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발명의 강제실시 / 남희섭

특허발명의 강제실시

남 희 섭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I.    특허권의 보호와 제한의 법리
    1. 특허권의 독점배타성
    2. 특허권의 제한 법리

II.    의약품 수출을 위한 특허발명의 강제실시 제도
    1.    법개정의 배경
        가. TRIPS 협정의 관련 규정
        나. 도하 각료선언문(WT/L/540)
        다. 2003년 8월 30일 WTO 일반이사회의 결정문
    2.    개정 특허법의 내용
        가. 당사자
        나. 요건
        다. 절차
        라. 강제실시권자의 의무와 강제실시권의 취소
    3.    개정 특허법의 문제점
        가. 수입국으로서 필요한 절차 규정 미비
        나. 질병의 범위에 대한 제한
        다. 사전협의 요건
        라. 대가의 산정방식
    4.    외국의 입법례

III.    개정법에 의한 강제실시 제도 일반의 변경 내용
    1.    공공의 이익을 위한 특허발명의 강제실시
        가. 비상업적 요건이 포함된 경우의 문제점
        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의 해석론
    2.    비상사태인 경우 특허발명의 정부에 의한 실시

IV. 결론 및 강제실시 제도의 개선 방향

Ⅰ. 특허권의 보호와 제한의 법리

1.    특허권의 독점배타성

특허제도를 인정하는 유력한 논거는 유인(incentive) 이론이다. 유인론에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발명 기술의 공개를 위해 특허제도가 필요하다는 기술공개 유인론(incentive to disclosure)이고, 다른 하나는 발명 기술의 창작 그 자체를 유인하기 위해 특허제도가 필요하다는 발명 유인론(incentive to invention) 또는 연구개발투자 유인론(incentive to R&D investment)이다. 이 가운데, 기술공개 유인론은 모든 기술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기계에 구현되어 있는 발명 기술은 이것을 비밀로 감추기 어렵기 때문에, 특허제도가 없으면 기술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보편성을 갖지 못한다. 즉, 발명기술의 상업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술공개 유인론은 한계가 있다. 한편, 발명 유인론은 기술지식을 창작하고 생산하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데, 이러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지식은 생산되지 않을 것이므로 특허제도를 통해 지식 생산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면, 이를 통해 창작자 개인은 자신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이득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기술지식의 생산이 늘어나서 사회적 부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발명유인론은 기술공개 유인론에 비해 논리적 결함이 더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2가지 점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첫째, 발명을 유인하기 위해 특허제도가 부여하는 독점권이 지나치게 강하는 점과, 둘째, 기술의 생산이 기업가적 발명가 또는 자본가적 발명가로부터 독창적으로 생산된다는 가정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모순이 생긴다.

발명유인론에 대한 첫 번째 비판 즉, 지나친 독점의 문제는 특허제도의 초기부터 제기되던 문제이다. 그래서 19세기에는 특허무용론이 많이 등장하였는데, 네덜란드는 1869년부터 1910년까지 특허법을 폐기한 바 있고, 스위스는 1888년 특허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가 부결되었으며, 영국에서는 1872년부터 특허법의 결함과 남용에 관한 사실조사에 착수하였고, 1891년부터 1934년까지 파리협약 개정 과정에서 각국은 국제 특허 규범의 조화와 통일을 위하여 자국의 특허법을 개정하는 데에 매우 인색하였다. 강한 특허권의 보호로 인한 폐해는 특허권과 이로 인해 에이즈(HIV/AIDS) 관련 의약품의 지나치게 높은 가격 문제를 들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2년 HIV 감염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4,200만명이고 AIDS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310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사망자만 240만명이다. 걸프전때 미국이 이라크에 쏟아 부은 대량살상무기로 15만명이 죽었고, 그 후 10년간 이어진 경제제재로 이라크인 200~300만명이 사망한 사실이 견주어보면, 아프리카 지역의 에이즈 문제는 웬만한 국지전의 참상과 비할 바 아니다. UNICEF의 사무차장 ‘루이스’의 비유처럼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과도 같은’ 아프리카의 에이즈 상황에 대해 ‘특허에 의한 살인’이란 주장이 있는 것은 다국적 제약기업이 제공하는 대부분의 AIDS 의약품에 특허권이 걸려 있고 이로 인해 의약품의 가격이 너무 높아 아프리카 환자들은 약은 있으나 이를 먹지 못해 죽어가는 비극적인 현실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AISD 의약품에 대해 특허권을 주장하지 않는 인도의 제약회사들은 특허권으로 보호되는 다국적 제약사의 약값에 비해 많게는 43분의 1의 가격으로 약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는데, 이는 인도 제약사의 의약품이 특허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 제네릭(generic) 의약품이라는 사실로 인한 가격 하락의 수준을 넘는 것이다.

발명유인론에 대한 두 번째 비판은 발명유인론이 전체로 삼고 있는 가정에 대한 비판이다. 즉, 대부분의 기술은 외로운 천재 발명가의 골방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술과 누적적이고 순차적인 진보의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유인론은 자본가적 발명가 한명의 입장에서는 지식의 ‘생산’ 측면에서 과소 생산(under production)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전체적인 지식의 ‘소비’ 또는 ‘재사용’ 측면에서는 비공유지의 비극 또는 사유지의 비극(Tragedy of Anti-Commons)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요컨대, 누적적이고 순차적인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기술의 진보 과정에서 각각의 단계에 있는 기술들이 모두 특허제도를 통해 사유화되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정도로 기술이 이용되지 못하는 과소 소비(under consumption)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편, 발명유인론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특허권을 저작권과 달리 독자적인 창작조차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독점권으로 구성한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다. 예컨대, 현행 물질특허제도에서는 甲이 a라는 방법으로 새로운 의약품을 발명해 특허권을 취득한 경우, 제3자는 방법 a를 모방하지 아니하고 a와는 다른 b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특허권의 침해가 되어 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저작권은 동일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독립적으로 창작한 경우에는 권리침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독점배타적 내용을 근간으로 하는 저작권과 특허권에서 이처럼 보호 차원을 다르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특허 기술은 개발에 더 많은 비용이 들고 따라서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견해, 특허는 인정요건을 까다롭게 하여 중요한 기술의 개발을 촉진하고 저작권은 보호요건을 최소화하여 저작물을 풍성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견해와, 보호대상의 본질적 차이(즉, 심미적 대상물을 보호하는 저작권과 기능적 대상물을 보호하는 특허권)로부터 그 답을 구하는 견해 등이 있으나, 어느 견해를 따르더라도 특허권의 절대적 독점성이 논리적으로 반드시 타당하다거나 필연적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물권법을 중심으로 한 독점배타적 내용의 특허권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특성에 잘 부합하고, 특허의 대상물은 저작물에 비해 자본주의적 상품에 가깝게 할 필요성이 더 강했기 때문이란 유추가 더 적합할 것이다.

이처럼 특허권의 내용을 특허권자만 독점적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특허권자의 허락없는 타인의 실시를 특허권자가 배제할 수 있는 권리로 구성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반드시 타당한 것은 아니어서, 예컨대, 기술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 즉, 특허권자와 특허기술의 이용자(이용자에는 소비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특허권자와 대등한 또는 더 우수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다른 기술자들도 포함된다)들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특허권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허제도가 등장할 무렵인 15세기 중세 유럽에서는 군주가 영주나 길드 조직에게 각종 특권을 부여하여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길드에 대해 제조와 무역의 독점을 인정하였다. 그 후 절대왕정이 타도되어 산업자본이 국정을 지배하면서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 진행되었던 중상주의 시대에는 초기 산업자본을 위해 국내시장을 확보할 목적으로 외국 기술을 국내에 유입하였는데, 이를 위한 반대 급부로 독점적 특허권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르네상스 시기에 자기의 발명을 공개하기 꺼려하는 기술자들의 인식이 기술 발전에 장애가 되어 발명자에 대한 독점적 보호라는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특허제도가 출발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특허권이 독점배타권으로 규정된 것은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확산을 위해 필연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나 정책적 고려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는 있다. 법을 이데올로기적 기능에서 보면, 법이 비록 사회 구성원 중 어느 일방의 이익을 옹호하고 타방의 이익을 배제하는 것이라도 법조문이 강자의 이해관계를 적나라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고 사회전체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듯한 외관을 갖추도록 조치함으로써 법의 원만한 집행을 도모한다. 따라서, 독점배타권 형태의 특허권이 기술혁신과 사회적 확산을 위해 필연적이라고 강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부의 집중과 부의 회전, 재생산이라는 자본주의 질서에 가장 잘 부합되는 것이 자산 소유 중심의 물권법이고, 그러한 측면에서 특허법도 자본주의 법질서의 근간인 물권법 형식을 따르도록 독점배타권으로 규정하게 되었다고 새기는 것이 더 솔직할 것이다.

2.    특허권의 제한 법리

특허권의 본질을 어떻게 규명하는가에 따라 특허권을 어느 정도까지 제한할 수 있는지 그 범위와 한계가 달라진다. 한편, 특허권의 제한 법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이것이 특수한 경우에만 외부에서 주어지는 예외가 아니라, 그 권리의 개념에 내재된 것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허권을 보장하는 국제협약이나 조약은 물론 우리 헌법과 민법, 특허법에도 이러한 권리의 제한을 미리 예정하고 있으며, 특허제도가 상정하고 있는 논리모순적인 전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권리의 보장과 제한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하다는 점들은 특허권의 제한을 예외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타당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또한, 소유권 본질 논쟁에서와 마찬가지로 특허권 역시 물건에 대한 변화되거나 변경될 수 없는 지배권으로 표현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요소에 따라 변천되는 유동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특허권의 제한은 권리의 본질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특히, 특허권은 기술의 도입과 확산을 통해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경제정책적인 이유로 창설된 인위적인 권리이고, 발명지식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특허권이 규정하며 따라서 발명지식을 이용하는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특허권의 유동적이고 상대적인 요소는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허권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로는 특허권의 효력 그 자체를 한정하거나 특허권을 취소하는 것이 있는데, 특허발명의 강제실시제도는 역사적으로 특허권의 독점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특허발명의 강제실시 제도는 특허권의 국제적 보호 논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한데, 의약 발명을 둘러싸고 가장 많은 논란이 있다. 의약 발명에서 강제실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일단 개발된 약은 모방하기가 매우 쉽고 카피 의약품을 생산하는 데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둘째, 다른 분야와 달리 의약분야에서는 특허권의 독점적 성격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의약 분야에서는 하나의 특허로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독점이 크게 부각되지만, 전자 산업이나 기계 분야에서는 하나의 제품에 여러 특허가 존재하여 어느 한 기업이 하나의 제품에 대해 기술을 독점하는 것이 어려우며 오히려 특허권은 다른 특허권자와 관계를 맺는 수단 예컨대 상호실시 허락(cross-licensing)의 도구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마지막으로, 국제 조약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강제실시 제도가 현실적으로 불평등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프리카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의 환자들이 값비싼 특허약물을 먹지 못해 죽어가는 비극적 현실을 들 수 있다.

이하에서는 2005년 5월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특허법(공표 6개월 후 발효)의 내용을 소개하고 개정법 시행에 필요한 해석론 및 강제실시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Ⅱ.    의약품 수출을 위한 특허발명의 강제실시 제도

2005년 5월 3일 국회를 통과한 특허법 개정안은 김태홍 의원 등이 2004년 11월 26일 발의한 특허법 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989호)과 오영식 의원 등이 2004년 12월 13일 발의한 특허법 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1157호)을 폐기하고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대안으로 나온 것이었다. 제253회 임시국회 제2차 산업자원위원회(2005. 4. 19.)에서 2건의 의원발의안에 대한 대체 토론을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였고, 제1차 법안심사소위원회(2005. 4. 21.)에서는 위 2건의 법률안을 통합하여 위원회 대안을 마련하였다. 오영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을 실시하고 있는 경우 특허료의 추가납부기간내에 특허료를 납부하지 않았거나 보전기간 내에 특허료의 부족분을 납부하지 아니한 경우 그 기간 만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특허료의 3배를 납부하면 소멸한 권리의 회복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김태홍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개정안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을 반영하여 의약품의 수출을 위한 특허발명의 강제실시 제도를 국내법에 수용하고 강제실시제도 중 입법의 불비를 바로잡은 것이다.

1.    법개정의 배경

에이즈나 결핵,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으로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당한 개도국에서는 90년대 말부터 의약품의 접근성 보장을 위해 특허권을 제한할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였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TRIPS 이사회가 여러 차례 개최되었다. TRIPS 이사회의 논의는 주로 협정문의 해석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는데, 개도국은 강제실시 적용의 불균형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결론을 원하였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특허발명의 강제실시를 광범위하게 활용해 왔지만, 개도국에서는 그렇지 못하였다.
   
이러한 강제실시 적용의 불균형은 선진국과 다국적제약사들의 정치적 압력과 무역보복 때문이었는데, 개도국들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강제실시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무역보복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WTO 각료선언을 원하였고, 결국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Doha)에서 개최된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TRIPS 협정과 의약품 접근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선언문(이하 ‘도하 각료선언문’)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가. TRIPS 협정의 관련 규정

TRIPS 협정은 제27조(특허권의 대상)에서 ‘의약품’도 특허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하되, 개도국에 대해서는 10년, 최빈국에 대해서는 ‘11년+알파’의 유예기간을 두었다.  한편, 의약품 특허의 강제실시는 TRIPS 협정 제1조 (의무의 성질과 범위) 후단 “회원국은 국내의 법제 및 법률상의 관행의 범위 내에서 이 협정을 시행하기 위한 적당한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제7조(목적)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시행은 …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잡는 데에 기여하여야 한다.”, 제8조(원칙) “협정의 규정과 양립하는 한 공중의 건강과 영양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 제30조(부여된 권리의 예외) “회원국은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여, 특허에 의한 배타적 권리에 대하여 한정적인 예외를 정할 수 있다. 다만 특허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하지 않아야 한다.” 제31조(특허권자의 허락 없는 다른 사용) 등의 규정을 통해 가능하다.

한편, TRIPS 협정 제31(f)조는 “특허발명의 강제실시는 이것을 허여한 국가의 국내 수요를 주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31(h)조는 “강제실시 허여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특허권자는 개별 상황에 적당한 보수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도하 각료선언문 (WT/L/540)

(1) 도하 각료선언문의 내용

▶ 제1항: 많은 개도국과 최빈국을 괴롭히는 공중보건 문제 특히, HIV/AIDS, 결핵, 말라리아 및 기타 유행병으로부터 유발되는 문제들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 제2항: TRIPS 협정이 공중보건 문제의 해결을 위한 폭넓은 국내적, 국제적 조치의 일부가 될 필요성을 강조한다.

▶ 제3항: 지적재산권 보호가 신약 개발에 중요하다는 점과 가격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의 영향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인식한다.

▶ 제4항: TRIPS 협정은 회원국이 공중건강 보호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하여서도 아니된다는 점에 합의한다. 따라서, TRIPS 협정에 대한 약속을 반복함과 동시에 WTO 회원국이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려는 권리, 특히 모두에 대한 의약품 접근을 촉진하려는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TRIPS 협정이 해석되고 이행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다. 이와 관련하여 WTO 회원국이 TRIPS 협정의 규정을 완전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음을 재차 확인한다. TRIPS 협정의 각 규정들은 이런 목적을 위한 유연성을 제공한다.

▶ 제5항: TRIPS 협정에 대한 회원국의 약속을 유지하면서 각 회원국은 이러한 유연성이 (가) 국제법의 통상적인 해석 규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TRIPS 협정의 각 규정은 특히 그 목적과 원칙에 표현된 바와 같이 이 협정의 대상과 목적에 비추어 해석되어야 하며, (나) 각 회원국은 강제실시권을 허여할 권리 및 강제실시권 허여 요건에 관한 결정의 자유를 가지며, (다) 각 회원국은 어떠한 것이 국가 위기 상황 또는 극도의 긴급 상황을 구성하는지 결정할 권리를 가지며, HIV/AIDS, 결핵, 말라리아 및 기타 유행병과 관련한 것을 비롯한 공중보건위기가 국가 위기 상황 또는 기타 극도의 긴급 상황을 대표한다고 이해되고, (라) TRIPS 협정에서 지적재산권의 소진과 관련된 규정의 취지는 제3조 및 제4조의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의 조건으로, 각 회원국이 외국의 자국의 권리소진제도를 확립하는 것을 각 회원국의 자유에 맡기는 것이다.

▶ 제6항: 제약분야의 제조능력이 없거나 불충분한 WTO 회원국은 TRIPS 협정하의 강제실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각료회의는 TRIPS 이사회에 이 문제를 해결할 조속한 해결책을 마련하여 2002년 말까지 일반이사회에 보고할 것을 지시한다.

▶ 제7항: 기술이전의 촉진 필요성을 재확인한다. 최빈 회원국이 의약품과 관련하여 TRIPS 협정의 특허(제2부 제5절) 및 비공개정보 보호(제2부 제7절) 규정의 이행 및 적용을 2016년 1월 1일까지 유예하는 것에 합의한다.

(2) 도하각료선언문의 함의

도하 각료선언문은 그 제목에 ‘지적재산권’, ‘특허권’, ‘유행병’, ‘필수의약품’, ‘의약품의 가격’과 같은 한정된 의미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도하 선언문이 특수한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고, TRIPS 협정 전체와 공중의 건강에 대한 포괄적인 의미의 선언임을 천명한 것이다. 도하 선언문은 강제실시의 해석이나 적용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도하 선언문은 강제실시를 부여할 권리와 그 요건을 결정할 주권이 각 회원국에 있음을 천명하면서 특허권보다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에 더 무게를 두었다. 이것은 그 동안 강제실시의 시행과 관련하여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불평등한 현실과, 강제실시를 적용하려는 개도국의 시도를 선진국 등에서 무역보복과 같은 압력을 행사해 저지하여 왔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인데, 선언문 5(c)항은 특별히 “각 회원국은 어떠한 것이 국가 긴급사태나 기타 극도의 위기 상황을 구성하는지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HIV/AIDS, 결핵, 말라리아, 기타 유행병과 같은 공중의 건강이 위기에 처한 상황은 국가의 비상사태나 극도의 위기상황을 의미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도하 각료 선언의 논의 과정에서, 미국은 TRIPS 31(b)조는 27조 1항의 특허권에 부속되는 권리이고, 국가 긴급사태는 HIV/AIDS에만 적용된다는 입장을 유지하였는데, 도하 각료선언 이후 이러한 미국의 주장이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되었다. 도하 각료선언문에서 ‘공중의 건강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 ‘국가 긴급사태나 기타 극도의 위기 상황’을 의미한다고 선언한 것은, 어느 회원국이 국가 긴급사태를 선포한 경우 이를 둘러싼 분쟁에서 국가 긴급 사태의 규명 자체에 대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각료 선언문 5(c)항에서 ‘각 회원국(Each Member)\’이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국가 긴급사태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회원국의 개입 없이 어느 회원국의 주권 재량에 따라 독자적으로 가능함을 천명하였다.

도하 선언문의 갖는 또 다른 함의는 선언문 4항 “회원국이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TRIPS 협정이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할 수 없다’는 점에 합의한다.”라고 합의(agree)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이 선언이 비엔나 협약 3조3항(a)의 ‘추후의 합의’에 해당함을 재차 확인하였다. 따라서, 강제실시와 관련하여 TRIPS 협정을 해석하는 데에는 협정문의 문맥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하되 도하 선언문을 반드시 참작하는 것이 도하 각료선언 이후의 TRIPS 협정 해석에 적용되는 원칙이라 할 것이다. 특히, 도하 선언문에서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WTO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협정이 해석되고 이행되어야 한다’고 한 점은 TRIPS 협정문으로부터 반드시 명백하게 도출된다고 보기 어려운, 새로운 해석과 합의라는 점에서 도하 선언문의 또 다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요컨대,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시행은 …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잡도록 기여하여야 한다’는 TRIPS 협정 제7조의 ‘목적’ 규정과 ‘협정 규정과 양립하는 한 공중의 건강과 영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는 협정 제8조의 ‘원칙’ 규정에 따라 ‘강제실시’를 해석하는 경우에도,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 도하 각료선언 이후의 TRIPS 협정 해석의 원칙이 된 것이다.

다. 2003년 8월 30일 WTO 일반이사회의 결정문 (이하, ‘830 결정’)

(1) 결정문의 내용

▶ 제1항
(a) ‘의약품’이란 도하 각료선언문 제1항에서 인정한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필요한 제약분야의 모든 특허 제품 또는 특허된 방법으로 제조된 제품을 의미하며, 의약품 제조에 필요한 유효 성분과 의약품 사용에 필요한 진단 기구도 포함한다.
(b) ‘적격 수입국’이란 최빈국인 회원국 및 그 외 회원국으로서 TRIPS 이사회에 수입국으로서 이 제도를 활용할 의사를 통지한 국가(통지 외에 WTO의 승인은 필요없음). 회원국은 이 제도를 완전한 방식 또는 제한된 방식(예를 들면, 국가 위기상황 또는 기타 극도의 긴급 상황일 경우에만 또는 공적인 비상업적 사용)으로 사용할 것임을 어느 때나 통지할 수 있다.
(c) 수출국은 이 제도를 활용하여 적격 수입국을 위해 의약품을 제조, 수출하는 국가를 말한다.

▶ 제2항 : TRIPS 협정 제31(f)조의 의무는 아래의 조건에 따라 적격 수입국에 의약품을 생산, 수출하기 위해 필요한 강제실시권의 허여에 대해 면제된다.
(a) 적격 수입국은 TRIPS 이사회에 다음 사항을 통지하였어야 한다.
    (i) 필요한 의약품의 명칭과 수량
    (ii) 최빈국이 아닌 경우에는, 제약분야에서 의약품을 생산할 능력이 없거나 충분하    지 않다는 점을 결정문의 첨부에 기재된 방식에 따라 입증하였을 것.
    (iii) 수입국에도 특허가 있는 경우에는 TRIPS 협정 제31조와 이 결정문에 따라 그     특허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허여하였거나 허여할 것이라는 점.
(b) 이 결정문에 따라 수출국에서 허여된 강제실시권은 다음 조건을 포함하여야 한다.
    (i) 적격 수입국의 필요량만 생산할 것과 그 전량을 TRIPS 이사회에 통지한 수입    국에 수출할 것.
    (ii) 생산된 의약품은 특수한 라벨 부착이나 표시를 통해 이 제도에 의하여 생산된     것임을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할 것.  공급자는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실행가능한 범위 내에서 특수 포장 및/또는 제품 자체의 특수 염색/모양을 통해     제품이 구별되도록 하여야 함.
    (iii) 실시권자는 제품을 선적하기 전에 ① 각 목적지로 공급되는 의약품의 양 및     제품 특징을 웹 사이트(실시권자의 웹 사이트 또는 WTO의 이 제도에 관한 전용     페이지)에 게시하여야 함.
(c) 수출국은 TRIPS 이사회에 강제실시권의 허여 사실 및 강제실시권에 부가된 조건을 통지하여야 함.  이 통지에는 실시권자의 성명 및 주소, 의약품과 그 수량, 의약품을 공급받을 국가, 강제실시권의 존속기간, 웹 사이트의 주소가 포함되어야 함.

▶ 제3항 : 수출국에서 이 제도에 따라 강제실시권이 부여되는 경우 TRIPS 협정 제31(h)조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수입국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지급되어야 한다.

▶ 제4항~제11항 : 생략

(2) WTO 830 결정문의 법적 의미

WTO 설립협정 제4조와 제9조에 비추어 보면, 이번 일반이사회의 830 결정은 WTO 설립협정 제9조 제3항의 의무면제(waiver)에 관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830 결정은 TRIPS 협정 제31(f)조 및 제31(h)조의 의무를 면제하였는데(제31(f)조는 국내시장 공급을 주목적으로 강제실시를 승인할 의무, 제31(h)조는 권리자에게 각 사안의 상황에 따라 승인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적절한 보상을 지급할 의무), 그 효력은 830 결정과 동시에 발생한다.

830 결정문을 TRIPS 협정문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TRIPS 이사회에서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830 결정문을 일부 수정하여 TRIPS 협정 제31조 본문에 반영하자는 개도국의 입장과 각주로 넣자는 선진국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데, 르완다 등 아프리카 그룹은 TRIPS 협정 개정제안서(IP/C/W/434)를 제출하면서 미국 등이 주장하는 각주 방식을 적절하지 않으며 2003년 8월 30일 의장성명서는 830 결정의 일부가 아니므로 이것은 협정개정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포함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은 830 결정 및 의장 성명을 모두 반영해야 하며, TRIPS 협정 개정작업은 830 결정문의 내용을 변경하지 않는 기술적인 작업이 되어야 하므로 아프리카 그룹의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그룹의 제안 중 830 결정문의 서문, 제11항에 대한 삭제는 수용할 수 있지만 다른 내용의 변경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2.    개정 특허법의 내용

가. 당사자

강제실시를 청구할 수 있는 청구인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이 없고 ‘특허발명을 실시하고자 하는 자’(특허법 제107조 제1항 본문) 중 제1항 제5호의 ‘의약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특허발명을 실시하려는 자’는 누구나 강제실시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의약품을 생산하여 수출할 수 있는 능력 즉, 실시능력은 필요할 것이므로 제약회사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청구인 적격을 인정받기 힘들 것이다.

나. 요건

(1) 수입국의 범위

수입국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는데, 절차적 요건에 따라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i) 국제연합이 지정한 최빈개발도상국, (ii) WTO 회원국으로서 TRIPS 이사회에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취지의 통지를 한 국가, (iii) WTO 회원국이 아닌 경우에도 이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를 우리 정부에 통지한 국가(제107조 제7항 본문).

(2) 의약품과 질병의 범위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의 대상이 되는 의약품은 (i) 특허된 의약품, (ii) 특허된 제조방법으로 생산된 의약품, (iii)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특허된 유효 성분, (iv) 의약품 사용에 필요한 특허된 진단 키트이다(제107조 제8항). 질병의 범위에 대해서는 ‘다수의 보건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제한되어 있다(제107조 제1항 제5호). 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3) 수입국에서 필요한 절차적 요건

수입국이 WTO 회원국인 경우에는 (i) 수입국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의 명칭과 수량, (ii) 의약품의 생산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 (iii) 수입국에서도 당해 의약품이 특허가 된 경우 이 특허에 대해 강제실시를 하였거나 허락할 의사 등 3가지를 TRIPS 이사회에 통보하여야 한다. 한편 WTO 회원국이 아닌 경우에는 위 3가지 사항을 우리 정부에 통지하면 되고, WTO 회원국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최빈국인 경우에는 ‘의약품의 생산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없고 위 (i), (iii)의 사항만 TRIPS 이사회 또는 우리 정부에 통보하면 된다(제107조 제7항).

WTO 회원국 중 수출국과 수입국의 통지를 위한 전용 웹 페이지는 WTO 사이트 내에 있는데, 아직까지 통지를 한 국가는 없다.

(4) 강제실시를 허여하기 위한 실체적 요건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권’은 수입국의 필요에 따라 허여되는 것이므로, 수출국인 우리 나라에서는 (i) 수입국이 적합한 수입국인지, (ii) 수입국의 필요가 존재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요건은 해당 수입국이 TRIPS 이사회 또는 우리 정부에 한 통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수입국이 의약품을 생산할 능력이 부족한지 아닌지, 의약품을 강제실시 청구권자로부터 수입하여 해결하여야 할 공중보건상의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특허청장이 실체적 요건으로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 이를 분명히 한 것이 바로 제110조 제4항으로서, 절차적 요건으로 명시되어 있는 서류들이 모두 제출되면 특허청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강제실시를 허여하여야 한다.

다. 절차

(1) 청구서의 제출 및 답변 기회 부여: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의 청구는 청구인이 특허청장에게 청구서를 제출함으로써 개시된다. 청구서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항을 기재하여 하고, 어떤 서류를 첨부하여야 하는지는 시행령으로 위임되어 있는데(제107조 제9항), 특허번호, 의약품의 명칭과 수량, 수입국, 수입국에 필요한 절차적 요건 등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여야 할 것이다. 강제실시의 청구가 있으면, 특허청장은 청구서의 부본을 특허권자에게 송부하고 기간을 정하여 답변 기회를 주어야 한다.

(2) 의견 청취 및 협조 요청: 특허청장은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 또는 관계부처의 장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고 관계행정기관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현행법에는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의 의견 청취가 강제적인 절차이었으나 개정법에서는 임의 절차로 바뀌었고 관계부처의 장의 의견청취도 임의 절차에 포함되도록 명시하였다.

(3) 결정 및 TRIPS 이사회 통보: 특허청장은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청구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결정을 하여야 한다. 결정문(재정서)에는 강제실시를 허여하는 경우 (i) 통상실시권의 범위 및 기간, (ii) 대가와 그 지급방법 및 지급시기, (iii) 특허권자의 의약품과 외관상 구분할 수 있는 포장․표시 및 재정에서 정한 사항을 공시할 인터넷 주소, (iv) 기타 재정을 받은 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한편, 830 결정문에 따르면 수출국은 강제실시를 허여하였다는 사실과 강제실시권에 부여된 조건을 TRIPS 이사회에 통지하여야 하는데, 이에 관한 절차 규정은 개정 특허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당초 의원 발의안에는 “특허청장은 제107조제1항제6호에 따른 통상실시권 설정의 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재정의 사실 및 그 내용을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이사회에 통지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국회 논의과정에서 이 조항은 삭제되었다.

(4) 재정서의 변경

강제실시권이 부여된 후 재정서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 특허청장이 이를 변경할 수 있다. 이처럼 사후적 변경을 인정한 것은 강제실시권자가 사용하는 포장이나 표시가 나중에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할 경우 이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고, 강제실시 사항을 공시한 웹 사이트의 주소를 바꾸어야 할 상황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강제실시 청구 절차를 다시 밟도록 하는 것은 절차 경제에 반하므로 강제실시의 실질적인 내용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경우 사후적인 변경 절차를 통해 강제실시권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포장이나 표시, 웹 사이트 주소 이외에 예컨대, 수입국에서 필요한 의약품의 수량을 변경한 경우 또는 강제실시를 부여한 후 해당 의약품에 대한 다른 특허가 등록이 되었다거나 하는 상황에서도 사후적 변경을 허용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사견으로는 수입국에서 의약품의 수량을 변경한 경우에는 사후적 변경을 인정하더라도, 강제실시권의 본질적인 내용 변경이 아니므로 허용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의약품 자체를 변경하거나 대상이 되는 특허권을 바꾸는 것은 이것이 강제실시권의 범위와 내용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의 변경에 해당하는지를 개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라. 강제실시권자의 의무와 강제실시권의 취소

강제실시권자는 (i) 재정을 받은 목적에 적합하도록 그 특허발명을 실시하지 아니한 경우(예컨대, 생산한 의약품을 해당 수입국에 전량 수출을 하지 아니한 경우), (ii) 통상실시권을 재정한 사유가 없어지고 그 사유가 다시 발생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예컨대, 수입국에서 TRIPS 이사회에 한 통지를 취소한 경우), (iii) 재정서에 표시된 포장이나 표시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재정에서 정한 사항을 웹 사이트에 공시하지 아니한 경우 이해관계인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강제실시를 취소할 수 있다.
   
3.    개정 특허법의 문제점

가. 수입국으로서 필요한 절차 규정 미비

앞에서 본 것처럼, 우리 정부는 국가 긴급사태 또는 기타 극도의 위기상황에서만 의약품 수입국의 지위를 누리겠다고 WTO에 통보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통지가 어떤 법적 효력을 갖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제도에서 우리 나라가 수출국의 지위에 있을 수도 있지만 수입국의 지위에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830 결정에 따르면,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제도를 활용하려는 수입국은 TRIPS 이사회에 필요한 의약품의 명칭과 수량, 의약품의 생산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사실 등을 통보하여야 한다. 그런데, 수입국은 이러한 통보가 수입국 국내의 강제실시 절차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도 있지만, 수입국에는 특허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러한 통보가 강제실시 절차에 수반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우리 나라가 수입국의 지위에서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제도를 활용하고자 할 경우 TRIPS 이사회에 해야 할 절차에 관하여는 별도의 규정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긴급상황에서 우리 나라의 공중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이므로 특허법에서 규율하기 보다는 보건복지부 소관 법령에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 질병의 범위에 대한 제한

개정법 제107조 제1항 제5호는 “자국민 다수의 보건을 위협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의약품을 수입하고자 하는 국가에 그 의약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특허발명을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강제실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질병의 범위를 ‘다수의 보건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제한하였다. 당초 의원 발의안에는 ‘수입국의 공중보건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라고 되어 있었는데,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는 ‘공중보건문제 해결’은 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보아 이를 ‘다수의 보건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수정하였다. 이러한 전문위원의 검토의견은 의원 발의안에 대한 특허청의 입장과 완전히 동일하다. 한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2005년 3월 특허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였는데, 여기에는 ‘공중보건문제 해결’이라는 문구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위험하다는 의견이 없었다.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제도에서 질병의 범위는 TRIPS 이사회 논의과정에서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으므로, 그 경과를 먼저 살펴보고 질병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검토해 보기로 한다.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으나, TRIPS 이사회에 제출되었던 각국의 제안은 (1) TRIPS 제31(f)조를 개정하자는 입장, (2) TRIPS 제30조의 ‘권위있는 해석’을 함으로써 수출을 위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자는 입장, (3) 의약품을 수출하려는 나라에 대해 특별한 조건 하에 모라토리엄을 인정하자는 입장, (4) TRIPS 31(f)조 이행의무에 대한 면제부여(waiver) 등 크게 4가지이다. 유럽연합은 31(f)조 개정안과 30조 해석안 중 하나를 선택하자고 제안했는데, 31(f)조 개정안에는 수입국이 실제로 심각한 공중보건의 문제가 있을 것, 수입국의 의약품이 다른 나라로 유출되지 못하게 방지하는 장치의 마련, 무역 파트너에게 통지할 요건 등 3가지 제한을 달았다. 또한, 유럽연합의 30조 해석안은 수출국에서 생산한 모든 의약품이 수입국으로만 제공될 것, 수입국에 의한 재수출의 완전한 금지를 전제조건으로 하였다.  유럽연합의 제안을 기준으로 미국과 개도국의 입장은 반대편으로 갈라서는데, 미국은 일부 수출국에 대해 특정한 조건이 만족될 경우에 한해 협정의무 이행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제안하였고, 개도국은 TRIPS 협정 31조에서 (f)항을 삭제하거나, 수입국가의 공중보건 필요에 따라 수출국이 강제실시를 허용할 권리를 가지도록 TRIPS 협정 제30조에 대한 권위있는 해석을 하자고 주장하였다. 한편, 미국은 어떠한 방식을 따르더라도 질병의 범위(AIDS, 결핵, 말라리아 기타 유행병)와 수혜국의 대상을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미국의 입장과 개도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TRIPS 이사회는 1년에 가까운 논의를 거쳐 2002. 12. 16. 의장 초안(Motta text)을 마련하였다. 의장초안에 대해 모든 국가가 동의할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유독 미국만 의장초안을 반대하였고 결국 시한인 2002년을 넘기도록 타결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의장 초안은 수혜국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23개 선진국을 명시하고, 일부 중진국(우리 나라 포함)은 위기상황 등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을 받겠다는 의사를 일반이사회에서 표명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한편, 의장 초안에는 질병의 대상에 대해 애매한 문구를 포함하고 있는데, 미국은 질병의 범위를 명시적으로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2개의 질병(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및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전염병)과 심각성이나 규모가 상당한 기타 유행병을 제시하였다.

2003년 1월 유럽연합은 협상 재개를 위해 새로운 제안을 하는데, 미국이 제안했던 22개 질병은 그대로 유지하고 다른 질병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비구속적 자문으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개도국은 질병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각국의 주권에 해당하는 문제로 이를 WHO에 맡길 수 없다며 반대하였다. 질병의 범위를 제한하려는 일부 선진국의 계속된 반대로 협상시한을 수 차례 연기하면서 타협을 보지 못하다가, 2003년 6월 20~22일 이집트에서 개최된 비공식 각료회의에서 미국은 강제실시를 통해 생산된 의약품이 선진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질병의 범위 제한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변경하여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문제의 해결방안이 합의되었다.

질병의 범위에 대해 TRIPS 이사회에서 이처럼 난항을 겪은 것은 어떻게든 도하 각료선언문의 의미를 축소하여 의약품의 강제실시를 제한하려는 다국적 제약기업의 압력과 이들의 이해를 반영한 일부 선진국의 왜곡된 주장들 때문이었다.  ‘국경없는 의사회(MSF)’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이 제한했던 22개의 질병은 대부분 특허가 장벽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즉,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가 적용될 수 있는 질병으로 제안되었던 질병 가운데, AIDS, 말라리아, 결핵을 제외한 9개의 질병은 강제실시를 할 치료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나머지 9개는 치료약에 대한 특허가 이미 만료된 것들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2개 질병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질병 중 폐렴이나 심장병, 악성종양(암)은 의약품의 생산시설이 없는 국가의 사망률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질병이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폐렴은 아프리카에서만 한해에 백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질병이지만, 폐렴은 22개 질병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러한 폐렴의 사례는 미국과 일부 선진국들이 주장하는 질병의 범위가 생산시설이 없는 개도국의 공중보건 문제 해결을 기준으로 선정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의장 초안(Motta text)을 토대로 한 830 결정문은 기본적으로 의무이행의 면제부여(waiver)를 기본으로 하면서 질병의 범위는 도하 각료선언문 1항을 인용하여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도하 각료선언문 1항은 AIDS, 결핵, 말라리아 또는 기타 유행병이 개도국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것이어서,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의 장벽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선언문 1항을 기초로 질병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우리 개정법에는 수입국이 TRIPS 이사회에 한 통지를 기초로 수입국의 요건이 충족되는 것으로 하고, 수출국인 우리 나라에서는 절차적 요건만 만족되면 강제실시를 허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개정법 제110조 제4항), 해당 의약품이 수입국에서 ‘다수’의 질병에 관한 것인지, ‘소수’의 질병에 관한 것인지를 국내 특허청장이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 사전협의 요건

개정법에는 강제실시를 청구하기 전에 특허권자와 미리 협의를 해야 하는 규정에 대해 ‘합리적인 조건’이라는 요건을 부가하고(제107조 제1항 본문), 이러한 사전 협의 의무가 면제되는 상황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상업적으로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하며,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의 경우에는 이러한 사전 협의 의무가 면제되지 않도록 하였다. 당초 의원 발의안에는 (i) 수입국에서 특허권자와 협의에 실패한 경우, (ii) 수입국의 국가 긴급사태, (iii) 수입국에서 공적인 비상업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iv) 수입국에서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수출국인 우리 나라에서 특허권자와 사전 협의가 면제되도록 규정하였다.

이에 대해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는 수입국의 상황에 따라 수출국에서 사전협의 의무를 면제하도록 하는 것은 TRIPS 협정의 규정과 배치되며 특허독립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였고, 특허청도 이와 완전히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한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는 사전협의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TRIPS 협정 제31조(b)항에 “강제실시를 허여하고자 하는 회원국에 국가 긴급사태 등이 발생한 경우 회원국은 권리자로부터의 사전승인노력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 점을 감안하면, 개정안은 해석상 오류에 의하여 잘못 기재된 조항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TRIPS 협정문의 문맥과 이에 대한 협정 당사국의 추후 합의에 해당하는 도하 각료선언문의 취지에 비추어볼 때 타당하지 않다. 또한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는 수입국의 필요에 따른 인도주의적 조치로 특허독립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므로, 사전협의 요건을 특허독립의 원칙에 얽매여 해석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830 결정문 제3조는 특허권자가 수출국에서 적절한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에 수입국은 TRIPS 협정 제31조(h)의 대가지급의무가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강제실시의 이익을 향유하는 국가가 수입국뿐이므로 대가의 이중지급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이러한 WTO 830 결정문의 취지는 특허권자와의 사전협의의무를 규정한 TRIPS 협정 제31조(b)의 해석에도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TRIPS 협정 제31조(b)는 강제실시 청구의 남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강제실시권의 허여에 앞서 특허권자의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요구하면서, 국가긴급사태, 공적인 비상업적 사용, 불공정거래행위로 판정된 사항 시정의 경우에는 사전협의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이는 강제실시권을 허여하는 당해 국가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그 취지상 강제실시의 이익을 누리는 당해 국가를 표준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830 결정문에 따라 수출국이 수입국에 의약품을 수출하기 위한 강제실시권을 허여하는 경우, 강제실시의 이익을 누리는 국가는 수입국이므로 특허권자와의 사전협의면제 여부를 수입국을 기준으로 판단하더라도 이것은 TRIPS 협정 위반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는 ‘수입국’의 필요에 의해 인정되는 것이고, 이러한 필요를 위해 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조치를 수용할 요량이었다면, 수입국에서는 면제되는 절차를 수출국인 우리나라에서 다시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도하 각료선언문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리고, 수입국과 수출국에서의 특허권자가 동일한 경우 수입국에서 특허권자가 통상실시권을 허락하지 않은 경우에도 수출국에서 특허권자와의 사전협의를 추가로 요구함은 불필요한 절차의 반복만을 의미할 뿐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 설령 TRIPS 협정 위반 문제가 염려가 된다고 하더라도 사전협의 기간을 특정하여 신속한 절차 진행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개정법은 TRIPS 협정문의 기계적인 해석에만 의존한 것으로 보여 아쉽다.

라. 대가의 산정방식

개정법에는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의 경우 특허권자에게 지급할 대가에 대하여 ‘수입국에서의 경제적 가치’를 참작하도록 하는 훈시 규정만 두고 의원 발의안에 포함되어 있던 구체적인 산정방식을 삭제하였다. 의원 발의안에 포함되어 있던 대가 산정방식은 다음과 같다.

⑦ 특허청장은 제3항 제3호의 대가를 정할 때에는 다음 각호의 판매수량․판매가격․점유율․기본율을 모두 곱한 액으로 산정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호의 규정에 따라 대가를 산정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에는 수입국에서의 경제적 가치, 물가수준 및 공공복리를 위한 목적 등을 참작하여 상당한 대가를 정하여야 한다.
 1. “판매수량”은 재정서에 명시된 의약품의 수량을 말한다.
 2. “판매가격”은 제조비용에 재정실시를 위한 그 밖의 비용을 더한 가격을 말한다.
 3. “점유율”은 의약품을 생산하는 데에 당해 특허권이 이용되는 비율로 한다.
 4. “기본율”은 100분의 4로 한다. 다만, 발명의 우수성 및 수입국에서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100분의 2 범위 이내에서 기본율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이러한 대가산정방식에 대해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는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가 수입국의 공중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감안할 때 특허권 실시의 대가결정 지연으로 의약품 수출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가 산정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i) 우리나라의 경우 강제실시 사례가 없어 개정안에 제시된 계산방법에 대한 타당성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산방법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ii) 대가 산정은 강제실시가 허여된 특허발명의 경제적 가치, 제약업계 상황, 제조원가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각 의약품마다 달리 결정되어야 하며, (iii) TRIPS 협정에서는 대가에 대하여 법원에서 다툴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확정적 효력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어서 규정의 실익이 적다는 이유로 특허권자에게 지급하는 대가결정에 ‘수입국에서의 경제적 가치’를 참작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여 구체적인 산정 방식을 삭제하였다.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는 수입국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 830 결정문이나 개정 특허법에서도 대가를 결정할 때, 수입국에서의 경제적 가치를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하는 국내 사례는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에서 원래부터 참작의 대상이 어렵다. 따라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언급한 첫 번째 이유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한편, 대가의 산정방식과 같은 기술적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면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는 그 대상이 의약품에 한정되고, 수입국도 대부분 의약품 생산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개도국이나 최빈국이 될 것이므로 구체적 타당성이 결여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가 산정방식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의원 발의안에 포함되어 있던 산정방식이 특허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과 같은 하위법령으로라도 명문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발의안의 산정방식에 대한 취지와 근거를 설명하고자 한다.

(1) 기본적인 산정방식 ‘판매수량×판매가격×점유율×기본율’은 1992년부터 특허청에서 마련하여 지금까지 적용해 오던 산정방식(국유특허권의 처분․관리 규정(1999년 폐지) 및 공무원직물발명의 처분․관리 및 보상에 관한 규정)을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이 산정방식을 적용하여 국유특허권에 대해 유상의 실시허락을 한 사례는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모두 202건이 되고 일본에서 이와 유사한 산정방식을 50년 가까이 적용해 왔다. 98년 일본 특허청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는데,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로열티는 총판매액의 0 내지 6%이며, 산정방식은 로열티 비율 = 발명의 실시 가치 ×이용률 (물건에 대한 발명의 중요도)×증감율 (50 내지 150%) ×개발율 (50 내지 100%)이다.

        구분
년도
유상
무상

실시료 수입
첨부 파일http://www.ipleft.or.kr/bbs/data/ipleft_5/9/특허발명의_강제실시_남희섭.pdf과거 URL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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