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를 쓰고 싶어요…
지각생 (정보공유연대, IT산업노조)
A : 저.. 부탁이 있어요..
B : 뭔데요.
A : 제가 리눅스를 쓸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B : … 전 리눅스 잘 몰라요. 다른데 가서 물어보세요.
A : 그런게 아니랍니다.
B : 그럼 대체 뭐죠? 왜 이러세요!
A는 왜 그랬을까요? 그건 B가 하도 h*p 로 끝나는 문서를 많이 보내서입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리눅스용 그 프로그램도 있고, 여차하면 어느 사이트에서 이케저케하면 불러올 수 있다는데? 리눅스 쓴다는 사람이 그것도 몰라? 혹은 그런걸 하기 싫어해? 이럴 지도 모르겠네요. 네, 압니다. 알아요. 다 방법이 있어요. 근데요, 그거 생각보다 짜증나거든요. 리눅스용 아래아한글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얼마 전만해도 뭔가 잘 안돼서 삽질하다 겨우 조금 쓰고는 지워버렸구요. 그 인터넷의 서비스도 일단 인터넷 연결하고, 그리 가서 로그인하고, 메뉴 클릭해서 불러오고.. 그래서 나온 결과는 그닥 만족스럽지 않은데 그걸 다시 복사해서 원하는데 붙여야하고. 당신들은 그냥 더블클릭 한번이면 되는걸 난 얼마나 삽질을 해야하는지 알아?! 그리고 그게 한 두번이면 말도 안한다고. 그래서 하다 하다 그냥 나도 윈도로 부팅하고, 한글 뷰어를 깔든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하든 해서 그 파일들 몰아보고 치워 버린다고.
그래서 지금 A는 이메일로 날라오고, 게시판에 붙어 있는 hw* 파일들을 아예 무시해 버립니다. 먹고 사는데와 직접적으로 연결됐을때만 눈물을 머금고 어떻게든 열어볼 뿐입니다. A는 오직 리눅스가 좋아서, 흠 사실 독점 가식 구라 기업 MS를 싫어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냥 리눅스를 쓰고 싶어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귀찮은거 싫어하고 끈기도 별로 없고, 철저하게 파고들고 잘 기억해두는 사람도 못 됩니다. A는 지금껏 윈도를 썼듯이 리눅스를 쓰고 싶고 이제 그런 것이 거의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자, 이제 서로 서로 주고 받고 나누는 자유소프트웨어의 세계로 빠져드는 거야~
그런 A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네, 짐작할 수 있죠? 인터넷 뱅킹이 안됩니다. ActiveX 꼭 필요한 서비스? 이용할 수 없습니다. 가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만 먹는 짝퉁 코딩때문에 로그인도 안되는 사이트 많습니다. 그래도 꿋꿋이 참고 살아가렵니다. 그까짓, 안가면 그만이야. 다 참을 수 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싫다면 안가면 되고, 돌아가면 되지요.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닙니다.
A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대신 모질라 불여우(Firefox)로 아주 만족스런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습니다. 어도비 포토샵 대신 \’김프\’로 왠만한 거 다 합니다. 아래아 한글이나 MS오피스 대신 오픈오피스로 필요한 문서들 다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새까만 창에서 명령 내리는 거 조금 배웠더니 이거 아주 컴퓨터로 할 수 있는게 무지 많아지고 삶이 쾌적해집니다. 그 외에도 컴퓨터로 하는 것들이 거의 대부분 이제 리눅스에서도 별 차이 없이 할 수 있게 되었죠.
근데 A는 싸워야만 합니다. B와 싸웁니다. 그리고 C와도 싸웁니다. 왜 그럴까요? B와 C가 계속 자 이거 읽어 하며 무심코 던지는 "잽"들 때문입니다. 이메일에 첨부된 *wp 문서,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아*아한글 문서 파일. B와 C는 아마 스스로 얼마나 A에게 그것이 스트레스를 주는지 짐작도 못할 것입니다. 네, 그리고 실제로 B와 C는 죄가 없습니다. 죄가 있다면 호환성을 고려하지 않고(혹은 의도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효율성만 내세우며 사회적 소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그래서 결국엔 더 큰 대가를 치르기를 반복하는 한국의 문화적 상황이 문제라면 문제죠. 어쨌든, B와 C는 오늘도 A가 자유소프트웨어를 쓰는 걸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A가 독점소프트웨어의 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막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알든 모르든 말이죠.
당신은 차별 중
의사소통을 위해선 어짜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과의 공통 분모가 있어야 합니다. 같은 언어 등 서로 약속을 알고 있는 표현 수단을 써야하고,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오래 같은 문화를 공유해야 그 사람의 "말"을 맥락속에서 이해할 수 있지요. 그런 기반이 쉽고 익숙할수록 좀 더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컴퓨터로 뭔가 주고 받고 하는 것도 서로가 공통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즉 내가 아래아한글 문서를 만들어 보낸다는 것은, 받아볼 사람이 그 파일을 보고 바로 "아래아한글 문서라는 걸 알고", 아래아한글을 "갖고 있거나 구할 수 있어야"하고,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꾸 하다보면 그 과정들에 대한 "가정"을 잊고 스스로 작성한 문서 내용이 마치 그대로 전달되는 것처럼 인식하게 되죠. 모든 문서를 출력해서 주고 받고 보관하고 열람하던 문화가 아직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것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대체로 사람들은 특히 도구, 수단에 대해 쉬운 것을 선택해 익숙해진 다음, 잊어버리고 싶어하는 면이 있다고 봐야 할겁니다. "아 한국 사람들 아래아한글 많이 쓰잖아. 그리고 적어도 알긴 거의 알잖아. 괜히 다른 걸로 보내면 더 싫어할 꺼야".
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하는 건 아무 일 없을 때나, 별로 첨부 파일의 내용이 궁금하지 않거나 할 때의 이야기고요. 이걸 꼭 읽어야 하는데 읽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답답~합니다. 특히 보나마나 간단한 내용이고, 이쁘게 출력해서 볼 필요 없는, 정보만 잘 전달되면 되는 그런 종류의 문서일 때 단지 그것이 "내가 갖고 있지 않은 해석 수단"을 이용하게끔 강제해서 보냈기 때문에 못본다는 것은 환장할 노릇입니다.
왜 그냥 텍스트 파일로 보내지 않습니까? 그렇게 보내는 것이 혹시 받는 이에 대한 무례라도 되는 것일까요? 간단하게 메모장 같은 거 열어 내용 넣고 저장해 보내는 것보다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서 살짝 손봐 보내는 것이 한층 격이 있는 행동일까요? 내용이 아주 길거나 어려워서 가독성에 특히 유념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언제 어디나, 모든 컴퓨터로, 어떤 소프트웨어로도 읽을 수 있는 텍스트 파일로 그냥 보는 것이 오히려 받는 사람을 가장 잘 배려하는 행위입니다. 무심코 손에 익은 대로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존재를 망각하는 것, 그래서 소통과정에서 처음부터 배제시키는 행위다라고 말하면 너무 심한 표현인걸까요.
눈으로만 읽지 않는다
텍스트로 문서를 작성했을 때의 이점은 시간이 지날 수록 커집니다. 컴퓨터 하드에 많은 파일이 쌓였을 때, 혹시 기억력이 좋은 분은 파일 이름이 어떻게 붙여져 있고, 어느 디렉토리에 있든 간에 필요할 때 바로 찾아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리를 잘 하시는 분은 디렉토리를 적절히 만들고 구조화해서 보관하실 거고, 파일 이름에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적절한 키워드나 날짜 등을 섞어두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도 파일이 몇백 몇천까지 늘어난다고 하면 나중에 필요한 내용을 찾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만일 파일이 텍스트로 저장되어 있다고 하면 파일이 아주 많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컴퓨터한테 찾아달라고 하면 되니까요.
파일이 텍스트나 잘 알려진 표준 문서 포맷으로 되어 있을 경우 많은 파일 속에서 내용을 찾아내 보여 주는 것은 컴퓨터에겐 쉬운 일입니다. 윈도보다 리눅스가 이런 일은 훨씬 잘합니다. grep 같은 명령어 등을 적절한 옵션과 함께 사용해 주면 아무리 파일이 많아도 잠시 후에는 원하는 파일이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이런 좋은 환경을 두고 윈도로 부팅해서 파일들을 뒤적이며 몇번이고 반복해서 열고 닫아 찾으면 다행인 삶을 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에요. 또 웹메일을 많이 쓰실텐데 역시 요즘 대부분의 서비스는 검색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때도 내용이 본문에 포함되어 있거나 텍스트 파일로 첨부되어 있다면 검색에 빠짐없이 포함될 수 있겠죠. 하지만 모든 내용이 특정한 워드프로세서만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저장되어 있을 경우라면 검색에는 엉뚱한 것만 쪼~금 나오고 말 것입니다.
여는 센스
당장 익숙한 환경을 버리기 힘들다면, 혹은 특정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을 꼭 이용해야 한다면 그냥 하던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맨 마지막에, "(반드시) 누군가는 내가 만든 문서를 못본다"는 걸 기억해주시고, 저장을 한번만 더 해주세요. 텍스트 파일이나, PDF로. PDF로 보내면 웹브라우저의 플러그인으로 바로 읽을 수 있다는 추가적인 이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둘을 같이 보내는 겁니다. 아마 받는 사람은 처음에는 "왜 이래?" 그럴지 모르지만 나중에 이런 문제를 알게되면 "오호.. 센스쟁이"하며 감탄할지도 모릅니다. 키보드 몇번 더 두드리고 마우스 몇 번만 더 움직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후로 계~속 적은 수고로 그 문서를 읽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래요. 습관을 들이는 게 쉽지 않겠지만, 충분히 들일만한 수고 입니다.
첨부파일때문에 재부팅하는 경우가 있다면 믿겨지세요? 꼭 읽어야 할 독점 포맷 문서 몇 개가 있는데 인터넷 안될 때 읽어야 되서 재부팅하는 경우가 생기면 울고 싶어집니다. 인터넷에서 변환해 보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니까요. 윈도에서야 업데이트를 하거나, 어떤 장치를 연결하거나,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무슨무슨 에러때문에 여러 번 재부팅을 하게 되지만 리눅스는 안 그렇거던요. 한번 전원을 넣으면 끝날 때까지 몇날 며칠이고 쓸 수 있는게 리눅스입니다. 리눅스에서 재부팅한번 하는 건 윈도우에서 스무번 재부팅하는 것보다 제게는 충격입니다. 부디 맘 편하게 리눅스 사용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주세요 ㅜㅜ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