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 저작권 그리고 Copyleft
IPLeft 김영식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작년 한국음반출판사협회가 MP3 서비스 업체들에게 서비스 중단 통보를 한 후 한해 동안 인터넷에서 MP3을 무단 게재한 \’마녀\’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저작권 및 저작 인접권 단체들은 \’마녀\’사냥을 위한 단결된 십자군 조성을 목적으로 4차까지 「MP3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개최하였다. 비록 MP3 수익에 대한 분배 몫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각자 자신의 몫에만 집착하는 바람에 성스러운 십자군을 조성하지 못했지만 그들의 마녀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CD로부터 직접 음악을 복사해서 회사 컴퓨터에 저장하고, 사용자들에게 접근 권한을 준 MP3.com을 상대로 단결된 십자군인 전미 음반산업협회(RIAA)가 저작권 위배혐의로 소송을 걸었고 올 4월에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에 인터넷의 \’마녀\’들의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새로운 무기를 선보였는데, 그 첫 무기는 션 패닝의 냅스터(Napster)라는 음악파일 전송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네트워크를 통해 음악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음악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음악파일을 이웃간에 서로 공유하는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을 부추긴다는 혐의, 즉 \’마녀의 해적질\’로 취급받아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 의해 사이트 폐쇄와 소송을 당하였다. 이러한 소송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보공유 커뮤니티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이름이 데렉 PLA인 16세의 고교생은 이른바 냅스터와 유사한 기능의 VBGNU텔라(VBGNUtella)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또한 아메리카온라인(AOL) 계열의 소프트웨어업체 널소프트사가 「그누텔라(Gnutella)」라는 파일 교환 프로그램의 시험판을 지난달 중순 하루동안 웹사이트에 올렸다가 지재권 문제로 삭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불과 하루만에 여러 마녀들에 의해 새로운 변종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FreeNet이라는 검열 없는 \’마녀들의 해방구\’를 건설하겠다는 선전포고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마녀들의 저항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마녀사냥은 더욱 치밀해지고 강력해 지고 있어 마녀들의 노력은 그 끝이 곧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는 음악을 상품화하기 위해서 탱크와 화염방사기까지 동원하였고 MP3과 같은 디지털 상품인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window)는 경찰의 힘을 동원하면서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 승부는 이미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미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90년대 컴퓨터 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자 전세계적으로 우루과이라운드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 협정)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신조약(저작권 조약, 실연음반조약)을 필두로 지적재산권을 강화시켰다. TRIPs 협정은 전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의 보호규범을 강화하는 획기적인 전기가 되었으며, WIPO 신조약은 정보의 디지털화에 따른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 조항을 강화시켰다.
MP3과 관련된 조항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PC 통신이나 인터넷을 이용하여 자료를 올리거나 내려받는 것이 전송권으로 저작권 영역에 포함되었다. 둘째로는 암호를 해독하는 기술이라든가, 리버스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기술 등이 저작권 침해 행위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고 셋째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어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컴퓨터 메모리에의 저장을 포함한, 여하한 디지털 형태로의 저장도 \’복제\’라는 성명을 채택하였다.
자본은 디지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제도적 장치에서 만족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정보 공유를 막고 상품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첫 번째 방법으로 기존의 공용키(public key) 암호화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주어진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원래의 데이터를 복구하기 위하여 개인키(private key)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디지털 영상자료에 대하여 접근제어용 방화벽을 구축하여 컴퓨터 네트웍을 통한 사용자 인증절차를 거쳐 영상 데이터의 사용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MP3을 대체할 신기술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MP3에 비해 음질이 더욱 우수하고 압축률이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어 차세대 오디오 압축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MP4는 태생부터 암호화 기술을 내장되어 있어 다운로드할 때 사용자마다 인증키를 부여받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보호기술로서 디지털 영상의 불법적인 내용 조작을 막고, 영상의 소유권을 보장할 수 있는 디지털 워터마크(watermark)방법이 있다. 디지털 워터마크는 방화벽이나 공용키 알고리즘 등으로 해독된 영상에 대하여 부가적인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기밀정보를 디지털 데이터에 은닉시켜 둠으로써 후에 저작권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그 디지털 데이터의 저작자가 누구인가를 판별하여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워터마크는 MP3파일의 소유자(또는 정당 사용자)에 의해서는 쉽게 검출될 수 있지만, 그 밖의 사용자에 의해서는 검출되거나 지워질 수 없고, 영상의 여러 복사 및 다양한 후처리에 의해서도 지워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MP3과 같은 디지털 정보가 상품화되면서 저작권법은 더욱더 강력해지고, 기술적으로도 이중 삼중의 보호장치가 부가되고 있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쌍방향적이고, 복제 가능한 기술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기술은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힘에 따라 설계 배치되고, 생산과정에서 기술이 실제 사용되는 방식은 그 사회 세력간의 힘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살펴보아야 할 것은 마녀들의 저항의 화려함과 쇼맨쉽을 따라가며 찬양할 것이 아니라, 그 보다 현 저작권법이 일반 생산자와 이용자(노동자-민중)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따져 보고 전체 생산자와 이용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그들의 개입을 유도하고 이를 통한 기술과 제도를 재배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먼저 MP3과 같은 디지털 정보의 가격이 정말 타당한 가격인지를 따져 보자. 일반적으로 정보(특히 디지털 정보)는 최초로 고안·생산할 때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이 소프트웨어를 일단 만들어지기만 하면 이를 추가 생산하는 비용은 급격히 떨어진다. 즉 어떤 상품을 추가로 한 단위 더 생산할 때 드는 비용(한계비용)이 거의 0이 된다. 따라서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상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네트워크는 디지털 상품의 유통비용 역시 거의 없다. 다시 생각해 보면, 디지털 상품을 판다는 것은 재생산 비용 및 유통 비용이 없는 상품을 마치 비용이 있는 것처럼 가격을 책정한다는 뜻으로 상품의 가격이 과도 평가되었다는 뜻이 된다. 즉, MP3과 같은 디지털 정보를 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할 수 있다면, 재생산 비용 없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MP3을 소유하려고 하고 MP3을 검열하는 비용과 복제 방지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기술비용, 그리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국제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다. 어쩌면 MP3 가격에서 이러한 기술비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디지털 음악 창작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최근에 소프트웨어 설계 기법은 기존에 설계된 프로그램을 짜깁기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것이 점차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이와 생산 방식이 유사한 음악 장르로는 테크노 음악을 들 수 있다. 샘플러와 같은 전자악기를 이용하여 같은 멜로디를 무한 반복하는 음악 장르를 가리키나 넓은 의미로는 전자기기를 통해 음악을 제작하는 방식 전반을 가리킨다. 테크노적 방법에는 샘플링을 비롯하여, 턴테이블을 이용해 음악을 변조하는 디제잉 (DJing) , 컴퓨터를 통해 기타. 드럼. 베이스 등의 사운드를 만들고 이를 배치하는 미디 (MIDI) 등이 있다. 특히 샘플러라는 기기를 이용, 음악을 디지털로 바꿔 필요한 마디로 분절한 뒤 이를 키보드를 이용해 연주하는 음악 제작 기법인 샘플링은 저작권이 강화됨에 따라 사용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이렇게 새로운 저작권법을 부정하기 시작하면 항상 따라 오는 질문이 있다. \’창작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그러나 질문의 답은 간단하다. \’지금의 저작권법이 과연 창작자를 보호해주는가?\’
현 음악 저작권 시스템에서도 가장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음악출판사들이 경제적 고수익에 집착하여 작곡가들에게 불공정 계약 강요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일반 소프트웨어 역시 저작권자는 창작자가 아닌 대부분 기업으로 되어 있어 역시 \’저작권강화=창작자 보호\’라는 등식은 성립하기 어렵다.
이제 이용자 입장에서 복제 방지 기술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 일반적으로 저작권에 적용되는 원칙중에 최초 판매 이론 혹은 권리 소진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저작물을 구매한 사람은 구입한 저작물을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디지털 환경이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복제를 해주거나 심지어 원본 MP3파일을 넘겨주는 행위조차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앞서 지적했듯이 통신상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던 자료의 내려받기와 올려받기 역시 저작권자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개인들에게 저작권 침해 책임을 물어봐야 보상금을 받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 운영자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 운영자들의 책임이 과도해 질뿐만 아니라 운영자에 의한 검열이 정당화되고, 심지어 E-mail 검열까지 가능할 수 있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우려된다.
또한 저작권법에는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장소에서의 개인적 목적(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으로 하는 경우\’ 사적인 복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복제 방지 기술이 강제된다면, 이러한 정당한 이용자들의 권리가 더욱 축소될 것이다. 또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기술적 보호장치들은 저작권 기간이 끝난 MP3 파일에도 여전히 보호장치가 남아 있을 것이므로 저작권의 범위를 지나서도 여전히 그 권리를 인정받고 있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워터 마킹 기술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해 보자. 워터 마킹기술은 디지털 정보가 원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로써, MP3을 비롯한 디지털 창작물에 대해서 저작인격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디지털 워터마킹 기술을 약간만 확장한다면 워터마킹된 정보의 유통 전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즉, 디지털 저작물이 어떠한 유통경로를 통하는지를 추적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워터마킹된 이미지들을 복제해간 모든 사람들의 위치를 전부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기술은 마녀 색출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디지털 정보를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들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 할 것이다. 또한 허용 가능한 복제 (혹은 디스플레이) 횟수를 제한할 수 있고, 인정키 기술 등 다양한 복제 방지 기술과 접목시킬 수 있어 사실상 가장 파괴적인 저작권 보호 기술인 것이다.
저작권법 1조에는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되어 있다. 지금까지 지적했듯이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통한 문화 향상 발전을 오히려 저해할 소지가 있고 창작자 보호도 사실상 어렵다. 또한 과도한 저작권 보호기술의 사용은 자칫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여기에서부터 생산자와 이용자(노동자-민중)의 개입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Ram Samudrala은 1994년에 자유 음악 철학(Free Music Philosophy)이라는 문건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글에서 음악에서 카피레프트(Copyleft)정신을 반영하고 있는데, 그는 근본적으로 음악을 인간정신의 위대한 창작물로서 인정한다. 이러한 창작물은 마땅히 공유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로부터 얻어지는 이득은 최대한 창작자에게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비상업적인 용도의 음악 창작물에 대한 복사, 배포 권한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만족을 얻은 청취자들은 일정한 기부를 창작가에게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Copyleft정신은 정보공유와 창작자에 대한 보상 두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정신인 것이다. 이제 MP3논의를 카피레프트정신으로 이 땅의 수많은 마녀들, 생산자와 이용자(노동자-민중) 입장에서 함께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첨부 파일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