각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지금종 (문화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최김재연 (건축가)- 홍성태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상지대 교수)- 황세준 (화가, 대안공간<풀> 실장)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저작권법-의견서.hwp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168
저작권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서
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