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의 전쟁을 시작한 ‘저작권법’
정동채장관 및 문광위 국회의원들 전원적발 “허락받지 않고 이용하면 불법이다”
김정우 / 네트워커
patcha@patcha.jinbo.net
지난 1월 17일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은 한국 인터넷 지형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에서 더 이상 음악을 사용할 수 없으며,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을 까는 것조차 불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7일 이전부터 인터넷은 이미 혼란의 도가니였다. 저작권법 위반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하는 게시물들이 인터넷을 도배했다. 개정 저작권법에 반대하는 블로그와 카페가 개설되고, 하루에도 수백여명이 반대서명을 했다. 문화관광부의 게시판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항의성 글들이 올라갔다. 이번 개정의 골자는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전송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미 전송권은 2000년 저작권법 개정에서 저작자들에게 부여된 것이고, 이번 개정에서는 그 권리자가 확대되었을 뿐이다. 결국 이전과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무엇이 네티즌들을 하루아침에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다음은 매일매일 인터넷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질문이다.
“개인적인 비영리 홈페이지에서 배경음악을 틀어주는 것은 불법인가요?”, “구입한 CD 음악을 MP3 파일로 변환시켜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불법인가요?”, “직접 만든 동영상의 배경에 음악을 삽입하는 경우도 불법인가요?”, “다른 사람의 글을 퍼오는 것도 불법인가요?”
그렇다. 불법이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불법이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저작자의 사전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허락을 받지 않은 저작물의 이용은 대부분 현행법상 ‘복제권’ 또는 ‘전송권’ 위반행위로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개인적으로 음악 한곡을 이용하기 위해서 작곡가, 작사가, 가수, 음반제작자 등으로부터 일일이 허
락을 받아야만 한다.
더 큰 문제는, 저작권법의 적용이 음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신문기사, 소설, 사진, 영상 등 인터넷 콘텐츠 전반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그 이용의 목적이 영리·비영리에 상관없이 무단으로 퍼오는 것은 모두 불법인 셈이다. 그동안 블로그 또는 미니홈피에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퍼온 네티즌들은 거의 대부분 현행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에 CD를 한 장 사서, 친구에게 테이프로 복사해서 주는 것은 문제가 없었는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들려주는 것은 형사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네티즌을 범죄자로 몰지마라’(http://cafe. daum.net/nethim), ‘No Music No Blog’ (http://cafe. naver.com/nomusicnoblog), ‘인터넷을 다죽이는 저작권법개정하라’(http://www.ipleft.or.kr/antilaw) 등에서는 개정 저작권법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의 항의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네티즌들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저작권법을 담당하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 소속 의원들 대부분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서 저작권법 위반행위를 버젓이 하고 있다. 각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일간지 기사를 퍼와 무단전재하고 있다. 저작권법을 제,개정하는 국회의원들조차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는 저작권법,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인터넷의 생명은 자유로운 복제와 전송
1월 17일 이후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가 운영하고 있는 ‘한국대표토론마당(이하 한토마)’에서는 저작권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토마 논객 중 열의 아홉은, 현행 저작권법이 대부분의 네티즌들을 일방적으로 ‘범법자’로 몰아붙이고 있으며 온라인에서 얼마만큼 제대로 시행될 지 의문이라고 반문한다. 한토마의 운영자인 이충신 팀장도 현행 저작권법을 인터넷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큰틀에서 저작권을 보호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지만, 인터넷 안에서 네티즌들의 일상적인 ‘펌질’ 등을 저작권법의 일방적인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으며, 인터넷 문화와도 맞지 않다.”
실제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복제와 자유로운 전송이며, 네티즌들은 이를 통해서 새로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정착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식검색’과 ‘커뮤니티활동’을 비롯하여, ‘미군에 의한 여중생사망사건과 촛불시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그리고 최근의 ‘부실도시락파문’ 등은 모두 새로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힘입은 바가 크다. 만약 이런 활동들 하나하나에 저작권 딱지를 붙여서 통제한다면, 지금의 인터넷이라는 것이 가능했을까.
(주)다음커뮤니케이션(www.daum.net) 법무팀 도학선 차장은 현재 저작권 논쟁 지형의 핵심을 인터넷의 특성에서 찾는다. 그는 “최근 인터넷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문화인 ‘펌질’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인터넷상의 기술발전은 오히려 복제를 더 장려하거나, 쉽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그는 “현행 저작권법을 통해서 제한을 가한다는 것 자체가 인터넷의 새로운 문화
를 위축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2003 년 6월 이글루스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오픈한 (주)온넷(www.onnet.co.kr)의 허진영 실장은 인터넷을 매체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그는 “현행 저작권법이 인터넷의 저작물에 대해 분명한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하면서, “인터넷은 정보공유가 기본이며, 특히 1인 미디어의 대명사인 블로그 서비스를 저작권법으로 규제한다면, 네티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인터넷의 기본적인 속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저작권법에 대한 근본적 재고찰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비스 운영자들과 대다수 네티즌들의 의견으로 보인다. 하지만 음반회사를 비롯한 저작권단체들은 이런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오히려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더 강력히 저작권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똑같은 인터넷 환경에서 서로 상반된 주장이 펼쳐지고 있는 그 논의의 핵심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을까?
인터넷에서의 사적 이용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지난 1월 26일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KIBA) 주최로 열린 ‘디지털콘텐츠의 올바른 유
통환경 조성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저작권의 강화를 주장하는 권리자측과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을 주장하는 이용자측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이하 음제협)의 윤성우 법무실장은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침체가 현행 저작권법에서 ‘사적 복제’를 너무 포괄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인터넷에서의 사적복제를 더욱 제한하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엠피스리(MP3) 등 음악 이용자들의 불법복제로 인해 음반제작회사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고, 앞으로 소리바다, 프루나 등 P2P 서비스 업체를 비롯해 블로그 서비스 업체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용자측을 대표해서 나온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사무국장은, “시동호회에서 시에 관한 토론을 하는데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는가? CD를 구입해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MP3 파일을 올리면 또 돈을 내야하나?”라고 반문하고,”이용자들의 개인적이고, 비영리적인 소통을 막는 것은 과도한 법집행이다”라고 주장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인터넷에서 비영리적, 개인적 이용을 보장하는 정책에 대한 요구가 뜨겁다. 개정저작권법에 항의하고 있는 네티즌 카페인 ‘No Music, No Blog(http://cafe.naver.com/nomusicnoblog.cafe)’ 는 “저작권 자체를 부정하거나 저작권법 폐지를 원하는 것이 아니며… 비영리적인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의 음원 게시 행위 처벌 방침은, 본 법 1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공정이용 도모라는 공익적 정책목표의 실현을 위하여 법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열린우리당 변재일의원, “개인활동과 저작권 보호마저 구분 못하나”
저작권법제27조는 개인들의 사적인 이용을 위한 저작물의 복제를 허용한다. 하지만, 여기에 인터넷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해석론이다. 인터넷은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적 공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월 14일 문화관광부 홈페이지(www.mct.go.kr)에 올라간 개정법률 관련 질의응답사례를 살펴보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미니홈피나 카페, 개인블로그 등에 무단으로 올리는 행위는 모두 불법행위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비영리적, 개인적 이용조차도 허용될 수 없는 것인가.
지난 1월 18일 열린우리당 변재일 의원은 인터넷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 보낸 ‘개인활동과 저작권 보호마저 구분 못하나’라는 제목의 기고글에서 개정 저작권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개정 저작권법에서… 사이버 공간과 현실공간을 엄격하게 구별하여 인터넷에서 개인의 사적 이용마저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덧붙여, “우리나라가 디지털 음악시장에서 블로그나, 미니홈피 같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사적 인터넷 활동과 저작권 보호마저 구분을 못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비난했다. 인터넷 공간에서 사적 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문광위 소속 열린우리당의 이광철 의원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안성배 보좌관은 이광철 의원 홈페이지에 허가 없이 무단으로 전재되는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비영리적인,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허용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고, “앞으로 인터넷에서의 개인들의 비영리적인 개인적 이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이 개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단속만이 능사 아니다.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
1월 26일 공청회 토론자로 나온 문화관광부 심동섭 과장은, “저작권에 대해 1년 동안 홍보할 것을 이번에 다했다”며 “정보공유도 좋은데, 정보공유가 무색할 정도로 불법복제가 판치는 나라”라고 말했다. 또한 문화관광부는 오는 3월부터 상설 합동기구를 구성하여 인터넷에서의 불법적인 이용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문화관광부의 입장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현 저작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에 의한 단속보다는 새로운 방식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네티즌들을 놓고 프로슈머(Prosumer)라는 말을 한다. 네티즌 모두가 이용자임과 동시에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생산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생산물을 접하고, 향유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인터넷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이 대다수 네티즌들의 의견이다.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은 이런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으며, 저작권 정책도 정보사회의 디지털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네티즌들은 주장하고 있다.
음악비평웹진 ‘가슴(www.gaseum.co.kr)’의 박준흠 편집장은 인터넷 활동을 영리와 비영리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편집장은, “영리적인 이용과 비영리적인 이용을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인터넷을 단지 돈버는 공간으로밖에 보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덧붙여, “저작권법의 강화로 인해서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비주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며, 나아가 거대자본을 가지고 있는 음반기획사들만 배불리는 구조를 양산해 낼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인터넷 언론사들의 경우도 인터넷환경에서의 저작물 이용행위나 방식에 대한 새로운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천호영 부사장은, “법적인 강제를 통해서, 창작자들의 지적인 재산이 지켜질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권리도 중요하지만,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보장할 수 있는 문화운동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부사장은 덧붙여, “상업적이거나 악의적인 이용이 아닌 이상, 네티즌이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출처를 밝히고 오마이뉴스 기사를 퍼서 게재하는 것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행 저작권법은 어떠한 방향으로 개정이 되어야 하는가?
인터넷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저작권법에 대한 요구 빗발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미 새로운 대안적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저작권에 대한 표시제나 합법적인 정보이용방법, 인터넷 환경에 맞는 저작권 특칙 제정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라이크째즈(www.likejazz.com)’의 박상길씨는 미국의 크리에이티브커먼스(www.creativecommons.com)를 예로 들면서,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이용허락표시를 통한 정보공유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작권법을 통해서 정보의 공유를 막기보다는 바람직하게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면서, 이런 라이선스 제도가 디지털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저작권 정책임을 강조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정보공유라이선스(www.freeuse .or.kr)가 개발되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다음(Daum) 법제실의 도학선 차장도, “온라인저작물에 관한 특칙 또는 인터넷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저작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문화관광부는 저작권법 전면개정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너무 권리자의 입장에 치우친 정책을 펼쳐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문화관광부. 모든 국민을 범법자로 몰아붙이는 저작권법의 불합리성을 바로잡아 달라는 네티즌들의 소망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닌 듯 싶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