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공익과 사익의 적절한 조화 필요 (2003.3.12)

공익과 사익의 적절한 조화 필요

 

남 희 섭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20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 기간연장법 (CTEA; Sony Bono Copyright Extension Act of 1998)\’에 대해 미국 대법원은 지난 1월 15일 합헌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에서 쟁점이 되었던 것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연장한 입법행위가 미국 헌법상 의회에 부여된 권리를 넘어서는가, 저작권의 기간 연장이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느냐 2가지였다. 판결의 타당성을 살피기보다는, 이번 판결이 결국 저작권의 시간적 확대 강화를 인정하는 입장에 서 있으며 이러한 입장이 저작권을 둘러싼 이 사회의 주류적 경향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저작권 제도가 본래 추구하고자 했던 공공영역이 점차 축소되는 현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저작권에 존속기간을 설정하여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하여 없어지도록 한 것은 저작물을 둘러싼 공공의 이익과 저자 개인의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 공익과 사익이 조화될 수 있는 기간은 얼마로 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 물음에 대해 정확한 수치로 답을 하기는 어렵다. 원론적인 문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놀랍게도 저작권의 보호기간의 연원을 살펴보면 초기의 저작권은 물론 현행 저작권 제도에서도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공익과 사익의 조화 지점에서 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초기 저작권법은 권리기간을 14년으로 하였는데, 이것은 당시의 특허제도에서 차용한 것이었다. 즉, 중세 유럽의 도제 제도에서 도제의 수업 기간은 경험적으로 언제부터인가 7년으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특허를 받을 정도의 기술은 2단계의 수업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특허권의 보호기간을 14년으로 하였고, 그 후 성립한 저작권법에서 이 기간을 차용했던 것이다. 저작권의 기본 협약인 베른협약은 1948년 브뤼셀 개정을 통해 3대(저자, 자손, 손자)를 고려하여 저자 사후 50년, 1955년의 세계저작권협약(UCC)은 2대(저자, 자손)를 고려하여 저자 사후 25년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을 정하였다. 미국의 저작권 연장법은 수명연장을 이유로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저자 사후 70년으로 늘렸는데, 여기에는 저작권의 기간 확장으로 입게될 공공의 이익이나 손해에 대한 고려는 거의 없다. 저작권이 연장되면 저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은 쉽게 인정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공공의 이익도 함께 증가할지는 의문이다. 저작권이 저작물에 대한 인위적인 독점권인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독점의 강화로 인해 저작물에 대한 공중의 접근이 제한되어 저작물을 둘러싼 공공영역이 축소될 것이다. 실제로 저작권법 기간연장으로 미국에서는 1962년 이후 저작물이 아직까지 공공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저작권의 강화 경향이 이를 통해 이익을 누리게 되는 이해집단이 법의 제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란 사실이다. 미국대법원의 이번 판결에서 디즈니와 AOL과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수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볼 것이라고 하며, 디즈니사의 ‘미키마우스’는 1928년 ‘증기선 월리’에서 처음 등장한 후 저작권 연장으로 인해 2024년까지 그 권리가 보장되었는데, 저작권 제도가 이러한 기업가적 저작권자에 의해 의식적으로 조작되고, 이렇게 형성된 제도가 자작물을 둘러싼 사회 변동을 초래하는 현실에서 저작권 정책입안자들이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권리의 보호가 적정 수준이하일 때에는 저작물 산업의 피해를 예상할 수 있지만 산업계는 입법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반면, 흩어져 있는 일반 공중은 과다보호의 비용은 부담하면서도 집단적 행동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와 더불어, 상호 의존성이 높은 복잡한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소유의 형태는 ‘사회 전체의 누적된 생산 자원을 이용하거나 여기서 혜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을 개인의 권리’라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미국의 저작권 기간연장법을 입안했던 ‘소니 보노’는 사실상 저작권 보호기간이 영속되기를 원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정책입안자로서의 자질은 빵점이었던 셈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07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