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용자의 접근권 문제- freebank.org 프로젝트의 사례 -

비(非)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용자의 접근권 문제
- freebank.org 프로젝트의 사례 -

곽동수 (한국사이버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학부 교수)

지난 3월 17일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지 못하는 20만명의 리눅스, 매킨토시 사용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freebank.org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리눅스와 매킨토시까지 모든 개인용 컴퓨터의 인터넷 뱅킹을 지원하는 최고의 은행을 기다립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시작된 프리뱅크 프로젝트는, 국내 인터넷 뱅킹문제 해결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들의 정보접근권 문제까지, 향후 IT업계의 쟁점이 될 여러가지 논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1. Internet? Intranet!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96년 이래 지금까지 한국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보기에 따라서는 세계의 인터넷 흐름과는 궤를 달리하는 우리만의 인터넷으로 변해가고 있기에 한편에서는 우려의 소리도 높다.
사실 문화에 있어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면에서 볼때 우리의 인터넷 문화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며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그 ‘다름’이 특정 운영체제와 특정 브라우저, 특정 플러그인에서만 동작하도록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만 할 문제이다. 그렇다면, 문제제기에 앞서 외국과 비교하여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2. 대우받지 못하는 소수 
하나의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의 기본 특질에 기인한 탓인지, 우리는 집단의 주류와는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 소수가 불편을 겪는 것은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기술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내의 컴퓨터 사용자들 대부분은 IBM호환기종과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리눅스가 주목받고 있고, 출판 및 그래픽 분야가 확대되면서 매킨토시 사용자들이 다소 늘고 있지만, 이들의 숫자는 CPU판매기준으로 볼때 약 2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체 컴퓨터 사용자들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수이기에 목소리를 내고 권익을 찾기 보다는 그저 참고 견뎌야만 한 것이 현실이다. 패키지 소프트웨어의 경우, 해당 운영체제의 호환 소프트웨어를 찾아 사용하면 해결의 방향이 있지만, 인터넷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윈도우의 최신버전, 인터넷 익스플로러 전용 플러그인을 통해서만 동작하는 사이트가 늘면서 비 윈도우, 비 익스플로러 사용자들은 반쪽짜리 인터넷을 사용해야만 한다.
포털, 메일, 커뮤니티에서 인터넷 뱅킹, 전자 정부에 이르기까지 발전해나가는 국내 인터넷 환경속에 반쪽 사용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1/4 사용, 1/10 사용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외국의 경우, 사이트를 처음 설계할때 부터 특정 운영체제나 특정 브라우저에서만 동작하는 기술적인 제한을 배제하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어떤 면에서 볼때 개발지상주의가 휩쓸었던 7, 80년대의 모습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발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 환경이나 인권 등의 문제를 뒷전으로 미뤄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3. 우리 인터넷 문화의 특수성
이렇듯 기술적인 부분에서 특정 환경을 선호하게 된 이유는 우리 인터넷 문화가 가진 특수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기업체와 일반 단체 등이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높았다. 또한 개인 사용자들 역시 자신의 좋아하는 스타나 취미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로 홈페이지를 구축했고, 이는 한마디로 만해 정보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정보를 나누기보다 다른 네티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이 맞추어졌는데, 이러한 모습은 이전 PC통신시절부터 계속되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렇다 할만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은 홈페이지조차 게시판이나 방명록은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지향 사이트들이 속속 구축되기 시작했다. 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주고  받고, 논쟁을 벌이며, 커뮤니티로, 이익 혹은 친목 단체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외국과 비교하여 최소 3, 4년은 앞서 나가는 것으로 개발기간이 짧고 수요는 많다보니 특정 기술 환경을 선호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90년대 말 불어 닥친 벤처 열풍은 가속효과를 가져왔고 그 결과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특수한 인터넷 문화를 탄생시켰다.
기본 HTML코드를 사용해서 해도 될 것을 그래픽으로 처리하고, 과다한 플래시로 전체 로딩시간을 늦추는가 하면, 웹디자인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유저빌리티 문제는 뒷전으로 미룬 채 나라 전체가 인터넷을 거대한 게시판화 시키면서 고립시켰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4. 인터넷 뱅킹의 변천
이러한 모습은 은행 및 각종 기관, 단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서 또다른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은행의 경우, 처음에는 인터넷 뱅킹을 시작하면서 사용자들이 직접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눌러 설치한 후, 뱅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특정 브라우저의 특정 플러그인으로 고정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바로 사용자들이었다.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 못한 은행의 홈페이지는, 사용법 익히기에 익숙치 않은 사용자들과 충돌하면서 각종 게시판에는 불편한 은행의 서비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몇몇은 안티 사이트를 낳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부심한 은행 인터넷팀은 자동으로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보안모듈을 제공하며 필요할 경우 최신의 자료로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 액티브 X를 선택했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사이 이는 특정 환경 종속이라는 모습으로 고착되는 결과를 낳았다.
사실 브라우저 시장의 후발주자인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선두주자였던 넷스케이프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우리와 외국은 적잖은 차이가 있다. 외국에서는 넷스케이프의 업그레이드 발표가 늦어지면서 시장이 급속히 전환되었지만, 우리는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표준 브라우저를 지원하기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스킨을 바꾸고 몇 가지 서비스에 제약을 가하는 형태를 선호했다.
이렇게 넷스케이프가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자의반 타의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양산되었다는 것은, 우리 인터넷 문화의 시작이 이런 업체들의 이익으로 인해 표준보다는 시작부터 특정 환경을 선호하는 형태로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5. 네티즌 운동의 방향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제대로 바로잡으려는 네티즌 운동 역시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듯 했다. 정보 인권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생겨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났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은 한가지였다. 한데 모여 서명하고, 머릿수를 내세운 파워게임으로 접근한 것이다. 각종 안티 커뮤니티나 업체 고발 사이트는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몇 가지 면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우선은 이해가 걸려있는 사람들만의 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또한 생각보다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가 높지 않기에 최초의 목적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면서 힘을 실으려 한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이들의 표적이 되는 단체 혹은 기업과는 결과적으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다는 점이다.
결정적으로 이런 운동은 결실을 거두기 힘들고, 대개 언론에 몇 번 노출되는 정도로 유야무야 되곤 한다. 만에 하나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어느 한쪽은 크나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방법적인 결함이 있다고 보여진다.

6. 프리뱅크 프로젝트의 배경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영어권 사용자들과 우리는 평상 언어 사용빈도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외국은 하자(do, yes)문화, 행동할 수 있도록 권하는 말이 익숙한 반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하지 말아라(don\’t, no)라는 제약환경이 일상화되어 있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Stop, No, Never 등의 부정적 의미의 슬로건을 내세운 캠페인을 펼치면 상대적으로 주위가 환기되며 살펴보게 되는데 비해, 우리는 “잘못되었으니 해결하라”는 식의 슬로건만으로는 시선을 받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프리뱅크는 이런 문화적 차이점에 착안, 우리 힘으로 해 보자는 이벤트 개념의 프로젝트로 시작하되, 이익이 걸려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기꺼이 참여할 수 있게 문을 열어두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외치는 대신, 문제 자체를 부각시키고자 했다. 또한 이해 당사자를 명확히 하고자 은행, 증권사 등의 금융권 전반을 목표로 하는 대신 은행으로 제한했고, 강압적으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결과를 얻고자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도록 슬로건을 신중하게 선택했다.

7. 프리뱅크 프로젝트의 현재 요약
프리뱅크는 짧게는 9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를 목표로 시작된 시한부 프로젝트로freebank.org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터넷 뱅킹에 대한 국내 상황과 해외 상황을 알리며, 사용자들의 가상예금참여를 통해 시선을 모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3월 17일 사이트가 문을 연 이후 이제 반년 정도가 지났으며 8월 28일 오후 현재 1898분, 총 111억 원의 가상예금이 예치되어 있다.
운영진 조사결과 국내 시중은행 및 외국계 은행의 전산팀들은 모두 프리뱅크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거나 사이트를 방문한 바 있으며, 적어도 6개 이상의 인터넷 뱅킹 담당자들은 프리뱅크와 관련된 고객의 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등에서는 인터넷 뱅킹 및 전자정부의 접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리뱅크 운영진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리눅스 관련 업체와 애플 컴퓨터 코리아 등의 관련 기업들도 문제 해결의 창구로 프리뱅크를 인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해진 바로는 적어도 2개 이상의 은행이 이 문제를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1개의 은행은 모바일을 연동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개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는 좀 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으로 비추어볼 때 리눅스의 인터넷 뱅킹은 년말 쯤, 매킨토시의 인터넷 뱅킹 문제는 적어도 내년 1사분기 중에는 해결될 것으로 보여지며, 이 도구를 사용하여 비 인터넷 익스플로러 사용자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나마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프리뱅크 프로젝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임은 물론 내부적으로 세워진 프로젝트 로드맵에 맞추어 캠페인을 펼쳐 나갈 것이다.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4/비인터넷익스플로러사용자의접근권문제.pdf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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