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물 개인적 교류는 보호돼야
*아래글인 "저작권법은 사이버보안법"관련 글입니다.
한겨레신문 왜냐면 기고글.
재반론- “저작권법엔 ‘펌 행위’ 금지 없어”를 읽고
나는 저작권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저작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기본권인 문화적 권리, 표현의 자유,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작권법이 디지털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기고한 ‘저작권법은 사이버보안법’에 대해 문화관광부에서 1월27일치 ‘왜냐면’을 통해 반론을 제기했다. 안타깝게도 문화관광부가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여 재반론을 하고자 한다.
내 글은 저작권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네티즌들 역시 저작권 보호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찬성하며, 음악 서비스 등의 유료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저작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인간의 기본권인 문화적 권리, 표현의 자유,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준협씨는 ‘타인이 공들여 만든 저작물을 공짜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상식이고 공정한 이용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언제 무조건 공짜로 이용하자고 했는가? 문제의 핵심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사적 이용의 범위’다. 현행 저작권법은 사적 복제의 범위를 ‘가정 내에 준하는 한정된 장소’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인터넷 환경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터넷은 사적인 공간이자 공적인 공간이다. 내 미니홈피는 나와 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임의의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의의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통을 제한한다면, 사적인 소통과 교류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현행법은 단지 ‘복제’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는 적용될 수 없다. 곧, 현행 저작권법은 디지털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그래도 저작권법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은 논쟁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화관광부가 만일 비영리적이고 개인적인 교류행위를 할 경우에도 일일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떳떳하게 그렇게 주장하라. 본인은 여전히 그러한 정책은 문화에 대한 무지이자 개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하여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홈페이지에서 기사들을 무단 전재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들은 자신들은 사전 허락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들이 무슨 법을 제정했는지도 모르는 것인가?)
정부가 펌 행위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는 반론은 말꼬리잡기에 불과하다. 이씨 논리대로라면 정부는 아무 것도 금지한 것이 없다. 저작자가 허락하면 이용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전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에 대해, 사전 허락을 받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는 게 금지가 아니면 무엇인가.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모든 경우에 창작자의 사전 허락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다만, 비영리적이고 개인적인 교류의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아니라 법이 금지하는 것이라고 할텐가? ‘저작권 사냥꾼’에 대해서 사실 왜곡이라 하는데, 신문 기사와 블로그 등을 검색해 보라. 적어도 수많은 네티즌들이 저작권 사냥꾼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묻는다. 문화관광부는 현행 저작권법의 규제가 진정 상식이라 생각하는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네티즌들의 불만이 그저 공짜로 이용하게 해달라는 투정으로만 보인단 말인가?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