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유운동과 정보공유라이선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보공유연대IPLeft 대표)
정보화가 진척되면서 우리의 삶은 대단히 편리해졌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정보사회\’에서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제도를 통해 정보를 상품화하려는 움직임도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정보를 공유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본래 정보는 공공재이다. 이것은 두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모든 정보는 다른 정보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다. 따라서 정보는 소유의 범위를 정하기가 어렵다. 둘째, 정보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마치 공기나 물처럼 누구나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정보를 생산해서 판매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보를 일반 상품처럼 다루게 된다면, 불평등은 극도로 심각해지고, 사회 자체가 붕괴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공기나 물을 몇몇 세력이 독점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런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지적재산권이다.
오늘날 지적재산권은 지적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이며 왜곡이다. 지적재산권의 목적은 정보의 생산을 촉진하는 것이고, 지적재산의 보호는 어디까지나 그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지적재산권은, 지적재산이 공공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재산권과는 달리 특수한 방식으로 지적재산을 보호한다. 가장 좋은 예가 \’소유연한\’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허권은 20년, 저작권은 50년 동안 지속된다. 그리고 이렇게 보호받기 위해서 지적재산의 소유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의 특징을 사회에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서 공유의 댓가로 일정 기간 동안 보호받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지적재산권은 갈수록 지적재산의 보호 자체에 촛점을 맞추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를테면 공기와 물을 독점할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지적재산권 제도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드러커나 벨이나 토플러같은 미국의 지배적 정보사회론자들이 주장한 것과는 달리 우리의 \’현실 정보사회\’에서는 정보화에 따라 자본주의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더 강화되고 있다. 그들은 지적재산권의 문제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사실상 속이고 호도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의 강화는 이미 대단히 심각한 문제들을 낳고 있다. 에이즈 치료제의 예를 보자. 세계에서 에이즈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은 아프리카이다. 그런데 에이즈 치료제는 아프리카인들이 쓰기엔 너무 비싸다. 이 약을 쓰려면 한 달에 2000달러 정도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아프리카인들은 일년에 200달러 정도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싼 이유는 독점 때문이다.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는 그 치료법이라는 정보를 독점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말하자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폭리를 취하는 것이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노바티스에서 독점하고 있는 글리벡이라는 백혈병 치료제의 가격을 둘러싸고 큰 물의가 일어났다. 이것도 에이즈 치료제와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미국의 주정부들이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소송\’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지적재산권을 통한 정보의 독점은 기술개발과 시장경쟁을 가로막는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독점원리가 지배하는 지적재산권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정보공유운동이 펼쳐지게 되었다. 본래 이 운동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소프트웨어의 상품화에 따라 더 이상 관련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기술개발에 전념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리차드 스톨만은 1984년 1월에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을 만들고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착수한다. 이 작업은 1990년대 초에 \’그누-리눅스\’의 개발이라는 형태로 일단락된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 지적재산권의 문제가 더욱 심해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로버트 레식 교수는 \’창조적 공유재산\'(Creative Commons)이라는 이름으로 정보공유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정보의 생산자가 정보의 이용권을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정보공유운동이 펼쳐지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 뿐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대표적인 예로는, 비록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열린한글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그리고 1998년 가을부터 지적재산권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던 젊은 정보운동가들을 중심으로 2001년 3월에 창립된 정보공유연대(www.ipleft.or.kr)는 2004년 여름에 정보공유라이선스(www.freeuse.or.kr)의 개발을 마치고 더욱 포괄적인 정보공유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라이선스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점에서 \’창조적 공유재산\’과 근본적으로 같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정은 네가지로 나누어 저작권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런 점에서 \’정보공유 라이선스\’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수 있게 된다. 지적재산권의 강화는 정보의 공유를 막고, 따라서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이 문제에 올바로 대응하기 위해 세가지 운동이 나타났다. 첫째, 지적재산권의 문제를 밝히고 그 강화를 막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둘째, \’정보공유라이선스\’의 활용과 같은 정보공유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세째, 일반적인 기부운동과 비슷한 방식으로 지적재산의 기부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정보공유라이선스\’의 활용은 정보공유라는 사안 자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안이다. 이 점에서 \’정보공유라이선스\’는 중대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자유롭고 공평한 정보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 노력에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