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포럼 진행 3,4차
1월부터 월 1회씩 시행되고 있는 오픈소스 포럼 3,4차가 진행되었다. 3차 포럼은 3월 16일 가락동에 있는 정보통신진흥원 9층 세미나실에서 열렸고, 4차 포럼은 4월 20일 양재동에 있는 토즈라는 세미나 공간에서 열렸다.
애초에 기획되었던 5회중 4번이 마무리 되었으니 이제 5월 18일에 진행될 마지막 포럼만 남은 셈이다. 이번 두 차례의 포럼은 어수선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던 1,2,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된 논의 과정을 보여주었다.
3차 포럼에서는 ‘오픈소스 활성화 방안’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주제가 논의되었다. 포괄적인 주제인 만큼 그 안에 포함된 수 많은 쟁점들이 심도 있게 다뤄지지는 못했지만, 오픈소스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여러 첨조점들의 지형을 그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자리였다. 자유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지각생님과 진흥원의 서수연 책임의 발표가 있었고, 이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루어졌다. 3차 포럼에서 다뤄진 이야기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 있었음에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그 차이점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라이선스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아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 한국의 공식 교과과정에서 독점 소프트웨어의 활용법만 가르치고 있는데, 컴퓨터, 네트워크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그것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교육 등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 정부에서 완전 공개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소프트웨어 발전의 근본 토양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어느 한 기관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자율적인 커뮤니티들의 다양한 분포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토양이다.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취직등의 경제적 보상 문제 때문에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거나 개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 나아가 그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 척박하다. 이 상태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 역시도 쇠퇴할 것이다.
- 공유 경제, 협업 경제 등에 근거한 비즈니스 모델에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 기업의 입장에서는 라이선스 비용과 교육비용 등을 생각하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쉽게 도입하기 힘들 수도 있다.
-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방법론이다. 파이오폭스나 크롬이 어떻게 인터넷 익스프로러를 따라잡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 개발자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유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서는 사용자가 곧 개발자이다. 사용자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회만 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 대회도 필요하다.
- 정부에서 꾸준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정책이 마련되고 있는데, 커뮤니티에 대한 현실적 지원이 이루어지기 힘든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회계처리 문제 때문에 법인에 한정해서만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자율적 커뮤니티를 법인으로 만드는 데는 여러 장애가 있고, 정부 지원 때문에 법인으로 만드는 것도 무리이며, 법인으로 만들어졌을 때 그것이 커뮤니티 활성화에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정부에서 커뮤니티를 지원하려면 지원정책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이상이 3차 포럼에서 나왔던 중요한 이야기들의 맥락이다. 물론 더욱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기억이 허락하는 한에서 간단히 정리해본 것이다. 오픈소스 활성화를 위해서 해결되어야할 과제들이 상당히 산재해 있으며, 이런 이야기가 오고가는 중간에도 오픈소스 활성화의 목적과 지향이 달라 각기 다른 활성화 방안이 넘쳐났던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근본적인 곳에서부터 심도 있게 논의가 되길 바라는 주제이다. 예를 들면 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활성화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부터 말이다.
4차 포럼은 3차 포럼에서 상당히 많이 문제제기 되었지만,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주제라고 평가되었던, 라이선스에 대해 다루었다. 4차 포럼은 논의라기보다는 몇가지의 오픈소스 관련 라이선스들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정보공유연대의 김지성, GNU코리아의 윤종민 그리고 뽀빠이 조민재의 BSD라이선스와 CC코리아의 이미영이 각자 라이선스 문제에 대한 소개 및 논의 거리를 던져주었다. 물론 이미 오픈소스에는 수 많은 종류의 라이선스가 존재하며, 한 번에 모두 포괄해서 논의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라이선스 문제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그것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자리였다. 아쉬운 점은 이미 정부에서 논의된 바 있고 가이드라인까지 나온 라이선스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문제가 단순히 기술적인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역사적이고 맥락화된 문제라는 점이 자세히 이야기 되지 않았다는 것도 아쉽다. 자유소프트웨어가 있음에도 OSD가 나와야 했던 이유가 있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라이선스의 구체적 규정들이 테크니컬하게 변화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BSD, OSD같은 것들이 있음에도 다른 수많은 라이선스들이 등장한 것은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한 비판과 극복이라는 과정이 있었다. 라이선스 문제는 우선, 그런 역사적 과정에 대한 접근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래야만 라이선스의 기술적 활용이 아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문제와 극복 그리고 그것들에 끊임없이 문제제기 하면서 소프트웨어의 보다 자유로운 공유라는 지점에서 비판을 가하는 자유소프트웨어 진영의 문제까지 함께 다뤄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라이선스가 개별적인 방식이 아닌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진영의 지형도를 그리는 쟁점으로 좀 더 예각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5월 18일에는 5차 포럼이 진행된다. 일단은 이 포럼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여전히 오픈소스와 관련된 수많은 쟁점들이 남아 있으며, 또 다른 토론을 위한 자리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 포럼에서는 그 자리를 어떻게 만들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듯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