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영상산업협회의 영상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지난 2013년 1월 10일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지한 (사)한국영상산업협회의 영상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의견을 제출합니다.
1. 도서관에서의 영상저작물 열람에 대한 사용료 징수에 반대합니다. (개정안 제8조 1)
개정안 제8조(도서관에서의 무료공연)는 도서관에서 영상저작물을 관내에서 열람하는 것에 대해서 사용료를 징수하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 제출한 개정(안)에서는 ‘관내/외 대출시’에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개별 공연 시'(관내대출)에 한정하여 사용료 징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의견서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도서관에서의 영상물의 개별 열람에까지 이를 저작권법 상 ‘공연’으로 규정하여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은 지식과 문화에 대한 보편적 접근의 제공이라는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을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영상저작물에 대한 개별적인 열람이 공정이용(저작재산권의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여타 어문저작물 등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 사용료를 징수해야할 것이며, 이는 도서관의 존재의의를 흔드는 일입니다. 도서관에서의 집단상영의 경우에는 ‘공연’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영상저작물을 개별적으로 열람해서 보는 것은 도서를 열람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관외 대출에는 사용료를 징수하지 않으면서 관내에서 열람하는 사람에게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도 모순적입니다.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자신의 집에서 시청하는 사람에게는 사용료를 받지 않고, 오히려 상영설비를 갖추지 못하여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에게는 사용료를 징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서의 영상저작물 열람에 대한 사용료 징수 규정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개정안이 또 다시 올라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2. 도서관에서 집단상영에 대한 사용료 인상폭이 지나치게 큽니다. (개정안 제8조 2)
개정안은 50인 이하 공간에서 1~5회 상영할 경우 현재 10,000원에서 45,000원으로 무려 사용료를 무려 450%나 인상하였습니다. 다른 조건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상폭이 상당히 높습니다. 영리적으로 영상저작물을 이용하는 업체가 아닌 공공시설에 대한 사용료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100인 이상의 상영공간의 경우에는 현재 존재하는 사용료 기준을 삭제하고 별도 협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의견서에서 구체적인 사용료 징수안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저작권신탁관리단체를 문화체육부장관이 허가하고 사용료 징수규정을 승인하도록 한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3. 공공기관 등에서의 공연 사용료 인상에 반대합니다. (개정안 제9조)
개정안은 제8조 2항을 삭제하고, 제9조를 신설하여 도서관 외 공공기관 등에서의 사용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도서관과 별도로 규정하여 사용료를 인상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대상은 공공기관의 청사 및 부속시설, 공연장, 박물관 및 미술관, 지방문화원, 사회복지관 등입니다. 이러한 공간에서의 공연이 사기업의 홍보 행사 중심이라면 모를까, 공공적 목적이나 지역 문화 보급을 위한 행사에서의 공연이라면 굳이 도서관과 차별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공공도서관의 보급이 취약한 국내 여건 상 이와 같은 다양한 기관과 시설들이 각 지역에서 일정하게 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공정이용으로서의 복제는 징수규정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개정안 제13조)
개정안 제12조 2항은 ‘일부 편집 또는 복제 사용료’에 대해 용도에 따른 기본 15초당 사용료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이용(저작재산권의 제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영상물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지만, 징수규정에는 이 점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이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용자의 혼란이 없도록 공정이용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징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5. 사용료 징수규정은 좀 더 명확하고 쉽게 규정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의견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징수규정이 제 역할을 하려면 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오해의 여지 없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에 제안된 징수규정 개정안 역시 의미를 이해하기 힘든 조항들이 다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11조는 ‘숙박업소에서의 공연 사용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수의 숙박업소가 유료 유선방송/위성방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역시 공연으로 보는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건을 갖춘 숙박업소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제12조 1항은 ‘영리목적 또는 비영리목적 공연 사용료’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이전 조항들에서 규정한 공연 사용료와 어떻게 구별되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제13조(전송 서비스에 대한 사용료)에서 제시하고 있는 영화 저작물 당 단가표는 VOD, IPTV, 웹하드, VOD스트리밍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각각이 어떠한 서비스를 의미하는지 모호합니다. 예를 들어, IPTV의 경우 VOD 서비스와 실시간 방송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데, IPTV로 VOD를 시청할 경우, 이것이 VOD인지, IPTV인지, VOD스트리밍인지 알 수 없습니다. 웹하드의 경우에는 이용자가 업로드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자의 전송 서비스라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6. 근거자료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합니다.
징수규정의 타당성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비디오감상실, 목욕장업소, 도서관 등 징수대상 영역에서 실제로 영상물이 어떻게,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현황 자료가 있어야할 것입니다. 예컨데, 실제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집단상영을 통해 영상물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몇 명 되지 않는다면, 좌석수만을 기준으로 사용료를 징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징수규정 개정을 제안하는 (사)한국영상산업협회는 개정안과 함께 근거가 되는 현황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저작권위원회도 각 이해당사자로부터 취합한 현황 자료를 공개해야할 것입니다.
2013년 3월 19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이종회)
- (사)한국영상산업협회의 영상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201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