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저작권 보호위에 이용자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는 희생되어도 그만?

    저작권 보호위에 이용자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는 희생되어도 그만?

    – 저작권법 개정안은 위헌적이며, 명백한 과잉규제다!

지 난 7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 개정안은 저작권법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통합을 도모하고 있는 한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접속차단 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불법복제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의 이 조항들은 이용자의 커뮤니케이션권리 등 기본권을 제약하는 명백한 과잉규제이며, 사법적 판단도 없이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기본권을 제약하도록 함으로써 위헌적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개정안을 비판하며, 해당 조항이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 째, 개정안은 반복적으로 불법 복제물을 전송한 이용자에 대해 서비스 이용의 정지 또는 해지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는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이용자의 접근권, 커뮤니케이션권리 등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으로 명백한 과잉 규제이다. 이용자의 계정을 해지하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 해당 이용자에 대한 사형선고, 혹은 추방이나 다름없다. (개정안은 해당 복제, 잔송자의 다른 계정의 해지도 포함하고 있다!) 저작권 위반이 개인의 기본권을 박탈할 정도의 파렴치한 범죄인가? 주차위반 몇 번 했다고 면허를 취소하거나 혹은 일정 구역에 차를 출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둘 째, 개정안은 불법복제물의 삭제 또는 중단 명령이 3회 이상 내려진 게시판에 대한 폐지 권한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부여하고 있는데, 이 역시 명백한 과잉 규제로서 이용자들의 기본권과 사업자들의 혁신적 서비스를 저해할 우려가 높다. 누구나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 위반 게시물이 몇 차례 올라왔다고 해당 게시판이 불법복제물의 온상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게시판을 폐지할 경우, 해당 게시판에서 정당하게 소통하고 있던 이용자들이 입을 피해는 무시되어도 좋은 것인가?

셋째, 개정안은 일정한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정보통신망에 대한 접속 차단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 역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부여하고 있다.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정보통신망을 통제할 수 있는 참으로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 일부 서비스에서 저작권 위반 행위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아예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겠다? 한미FTA 협정의 국회 통과에 앞서 정부는 논란이 되었던 부속서한의 내용을 법제화하려는 것인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이미 저작권자에 의해 숱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내 저작권 법제는 면책을 조건으로 저작권 보호를 위한 여러 조치들을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용자를 통제하고 있으며, 혹은 이러한 조치들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민형사상 소송을 통해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또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 중에는 자신의 저작물이 유통되기를 원하는 저작자의 저작물이나 퍼블릭 도메인의 저작물, 혹은 저작물의 공정이용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행정부처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통제를 넘어, 전체 서비스 자체를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과연 민주 국가에서 나올 수 있는 발상인지 의심스럽다. 이 조항의 의도는 명확하다. \’소리바다\’와 같은 서비스를 아예 초기에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색안경을 낀 자들에게는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 고유의 가치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단지 \’저작권 침해를 주목적으로 하는 사이트\’로 보일 뿐이다.

넷째, 이와 같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과도한 규제 권한을 주는 조치는 \’위헌적\’이다. 이용자 계정을 해지하고, 게시판을 폐지하며, 사이트를 폐쇄하는 중대한 기본권 제한 조치들이 사법적 판단도 없이 저작권 위원회와 같은 행정부 산하 일개 위원회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구조는 인터넷 내용심의의 구조와 비슷한데, 내용심의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 방송통신위원회의 삭제 명령의 단계를 거치는 것처럼, 저작권법 개정안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권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시정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가 많은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고, 이에 대해 위헌소송이 제기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저작권 위반에 대한 사법적 권한을 부여하여 기본권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합당한가의 문제와 더불어, 권리자 편향적인 정책을 펴왔던 저작권위원회의 전력을 고려할 때 우리는 과연 저작권위원회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의 불법복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한 측면일 뿐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지나친 저작권 강화로 인해 이용자의 문화적 권리가 위축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이 축소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의 저작권법 개정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찾기 힘들다. 문화산업의 발전은 곧 문화의 발전이고, 권리의 강화는 지적재산권 선진화라는 오도된 신념을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한, 권리와 이용의 균형이라는 저작권법의 원칙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2008년 7월 21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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