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즈음부터 심심찮게 들려오던 이름이 있다. 로이엔터테인먼트. 방송에 나오는 배경음악을 만들어 먹고 사는 회사다. 최근에만도 이슈가된 <송곳>이나 <응답하라 1988>과 같은 프로그램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 회사가 문제가 된 것은 그 회사의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어온 창작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작곡가의 이름마저 엔딩크레딧에 올리지 못하게 해온 운영방식 탓이다. 창작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양도불가능한 권리인 인격권까지 침해해온 것이다.
이번 일은 단순히 로이엔터테인먼트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특별히 나쁜” 기업이 아니라, 그냥 “보통의 나쁜” 기업일 뿐이다. 소위 말하는 문화산업과 관련된 많은 영역에서 창작자들을 착취하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가 만들어져 왔다. 최저임금은 커녕, 최소한의 생계조차 불가능한 임금을 주면서 업무상 창작물이라는 이유로 창작물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강탈하는 기업, 유통로를 장악하여 저작권을 넘겨주지 않으면 그 유통로 자체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드는 산업 시스템 등 여러 문제들이 그 안에 녹아 있다.
그리고 창작 노동에 대한 착취는 한국 문화 산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더 극심해 졌다. 로이엔터테인먼트는 내수용 음악과 수출용 음악을 바꿔가며 저작권 수익을 가로채왔다. 작년에는 개그콘서트의 코너가 수출되었지만 정작 그 코너를 만들고 실연해온 희극인들에게는 아무런 보상이 돌아가지 않았다.
아마도 저작권은 저자라 명명된 창작자들보다 그 창작물을 이용해 돈을 버는 기업들의 편에 서있는 것 같다. 저작권을 통한 산업적 보상이 창작자들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오히려 창작자들을 괴롭히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몸집이 커진 이 문제덩어리는 창작자들과 그것을 향유하는 이용자들을 삼켜버리고, 자기 자신이 기생해온 문화 산업 자체를 고사시키는 과정을 밟게될지도 모른다.
-한겨례신문, “TV 속 배경음악마저 ‘열정 페이’의 결과물이었나”,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05125.html
-경향신문, “음원수익 외주업체 독식… 작곡가 착취하는 ‘하청제국’”,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12252137525&code=940100
-경향신문, “TV 속 배경음악마저 ‘열정 페이’의 결과물이었나”,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05125.html
-코리아데일리, “응팔, 핫한 OST열풍 속에 불거진 ‘작곡가 착취?‘…’어이가 없어‘”, http://www.ikorea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496
-미디어오늘, “칼럼을 쓰니 유령 작곡가들이 잘려나갔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7198
-티브이데일리, “’저작권 가로채기, 끼워 넣기’는 양반, 유령 작곡가도 허다”, http://tvdaily.asiae.co.kr/read.php3?aid=14558600581075695010
-그 외에 자세한 사항은 팟캐스트 <그것이 알기 싫다>의 162b, 163a, 164a, 165a편을 참조할 것. https://itunes.apple.com/kr/podcast/geugeos-eun-algi-silhda/id890330551?mt=2&ign-mpt=uo%3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