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해법을 둘러싼 투쟁의 장: 국제에이즈대회, 법과에이즈보고서
왜 에이즈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을까?
왜 HIV를 몸에 가지고 있는 것이 ‘죄’가 되었을까?
누가 에이즈감염인을 ‘가해자’,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었을까?
에이즈완치제가 나오면 그 ‘죄’는 사라지는 것일까?
한국에서 ‘지금’ 에이즈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7월 법과에이즈보고서(Global commission on HIV and the Law: Risks, Rights & Health)가 발표되었고, 19차 국제에이즈대회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에이즈에 대한 수많은 물음과 해법을 둘러싸고 논쟁과 투쟁이 벌어졌던 장입니다. 이곳에는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요? “에이즈감염인에게 좋은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라고 말하는 에이즈인권활동가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오간 얘기와 자료를 모았습니다.
■ 토크 人: 호림, 재킴(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 때: 2012년 10월 9일(화) 오후 7시
■ 곳: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종로3가역 8번출구)
1.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두 사람에게 왜 에이즈운동을 하냐고 물었다.
-재킴: 나의 성정체성때문이거나 에이즈감염인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 한국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누구일까를 생각했다. 동성애자들. 그중에서도 PL(People living with HIV/AIDS,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이들이 처한 취약한 사회적 조건이 나아지지않고 인권상황이 후퇴한다면 내가 처한 사회적 환경도 언제든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다음 타깃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호림: 한국에서 에이즈가 동성애자의 질병이어서 한다. 그들의 취약함이 호모포비아에게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고, 공격하는 중요한 지점에 에이즈가 있다. 그런 공격들에 대해 직면하지 않는 동성애자운동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동안 에이즈운동을 성소수자들이 많이 해왔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발 물러서는 느낌이 든다.
2. 두 사람의 얘기에서 공통적으로 ‘HIV에 취약함? 취약한 사회적 환경? 취약그룹?’이란 표현이 나와서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반응속에 ‘그 취약함 혹은 취약그룹’은 어떻게 취급되어왔는지 물었다.
-첨부된 호림의 자료를 참고하세요.
3. 에이즈에 대한 쟁점과 해법에 대한 논쟁이 압축된 공간으로써 최근에 ‘국제에이즈대회’와 ‘법과에이즈보고서’가 있었다. 먼저 7월에 19차 국제에이즈대회가 워싱턴에서 열렸는데, 국제에이즈대회는 어떤 회의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나누었다.
-재킴: 국제에이즈대회가 열리기전부터 전 세계의 활동가들은 에이즈확산을 중단시키고 에이즈문제 해법을 모았다. 7월 24일 12시, 워싱턴 컨벤션 센터를 기점으로 워싱턴 시내 5곳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우리는 에이즈위기를 끝낼 수 있다(We Can End AIDS Crisis)”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에이즈확산을 중단시키고 에이즈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5가지 요구사항을 미국정부와 초국적기업 등에게 촉구하기 위해 모였다. 이 5가지 요구사항별로 5곳의 거점지역에서 출발하여 백악관으로 집결했다. 아래의 요구만 보더라도 이는 에이즈감염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사회적 조건이 취약한 사람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며, 이것이 실현되면 에이즈감염인뿐만아니라 우리의 삶도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국적제약회사의 탐욕을 규제하라.
■ 미국 월스트리트 사태에 따른 에이즈기금 삭감의 책임을 가난한 자들이 아닌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에 세금을 물려라.
■ 세계 모든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탄압, 인권침해를 멈추고, 건강권을 보장하라.
■ HIV감염인과 성노동자, 마약사용자를 범죄화하지 말라.
■ 미국정부는 정의가 있는 무역정책과 재정지원을 확대하여 에이즈 대응방안을 지속하고, FTA를 중단하라’이다.
작년 8월에 부산에서 열린 대륙별에이즈대회인 10차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에 참가하면서 에이즈운동을 시작하게 된 재킴은 작년대회와 이번대회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FTA반대시위를 벌인 참가자들을 경찰이 불법채증하려했고 연행하였으며 이 일로 재킴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에이즈대회조차도 평화롭게 치루지못하게 만들어놓고 이번 국제에이즈대회에서 한국정부는 ‘HIV/AIDS를 이유로 이주민에게 출입국통제하던 것을 완전 폐지했다’는 거짓말을 한 사실을 알고 분한 마음에 밤새 유인물을 만들어 대회장에서 배포했다고 한다. 한편 한국정부와 미국정부는 두 대회에 앞서 마약사용자와 성노동자의 입국을 막았다. 7월 24일의 시위외에도 대회장내에서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재킴이 직접 현장기고, 참가기 등 기고한 글이 많으니 자세한 것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19차 국제에이즈대회 백악관앞(위), 10차 아태에이즈대회 부산 벡스코(아래)>
-프레시안: [국제에이즈대회 현장기고·①] 에이즈대회 워싱턴 특파원을 자청한 이유
-프레시안: [국제에이즈대회 현장기고·②] 한국이 에이즈감염인 인권 모범국가? 천만에!
-프레시안: [국제에이즈대회 현장기고·③] 에이즈인권활동가 3만명이 백악관으로 간 까닭
-건강세상네트워크: 워싱턴 세계에이즈대회 참가기. 우리에게 인권면역은 결핍되지 않았는가?
-주간정보공유동향 2012.7.30 : 19차 국제에이즈대회 이모저모: 7월 22일~27일, 워싱턴DC
4. 또 주목하고 있는 논쟁(투쟁)의 장으로 법과에이즈보고서가 중요한 이유와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물었다.
-호림: 법과에이즈보고서의 정식 명칭은 ‘Global commission on HIV and the Law: Risks, Rights & Health’이다. 유엔은 2001년 6월에 처음으로 ‘에이즈에 대한 선언문(Declaration on HIV/AIDS)을 채택하여 에이즈예방과 치료, 돌봄, 지원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국가적 전략을 마련할 것을 약속하였다. 그 후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2001년의 약속이 실현되지 못했다. 2010년에 유엔에이즈(UNAIDS)는 향후 에이즈대응비전으로 3Zeros(Zero new infection, Zero AIDS-related deaths, Zero discrimination)를 제시하고, 차별 철폐(Zero discrimination)를 위해 2010년 6월에 ’법과 에이즈에 관한 국제위원회(global commission on HIV & Law)를 발족시켰다. 유엔에이즈는 에이즈감염인과 에이즈에 취약한 계층을 차별하거나 처벌하는 법과 제도, 관행은 이들이 에이즈예방, 치료, 돌봄, 지원 프로그램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에이즈대응의 실패를 초래한다고 평가하였다. 법과 에이즈에 관한 국제위원회는 독립적 기구이고, 유엔에이즈를 대신하여 유엔디피(UNDP)가 업무지원을 하였다.
법과 에이즈에 관한 국제위원회가 올해 7월에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내기까지 18개월의 과정도 만만치 않았지만 내용의 측면에서 투쟁(논쟁)의 장이라고 할 만하다. 내용의 구성이 크게 4개분야- HIV관련법률 / 취약그룹(마약사용자, 성노동자,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 재소자, 이주민) / 여성과 아동 / 지적재산권과 의약품접근권- 로 이뤄져있고, 유엔산하 인권협약인 여성차별철폐협약 등의 수정을 요구하기도 하고, WTO(국제무역기구)회원국들에게 강제력이 있는 TRIPS(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의 중단을 요구하는 등 실현여부를 떠나 논쟁, 투쟁의 대상이 될 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더욱이 유엔산하 인권협약조차도 지키고 있지 않은 한국사회에서는 이 보고서의 각 권고안마다 쟁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 보고서는 권고안이기 때문에 한낱 종이조각으로 취급될 가능성도 많은데, 이 권고안이 한국적 맥락에서 유효한지에 대해 올해 11월에 여러 운동단체들과 간담회를 하려고 한다.
법과에이즈보고서 원본은 여기에서 다운받을 수 있고, 조만간 나누리+는 번역본을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보고서의 대략의 내용은 첨부한 호림의 자료를 보세요.
*질의& 응답*
질문: 법과에이즈보고서의 정확한 위상이 궁금하다. 개별 정부의 승인같은 걸 하는 건지, 하나의 의견일 뿐인지. 유엔의 공식적인 절차가 있는지.
답변: 국제법도 협약도 아니다. 강제 의무는 없다. 하지만 권고안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고서의 내용이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에이즈문제의 특수성 때문이다. 유엔은 일년에 수천건의 보고서를 만들어낸다. 일종의 글로벌 공무원이다. 국가들이 다 모여서 승인을 하거나 하는 공식절차는 없다. 다만 이번 국제에이즈대회에서 이 보고서에 대한 심포지움이 있었다.
이 보고서가 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유엔총회에서 2001년에 이어 10년만에 2011년 6월에 ‘에이즈에 관한 정치선언(2011 Political Declaration on HIV and AIDS)’을 했는데 그 선언에서 회원국들은 에이즈관련 폭력과 낙인, 차별을 없애기위해 법적, 사회적, 정책적 노력을 하고 법과 정책을 재검토하기로 약속을 했다. 법과에이즈에 관한 국제위원회는 많은 국가에서의 재검토과정과 변화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중요한 역할로 삼고 있다. 한국정부는 대외적으로는 2011년 에이즈에 관한 정치선언을 지지하고 유엔에이즈의 3Zeros가 실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해야할 우리의 몫이 크다.
질문: 18개월간 자료를 수집, 분석했다고 했는데, 한국과 보고서는 어떤 관계가 있었나?
답변 : 한국정부는 유엔에이즈에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내야한다. 하지만 보고서를 안낸다고 제제를 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정부는 2007년 12월에 ‘UNGASS country progress report’를 마지막으로 제출한 후 보고서를 제출한 적이 없었다(일본의 경우는 일본정부와 일본의 에이즈운동단체가 함께 작성했다. 유엔에이즈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이번 보고서의 경우 국제위원회에서 140여개국의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았는데, 한국정부는 제출한 것이 없고, 작년에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민변 소수자위원회, 나누리+가 함께 보고서를 제출했다. 법과에이즈보고서의 참고가 된 자료들이 대부분 정부보다는 에이즈감염인단체, 시민사회나 전문가집단들이 낸 것들이다. 몇몇 국가는 정부 산하 단체에서 자료를 제출했을 것이고, 유엔에이즈에서 지원을 받는 국가들도 자료를 제출했을 것이다.
질문: 작년에 국제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주요 현황은 어떤식으로 구성했는가?
답변: 보고서를 제출할 때 양식이 있었는데, 3개의 카테고리가 정해져 있었다. 그 3개의 큰 카테고리에 포함시킨 내용은 한국의 각 주체들의 운동속에서 에이즈와 관련된 부분을 취합했고, 아래와 같다. 한국의 운동단체가 제출한 보고서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I. 에이즈감염인과 HIV에 취약한 이들을 불법화하는 법과 관행;
트랜스젠더 차별
군인과 에이즈
동성애자 차별
재소자와 에이즈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과 강제검사
이주민에 대한 HIV강제검사와 입출국통제
HIV/AIDS감염인 노동권 제한
혈액관리법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II.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지속시키는 법과 관행;
소아감염인이 처한 현실
여성감염인이 처한 현실
III. 치료접근성을 방해하는 법과 관행:
초국적제약사 공급거부에 무대책
근거없는 약값인상
한미FTA
▶80년대후반에 미국에서는 에이즈와 관련된 정치화가 시도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한국사회에서 운동의 흐름이 궁금하다. 그리고 에이즈운동단체로서 집중하고 있는, 혹은 집중해야할 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하다. 에이즈 운동의 정치화에 관련해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어려운 문제다. 처음부터 말했지만, 나는 에이즈 문제를 성소수자 맥락에서 접근을 했다. 그래서 더 많은 성소수자 단체들이 이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커뮤니티 내부에 감염인에 대한 차별, 에이즈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이 있다.
▶한국에서 게이가 HIV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에이즈를 동성애와 연관시키는 인식이 있다. 에이즈와 관련된 쟁점에는 성적 억압이 응집되어 있다. 에이즈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나 여성들이 함께 해야 하는 문제이다.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에이즈에 대한 차별이 있지만, 에이즈가 성 억압의 문제라면 연대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한국에서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가 취약그룹이 맞는 것 같다.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드라마 보면 여성들이 에이즈 검사를 자유롭게 받고 하는 것들이 나오는데, 왜 한국에서는 그러지 못할까? 왜 한국에서는 에이즈를 게이와 강하게 연관시키는가?
▶취약계층 이야기가 나왔는데,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자. 여성이 취약한 나라에서는 여성이 HIV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고, 마약사용자들의 삶이 취약한 곳에서는 마약사용자들이 많이 에이즈에 걸린다. 감염, 전파되는 방식이 있다. 독특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된다. 한국에서 게이는 취약계층이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된다.
▶한국에서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가 상대적으로 비가시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성애자들이 에이즈나 LGBT를 자신들과 관계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게이가 에이즈에 얼마나 걸리는지와 별개로 이성애자들이 그것들을 연관시키고 인식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 에이즈 운동의 정치화에 대한 것은 회피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 한국에서는 에이즈관련해서 너무 많은 쟁점들이 널려 있다. 자원이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핵심적인 쟁점들에 개입해 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런 인식이 확산된 건, 여성이 에이즈 걸렸다는 기사에는 별 반응을 안하다가, 남성 에이즈 감염인이 나타났는데 그 사람이 동성애자더라 하면, 사람들은 아, 맞아 에이즈는 게이의 질병이지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게이들이 취약그룹이고, 그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보니 게이 감염인이 많은거다.
▶ 한국에서 에이즈에 대해 제대로 논의해본적이 없다. 한국은 처음부터 외국에서 들어온 병이었고, 그에 대한 방지, 통제라는 관점에서만 논의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서 가시화된 에이즈의 모습은 왜곡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에이즈 운동을 하게 되면서 그를 둘러싼 여러 쟁점이나 인권의 시각을 획득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올바른 정보를 접한 적이 없었고, 아주 어릴 때 ‘뽀뽀하면 에이즈걸린다’는 얘길 들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실제로 에이즈감염인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런 경험을 하거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해도 되는 상황이 돼 있는 거죠.
▶ 한국에서는 에이즈에 대한 통제나 논의가 전파, 매개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특수 계층에 국한된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는 80년대 후반의 운동과 의학적 개입을 통해 만성질병화, 탈게이화 되는 과정이 있었다.
▶ HIV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때문에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 에이즈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언론과 교육속에서 단편적인 이야기만 된다는 것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의 공식 문서에도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질병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성행위를 할 것 같은 게이 집단이 에이즈 예방의 대상이 된다. 그러다보니 에이즈운동 안에서도 게이나 성소수자들이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은 에이즈운동 주체는 소수지만 이슈는 굉장히 많은 국가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만큼 이 이슈를 확장시키고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법과 에이즈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 미국에서 국제에이즈대회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텔레비전이나 버스 전광판에도 에이즈 광고, 예방하는 방법이나 게이의 질병이 아니라는 광고가 나오더라. 한국에서는 지하철 광고 외에는 본적이 없다. 사람들은 그 광고조차 의학적으로만 바라볼 뿐, 여전히 공포는 남아 있다.
▶ 난 한국의 모든 사람이 에이즈에 대해서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알필요는 없는데, 너무 잘못 알려진 게 문제다. 그리고 에이즈를 알 필요도 없는 사람들에게 에이즈 정책이 너무 가까이 가 있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면 징병.입영검사에 에이즈가 들어있고, 직장건강검진에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임신전후 검사에도 에이즈 검사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과잉된 것들이 있다.
▶ 나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온 국민을 계몽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과잉 의미화 되어 있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대부분의 감염인들이 가까이 있는 커뮤니티 내의 문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 난 그래도 사회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마녀사냥 하는 것 같은 것만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도 취약한 계층에 속할 수 있다. 자기는 그 그룹에 속해 있지 않다고 외면해서는 안된다. 한국은 인권의 경계가 심하게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