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저작권법 개정안 당신 안방까지 넘본다 (2005.3.24)

저작권법 개정안 당신의 안방까지 넘본다. [본문보기]

[최근작성일자 : 2005-03-10 11:39:41]

양희진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제27조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시 한편을 같이 써서 보낸 경우, 라디오를 듣다가 원하는 노래를 테이프에 녹음하는 경우, 개인이 연구나 비평을 목적으로 필요한 신문기사를 복사해서 스크랩하는 경우는 타인의 저작물을 그의 허락 없이 복제하는 것이지만 저작권 침해를 면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적이용목적의 복제는 저작권법으로 규율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저작권자의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법의 규율밖에 놓아둔 것이다. 문제의 개정안은 이러한 사적이용목적의 복제허용범위에서 하나의 예외를 추가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인터넷 미니홈피에 풍경사진이 올라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풍경사진이 누구에 의해 업로드되었건 당신이 단순히 다운로드 해서 당신의 컴퓨터에 저장하고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사용하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는 합법이다. 반면 개정법에 따르면 저작권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가 업로드한 사진을 다운로드 하면 합법이지만 제3자가 무단 업로드한 사진을 다운로드 하는 것은 불법이다. 당신은 후자의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당신의 입장에서는 질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는 두 가지 행위가 불법과 합법의 선을 넘나드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그림이나 사진들은 대부분 저작자나 저작권자 등의 표시가 불분명하다. 저작권자 표시가 잘못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자 표시가 있더라도 인터넷 상의 콘텐츠가 불법복제물인지 여부도 알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개정안이 입법, 시행된다면, 일반 이용자들은 자신의 다운로드행위가 불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방법이 없다. 그 결과는 당신에게 두 가지 극단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한편에서는 피복제물이 불법복제물인지 여부를 몰라 제27조가 본래 보장하려고 하는 사적이용목적의 복제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어차피 경찰이 방에까지 들이닥쳐 조사할 수 없을 테니 법개정과 상관없이 어떤 사진이든 다운로드해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개정안은 예외가 원칙을 잡아먹게 되거나 아니면 유명무실한 입법이 될 것이 뻔하다.

윤원호 의원이 제출한 개정이유를 보면 "사적복제 허용 규정은 당초 필사(筆寫)에 의한 복제를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자동복제기술의 발전과 특히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의 도래로 인하여 저작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있어서 그 허용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풍경사진의 예에서 보듯이 단순한 다운로드 행위까지를 규제하여 음반사나 영화사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그런 행위까지 불법으로 규정한다고 해도 저작권법을 집행하기 위해 공권력이 개인들의 안방까지 들어가 수사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개정안은 복제를 근절할 대안이 될 수 없다. 또한 그러한 수사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사생활의 침해 등 다른 정당한 법익을 침해하게 될 우려도 높다. 더 심각한 것은 저작물 이용자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작권법이 본래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에 배치된다. 저작권법이 본래 문화발전을 위한 법이고 저작권자의 보호는 그 수단이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권리는 그것이 사회적으로 이익이 되는 범위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저작물의 모든 이용형태에 있어서 무제한적으로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하면 저작물의 원활한 이용을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문화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저작권법이 일정한 범위에서 저작물의 자유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제27조도 같은 취지에서 일정 범위의 복제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제27조는 단순히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만을 고려하여 개정할 것이 아니라 그에 의하여 제한되는 이용자의 권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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