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2004.8.11)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정보공유연대 운영위원
주철민

정부가 이달부터 대대적인 불법복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사범 단속에 나선 가운데,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이하 SPC)주1) SPC는 협회 이름 그대로 국내외 주요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이익단체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불법 복제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다.
가 시행하는 불법복제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고포상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 민간 감시 방식-포상금 제도의 정당성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은 기본적으로 공권력에 의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공권력에 의한 불법행위 단속은 그 인력과 장비의 한계 때문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상시적이고 강력한 단속의 효과를 얻기 위해, 포상금 제도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포상금제도는 현상수배자들에게 현상금을 거는것처럼, 민간 영역에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기능을 맡기므로써 일상적인 단속효과를 유도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포상금 제도는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포상금 제도는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잘못 운영되었을때 부작용이 매우 심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포상금 제도는 민간에 의해 상시적이고 직접적인 감시행위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시행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사회전체적인 합의가 이루어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포상금제도에 대한 효용성은 지난 4월 17대 총선의 경우에서 잘 드러난다. 수십년 묶은 부정 선거운동이 포상금 제도의 강력에 힘에 의해 획기적으로 사라졌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작년에 운영되었던 교통법규에 위반에 대한 포상금제도는 그 긍정적 효과가 없다고 할 순없지만 시민들의 자율적인 감시를 넘어서 일명 ‘카파라치’라 불리우는 전문 신고자를 양산해내며 많은 부작용을 드러내었다. 도로위에서 찍고 찍히는자 사이의 수많은 다툼을 흔히 볼수 있었으며 특히, 신호체제가 미비한 수많은 도로에 전문신고자들이 집중적으로 위반사례를 적발함으로써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만들어냈다. 사실 이러한 민간에 의한 감시행위는 시민들 사이에 끊임없는 긴장과 적대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부작용은 매우 우려할 만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민간에 의한 감시행위의 부작용을 무시하고 놀라운 단속효과의 성과에만 기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국민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전근대적인 전체주의 국가 시스템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민간에 의한 자체적인 감시행위의 위험성은 우리는 이미 역사적은 경험을 통해 알고있다. 주2)이러한 감시행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어린시절 우리가 겪은 반공교육이다. “옆집사는 순이엄마 알고보니 간첩이네”.라는 표어는 이러한 일상적이고 항시적인 감시를 강요하는 극명한 예이다.

오늘날의 포상금제도는 이러한 민간에 의한 감시방식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며,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 의무와 처벌이라는 강제성 대신에 금전적인 보상을 유도하는 것일뿐 그 근본은 동일한 것이라 하겠다. 물론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의 의무가 오로지 공권력에만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포상금제도와 같은 민간감시 방식의 도입은 매우 신중한 고려와 함께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진 경우에 극히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불법복제 소프트웨어에 대한 포상금제도는 비록 컴퓨터 판매 및 A/S 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거의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실질적으로 그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2. 대한민국은 불법복제의 천국(?) – 불법복제율 산정방식의 문제점
미국의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이하 BSA)는 2003년 우리나라의 불법복제율이 48%이며 이는 OECD 30개 국가 평균(32%)보가 크게 높은 수치라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이를 대상으로 미국의 스페셜 301조에 의한 우선감시국가가 정해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불법복제율의 신뢰성에 있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BSA는 미국의 사무용소프트웨어가 연합되어 있는 이익단체로 가장 강력하게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주장하고 있는 단체이다. 따라서 이 단체에서 발표하는 불법 복제율 자료는 공정성을 측면에서 처음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 11월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주3)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S/W저작권 및 지적재산권 등 컴퓨터프로그램 분쟁조정등을 하는 정보통신부 산하 법정위원회이다.
는 국내외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율을 기업PC 16.4%, 가정PC 49.1%로 전체 평균 복제율이 35%인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BSA발표와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며 OECD 평균(32%)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어느 조사가 더 신뢰성이 있는 것인지 단정할 순 없지만 그 동안 BSA의 SW불법복제율 조사방법은 회원사의 주관적인 SW 수요량과 공개되지 않은 회원사의 SW매출을 근거로 산출하여 많은 문제제기를 받아온 점에서 실제 불법 복제율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글이나는 대표적인 국산 워드 프로세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조사결과에 더욱 큰 오차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즉, 전체 팔려나간 전체 PC수에 자체적으로 판매되어진 소프트웨어 숫자의 비를 불법복제율로 계산하는 경우 MS 워드를 사용하지 않고 ‘글’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이 MS 워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법복제율에 포함되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수요예측에 글 사용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MS 워드를 사용한다는 가정아래 불법복제율을 계산할 시 조사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날 가능성이 있다.

3. 왜곡된 소프트웨어 생산구조와 독점 가격의 문제
정보화사회의 특징은 모든 일상생활들이 컴퓨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컴퓨터의 역할은 이전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이며, 없으며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보편적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컴퓨터가 단순히 우리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컴퓨터는 특수한 계층만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며 컴퓨터를 잘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를 사용해야만 하는 일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의 사용은 수도나 전기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보편적인 서비스 개념으로 인식되어져야 한다. 컴퓨터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노년층에게 적극적인 무료교육을 시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컴퓨터에 접근하기 어려운 많은 소외계층에게도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들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전 국민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는 다른 가전기기들과 다르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되어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다시말해 우리가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를 살 때는 전자제품 그 자체를 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컴퓨터의 경우는 컴퓨터 가격만큼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여야만 사용할 수 있다. 즉, 다른 전자제품들과 다르게 컴퓨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추가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은 컴퓨터 가격에 맞먹을 만큼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매우 비싸다.
그렇다면 실제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왜이렇게 비싼가? 그 이유는 바로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독점가격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컴퓨터에는 윈도우를 설치하여야 하며 각종 사무용 오피스나 인터넷 웹 브라우져들까지 대부분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은 이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가 일반상품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사는 경우 대기업 제품을 사던, 중소기업제품을 사던 그것은 소비자가 가격과 성능, 디자인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선택의 문제지만 소프트웨어는 그 선택 사항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MS WORD를 쓰는 상황이라면 자신도 MS WORD를 선책할 수 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고작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한글\’과 MS 워드를 같이 쓰는 것이다. 즉 소프트웨어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고 있는 것을 자신도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MS 워드를 쓰기 싫어도 다른 사람이 보내준 MS 워드 문서를 읽기 위해서는 그 프로그램을 쓸 수밖에 없으며 이는 더 나아가 다른 상품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아버리게 된다. 모든 사람이 MS 워드를 쓰고 있다면 더 좋은 상품이 나와도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한 소프트웨어는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기 경우를 봉쇄해 버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프트웨어가 독점가격을 형성하는 이유이며 경쟁이 배제되어 보다 높은 이윤 추구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를 토대로 소프트웨어 업체는 나라마다 시장상황마다 서로 다른 가격을 설정하게 된다. 즉, 불법 소프트웨어의 사용률이 낮은 경우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경우 소프트웨어 가격은 상승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게 된다. 주4)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한글\’이라는 자체적인 워드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가력으로 MS 워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게 된다.

사용할수 없을 만큼 비싼 소프트웨어의 가격은 필연적으로 불법복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정품사용률을 높이는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수 있다. 첫째, 단속을 통해 우회로로 가는 비용을 높이는 방법이다. 여기서 비용은 단순히 돈만이 아니라 도덕적, 심리적 죄책감과 두려움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즉, 불법 소프트웨어 단속을 통해 우회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얻는 장벽을 높힘으로써 보다 정품 사용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둘째는 접근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내림으로써 정품사용을 높이는 방법인 것이다. 가격을 현실적으로 내림으로써 경제적인 비용 때문에 정품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정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정부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단속을 통하여 우회로로 가는 비용을 높이는데만 온 힘을 다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은 등한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단속만으로는 결코 불법 복제율을 낮추기 어려울 것이다.

5. 결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보화사회에서 컴퓨터의 사용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의 사항이 아니라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재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복제 문제를 정품사용을 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소프트웨어 구입비용, 정보화 사회에서 컴퓨터의 사용을 개인과 기업에게만 맡기는 현재의 상황을 뒤로 한 채 산업논리로만 바라보는 현실 인식으로는 결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불법소프트웨어 문제는 우리사회의 불법 주차문제와 매우 유사하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문제를 뒤로한채 불법 주차문제를 온전히 운전자의 몫으로 돌리는 것에 다름아니다. 유료주차장은 비어있어도 거리는 불법 주차 문제로 가득차 있는 현실. 이는 주차장이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운전자의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주차요금으로 이용을 제한하는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이용가능한 저렴한 주차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만 불법 주차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며 그러한 상황에서 불법주차단속이 의미를 가질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무리한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에 대한 단속만으로는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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