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전문개정안의 문제점 / 김정우

[20050404 발제문]

 

저작권 전문개정안의 문제점

 

김 정 우 (정보공유연대 IPLeft 사무국장)

 

1. 들어가며

 

최근 저작권법 위반 고소고발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티즌들이 급증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저작권법의 맹점을 이용하여 수익금을 챙기고 있는 소위 ‘넷파라치’도 등장했다. 국회의원들도 저작권법위반행위로 인해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발전으로 정보의 이용과 새로운 창작을 쉽게 할 수 있는 기술적인 환경은 가능하게 되었지만 현행저작권법과의 충돌은 만만치가 않다. 이런 가운데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이 공개되었다. 하지만, 전문개정안의 내용에는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인터넷과 저작권법 사이에서의 충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난 3월 8일 열린우리당 이광철, 정청래, 윤원호 의원은 주최로 열린 국회공청회를 통해서 공개된 이번 전문개정안은 지난 수년간 문화관광부가 준비해 온 법률안이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은 전문개정의 취지에 대해서 전체적인 내용과 체계를 정비하고, 디지털환경에서 새로운 저작물의 이용형태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주요골자에는 ▲공중송신권, 도서대여 및 디지털음성송신에 대한 보상청구권, 배타적이용권 등 새로운 권리 신설 ▲실연자의 인격권 부여 ▲부분적 비친고죄화 및 상설단속반 설치․운영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역할 강화 규정 등 저작권보호를 강화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이용자들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에 대한 검토 및 이에 대한 개정내용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이 개정될 때마다 저작권보호에 치우쳐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 전문개정안의 내용도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 하다. 이번 개정이 전문개정인만큼, 저작권보호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의 제한규정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사려 된다.

본 글에서는 지난 3월 8일 공개된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개정방향에 대해서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전문개정안의 쟁점별 분석

 

1) 공중송신권 신설

(개정안)

제2조 정의

7. 공중송신 : 저작물,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이하 “저작물 등”이라 한다)를 공중이 수신하거나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8. 방송 : 공중송신 중 공중이 동시에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음․영상 또는 음과 영상을 송신하는 것을 말한다.

 

10. 전송 :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 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그에 따라 이루어지는 송신을 포함한다.

 

제18조(공중송신권) 저작자는 그 저작물을 공중송신할 권리를 가진다.

공청회에서는 공중송신권에 대해서 방송, 전송, 디지털음성송신 등을 포함하는 최상위 개념으로 포괄적인 권리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과 같은 웹캐스팅이 방송이냐 또는 전송이냐’ 등에 대한 해석상 논쟁을 불식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따른 이용형태의 변화에 대해서 일정정도 미리 권한을 부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동안 해석상의 논란이 되었던 방송과 전송간의 논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포괄적인 권리를 두었다고는 하지만, 그 개념이 모호하고 저작권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방송과 전송간의 논쟁은 각각의 개념의 모호성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개념을 좀더 명확히 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재 개정안에서는 공중송신, 방송, 전송 등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각각의 개념을 놓고 또 다른 논란의 여지도 예상된다.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의 제한을 통해서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 공중송신권에 대한 저작재산권의 제한규정은 현재 개정안에서 빠져있다. 이것은 최근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작권법에 대한 논란을 더 증폭시킬 수 있으며, 블로그, 미니홈피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네티즌들의 저작물이용 형태를 위축시키고, 나아가 디지털 정보사회에서의 문화의 향상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공중송신권의 신설은 좀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되어진다.

 

※ 적용대상

- 인터넷방송

-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 거의 모든 인터넷에서 저작물 이용행위에 적용 (미니홈피에 있는 사진을 나의 미니홈피로 스크랩. 블로그에 글을 퍼오기. 웹하드에 업로드. 음악비평사이트에서 음악들려주기, 시동호회에서 시올리기 등)

 

2) 디지털음성송신에 대한 보상청구권 신설

(개정안)

제2조 정의

11. 디지털음성송신 : 공중송신 중 공중의 구성원의 발의에 의하여 개시되는 정보통신망(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을 말한다. 이하 같다)을 통한 디지털 방식의 음성 송신을 말하며, 전송을 제외한다.

 

12. 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 : 디지털음성송신을 업으로 하는 자를 말한다.

 

제76조(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의 실연자에 대한 보상) ①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가 실연이 녹음된 음반을 사용하여 송신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보상금을 그 실연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②제25조 제4항 내지 제8항 및 제75조제3항과 제4항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상금의 금액 및 그 청구절차 등에 관하여 준용한다.

 

제83조(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의 음반제작자에 대한 보상) ①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가 음반을 사용하여 송신하는 경우에는 상당한 보상금을 그 음반제작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②제25조 제4항 내지 제8항의 규정및 제75조제3항과 제4항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상금의 금액 및 그 청구절차 등에 관하여 준용한다.

공청회에서 제기된 주된 문제 중의 하나는 ‘음성’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의 모호성이었다. ‘음성’은 사람의 발성기관을 통해서 나오는 소리를 가리키는 것으로써, 인터넷라디오방송 등의 경우 일부분에만 해당될 수 있으므로 개정의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주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음성’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디지털음성송신사업자에 대해서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보상청구권이 주어진다.(개정안제76조, 제83조) 하지만, 토론회에서는 디지털음성송신에 대한 보상청구권을 주었을 때 그 저작재산권자의 실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실제 국내 인터넷 웹캐스팅 사업자들의 경우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상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개정안에서는 영리와 비영리를 구분하고 있지 않아서, 비영리적인 목적의 웹캐스팅의 경우 보상금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거나, 또는 비영리적 목적의 웹캐스팅 서비스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인터넷 방송을 일반 방송과 비슷하게 판정할 만한 기준이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저작인접권자로 인정해야 하는가’ 등의 논쟁도 제기될 수 있다.

 

※ 적용대상

- 인터넷 라디오 방송

- 음악을 틀어주는 인터넷사이트 (음악비평사이트)

 

3) ‘공중’ 정의의 신설

(개정안)

제2조 정의

32. 공중: 이법에서 공중이란 불특정다수인을 말하며, 특정 다수인을 포함한다.

개정안에서는 현행 저작권법의 ‘일반공중’이라는 용어를 모두 ‘공중’이라는 용어로 바꾸고, ‘공중’의 정의를 신설하였다. 이것은 그동안 일반공중의 개념이 그 범위에 있어서 모호하다는 문제를 좀더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정다수인’의 범위 또한 여전히 모호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공중’이라는 용어는 공중송신, 전송, 배포, 발행 등의 개념에 모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있어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일반공중의 용어가 현재 개정안의 ‘특정다수인’을 포함하는 공중이라는 용어로 바뀌게 된다면 인터넷에서의 다양한 저작물 이용행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어떤 저작물을 이메일을 통해서 자신의 가족에게 보내는 경우, 가족을 특정다수의 범위로 해석한다면, 공중송신권, 전송권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독일저작권법은 불특정다수에 준하는 정의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저작물의공개재현이란 그 재현이 다수의 공중을 위한 경우이다. 저작물을 이용하자는, 혹은 저작물을 무형적인 형태로 감지하거나 접근하는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상호간에 연결되지 않은 모든 자는 공중에 속한다.”(독일저작권법제15조제3항)

따라서 공중의 개념을 특정다수인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신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인다.

 

4) 도서대여에 대한 보상청구권 신설

(개정안)

제47조(도서 대여에 대한 보상) ①제20조 단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인쇄의 방법으로 발행된 도서를 대여하는 자는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당해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②제25조 제4항 내지 제8항의 규정은 제1항의 보상금의 지급 등에 관하여 준용한다.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도서대여에 대한 보상청구권의 도입에 대해서 “도서대여로 인해 저작재산권자의 합법적 이익이 상당한 부분 침해되고 있으므로 ‘인쇄의 방법으로 발행된 도서’에 한하여 보상청구권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도서에 대한 대여권을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과 도입이 된다면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에 대해서 여전히 논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자들 내에서도 대여권 도입 찬반논쟁이 마무리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도서대여점의 경우 대여권 도입에 상당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대여점의 경우 대여권을 인정하되, 대신 작가들이 선택적으로 대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즉 사전에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관련단체들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책에 대해서는 크게 ▲신규 서적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대여를 막는 시차제 적용 ▲판매전용 표시 도서 출판 여부 ▲도서대여료 일부를 작가 및 출판사가 징수하는 방안 등을 두고 논란이 있어 왔다.

대여권에 대한 보상청구권 도입의 실익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대여시장뿐만 아니라 도서판매시장의 현황조사와 함께, 그 도입에 따른 다양한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서대여에 대한 비용이 높아질 경우 이용자들의 이용행위의 변화에 대한 사전조사도 중요할 것이다. 대여료 상승은 곧바로 이용자들의 도서대여 위축으로 직결될 있으며 이것은 곧바로 시장에 대한 악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자의 시장을 해치지 않는 수준의 보상금 책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 적용대상

- 작가, 출판업계, 도서대여업계 등

 

5) 배타적 이용권 신설

(개정안)

제57조(배타적 이용권의 설정) ①저작재산권자는 당해 권리의 범위 내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이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이하 "배타적 이용권"이라 한다)를 설정할 수 있다.

②저작재산권자는 그 저작물에 대하여 이용의 내용이 중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타적 이용권을 중복 설정할 수 있다.

③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배타적 이용권을 설정받은 자(이하 "배타적 이용권자"라 한다)는 그 설정행위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배타적 이용권의 목적인 저작물을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

④저작재산권자는 그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질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질권자의 허락이 있어야 배타적 이용권을 설정할 수 있다.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배타적 이용권 신설의 취지에 대해서, “저작물 이용저작물 이용 양태가 늘어남에 따라 출판 이외의 이용형태에 대해서도 저작물 이용자가 준물권적 지위를 확보하여 보다 안정적으로 그 권리를 이용하고 자신의 영업이익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설정출판권 제도를 배타적 이용권 제도로 확대 개편할 필요… 저작물 이용자가 저작물을 이용하는 방법과 내용은 다양하므로 하나의 저작물에 대하여도 이용의 방법과 내용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 한 여러 개의 배타적 이용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공청회 때 다수의 토론자들은 배타적이용권의 도입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출판업계의 이해를 저작물 전반에 확산하는 것에 대해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계약관계에서 저작자의 상대적인 협상능력 등의 부족에서 올 수 있는 피해에 대한 대비책이 우선 필요하다.

 

6) 부분적 비친고죄화 및 상설단속반조항 신설

(개정안)

제137조(고소) 이 장의 죄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으로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제133조 제1항 및 제133조 제2항제3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2. 제133조제2항제2호․제4호 및 제5호, 제134조제1호 내지 제4호 및 제6호와 제135조제5호의 경우

친고죄 조항의 비친고죄화 개정의 취지에 대해서, “최근, 저작물의 산업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침해행위가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처럼 저작권을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는 그 위법성이 현저하고 저작물 이용질서 및 산업 질서를 현저히 위태롭게 하므로 이러한 침해행위는 다른 침해행위와 달리 비친고죄로 규정하여 신속하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서의 핵심은 1호의 내용으로 ‘업으로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침해하는 경우에 대한 비친고죄화이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인격권의 침해, 허위등록, 업으로 또는 영리의목적으로 기술적 조치의 우회 등 예외적으로 비친고죄를 인정했던 것에 비해서, 개정안에서는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2차적저작물작성에까지 이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베이스에 관해서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비친고죄화 하고 있다.

비친고죄화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권리를 침해당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 의사가 있는가와 상관없이 무조건 수사기관이 수사하여 일률적으로 처벌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권리자가 자신의 창작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것은 아니다. 권리자는 공유할 의사로 배포하였는데, 이를 자유롭게 이용한 자를 수사기관이 나서서 처벌하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일이며, 국가적 자원을 낭비하는 꼴이다. 컴퓨터프로그램의 경우 네트워크 효과를 노리고 무단 사용을 방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또한 지적재산권 침해에서 피해자가 원하는 것은 결국 민사적 배상일텐데, 권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되면, 권리자는 자율적 분쟁해결의 기회를 상실하여 권리자의 보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최근 인터넷에서의 저작물 이용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사태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비친고죄를 도입해야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더군다나 ‘업으로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하다. 비영리단체에서 벌이는 후원사업이나 재정사업을 영리의 목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에 반복적으로 올리는 게시물들의 경우 어디까지를 업으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어디까지가 비친고죄대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저작물에 대한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권리는 저작자 고유의 권리이며, 타자가 이를 판단하는 것은 저작권법에서 보장하는 친고죄에 대한 자체적인 모순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저작자의 권리를 공권력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판단하려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의 집행으로 보인다.

(개정안)

제132조(상설단속반의 설치 등) ①문화관광부장관은 저작권 그 밖의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의 침해방지를 위하여 상설단속반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②상설단속반의 설치ㆍ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상설단속반의 설치이다. 현행 저작권법이 친고죄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를 비친고죄화하고 문화관광부에서 상설단속반을 설치한다는 것은 행정력을 동원하여 처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더군다나 저작권침해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서 상설단속반을 운영하는 경우, 개인의 통신비밀의 보호 등 또 다른 기본권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높다.

 

7) 실연자의 인격권 부여

(개정안)

제66조(성명표시권) ①실연자는 그의 실연 또는 실연의 복제물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진다.

②실연을 이용하는 자는 그 실연자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실연자가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한 바에 따라 이를 표시하여야 한다. 다만, 실연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67조(동일성유지권) 실연자는 자신의 실연의 내용과 형식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실연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공청회에서 실연자의 인격권 부여의 취지에 대해서, “실연이 사회적으로 또는 산업적으로 많이 이용됨에 따라 실연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고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실연음반조약(WPPT)도 청각 실연자에게 성명표시권을 인정할 것을 체약국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고, “실연자는 자신의 실연의 훼손, 변경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는 바, 디지털 환경하에서 그 가능성이 현존하므로 저작자에게 인정되는 동일성유지권에 상당하는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실연자에는 청각 실연자와 시청각 실연자가 각기 존재하지만, 양자를 차별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공청회의 토론자들 중에는 실연자를 일일이 표시하는 것이 실제 상당히 많은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청각실연자에게만 우선 적용하는 단계적인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실제 WPPT는 청각 실연의 보호에 한정하고 있을 뿐, 시청각 실연의 보호는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실연자에게 인격권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국제규약보다도 과도한 권리부여라고 볼 수도 있다.

 

8)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역할 강화

(개정안)

제113조(저작권위원회의 설치 및 구성) ①저작물 등의 건전한 이용질서를 확립하고 저작권 그 밖의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이하 이 장에서 “저작권”이라 한다)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며 저작권에 관한 분쟁(이하 “분쟁”이라 한다)을 조정하기 위하여 저작권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2인을 포함한 15인 이상 2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제114조(업무) 위원회는 다음 각호의 업무를 행한다.

1. 분쟁의 조정

2. 제106조 제6항의 규정에 의한 저작권위탁관리업자의 수수료 및 사용료의 요율 또는 금액에 관한 사항 및 문화관광부장관 또는 위원 3인 이상이 공동으로 부의하는 사항의 심의

3. 저작물 등의 이용질서 확립 및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

4. 저작권 교육 및 홍보

5. 저작권 정책의 수립 지원

6. 기술적 보호조치 및 권리관리정보의 표준화 정책 수립 지원

7. 저작권 정보 제공을 위한 정보관리 시스템 구축 및 운영

8. 기타 법령이 위원회의 권한으로 정한 업무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를 저작권위원회로 만들고, 기존의 분쟁조정 기구의 역할에 저작권교육 및 홍보, 기술표준정책 등의 업무를 추가하고 있다. 저작권위원회의 역할의 재정립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 구체적인 내용과 저작권법상의 저작권의 보호와 사회문화창달의 두축의 균형을 중심축으로 업무내용이 짜이기 보다는 기술업무와 저작권보호 업무의 다양화에 쏠린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제121조(경비보조 등) ①국가는 예산의 범위안에서 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

② 개인․법인 또는 단체는 저작권법 제114조 제3호 내지 제7호의 규정에서 정한 업무수행을 지원하기 위하여 위원회에 금전 기타 재산을 기부할 수 있다.

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이용질서 확립 및 환경 개선 사업과 저작권 정보관리정보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관해서 민간부문의 기부를 허용하는 것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

 

3. 저작권법 전문개정에 대한 시민사회대응안 소개

 

1) 공정이용을 확대할 수 있는 일반조항 삽입

저작권법에서 공정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항은 제2장제6절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들이다. 이 규정들은 대륙법계의 전통에 따라서 제한열거주의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은 공정이용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제공하지 않으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정보사회의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는 입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존의 제한규정에 속하지 않는 공정이용에 대해서는 적용하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판단하는 기준은 해당 저작물의 이용목적과 사회 환경에 따라서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발생할 수 있는 공정이용의 여부를 적용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는 공정이용 일반조항의 신설이 필요하다.

 

2) 디지털 환경에 맞는 도서관 면책조항 정비

제28조 도서관 면책조항은 사회의 문화발전을 위하여 그 사회 구성원들이 도서관에 부여한 정보의 공적 접근 제공이라는 고유의 역할을 저작권법을 통하여 보장한 것이다. 도서관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빈곤 계층에게 정보접근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정보와 편익이 정치적 기득권층이나 경제적 부유층에게 편중되어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지양하고자 하는 ‘보편적 서비스의 이념’을 구현한 것이다. 정보에 동등하게 접근하고 이를 재분배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도서관의 역할은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어야 마땅하다. 디지털 도서관이 구축되었을 경우, 도서관에서는 관내에서 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으로도 도서 및 문헌의 내용을 자유롭게 검색․복사(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도서관에서 도서 및 문헌 등의 디지털 복제 및 온라인 전송을 확대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3) 국유저작물에 대한 자유이용 규정 삽입

저작권법은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제7조) 등을 규정하면서 정부가 생산한 저작물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이에 속하는 저작물로는 법령, 판결, 국회 연설 등이 있으며, 일반에게 주지시킬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저작물들이다. 이 조항에 열거되지 않은 정부 저작물에 대해서는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에 의해서 만든 저작물의 경우라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 하지만 국가의 업무는 대부분 국민의 세금에 의해서 운영이 되고, 대부분의 저작물들이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저작물이 저작권에 의해서 보호가 됨으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애국가와 관련해서 벌어진 최근의 저작권 논란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공공정보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 및 알권리를 제약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정이용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현행 저작권법제7조는 정부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4) 기술적보호조치제한, 공정이용을 보장하는 권리자의 의무규정 삽입

현행 저작권법 제92조 제2항은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에 간접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기술이나 장치에 대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현행 저작권법에서 저작재산권이 제한되었던 영역에까지 저작권자의 권리가 미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실질적으로 영구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권자와 저작물 이용자의 권리 사이에 가장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대단히 위험한 규정이다. 저작권법은 일반 공중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정이용 영역을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은 기술적 보호조치와 관련하여 공익을 위한 기술조치의 제한 문제 즉, 기술조치를 무력화하더라도 예외적으로 면책될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조차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저작재산권의 제한영역, 예를 들어,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학교교육의 목적이나 시사보도,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등의 공정한 이용을 위해서는 기술적 보호조치의 무력화는 정당하다. 현재 독일법에서는 공정이용을 위해서 기술적보호조치를 예외적으로 풀어야 하는 의무를 권리자들에게 부여하는 조항이 마련되어 있으며, 우리 저작권법에서도 이런 조항의 도입이 필요하다.

 

5) 데이터베이스 관련해서 공정이용을 확대하는 규정 삽입

저작권법 제4장의2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를 보호하는 조항이다. 데이터베이스는 문화, 예술의 창작물이 아니라 단지 기능적 저작물이며, 그 창작성보다는 데이터의 수집 및 가공 과정이 더욱 중심적인 생산물이다. 단지 데이터베이스 제작에 대한 투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저작권에 의해 보호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데이터베이스의 보호를 위한 입법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데이터베이스의 보호가 ‘사실(Fact)\’에 대한 보호가 되어서는 안되며, 데이터베이스가 갱신되었다고 하여 보호기간이 무제한적으로 늘어나서는 안된다. 또한 국가 등이 생산한 공공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한 학술, 교육, 의료, 법률 등 공적 성격이 강한 데이터베이스는 그 이용에 있어서 제한이 있어서는 안되며, 이에 대한 자유이용을 보장하는 입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6) 저작인접권자에게 부여한 전송권 권한 축소개정

현행 저작권법이나 개정안 모두 ‘송신’과 ‘이용에 제공하는 것’을 모두 전송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WIPO 세계저작권조약(WCT)의 통신권(right of communication)과 유사한 것이다. WPPT에서 저작인접권자에게 ‘이용제공화권(right of making available)’을 주고 있는 것과 비교해서 이용제공화권보다 더 포괄적인 권리인 전송권을 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 저작인접권자에게 전송권을 부여한 규정은 국제적인 규약에 맞추어서 축소개정할 필요가 있다.

 

7) 신탁관리업체에 관한 조항 공공성확대방향으로 개정

- 신탁관리업체에 관한 조항 개정. 예를 들어 소비자의 이해관계를 대표할 수 있는 자가 신탁관리단체의 지정과 사용료의 승인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을 삽입. 신탁관리업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독립된 위원회의 설치. 소관 행정청을 문화부에서 국회나 다른 행정청으로 이관하는 내용 제안.

 

4. 향후 전문개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제안

 

지난 1월 실연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전송권을 부여했던, 저작권법 한 두 조문의 개정만으로도 우리 국민들은 일대 혼란을 겪어야 했고, 문화관광부와 국회는 거센 비판을 받았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권법의 한 두 조문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권리를 여럿 신설하고 저작권법의 체제를 전반적으로 정비하는 방대한 양이다. 개정의 양이 방대한 만큼 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이광철, 정청래, 윤원호 의원은 지난 3월 8일 공청회에서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을 처음 공개하고는 불과 한달만인 다음달 초에 국회발의를 마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속전속결로 방대한 전문개정안을 처리하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은 듣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불거진 저작권법 논란의 사회적인 파장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제시한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을 성급하게 발의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하고 공개적인 의견수렴을 통해서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첨부 파일 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4/저작권전문개정안의문제점.pdf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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