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최근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논의의 본질과 대안 (2005.9.31)

최근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논의의 본질과 대안

 

조 덕 환 (정보공유연대 IPLeft 활동가)

 

또다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이야기가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현재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명시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20년 연장하자는 것이 이 주장의 주요 골자이며,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한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의 통상압력을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이 불가피한 이유로 들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저작권 보호기간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본 후, 최근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 주장인지 검토해보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적절한’ 저작권 보호기간을 설정하는데 필요한 대안적 원칙들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국내 저작권법 제1조의 ‘저작자 및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이라는 저작권법의 목적을 볼 때, 저작재산권 보호기간을 제한하는 이유는 바로 일정기간동안 그들의 노력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해줌으로써 그들에게 창작의 동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그 기간이 지나면 해당 저작물을 공공의 자산으로 회수되는 것을 강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자유롭게 이용되어 과학과 문화의 발전이라는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작물을 통한 사적이익의 추구가 공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제한하는 법적 수단이므로, 저작자의 사적 욕심에 의해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적절한’ 선에서 설정되어야 한다. 저작자들의 노력은 ‘적절히’ 보상되어야 하며, 시대적 상황 등 기타 조건의 변화로 보상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면 적당한 보상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저작권 보호기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의 권리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과 아래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최근의 보호기간 연장 불가피론 주장은 그 논리가 빈약하고 정당성이 결핍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한번 대박을 터뜨리면 평생 놀고먹고, 부모 덕택으로 자식들까지도 평생 무위도식할 수 있게 해주는 사후 50년을 훌쩍 뛰어넘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적절한 보상을 통해 다음 창작에 동기를 부여한다는 저작권 시스템의 기본원리와 근본적으로 모순된다. 오히려 이러한 저작권보호기간의 연장은 미래의 창작동기를 억제시키고 문화 창조 행위를 한탕주의로 전락시키는 ‘반문화적인’ 조치에 다름 아니다. 

둘째, 지금은 저작권자들의 사적 이익이 법적, 제도적으로 강화되면서 기존의 사익과 공익간의 균형이 저작권자들의 사적이익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지고 있는 때이다. 전통적으로 보장되었던 비영리적 사적이용이 불법화되고 공정이용 영역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균형 회복을 위한 어떤 조치도 없이 보호기간 마저 연장 된다면, 이 불균형은 저작권 시스템 자체를 파괴시켜 더 이상 복구하기 힘들 정도로 문화를 피폐화시킬 수 있다.

셋째, 저작권 보호기간 설정의 핵심은 일정 기간 후에 저작물을 public domain화함으로써 새로운 창작을 위한 토대를 풍부하게 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국민들은 이 공공자산들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보호기간 연장은 연장된 기간동안 이러한 이용자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연장되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공익적 가치를 사장시키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소니 보노 저작권 연장법’에 의해 약 40여만개의 저작물이 공공자산으로 전환되지 못하게 됨으로써 소수 대기업의 산업적 이익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의 문화적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한다. 또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단순히 저작권자들의 권리보호 차원을 뛰어넘어 그 권리보호 연장에 따른 추가 책임을 이용자가 일방적으로 떠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20년의 추가적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따른 비용의 상승은 원래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어떤 재화에 투여되는 저작권료 부담을 20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이용자들이 고스란히 지게 될 것이다. 아무런 대책 없는 보호기간 연장으로 대다수 이용자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권리 박탈과 비용 부담 밖에 없을 것이다.

넷째, 저작자 사후 70년간 저작재산권을 보호하는 법률은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 자국에서조차 그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소수 미디어기업들의 사적이익을 위한 강력한 로비에 의해 몇몇 강대국들에서 통과된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률들은 이미 그 국가들에서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에 직면했고, 미국의 ‘소니 보노 저작권보호기간 연장법’은 지금까지도 ‘미키마우스법’이라고 조롱당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도 저작자의 2대까지 보상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느니, 인류 수명이 연장되었다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보호기간 연장을 통과시켰다가 한동안 회원국은 물론 전세계의 놀림거리가 되어야 했다. 해당 국가에서도 필요성과 정당성이 의심되는 것을 통상압력을 이유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

다섯째, 우리는 ‘베른협약’에 따라 저작권 보호기간을 사후 50년으로 연장했으며, 최근의 국제협약인 WIPO 신조약에 따라 실연자, 음반제작자들의 권리를 최초 음반고정후 50년간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거의 모든 저작권관련 국제협약의 기준들을 ‘모범적으로’ 준수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협약을 통해 결정된 최소한의 보호기간을 준수하면 되지, 굳이 그 이상을 강제하는 요청을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 강대국들이 권력우위를 이용해서 자신의 수준으로 보호기간 연장을 강요하는 것은 내정간섭에 다름 아니다.

여섯째, 강대국의 독점기업들과 그들의 로비를 받은 국가권력은 정당한 통로를 통해 여러 국가들의 합의를 끌어내기보다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위해 몇몇 국가에 먼저 강력한 로비와 협박을 통해 보호기간을 연장시킴으로써 또 다른 국가들에 통상압력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들은 대화가 아닌 힘을 통해 보호기간 연장을 거부할 수 없는 국제적 현실로 만들려는 부당한 무력시위인 것이다. 만일 우리가 여기서 쉽게 굴복한다면 앞으로 수많은 피해국들을 양산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일곱째, 저작권법은 산업의 발전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한 사회의 문화와 과학, 그리고 지식의 지속적인 진보와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법이므로, 저작권 보호 문제는 특정 ‘산업계’의 요구나 ‘통상’ 압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이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에 보호기간 연장문제 또한 단순히 ‘산업적’ 관점이 아니라 ‘문화적’인 관점을 포함한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처럼 강대국 소수 대기업들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요구는 보호기간의 법률 취지에도 맞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다수 국민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장기적 문화발전과 건전한 국제질서 확립을 위해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들의 ‘불합리한’ 주장들은 그들의 의도와 달리 지금까지의 강대국 중심의 지적재산권 국제질서와 50년이라는 현재의 보호기간의 근거들마저도 의심을 갖도록 만들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강대국 자본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스스로 문화의 발전을 위한 ‘적절한’ 저작권 보호기간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들을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최근 회자되는 저작자 사후 70년뿐만 아니라 현행법의 사후 50년마저도 ‘부적절’하다. 사후 50년의 보호기간은 신기술과 아이디어 순환속도가 빨라지고 지식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는 지금, 소수의 대기업들에 너무 긴 독점권을 제공해줌으로써 공익에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리고 창작자뿐만 아니라 2대에게까지 배타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합당한 경제적 보상이라 할 수 없으며, 오히려 미래의 창작에 역효과를 줄 수 있으므로, 창작동기부여를 위한 경제적 보상은 사망시점이 아니라 저작 시점이나 저작물 공개시점부터 기산해야 하며, 그 기간 또한 현재의 50년 이하의 ‘적절한’ 기간으로 축소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저작권보호를 위해 디지털 저작물에 붙이는 DRM 기술에는 위의 기산법을 적용해서 창작시점 혹은 공개시점부터 기산하여 보호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자동적으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보호가 자동해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저작권 연장은 만인의 문화 향유권 및 이를 위한 접근권을 제한하게 되므로, 만일 저작권이 연장이 된다면 이러한 권리 축소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장된 저작권료 수입에 대해 누진세를 적용하여, 그 세금을 통해 새로운 문화 및 과학 발전을 위한 공공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 등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실제로 수십 년 동안의 저작권 보호가 필요한 저작물이 그다지 많지 않으므로, 기본 저작권 보호기간은 최소로 설정하고, 일정기간 저작권을 연장하려면 1회에 한하여 높은 수준의 저작권 연장비용을 받고 일정기간 연장시켜주되 저작권을 연장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public domain화하는 방법도 적극 모색되어야 한다. 이는 상업적 이용이 없는데도 저작권보호기간 자동 연장으로 인해 대중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저작물들을 적절한 기간 이후에 자동 회수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유사하게 미국에서 실제 ‘엘드레드 법안’이라는 이름으로 제안되었다.

넷째, 만일 저작권 보호기간이 연장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저작물들에 소급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저작권 보호는 미래의 창작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미 창작동기에 따라 창작되어 일정정도의 보호를 받았던 작품에게까지 연장해줄 필요는 없다. 앞으로 창작될 작품들에만 제한적으로 미래의 창작을 위해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원칙은 새로운 창작에 힘쓰지 않고, 과거 저작물을 울궈내기에 혈안이 되어 보호기간 연장 로비에만 애쓰는 일부 기업들의 노력을 새로운 창작과 연구 투자로 전환시키는 효과도 제공할 것이다.

다섯째, 모든 저작자들이 자신의 저작권을 수십 년 동안 보호받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며, 저작재산권을 포기함으로써 모두가 자유롭게 향유하고 새로운 창작의 토대로 삼을 수 있도록 public domain화함으로써 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창작자들도 많다. 이러한 저작자들의 자발적 저작물 기부 행위를 제도화해야 하며, 기증 저작물과 함께 저작권보호기간이 지난 저작물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 또한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여섯째, 최근 저작권자들의 사익만이 일방적으로 강화되어 가고 있으며, 이용자들의 공정이용의 범위는 계속 축소되고 있다. 지금 저작권 보호기간마저 연장된다면 저작권제도가 유지해야 할 균형은 더욱 한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므로, 만일 불가피하게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면 이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만한 공정이용 범위의 획기적인 확대 등  보호기간 강화에 상응하는 적절한 공익적 조치들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일곱째, 강대국의 통상압력에 무조건 굴복해야만 하는 것이 세계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지금 강대국 중심의 WIPO 저작권 질서에 반대하여 WIPO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흐름이 제3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그 목소리를 높여나가고 있다. 우리는 이들 국가들과 함께 기존의 강대국 중심의 지적재산권 질서를 해체하고 상호평등원칙에 기초한 새로운 지적재산권 질서를 구성하기 위한 흐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새로운 지적재산권 질서에서는 수평적인 합의를 통해 최소한의 보호기간을 설정하고, 그 이상은 각 나라가 구체적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각국의 문화주권을 인정하고, 부당한 통상압력 등을 통해 보호기간 연장을 강요할 수 없도록 보장해야 한다. 

 

최근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논의는 문화와 과학의 발전을 위해 사익과 공익을 조화시키고자 하는 저작권제도의 근본취지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으며, 강대국의 소수 대기업들의 사적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므로 더 이상 논의할 가치도 없다. 저작권 보호기간은 위의 7가지 대안적 원칙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우리 문화의 가치와 지속적인 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범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설정되어야 한다. 아마도 지금 국민들의 상식은 현재의 ‘비상식적인’ 사후 50년보다도 훨씬 적은 쪽으로 기울어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통상압력’ 운운하며 국민들의 상식에 거슬러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강제로 추진한다면 국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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