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키릭스, TPP 비밀 협상문서 연이어 공개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하 TPP)에 한국이 참여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최근 TPP의 비밀 협상문서가 연이어 위키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국제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 자유무역협정이다.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27조 달러로 전세계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1월 13일, 위키릭스는 TPP 지적재산권 챕터의 비밀협상문서를 공개했다. 이 협상 문서는 12개 국가의 입장 및 의견차이를 포함하고 있다. 위키릭스는 TPP 및 미국이 유럽과 협상하고 있는 환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가 전례없이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 의회 의원조차 단지 협상문서의 선택된 일부분만 열람할 수 있으며, TPP 각 참여국도 단지 3명에게만 전문에 대한 접근이 허용된다고 한다. 반면, 셰브런, 할리버튼, 몬산토, 월마트 등 거대 미국 기업들의 로비스트들은 ‘협상 자문단’의 명목으로 협정문의 주요 부분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고 있다.
퍼블릭시티즌은 이 문서의 특허/의약품 관련 조항을 분석했는데, 미국이 제안한 독소조항에 대해서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서에서 미국은 특허 대상으로 ‘기존 제품의 새로운 이용 혹은 방법’ 역시 특허가 부여될 수 있도록 제안(그나마 기존에 유출된 미국의 제안서에서 ‘새로운 형태’는 제외된 것이다)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의약품의 새로운 용법을 특허화함으로써 제약사의 독점을 연장하는, 소위 ‘에버그리닝’을 위한 것이다.
‘향상된 효능’이 없다는 이유로 기존 제품을 이용한 새로운 제품에 특허를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은 인도 특허법 섹션 3(d)를 목표로 한 것이다. 인도의 이 조항은 기존 의약품을 개조한 새로운 의약품이 향상된 효능을 갖지 않는 경우 특허를 부여하지 않도록 한 것인데, 이에 대해 거대 제약사와 미국은 불만을 제기해왔다. 인도에서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이 이 조항에 의해 특허를 부여받지 못했고, 오랜 소송 끝에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패소한 바 있다. 인도는 TPP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이 조항을 포함시킴으로써 미국은 인도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물과 식물에 대한 특허 부여, 치료나 수술에 대한 특허 부여 조항도 쟁점이 되고 있다.
특허부여절차가 지연될 경우, 특허보호기간을 연장해주는 조항도 포함되었다. 이 역시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진입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외의 다른 나라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미FTA에서도 큰 논란이 되었던 ‘자료독점권’ 및 ‘허가특허연계’ 조항도 쟁점이다. 한미FTA에서도 ‘자료독점권’을 통해 똑같은 성분의 약을 생산해도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회사가 아니면 새로운 임상실험 자료를 제출하도록 제네릭(복제약)의 판매를 막지만, TPP에서는 이미 공개된 자료에 대해서까지 이 규정을 확대하고 있다.
위키릭스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챕터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집행(Enforcement)’인데(한미FTA 역시 마찬가지다), 이 조항들은 개인의 권리와 시민적 자유, 출판사,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인터넷 프라이버시를 비롯하여, 창조적, 지적, 생물학적, 환경적 공유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각 국가의 법원의 권한을 대신할 초국가적 사법재판소에 대한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줄리안 어산지는 “TPP의 지적재산권 체제는 개인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지적이고 창조적 공유지를 짓밟을 수 있다. 당신이 읽고, 쓰고, 출판하고, 생각하고, 듣고, 춤추고, 노래하고, 발명한다면, 음식을 기르고 소비한다면, 당신이 현재 아프거나 앞으로 아플 수 있다면, TPP는 당신을 목표로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위키릭스의 1차 공개 직후인 2013년 11월 19-24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TPP 수석협상자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 후인 12월 9일, 위키릭스는 2차로 협상의 진행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두 개의 문서를 공개하였다. 한 문서는 여러 쟁점에서 미국과 다른 나라의 의견차이를 드러내는데, 미국이 다른 나라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서는 핵심 이슈별로 12개 국의 찬성/반대/유보 입장을 표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문서에 근거해서, 위키릭스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핵심 이슈에서 국익을 포기한다면 TPP 협상은 체결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협상은 실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미디어오늘: TPP 비밀 협상문서 유출돼… 드러난 ‘미국의 독주’
- 참세상: 위키리크스, TPP 협상문 공개…美, 저작권 120년 주장
- 연합: “TPP 초안 일부 공개…인권·표현자유 억압” 논란
- WikiLeaks: Second release of secret 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documents
- WikiLeaks: Secret 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TPP)
- Public Citizen: What’s New in the WikiLeaks TPP Text?
-레디앙: 사람 아픈것 가지고 장난질하는 자들의 협정 TPP
-레디앙: TPP와 지적재산권, 새롭고 강한 기준에 관한 강박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