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그루브샤크에 대한 접속차단을 해제하라! ]
-그루브샤크의 접속차단결정 및 이의절차에 대한 논평-
지난 2013년 10월 3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그루브샤크(grooveshark.com)를 접속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1월 1일부터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은 더 이상 그루브샤크를 통해서는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사이트 접속차단은 이용자들이 적법한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조차 제한함으로써,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권, 문화향유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엄청난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심위는 한달에 수십만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 이용자들은 물론[1] 직접 당사자인 사이트 운영자에게도 아무런 의견 진술 기회도 주지 않았다. 방심위의 그루브샤크 차단은 현 행 통신심의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첫째, 방심위의 이번 결정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인데, 이 법은 방심위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인터넷 공간에 있는 특정 정보를 삭제하거나 접속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방심위는 스스로 그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에도 심의할 수 있는 범위를 모든 온라인상 정보로 확장하여 해석해 왔고, 그루브샤크의 접속차단과 같이 저작권 위반 문제까지 관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그루브샤크에 따르면 이들은 5천 개 이상의 음반사,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합법적인 음악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설령 이들과 계약을 맺지 않은 저작권자가 있다 하더라도 이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지, 그 결과 우리 저작권법을 위반했는지, 일부 저작권 침해가 있더라도 전체 사이트를 불법화할 수 있는지는 매우 복잡한 법률 판단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방심위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전문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접속 차단을 요청한 문화부와 저작권위원회의 판단에만 기대어 편파적인 결정을 내렸다. 더구나 저작권법을 위반한 특정 정보만 차단하지 않고 사이트 전체의 접속을 차단하는 과도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처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30분 만에 약 2천 건을 심의하는 방심위에서 다루게 한 것도 상식에 반한다.[2]
둘째, 통신심의 과정에서 최소한의 절차적 공정성도 보장되고 있지 않다. 이번 사건에서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심의한 저작권위원회는 그루브샤크 사이트에서 불법 저작물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도 않았고, 일부 저작권자의 신고만 듣고 당사자인 그루브샤크에게는 연락도 하지 않았다. 방심위 역시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하면서 구두진술을 하겠다는데도 일부 위원이 “의견 청취를 허용하면 심의 건수가 너무 많아 심의 업무가 불가능해지고, 서면 진술로 충분하다”고 하여 의견 진술이 무산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방심위는 최소한의 절차적 공정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권한만 행사하려는 권위주의와 행정편의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권, 문화향유권 등 기본권을 제한하면서도, 당사자의 충분한 반론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통신심의 제도는 개혁되어야 한다. 방심위와 같은 행정기관에 의한 인터넷 검열을 폐지하고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최소한 방심위는 자신의 심의범위를 축소하고, 삭제 혹은 차단 등 제재조치 이전과 이후에 당사자의 의견진술권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통신심의 규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2013년 12월 2일
경실련/ 오픈넷 / 정보공유연대 IPLeft / 진보네트워크센터 / 함께하는시민행동
[1] 국제음반협회에 따르면, 2013년 10월 한달 간 그루 브샤크 방문자는 4천1백4십만 명이고 이 중 5%는 한국에서 왔다고 한다.
[2] 당시 통신심의소위원회 제72차 임시회의 회의록(http://www.kocsc.or.kr/04_know/communication_SCommittee_List.php)에 따르면, 14:00에 개회하여 14:35에 폐회된 회의 자리에서 5명의 위원이 무려 1,942건의 불법정보 심의 건을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