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주철민
2000년 1월 1일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이날 전세계는 축제와 열광의 분위기로 술렁거렸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00년을 맞은 기스본(뉴질랜드), 괌, 키리바시 등 태평양 주위의 섬들은 31일 축제무드로 가득했다. 기스본시 시계탑 광장은 31일 11시 59분이 되자 주변에서 모여든 1만여 인파가 전광판 숫자를 보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여인들은 애인이나 가족들 어깨에 올라 타 고함을 질러댔다. 이윽고 전광판의 숫자가 모두 0으로 바뀌자 사람들은 일제히 손을 흔들며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라고 함성을 질렀다. 난데없이 새 천년의 풍경을 화두로 삼은 것은 5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유가 새 천년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이 출시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95년 8월 24일 윈도 95 출시날에 맞추어서 지구상에서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호주 시드니 항구의 대형 부두에는 4층 건물 규모의 윈도 95 상자가 공중에 매달려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이 날 호주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들에게 윈도 95를 무료로 배포한다는 소식과 함께 낭만의 도시 시드니는 축제의 분위기로 술렁거렸고, 이웃 국가인 뉴질랜드의 한 학생이 8월 24일 0시 1분을 기해 구입한 제1호 윈도 95를 시작으로 디지털 지구촌은 윈도 물결로 요동치게 된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는 홍보비로만 2억 5000만 달러를 쏟아붓는 대작을 연출한 것이다. 마치 지금 당장 윈도 95를 사지 않으면 지구가 멸망이라도 할것 처럼 전세계 사람들이 윈도 95를 단 1초라도 먼저 사기 위해 상가는 24일 저녁부터 마비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윈도 95라는 상품을 축으로 형성된 주변 상품들의 마케팅 전략과 윈도 마니아들의 카운트다운 공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윈도 95 파티는 전세계의 PC 산업에 유례없는 호황을 선사해 주었다. 윈도 95의 출시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486에서 펜티엄 프로세서로 대 전환을 시작했고, 16메가 메모리 칩, 기가바이트가 넘는 하드 드라이브, CD-ROM 드라이브 그리고 15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들의 표준화는 PC 시장의 규모를 순식간에 두 배로 확장시켜 버렸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직접 관련 산업을 제외하더라도, 윈도 95의 열풍은 PC 관련 출판 산업, 기업 및 일반 사용자들의 정보 서비스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 상품과 같은 간접 산업들로 확산되었고, PC 시장은 GUI 운영체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실리콘이 파생시킬 수 있는 각종 간접 산업을 새롭게 태동시키거나 기존의 PC 상품들을 한 단계 진화시켜 나갔다. 윈도 95는 데뷔와 함께 소프트웨어 시장의 모든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출시 6개월만에 2,000만 개라는 천문학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과 그 배경
MS의 탄생
"빌게이츠" 그는 이제 지구상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30대의 나이에 세계 최고 부자가 된 그의 재산은 이미 우리돈으로 120조원(천억불)을 넘는다. 5년만에 그의 재산은 10배 이상 증가하였고 이는 가난한 20여 나라의 국부를 합친 것 보다 더 많을 정도이다. 보다 많으며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있는 신화 그 자체이다. "빌게이츠" 그 이름은 기적을 이뤄낸 사람에게 붙이는 수식어가 되어버릴 만큼 그는 신화적 존재가 되었다. 그가 세계 최고의 부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그가 그토록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에 버금가는 부자라고 해도 그 만큼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사회의 예견자이자 인도자로써 우리에게 다가온다. 뉴욕타임즈 신디케이트(New York Times Syndicate)에 기고하는 그의 칼럼은 새해가 되면 언제나 그 해에 일어날 정보산업, 컴퓨터산업의 큰 변화를 예측하는 글을 싣는다. 그 해의 연말에는 그의 예측 중 몇 가지가 실현되었고, 몇 가지는 실현되지 못했는가를 스스로 평가하는 글을 싣는데 그가 예측하는 일들이 그의 뛰어난 혜안이라기 보다는 그도 인정했듯이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회사의 힘을 이용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조금은 전율스럽다.
75년 빌게이츠는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폴 앨런과 함께 작은 회사를 차렸다. 이들의 최초의 작업은 MITS 알테어(Altiar) 8800에서 동작하는 컴퓨터 언어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수가 35명에 불과 할 정도의 작은 회사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당시 베이직이라는 컴퓨터 언어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그가 운영체제 시장에 뛰어든 시점도 이 보다 몇 년 후인 81년에 이르러서이다. 그 때의 상황을 빌게이츠는 그의 저서 미래로 가는길(The Road Ahead)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80년 여름 대형컴퓨터시장의 80%를 장악하던 IBM은 개인용 컴퓨터 개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두 명의 밀사를 우리 회사에 보내왔다. IBM은 1년 안에 PC를 시판할 예정이었으므로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를 쓰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시애틀에 있는 한 회사의 초기 개발 단계에 있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기술자를 영입,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끝에 MS-DOS를 만들어냈다. 81년 8월 이를 장착한 IBM-PC가 시장을 강타했다. 우리가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행운도 따랐지만 우리가 처음 가진 비전 때문이었다"라고 그는 자신의 혜안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실제 상황은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은 그의 혜안이나 뛰어난 기술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를 유명하게 해준 MS-DOS는 운영체제를 설계하는 기술자가 단 한 명도 없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MS-DOS는 시애틀 시 근교의 아마추어 프로그래머들의 동호회에서 발견한 QDOS를 약간 고쳐서 MS-DOS란 이름으로 IBM-PC에 장착한 것이다. GUI(Graphic user interface)의 역시 애플사의 매킨토시를 모방하여 만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랑하는 윈도3.0은 매킨토시보다 7년 늦게 나온 것이었다. 물론 그 전에 윈도 1.0과 2.0이 있었지만 너무 원시적이어서 거의 사용하지도 못할 지경인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장악 시도
90년대 중반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도 매우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동안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던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한순간에 앗아갈 지도 모르는 중대한 변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에 눈을 돌리는 시기에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은 넷스케이프사가 장악을 하고 있었다. 1990년 팀 버너스 리에 의해 탄생된 월드와이드웹이라 불리는 인터넷 프로토콜(IP)은 이후 모자이크라는 브라우저를 탄생시키고 이를 계기로 인터넷의 폭발적 증가의 계기가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가 인터넷 시장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 시장성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이란 미디어의 중요성만을 인식하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이 분야에서 가진 것이 전혀 없었다. 90년대 초, 대부분의 유닉스 기반 사용자들이 TCP/IP라는 공용 프로토콜을 설립하여 인터넷 정보의 흐름에 대한 표준을 설정할 때,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애플리케이션 분야를 책임지고 있던 스티브 발머는 TCP/IP의 개념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미 웹 브라우져의 80% 이상을 장악한 넷스케이프사에 대항하기 위하여 빌게이츠는 서둘러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제작에 들어간다. 빌 게이츠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웹 브라우져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초로 한 일은 웹 브라우저 코드를 손에 쥐는 일이였다. 그들은 스파이글라스사와 서둘러 브라우저 계약을 체결하고 94년 12월 16일 익스플로러라는 웹 브라우저를 출시하지만 이미 웹 브라우져 시장은 넷스케이프사가 완벽하게 장악을 한 이후였다. 그러나 빌게이츠는 자신의 윈도 95에 익스플로러를 슬쩍 끼워넣은 수법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만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를 몰아내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시장 전면에 부각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끼워팔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위반의 결정적 구실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빌게이츠는 인터넷의 중요성을 간과했는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권리를 완전히 허물어뜨릴지도 모르는 인터넷의 등장을 미래사회를 바라보는 탁월한 식견(?) 지닌 인터넷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 좀 의아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인터넷에서 돈을 벌 무언가를 찾아내지 못했다. 인터넷은 그 탄생부터 서로의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69년 국방성에 의해 만들어진 인터넷은 그 이후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서로의 연구 성과들을 공유하기 위해서 사용되어졌다. 따라서 대부분의 자료는 모두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빌게이츠는 정보가 공짜로 마음대로 공유되고 정보생산자와 정보 소비자의 개념이 모호한 이 인터넷이라는 곳에서 시장성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가 놀라운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마블\’이라는 코드명으로 엄청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이것이 MSN(Microsoft Network)인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MSN을 글로벌 PC통신 및 네트워크 서비스를 인터네트에 비길 만한 규모로 키워 전세계의 컴퓨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일하고자 시도하였다. 윈도 95 출시와 함께 MSN을 끼워 넣어 이를 통해 기존의 인터넷 구도를 허물고 새로운 자신들의 사설 네트워크를 세우려 했던 시도였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성장 속도는 MSN이 잡기에는 이미 역부족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MSN이 아닌 곳에서 자신의 정보를 찾고 있었고 그들 스스로가 정보를 생산해내면서 공유와 나눔을 틀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MSN 웹페이지 저작도구인 블루버드로 작성한 사이트들을 윈도95의 웹 브라우저로만 볼 수 있게 할 계획을 세웠다. 개방형의 인터넷을 자사의 MSN이라는 폐쇄적인 네트워크로 전환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인터넷의 물결아래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세계의 인터넷 장악이라는 그들의 시도를 포기해야만 했다. 시작한지 6개월만에 그들은 MSN 전략을 포기하고 인터넷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지어야만 했다.
이미 거대한 공룡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은 시장의 표준 장악이다. 표준에는 공적 표준(De Jure Standard)과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의 두 가지가 있는데 공적 표준이 국가나 기업들 간의 협의를 통해 정해지는 표준이라면 후자는 시장 경쟁을 거쳐 정착되는 기술적 표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의 독점적 지위권을 이용해 사실상 표준을 장악하는 정책을 써왔다. 그들은 시장표준을 장악하고 그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으로 자신의 독점권을 유지해왔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바와의 기준 표준 논쟁이다. 기존에 프로그래머들은 다른 유형의 컴퓨터나 운영체계에 따라 각기 다른 프로그램을 짜야했다. 그러나 썬 마이크로시스템은 자바(JAVA)라는 새로운 개념의 컴퓨어 언어를 개발하게 된다. 이는 한번 짜면 어떠한 시스템에서도 동작 할 수 있도록 하는 객체 지향적 운영체제로 설계되었다. 자바로 짜여진 프로그램은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상관없이 어느 컴퓨터에서나 작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빌 게이츠의 독점 권력에 커다란 위협일 수 있다. 윈도에서만 동작하는 폐쇄적 정책을 가지고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이 자바라는 언어가 자신의 독점력을 훼손할 것을 우려하였다. 언제 어디서든지 동작을 한다면 그 만큼 윈도우의 중요성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개방형 객체지향 언어는 그 동안 폐쇄적으로 동작하도록 했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적 시장지배 전략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자바 버전에 윈도에서만 작동하는 특질들을 추가하여 그들의 독점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였다. 어떠한 컴퓨터나 운영체제에서 동작하도록 설계된 자바에 변형을 가한 것이다. 시장의 폐쇄적인 독점유지 전략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취해온 가장 중요한 전략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서 시장을 장악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MS-DOS 역시 QDOS를 약간 고쳐서 만들었으며, 복잡한 명령어 대신 눈으로 보고 가리키는 GUI 운영체제 역시 그 당시 애플의 매킨토시의 방식을 모방한 것이었다. 그 이후의 엑셀이나 워드,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멀티미디어 프로그램 역시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왔었다. 이러한 성장과정 탓에 마이크로소프트 자사의 상품이 법적인 분쟁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초창기 실리콘 밸리의 프로그래머들은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그 자체를 즐길 뿐 이였다. 그러나 빌게이츠는 자신의 소유권을 강제적인 법의 힘으로 유지하려 하였다. 그는 당시 대부분의 프로그래머가 그 소유권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당시는 많은 프로그래머들은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공개함으로써 더 나은 프로그램의 개발을 유도했다. 빌게이츠에게 자신의 운영체제 CP/M을 빼앗긴 디지털리서치사의 게리 킬달 역시 법적인 문제로 그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더 좋은 운영체제를 만들면 사람들이 자신의 제품을 선택해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독점 판결에 대한 입장
2000년 4월 3일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반독점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항소를 한 상태이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 윈도 95에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끼워팔기 논란은 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4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법무부와 합의 각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여기서 핵심적인 한 부분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가지 제품의 사용에 다른 제품의 사용을 결합(tying)해서 파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반독점법에도 명백하게 위배되는 사항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 조항이 붙는데 "이 조항이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적 이점(technological advantages)을 제공하는 \’통합된 제품\'(integrated product)을 개발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해석되어져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의 핵심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의 윈도 95에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단순하게 결합된 것이냐 기술적으로 통합한 것이다. 끼워팔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독점적 권리를 이용하여 시장에서의 불공정 경쟁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독점의 개념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단순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다. 시장의 뛰어난 상품하나가 그 상품의 우수성에 의해서 대부분의 소비자가 선택한다면 이는 독점이지만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이 독점력을 이용하여 경쟁을 왜곡하여 시장을 장악한다면 이는 독점력을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의해 불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윈도 95에 결합이냐 아니면 기술적으로 통합이냐는 이번 사건의 핵심적인 사항이다. 만약에 윈도 95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았다면 이는 자신의 독점력을 이용하여 시장을 왜곡했으므로 불법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끼워팔기-단순한 두 상품의 결합-가 아닌 기술적으로 통합되었다면 이는 우수한 또 하나의 제품을 만든 것이므로 불법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소프트웨어에 또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묶이는 것이 통합인가 결합인가를 판단하는 문제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번에 윈도 95버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넣었다는 주장과 두 소프트웨어간의 기술적 통합이라는 주장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것 때문에 법정에서 윈도 바탕화면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지우고 넷스케이프를 동작시키는 시연을 하는 등 이것에 대한 양쪽은 공방은 치열하게 벌어졌고 결국 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실제 중요한 의미가 크게 부각되지 못한 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위법 행위를 저질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것에 대한 진짜 중요한 핵심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이 가능한 배경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는데 디지털 경제는 기존의 경제학과는 다른 특성이 존재한다.
디지털 경제와 독점; 무어의 법칙과 네트웍 효과
IT산업의 성장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 법칙인 무어의 법칙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다. 무어의 법칙이란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지난 65년에 처음으로 제시한 것으로 18개월을 주기로 반도체 집적도가 2배가되고 컴퓨터 칩의 성능이 2배가 되면서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법칙에 의해 실리콘 밸리의 모든 엔지니어들은 그들의 기술을 진화시켜왔다. 이 법칙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속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의 발전은 시장의 창출과 맞물려 존재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라면 18개월을 주기로 더 좋은 성능의 칩 가격이 반으로 줄어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의 가격은 늘 일정하다. 그리고 얼마 안가 또다시 우리는 컴퓨터를 바꿔야 한다. 우리는 항상 최신의 사양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새로운 칩의 생산은 그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요구한다. 286과 386, 486에서 펜티엄으로 계속된 기술의 발전은 윈도우3.0에서 95, 98 그리고 2000에 맞물려서 소비자에게 계속된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요구한다. 무어의 법칙은 철저히 자본의 법칙이다. 기존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방향이었다면 이제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18개월을 주기로 어김없이 2배의 성능을 가지는 칩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이를 소비할 수요가 창출되어야 한다. 일반 가정과 회사, 공공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286에서 386, 486에서 다시 펜티엄으로 계속해서 자신의 컴퓨터 사양을 업그레이드하기 바쁘다. 컴퓨터를 처음 배우는 초등학생들조차 2년 전 사둔 한번도 제대로 쓰지 않은 컴퓨터를 바꾸도록 강요받고 있다. 윈도우 95에서 98로 업그레이드를 할 때 달라진 기능은 거의 없으면서 최소 컴퓨터 사양은 두 배로 뛰게 된다. 이것이 무어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가격은 조금도 낮아지지 않는 이유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더 효율적으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조차 그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만 한다. 불과 2년 전 컴퓨터에서 동작하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누/리눅스(GNU/LINUX)가 3.5인치 디스켓 한 장에 리눅스 기반의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모든 기능과 함께 텔넷과 FTP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이것이 얼마나 큰 기만인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법칙이 바로 네트웍 외부효과와 잠금효과이다.
네트웍 외부효과란 80년대 브라이언 아더라는 사람에 이해 제안된 이론으로 사람들이 많이 쓰면 쓸수록 그 상품의 가치가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고전 경제학의 패러다임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인데 고전 경제학에서 상품의 가치는 희소성의 원칙이 지배하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이 적을수록 그 가치가 증가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가지고 있을 때 누구나 그 반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시장에서의 가치는 급속히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IT산업에서는 이와 반대의 특징이 나타난다. 이는 정보상품의 특성인데 많은 사람들이 운영체제로 윈도를 쓰고 있으면 윈도의 가치는 계속해서 증가하게 된다. 누구나 윈도를 사용하고 있으면 자신도 운영체제로 윈도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의 사람들만이 윈도를 사용한다면 그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적어질 것이다. 전화 역시 마찬가지다. 전화를 몇 사람만 이용한다면 전화의 효용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전화가 있어도 걸을 수 있는 곳이 극히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전화를 사용한다면 전화의 상품가치는 급속히 증가한다. 즉, 누구나 다 사용하는 상품을 사람들은 선택하게 되고 이는 그 상품의 가치를 더더욱 증가시키게 되는 것이다. "네트웍이 주는 외부효과 network externalities"(더 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있을 때 그 상품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가 존재하는 경우 기술 경쟁에서의 승자가 단순히 제품의 우월이나 효용(efficiency)만으로 결정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폴 데이빗이 설득력 있게 제시한 영문 키보드 자판의 예를 생각해 보자. 자판의 맨 윗줄은 Q-W-E-R-T-Y로 시작한다. 왜 하필이면 이렇게 복잡한 모양의 문자배열인가? 왜 가장 많이 쓰는 글자를 중간 한 줄에 몰아놓지 않았는가? 그 답은 컴퓨터 키보드가 타자기로부터 연유했음에 있다. 최초에 발명된 타자기는 자판에 연결된 막대(typebar)를 움직여 글자를 찍었고, 따라서 자주 쓰는 글자를 찍는 막대가 서로 맞물리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많은 실험을 통해 이런 "맞물림"을 최소화한 자판이 QWERTY 자판이다. 그러나 이러한 맞물림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컴퓨터자판에서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타지기를 통해서 자판을 익혔기 때문에 QWERTY 자판은 계속해서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 네트웍 외부효과에 이은 잠금 효과로 이어진다. 잠금효과는 네트웍 외부효과에 의해 시장을 지배한 상품은 더 나은 상품에 의해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자판의 경우처럼 이미 손에 익은 것은 더 효율적인 기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고 쉽게 바꿀수 없게 된다. 이전의 경제학자들은 더 좋은 상품을 만들면 더 좋은 언제든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즉 시장의 진입장벽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러한 진입장벽은 시장이 더 질이 낮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도 초기의 CP/M 운영체제가 MS-DOS보다 더 뛰어난 운영체제 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MS-DOS가 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는 아무도 그 프로그램을 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상품의 가치가 증가하는 네트웍 외부효과에 이어서 다른 상품의 시장접근을 막은 잠금효과는 길들여짐의 특성이다. 하나의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지면 그 보다 조금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 기능법을 다시 새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면 더 뛰어난 기술이라 해도 시장에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잠금효과는 자사의 제품을 공짜로 파는 한이 있더라고 시장 장악력을 높이려고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제 최고의 기술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최다의 기술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의 또 다른 특성은 디지털 상품 즉 정보재의 경우 그것의 재생산 비용이 0이라는 것이다. 초기 개발비용만 존재할 뿐 하나의 상품을 재생산하는데는 단순히 카피(copy)만 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원본의 손실 없이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상품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사라지게한다. 예를 들어 내가 볼펜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이것은 나의 소유이면서 다른 사람의 소유일 수는 없다. 그러나 정보재의 경우 내가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카피만 하면 또 다른 사람이 원본과 완벽하게 똑같은 상품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의 상품을 나눈다고해서 내가 소유하고 있는 상품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네트웍 외부효과에 의해 그 가치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상품의 경우 상품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이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는 않는다. 또한 재생산 비용이 0인 상품은 상품의 교환가치가 없다. 이에 따라 기업은 강제적으로 지적재산권을 이용하여 정보 상품의 소유권과 사용권을 분리하여 물건을 팔되 소유권은 여전히 기업이 가지는 형태를 취한다. 따라서 내가 산 상품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도 없고 복사할 수도 없게 된다. 오직 사용만 가능한 사용권만을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도 교묘하게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상품이 마음대로 복제된다 하더라도 이를 묵인한다. 그러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상품을 사용하여 다른 상품이 들어오지 못할 때 쯤이면 복제에 대한 단속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사용권만은 파는 형태로 정보재의 시장 가격을 형성한다. 재생산 비용이 0인 상품에 가격을 매겨 파는 회사의 경우 그 이득이란 엄청나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1000원어치 제품을 팔면 250원의 수익을 얻을 정도의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다. 한국 재벌의 평균 수익률이 2원임을 알 때 그 이득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9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액은 250억 달러를 넘지 않는다. 세계 최대 회사라고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지만 매출액 순위로는 제너럴모터스의 15%에도 지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세계10대 부자에 3명이 마이크로소프트 사람이라면 그 초과이득수준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디지털 경제의 속성을 이해할 때 마이크로소프트독점 소송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빌게이츠를 싫어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은 이번 소송의 결과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치명적인 피해가 갈 것이라는 사실에 승리의 기쁨을 얻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의 근본 속성이 무어의 법칙과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끊임없는 슈퍼초과이득를 창출하는 구조라면 또한 기술의 속성이 통합이라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단순한 끼워팔기 논쟁은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끼워팔아 넷스케이프의 점유율을 20%이하로 끌어내렸다. 여기에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역시 운영체제에 포함시켜 리얼네트워크사를 조여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마이크로소프트독과점 판결 이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아직 판결은 끝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장은 윈도 98에서 다시 윈도 2000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계속된 항소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법원 판결의 핵심인 끼워팔기냐 기술적 통합이냐 하는 문제는 기술 자체의 특성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기술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진보의 방향을 잡았다. 컴퓨터 시장이 막 개척되고 있을 당시 애플사의 컴퓨터는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를 하나로 묶어내는 혁신적 성과를 남겼다. 전화와 팩스가 합쳐지고 있으며 스캐너와 복사기, 프린터가 하나의 기기로 통합되고 있다. 모든 기술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은 그것이 이용자들을 더 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TV와 컴퓨터 냉장고, 전화기 등이 모두 하나로 묶는 가정용 홈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가전기기를 하나로 묶는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썬마이크로시스템은 기업의 사활을 걸고 여기에 매달리고 있다. 문제는 통합되는 기술의 발전 방향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라는 운영체제에 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체제는 모든 응용 소프트웨어의 근간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시장 장악력은 엄청나다. 모든 사람들이 윈도를 사용하고 있는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를 이용하여 계속해서 여러 소프트웨어들을 통합해 갈 것이다. 왜냐하면 통합을 해야 소비자가 더 쉽게 그것을 이용하고 그것을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다. 이번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패소에 이은 해결책이 회사의 2개 분리냐 3개로의 분리냐로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빌게이츠는 미국 경제 호황은 상징적 인물이며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있다.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독점 판결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이다.
아래는 패트릭 마틴의 글을 인용하여 반독점법 판결 이후의 미국 정가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2000년 4월 3일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반독점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날이다. 그로부터 불과 이틀 후 수요일에 이 범법자 빌게이츠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의사당의 의원들은 그를 열렬히 환호했다. 클린턴 역시 빌게이츠가 자선기금을 설립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뉴저지 출신의 민주당 상원 선거대책위원장인 로버트 토리첼리는 자신이 클린턴 행정부에 반독점 소송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해체하려들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엄청난 일을 한 기업을 해체하려고 하는 나라는 미국뿐"이라며 이 기업을 분할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아메이 원내총무는 "나는 차라리 법무부를 해체시켜버리고 싶다"라고 말하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 역시 "반독점법은 가격담합과 독점가격에만 적용이 한정돼야 한다"며 "MS에 반독점법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미국 사람들 대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분할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분사는 결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설사 분사된다 하더라고 그들의 시장 지배력이 줄어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는 그 동안의 미국 역사가 증명해주는데 미국에서 독과점 판결이후 회사가 분할되었던 많은 회사들 역시 그들의 시장장악력을 잃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1906년 독과점 방지법에 의해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사가 34개의 독자적인 오일 회사로 공중 분해 됐지만, 지역적으로 기반을 잡은 엑슨, 모빌, 아모코, 알코, 그리고 셰브론 등의 독립 회사들은 여전히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AT&T사의 경우, 지역별로 분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틱벨사와 퍼시픽벨사로 불리는 베이비 벨사에 대적할 만한 경쟁 기업이 과연 탄생했느냐 하는 점도 의문이다.
독과점방지법에 의해 스탠더드오일사 지분의 30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던 록펠러는 34개의 새로운 기업들의 지분 역시 각각 30퍼센트씩 보유하게 됐으며, 한 세기가 저물어가는 현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엑슨사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빌사는 벌써 합병을 위한 기초 작업을 완료한 상태다. 시장 경제 이론에 따른 독과점은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이상의 실효는 아직 거두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회사의 분사는 그들의 경쟁사들에게 약간의 가능성을 제공할 뿐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해결책이다. 1개의 회사가 장악했던 시장을 3개의 회사가 나누어서 장악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미국 정가의 모습이나 디지털 기술 자체가 통합의 과정인데 언제까지 연방 법원이 이를 금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핵심은 무엇인가?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전세계 운영체제의 9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윈도라는 운영체제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체제와 맞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동작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이 운영체제 인터페이스를 공개하지 않으면 윈도에서 동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없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독점의 문제는 그들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운영체제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운영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한 모든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묶어 운영체제 안에 통합시킬 것이다. 이는 기술적 통합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 문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유일한 해결책은 윈도의 소스코드공개와 함께 운영체제를 자유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것이다. 운영체제는 이미 사회화된 상품이다. 모든 컴퓨터에 사용되는 이 운영체제는 다른 응용프로그램의 어머니와 같은 구실을 한다. 누구나 공개된 운영체제 위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훨씬 더 빠르고 편리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쓸데없이 큰 용량의 프로그램으로 인해 필요없이 컴퓨터를 새로 사야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어떠한 응용프로그램은 내 운영체제 안에서 잘 실행이 않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정보공유운동
논지를 좀더 확장시키면, 이러한 독점의 문제는 운영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윈도 운영체제는 이미 천 만줄이 넘는 코드를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수 백만이 넘는 코드를 지니고 있다. 또한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블록 역시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이 블록들은 모두 배타적 독점 소유권인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제 이러한 특허를 모조리 비켜가면서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생산한다고 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 또한 수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것보다 이미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 않고 특허를 빗겨가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만유인력의 법칙을 사용하지 말고 설명하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지식은 서로 공유할수록 그 가치가 증가한다. 이미 개발해 놓은 것은 사용하지 말고 다른 것을 만들어내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소모적인 일이겠는가? 기술의 개발을 촉진시키고자 도입한 특허가 기술개발을 가로막고 있다. 특허 옹호론자들은 특허가 없으면 아무도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70-80년대에도 수 많은 프로그래머들은 자신의 생산품을 특허화 하지도 않았으면서도 계속해서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생산해냈다. 또한 아직도 많은 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성과물을 특허화 하기 보다 논문지에 발표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과를 이용하여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한다. 기술이 공개되면 더 빨리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은 시작되고 있다.
그 동안 실리콘 밸리를 지배했던 무어의 법칙은 무너지고 있다. 18개월을 주기로 변신을 거듭하던 프로세서의 진보가 한계에 이르게 되면, 실리콘 산업의 대세는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로 그 주도권이 넘어갈 수밖에 없게된다. 즉, 하드웨어의 속도가 지속적으로 빨라진다는 무어의 법칙을 전제로 지금까지 구축되어 온 중앙 집중적인 하드웨어 체제가 기능별로 해체되고, 필요에 따라 기능이 조달되는 분산형 운영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돼는 것이다. 이러한 분산 개념을 승화한 운영체제가 바로 그누/리눅스이며, 이 순간부터 소프트웨어는 완성형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하형일은 이를 진화론에 근거한 다윈의 법칙이라 부른다. 이제 18개월을 주기로 새롭게 개발되는 하드웨어에 따라 버전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누/리눅스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인터넷을 통해 중심의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맞게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더 좋고 더 우수한 프로그램이 살아남는 방식, 스스로 진화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강한자 만이 살아남는 다윈의 법칙. 그러나 자유롭게 정보가 유통되고 공유되는 속에서의 다윈의 법칙은 소프트웨어의 독점을 깨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자연이 만든 것 중에 배타적 재산권과 가장 친하지 아니한 것이 바로 관념이라 불리는 사고력의 작용이다. 개인이 혼자 간직하는 한 그것은 그의 배타적 소유이지만, 밖으로 내뱉는 순간 모든 사람의 소유가 되고 누구도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의 또 다른 특징은, 모두가 전부를 가지고 있기에 아무도 적게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 나의 관념을 전달받았다고 해서 나의 것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누가 내 등잔의 심지에서 불을 붙여갔더래도 내 등잔불은 여전히 빛나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서로를 교육하며 사람들의 형편을 개선할 수 있도록 온 세상으로 관념이 자유롭게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자연이 준 특유하며 자비로운 선물일 것이다. 구석구석을 비추며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빛처럼, 우리가 그 속에서 숨쉬고 움직이고 그리고 존재하는 공기처럼, 자연은 배타적 소유나 제한이 없도록 관념을 만들었다. 발명은, 본질적으로, 재산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참고문헌
실리콘밸리 스토리 HOWPC 연재. 99년 1월호부터 10월까지 하형일 http://www.howpc.com
정보사회와 평등문제 -보편적 서비스의 \’소프트\’한 의미를 위하여. 김도현 네트워커 자료실
(http://networker.jinbo.net)의 지적재산과 정보공유
첨단기술 시대의 독점과 경쟁: Microsoft 소송과 새로운 경제학의 패러다임. 홍성욱 네트워커 자료실
(http://networker.jinbo.net)의 지적재산과 정보공유
MSN의 출범, 그 파장과 대책. 최재원 http://www.xtel.com/~saro/msn.html
반독점 판결받은 마이크로소프트 "일격맞은 빌게이츠가 여유만만한 까닭" 월간 말 2000년 5월호
What to do about Microsoft?, Le Monde Diplomatique, November 1997. Ralph Nader and James Love. 번역본 http://copyle.jinbo.net/archives/nader.htm 김현우
컴퓨터제국의 군주, M$는 몰락할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 독점방지법 위반 소송] 다른 과학 7호 서덕록 http://alt-sci.jinbo.net/alt/alt7/alt7.html
pc의 역사 http://user.chollian.net/~y2000/comhistory첨부 파일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