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문화는 산업이 아니다 (2005.4.1)

문화는 산업이 아니다

 

김 정 우 (정보공유연대 IPLeft 사무국장)


지난 1998년 미국에서는 ‘소니보노 저작권 기간 연장법’(Sonny Bono Copyright Term Extension Act – 일명 ‘미키마우스연장법’이라고도 불린다)이 통과되었다. 이 법의 적용으로 저작물의 보호기간이 저작자의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되었고, 직무상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저작권의 기간 또한 최초 출판된 해로부터 75년에서 95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저작물 보호기간을 연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법이 ‘미키마우스연장법’이라 불리는 이유는 곧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되는 미키마우스의 보호를 위해 제정되었다는 비난 때문이다. 미키 마우스 판권을 가진 디즈니는 이 법의 제정을 위해 강력한 로비를 펼쳤으며 미국의회는 거대 자본의 요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결국 이 법의 통과로 유명예술가들의 초기작품(책, 영화, 음악) 40여 만편이 문화유산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되어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수 있엇던 미키마우스는 디즈니라는 거대 회사의 이해로 인해서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누구나 향유할 수 있어야만 하는 문화에 대한 권리를 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해서 제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한 것이 아니다. 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하여 저작권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라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월 17일 발효된 개정저작권법의 내용을 보면, 음반산업계의 이해가 전적으로 반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가수와 음반회사 등에 전송권을 거의 아무런 제한 없이 부여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전송권에 대한 배타적 이용권을 아무런 제한 없이 부여할 경우, 그 이용자들의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들은 더욱 위축되고, 제2창작을 할 수 있는 기반은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문화연대가 발표한 2003년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관련 월평균 수입은 수입 없음이 30.9%, 50만원 이하가 26.3%로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초예술 창작인 들의 수입은 이보다 열악하여 문학의 경우 수입이 없는 비율이 58.5%, 월평균 수입은 16만원이며, 사진의 경우 수입이 없는 비율이 58.6%, 평균 수입이 27만원 수준으로 기존 저작권법 강화의 근거로 작용해온 창작자의 권리는 오히려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현재의 문화정책을 비롯한 저작권법 강화 정책이 창작, 유통, 이용의 순환적이며, 균형적인 발전을 유도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작권법의 목적인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문화는 단지 구매해서 소비해버리는 상품이 아니다. 문화는 그것을 향유하고 즐기고 비판하고 소통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문화에 대한 향유권은 유엔이 발표한 세계인권선언(UDHR) 제27조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내용이다. “모든 사람은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예술을 감상하며, 과학의 진보와 그 혜택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현행 저작권법은 이런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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