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축제, 저작권의 날
– Think Right, Think Copyright??
조 덕 환 (정보공유연대 IPLeft 활동가)
올해 저작권의 날 행사는 예전과 다를 것이라고 했다. 해마다 문화관광부의 소규모 내부행사로 진행되던 것과는 달리, 올해 저작권의 날 행사는 문화관광부와 여러 권리자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시민들의 저작권 인식 재고라는 목적을 가지고 예전과는 다른 차원의 대규모 기념행사를 치룰 것이며,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한국문화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가 주축이 되어 “바로! Think right! Think copyright!”라는 주제로 개최한 ‘청소년을 위한 Copyright Day Festival\’ 행사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주관하는 \’킹덤언더파이어\’ 행사를 포함하여 저작권홍보 대사 위촉과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한 정크아트 전시회를 포함한 대규모 저작권 홍보의 장 등 다양한 볼거리, 풍성한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풍부한 볼거리들을 동원한 올해 행사가 과연 저작권에 대한 인식 재고라는 취지를 얼마나 만족시켰는지는 의문이다. 후문에 의하면 행사에 대한 반응과 참여도가 썩 좋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 이유는 졸속 기획과 미숙한 진행 때문도 들 수 있겠지만 , 더욱 근본적으로는 올해 저작권의 날 또한 예전과 실제로 변한 게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 홍보를 하고 큰 잔치를 벌려놓았어도 저작권자들과 문화관광부는 \’저작권의 강화\’라는 예전과 같은 말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것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이 행사가 \’그들\’만의 잔치밖에 될 수 없었던 이유이다.
저작권 제도의 목적은 잘 알다시피 저작자의 인접 권리자들의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 에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창작을 촉진하고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다. 저작권 제도는 그 둘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었을 때 제 효과를 내 고 사회의 실질적인 문화발전을 일구어내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문화관광부가 기획한 저작권의 날 행사에서는 오직 한쪽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지난 1월 저작권법 개정 이후 네티즌들과 시민단체들이 저작권자들의 일방 적인 권리 강화에 대한 비판과 공정 이용 확대를 위한 요구의 목소리를 크게 높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에서 저작권제도의 한 축인 이용자들의 이러한 목소리들 은 전혀 반영이 되지 못했다. 위에서 말한 균형을 도모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문화 발전을 책임져야 할 문화관광부가 둘 중 한 목소리만을 강조함으로써, 저작권의 날을 \’ 저작권자들의 날\’로 만들어버린 것은 심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만일 올해 저작권의 날이 다른 해와 다른 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번 행사가 저작권법 전문 개정과 저작권보호센터라는 단속기구의 출범과 같은 강력한 저작권 강화장치들의 등장과 맞물려있다는 것이다. 이미 1월 개정안을 통해 예고되었듯이 저작권법 전문 개정은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함으로써 벌써부터 네티즌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저작권보호센터 또한 법적 근거의 부재와 인권침해의 우려 등으로 저작권보호센터 설립저지를 위한 저항이 예상되고 있다. 애초에 기운 지금의 균형추를 더욱 한쪽으로 기울이게 만들게 될 이런 장치들을 지금 막아내지 못하면 앞으로 있을 저작권의 날은 계속해서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말 것이다.
\’저작권의 날\’은 저작권과 이용권의 균형 속에 진정한 사회문화의 발전을 일구어내기 위함이라는 저작권 제도의 의미를 사회구성원 모두가 되새겨보고, 과연 우리의 저작권제도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현재의 저작권 제도를 함께 점검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이런 과정들을 통해 저작권자들과 이용자들 모두 균형을 통해 실질적인 문화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축하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사회의 지적 창조와 문화의 형성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표출할 수 있는 \’우리들\’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행사에 내걸었던 "Think Right! Think Copyright!"라는 문구 처 럼, 시청 앞에 전시되었던 \’생각하는 사람\’ 정크 아트 조형물처럼 이제 문화관광부와 저작권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저작권제도에 대하여, 저작권법에 대하여 \’제대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자신들의 사적 이해관계와 자국의 이익이라는 좁고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전 세계 인류 문화의 발전에 대한 기여라는 넓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때이다. 내년 저작권의 날에는 부디 저작권자들과 이용자들이 함께 저작권 제도가 실질적으로 이 사회의 문화발전을 일구어내고 있음을 축하하는 장이 되기를, 진정으로 이전과는 다른 저작권의 날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