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과 그 의미
주철민
미국 제43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이미 한달 여가 지났지만 민주당 대통령 후보 앨 고어 부통령은 자신의 패배를 쉽게 인정할 수가 없었다. 전체 투표자수에서 54만 여표나 이긴 자신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졌다는 사실을 그는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달 여 동안 싸워왔던 이 싸움에서 이제 패배를 인정해야할 상황이 온 것이다. 한 달여 동안 한치 앞도 알수없이 이어지며 계속된 법정공방은 서커스를 보는 듯한 곡예를 계속했고 결국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00년 11월 12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검표 재개 결정 금지로 결국 승리는 부시에게도 돌아갔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숨죽이고 지켜봤을 사람은 후보 당사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만큼 이 피말리는 결과를 지켜봤을 사람중의 하나가 워싱턴에 있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의 빌게이츠일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21세기 초 최대의 뉴스거리인 MS의 독점 판결에 아주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MS의 독점 소송의 시작
1974년 창업한 MS는 MS-DOS를 시작으로 전세계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기 시작했으며 90년대 윈도 시리즈의 절대적 성공으로 기반으로 운영체제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의 절대강자로 등극하게 된다. 그러나 MS 성공의 뒷편에는 무수한 소송이 뒤따랐다. 90년 6월 미연방무역위원회(FTC)가 MS의 PC운영체제시장 독점혐의 조사 착수한 이래 애플과의 GUI(Graphic User Interface) 싸움,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와의 자바 논쟁, 리눅스 회사인 칼레다, 인터넷 회사인 블루마운틴 아츠와의 반 독점 소송에 백여건에 이르는 민사 소송들까지 MS의 독점 소송은 그 창업 시점부터 세계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된 지금까지 쉼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수 많은 소송들중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고, 향후 IT산업 전체의 재편을 강요할 지 모르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윈도우 끼워팔기에 소송을 중심으로 MS의 독점 소송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95년 12월 빌게이츠는 MS의 핵심 전략을 인터넷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한 이래, 97년 9월 인터넷 익스플로러 4.0을 출시하고 당시 인터넷 웹 브라우져 시장을 휩쓸고 있던 넷스케이프사에 도전장을 던졌다. 출시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MS는 인터넷 익스플로러4.0을 자사의 윈도95에 끼워넣음으로써 인터넷 브라우져 시장에서 넷스케이프를 밀어내고 시장을 장악하였다. 이에 97년 10월 미 법무부는 MS가 윈도를 판매하는 조건으로 자사의 인터넷 브라우저를 팔도록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강요해 1994년 동의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97년 12월 미 연방지방법원의 토머스 펜필드 잭슨(Thomas Penfield Jackson) 판사는 MS가 윈도95와 후속 버전을 판매하는 컴퓨터 제조업체에 자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판매하도록 요구하는 관행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라고 예비 금지명령을 내리고 이를 다시 연방항소법원이 파기 환송하는 결정으로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 동의판결상의 끼워팔기 금지조항에 의한 제소에 한계를 느낀 연방법무성은 1998년 5월 18일 윈도 98의 출시와 함께 MS사의 독점화, 끼워팔기 행위 등에 대한 반독점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와 함께 20개주 법무부는 자사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독점력을 유지, 확대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경쟁을 저해시켰다는 이유로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2. 1995년 동의판결 사건
1994년에 연방독점금지국은 IBM PC 및 IBM 계열의 PC 시장에서 MS사가 자사의 DOS 및 윈도 3.1 프로그램의 라이선스와 관련해 개인용 컴퓨터의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여 셔먼법 제1조와 2조에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연방법원에 기소하였다. 이 사건은 연방독점금지국이 독점력 행사를 막기 위한 동의판결을 MS와 합의하게 되면서 일단락 되는데, 이후 97년 MS의 반독점 소송은 이 95년 동의 판결을 위반에 따른 법정모독죄 위반 제소사건이다.
94년에 작성된 이 합의 각서에서 문제의 부분은 MS가 한가지 제품에 다른 제품을 결합(tying)해서 파는 것을 금지한다 조항으로 이는 기존의 반독점법에도 명백히 위배되는 사항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 조항이 붙는데 "이 조항이 MS가 기술적 이점(technological advantages)을 제공하는 \’통합된 제품\'(integrated product)을 개발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해석되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반독점법 소송 판결의 핵심은 MS가 자신의 윈도 95에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단순하게 결합된 것이냐? 기술적으로 통합된 것이냐?의 판단 여부이다. 끼워팔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독점적 권리를 이용하여 시장에서의 불공정 경쟁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독점의 개념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단순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다. 시장의 뛰어난 상품하나가 그 상품의 우수성에 의해서 대부분의 소비자가 선택한다면 이는 독점이지만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이 독점력을 이용하여 경쟁을 왜곡하여 시장을 장악한다면 이는 독점력을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의해 불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윈도 95에 단순히 결합된 것이냐, 기술적으로 통합된 것이냐는 이번 사건의 아주 중요한 법적 쟁점 논리이다.
만약에 윈도 95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았다면 이는 자신의 독점력을 이용하여 시장을 왜곡했으므로 불법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끼워팔기-단순한 두 상품의 결합-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통합된 상품의 생산이라면 이는 우수한 또 하나의 제품을 만든 것이므로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소프트웨어에 또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묶이는 것이 통합된 것인지 결합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에 따라 윈도 95버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넣었다는 주장과 두 소프트웨어간의 기술적 통합이라는 주장이 서로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98년 초 연방 법정에서 잭슨 판사는 컴퓨터 제조업자들에게 MS의 웹브라우저를 장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연방정부와의 사전 협정 위반이라며 윈도 95에서 웹 브라우저를 분리하도록 요구했다.
독점규제 당국은 MS가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90%에 달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윈도 라이선스 업체들에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면서 이를 이용해 인터넷 응용프로그램 등 새로운 시장 진출시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MS측은 법무부 등 독점규제 당국의 주장은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현재 양측 대립의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는 윈도98과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 이들은 별개의 제품이 아니라 기술 발전에 따른 단일 통합 제품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분리할 경우 제품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으며 이를 강요하는 것은 자유 시장 원리에 따른 기술 혁신 의지를 억누르는 처사라며 독점규제 당국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다. MS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자 웹 브라우저를 윈도95에서 분리한 버젼을 만들었으며 이 제품이 너무나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어서 에러 메시지 외엔 실행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법정에서 증명해 보였다. 이를 통해 MS는 윈도 95와 익스플로러는 기술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를 증명하기 위한 법정의 비디오 시연에서 조작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테이프에서 컴퓨터 화면 상의 아이콘들이 기이하게도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던 것이다. 결국 비디오 테이프 내용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 때문에 증거 채택이 거부되었고 이어서 MS의 윈도팀장이었던 짐 올친의 전자우편에서 "우리는 윈도의 지위를 더 잘 이용해야 한다"는 구절이 독점혐의 인정의 명백한 증거로 인정되어 결국 99년 11월 사실 판정에서 MS의 독점 혐의를 인정과 함께 2000년 4월 MS의 회사 분활 판정이 내려졌다.
법원은 MS가 자사의 개인용 컴퓨터 운용체계를 판매하면서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독점금지법인 셔먼법의 주요조항을 위반했고 MS가 자신의 독점적인 지위를 반경쟁적으로 사용해 웹 브라우저 시장의 독점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3. 다시 뒤집히는 독점 판결
2000년 4월 MS의 독점 판결과 회사 분할 명령은 세계 최고의 회사인 MS에게는 매우 우울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MS의 빌게이츠는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 법무부와의 협상에 불성실하게 임했으며 즉각적인 항소와 기자회견 장에서 계속된 미소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반영이라도 하듯 결국 MS는 이 지루한 법정 싸움에서 커다란 승리를 이끌어내게 되었다.
2000년 4월 판결 이후 1년여가 지난 2001년 6월 연방항소법원은 1심에서 MS에 내려진 회사분할 명령을 기각한 것이다. 이로써 MS는 회사 분할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되었으며 자신을 그토록 궁지에 몰아넣었던 잭슨을 퇴출시킴으로써 이후 재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이례적으로 1심을 맡았던 토머스 잭슨 판사에 대해 “잭슨 판사가 법정 밖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는 등 MS에 대해 편견을 가진 듯한 인상을 줬다”는 점을 지적하고 결국 판결의 공정성에 의심이 든다는 이유로 잭슨판사를 이후 판결에서 배제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는 잭슨 판사를 기피해온 MS가 줄곧 주장해왔던 것으로 결국 항소심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또한, 항소심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끼워 판 행위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독점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함으로써 MS의 손을 들어주었다. 항소심은 MS가 끼워팔기로 얻는 이익보다 불공정 행위에 따른 폐해가 더 크다는 사실을 미국 정부가 입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모호하고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여서 MS가 끼워팔기 문제에 있어서도 사실상 승리했다고 볼 수 있는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일이었다. 서두에서 뜬금없이 꺼낸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를 빌게이츠는 왜 그토록 긴장되게 바라봐야만 했는지에 대한 해답 역시 여기에 있다. 물론 미국 대통령선거만으로 이번 소송의 결과를 분석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의 클린턴 정부보다 친기업성향이 뚜렷한 부시 행정부의 등장은 이번 반독점법 소송에서 MS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될거라는 사실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MS의 기대에 부응하듯 부시행정부는 잭슨 판사와 더불어 MS의 회사 분할안 이끌어내며 반독점투사임을 자처하는 조엘 클라인 법무부 반독점국장을 해임하고 찰스 제임스를 그의 후임으로 임명함으로서 빌 게이츠를 안심시켰다. 이어서 시장 불간섭주의자로 알려진 존 애시크로프트 공화당 상원의원이 법무장관에 지명함으로써 MS의 강력한 응원군이 되어주었다. 부시행정부의 등장 이후 연방무역위원회(FTC)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기다렸다는 듯이 AOL-타임워너 합병 승인 판정을 내렸고, 이어 월드컴의 인터미디어 인수 승인이 FCC에서 나왔다. 물론 클린턴 행정부내에서도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법원의 MS 분할판결에 대해서 반발해왔지만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의 강력한 시장불간섭 정책은 MS의 강력한 후원자임에는 틀림없다.
2001년 6월 판결이후 MS는 한결 느긋한 상황이 되었다. 지금껏 수 많은 소송에서 실질적으로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던 MS에게 회사분할은 엄청난 시련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눈엣 가치처럼 여겨졌던 잭슨 판사가 재판에서 배제되었고 부시 행정부의 등장과 국내의 여론 등 모든 상황은 MS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2001년 11월 미국 법무부는 MS와 합의안을 작성하게 된다. 이 합의안은 MS의 위법행위를 금지하고 장래의 유사행위 발생의 금지, 미들웨어 인터페이스(Middleware Interfaces)의 공개, 서버용 프로토콜(Communication Protocols)의 공개등 몇 가지 조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를 통해 법무부나 MS 모두 지난 수년을 끌어왔던 이번 소송을 종료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더라도 MS는 손해 볼 것이 별로 없었다. 약간의 시련이 있었지만 인터넷 웹 브라우져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했으며 향후 윈도 XP와 닷넷 전략을 추진함으로 인해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 강화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설사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약간 손해본다 하더라도 이미 MS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적수가 없는 상황이며, 이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소송 당사자인 18개주 중 켈리포니아를 비롯한 9개 주가 이 합의안에 거부함에 따라 2002년 4월부터 이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4. 시장 장악을 위한 MS의 전략과 반독점 소송
1) 끼워팔기 전략
그렇다면 이미 세계 최고의 기업인 MS는 회사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끼워팔기라는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 것일까? 이미 운영체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응용소프트웨어를 장악하고 있는 회사로서 아쉬울 것이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상황은 MS가 여유를 부리도록 내려버두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에 MS는 그 만큼 다급해진 것이다.
세계 운영체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던 MS가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때쯤엔 이미 인터넷 웹 브라우져 시장은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사의 넷스케이프가 장악하고 있었다.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인터넷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90년대 중반에 들어서도 수그러들지 몰랐고 오히려 세상을 바꾸는 정보통신의 핵심 기술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대중화가 정보통신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폭풍으로 다가오자 그때서야 MS는 웹 브라우져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 동안 인터넷 웹 브라우져 시장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던 MS에게 당장 웹 브라부져를 만드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가 처음부터 웹 브라우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에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했다. 시장은 이미 넷스케이프사가 장악하고 있었고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은 무서울 정도로 커져가고 있었다. 여기에서 밀리면 현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사회의 개척자라는 그들의 자랑스런 타이틀을 내 놓아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MS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웹 브라우져 시장 진출을 선언한 MS가 최초로 한 일은 웹 브라우저 코드를 손에 쥐는 일이었다. 그들은 스파이글라스사와 서둘러 브라우저 계약을 체결하고 94년 12월 16일 익스플로러라는 웹 브라우저를 출시하지만 이미 웹 브라우져 시장은 넷스케이프사가 완벽하게 장악을 한 이후였다. 그들은 엄청안 돈을 쏟아붓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했지만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시장에서 참패했으며 이는 MS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인터넷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고 이에 따라 인터넷 운영체제인 웹 브라우져의 중요성 역시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이제 컴퓨터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일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을 하기 위한 도구인 인터넷 웹 브라우져는 너무도 빠르게 운영체제 소프트웨어가 행하는 역할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그 동안 운영체제의 독점력을 가지고 수 많은 응용소프트웨어를 장악하였던 공룡 기업 MS에게 자신의 독점적 지위가 한 순간에 허물어 질수도 있는 중대한 위기 상황이었다. 궁지에 몰린 MS는 자사의 윈도95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슬쩍 끼워넣은 수법으로 상황을 간단하게 반전시키고 만다. 이를 계기로 시장은 순식간에 역전되고 너무도 간단한 조처 하나만으로 무너질것 같지 않았던 웹 브라우져 시장의 판도는 단 한순간에 뒤집혀버렸다. 그렇다면 왜 빌게이츠는 이토록 중요한 인터넷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는가? MS의 독점적 권리를 완전히 허물어뜨릴지도 모르는 인터넷의 등장을 미래사회를 바라보는 탁월한 식견(?) 지닌 빌게이츠가 인터넷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 좀 의아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인터넷에서 돈을 벌 무언가를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인터넷은 그 탄생부터 서로의 정보를 자유롭게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69년 국방성에 의해 만들어진 인터넷은 그 이후 주로 대학에서 학생과 교수들이 서로의 연구 성과들을 공유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90년대 TCP/IP 프로토콜의 도입에 따라 지금처럼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사용하기 전까지 인터넷의 사용은 학생을 중심으로 한 일부 마니아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정보는 자유롭게 소통되었으며 자유로운 공동체의 문화가 자발적으로 형성 유지되었다. 빌게이츠는 정보가 모두 공유되고 정보생산자와 정보 소비자의 개념이 모호한 이 인터넷이라는 곳에서 돈을 벌 어떠한 시장성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가 바로 MS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마블 프로젝트\’이다. 인터넷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넷스케이프가 놀라운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자 MS는 \’마블\’이라 불리우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MSN(Microsoft Network)인데 MS는 이 MSN을 글로벌 PC통신 및 네트워크 서비스를 인터네트에 비길 만한 규모로 키워 전세계의 컴퓨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일하고자 시도하였다. 현재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 기능과 상호 소통 방식을 활용하기 보다 인터넷을 대치할 페쇄적인 네트워크 망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MSN 웹페이지 저작도구인 블루버드로 작성한 사이트들을 윈도95의 웹 브라우저로만 볼 수있도록 하여 개방형의 인터넷 공간을 자사의 MSN이라는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네트워크망으로 대치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를 위해 MS는 윈도95 출시와 함께 MSN을 바탕화면에 슬쩍 끼워 넣어 기존의 인터넷 구도를 허물고 새로운 자신들의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세우려 하였다. 이 마블 프로젝트에 MS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성장 속도는 MSN이 따라잡기에는 이미 역부족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MSN이 아닌 곳에서 자신의 정보를 찾고 있었으며 그들 스스로가 정보를 생산해내면서 공유와 나눔의 틀을 형성하고 있었다. 거대한 인터넷의 물결아래 MS는 전 세계의 인터넷망의 장악이라는 그들의 시도를 포기해야만 했다. 시작한지 6개월만에 그들은 MSN 전략을 포기하고 인터넷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지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2001년 윈도 XP의 출시를 통해 다시 한번 시도되고 있다.
2) 독점적 지위의 이용한 표준 장악 전략
이미 거대한 공룡 기업인 MS의 전략은 시장의 표준을 장악하는 것이다. 표준에는 \’공적 표준(De Jure Standard)\’과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의 두 가지가 있는데 \’공적 표준\’이 국가나 기업들 간의 협의를 통해 정해지는 표준이라면 \’사실상 표준\’은 시장 경쟁을 거쳐 정착되는 기술적 표준이다. MS는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사실상 표준\’을 장악하는 정책을 써왔다. 그들은 시장표준을 장악하고 그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으로 자신의 독점권을 유지해왔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바와의 기준 표준 논쟁인데 애초에 자바가 모든 운영체제에서 돌아가게 설계된 것에 변형을 함으로 인해 윈도에서만 동작하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표준 프로토콜에 확장된 기능을 추가하고 새 프로토콜을 만든다." 이는 MS의 내부 비밀문서인 할로윈문서에서 밝힌 MS가 오픈소스소프트웨어에 대응한 시장의 장악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제안이다. 운영체제를 장악한 MS의 전략을 기반으로 엄청난 시장장악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독점력을 기반으로 향후 닷넷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MS의 시장 독점력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운영체제의 시장 우월성을 이용하여 가능한 것이다. MS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들의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서 시장을 장악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MS-DOS 역시 QDOS를 약간 고쳐서 만들었으며, 복잡한 명령어 대신 눈으로 보고 가리키는 GUI 운영체제 역시 그 당시 애플의 매킨토시의 방식을 모방한 것이었다. 그 이후의 워드는 워드 퍼펵트와 워드 스타를 대신한 것이었고 파워포인트는 하버드 그래픽스를 엑셀은 로터스를 대신한 것이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멀티미디어 프로그램 역시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왔었다. 이러한 성장과정 탓에 MS 자사의 상품이 법적인 분쟁에서 자유로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5. MS의 반독점 소송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하여
사실 MS의 지루한 법정 공방은 핵심을 많이 빗겨가 있다. 지난 수년간 이번 반독점 소송 의 핵심 쟁점은 MS가 장악하고 윈도의 독점력을 부당하게 이용했는가의 여부였다. 이를 위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원도 제품과 단순한 결합이냐? 기술적 통합이냐?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적어도 운영체제를 놓고보면 그렇다. 과거 계산기와 문서 작성 수준의 컴퓨터를 인터넷이라는 수단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컴퓨터를 네트워크를 통해 묶으면서 새로운 방식의 정보통신사회를 만들어냈다. 이는 과거와는 양적/질적으로 모두를 달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매체의 결합과 결합에 의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기술의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결합과 통합을 통해 정보통신사회는 더 많은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과학기술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극장표를 예매하고 물건을 주문하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낯설은 일이 아니다. 여행을 가지전에 하는 첫번째 일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고 장소를 선택하고 숙소를 정하고 교통편을 예매하는 일들을 인터넷을 통해서 해결한다. 단순하게 정보를 이용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쇼핑과 은행 결제등 과거 서로 다른 영역의 것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서로 결합되고 통합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결합이라고 하든 통합이라고 하든 그 경계는 매우 애매한 것으로 현재의 기술 발전 방향이 각각의 영역을 서로 하나로 묶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컴퓨터를 매개로 인터넷 중심의 통합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핸드폰, PDA, 텔레비젼, 냉장고 등 모든 제품이 통합되어 이용하게 될 것이며 이는 이미 구체적 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전화기를 통해 집안 냉장고 상태를 알아보고 그에 맞춰 물건을 주문할 수도 있다. 텔레비젼을 보다가 보고있던 텔레비젼을 통해 보고싶은 손자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은 통합되어진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MS의 끼워팔기는 무죄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법리적인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기술적인 속성을 같이 고려한다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기술이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통합을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독점을 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기업들 중에서 유독 MS에 대해서 그토록 문제를 삼고 있는 이유는 MS가 모든 소프트웨어의 어머니 같은 운영체제라는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찌해서 운영체제를 장악했건 간에 이것 자체가 모든 문제의 근원인 것이다. 운영체제는 모든 응용소프트웨어의 모체가 되는 토대를 제공한다. 물고기가 살기 위해서는 물이 있는 공간이 필요하듯 현재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가 필요한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운영체재가 지원하지 않으면 그 소프트웨어는 실행되지 않는다. 이는 곧 경쟁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시장에서 배제시킬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자사 소프트웨어의 사장 장악력을 급격히 높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는 그 중심소프트웨어로서 이를 기반으로 기술의 통합이 가속화되어진다. 즉 운영체재에서의 독점적 지위는 모든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자연스럽게 획득하게 되며 이를 통한 기술의 통합으로 인해 독점력은 더욱 강화되어지게 된다. MS가 수 많은 경쟁자들을 누르고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인터넷 웹 브라우져, 워드프로세서, OFFICE,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에서 수많은 서비스 분야까지 한꺼번에 장악하게 된 것도 바로 운영체제의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소프트웨어들이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통합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MS의 독점력을 더욱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들이 이러한 독점력을 부당하게 사용하지 않으려 하더라도 이미 운영체제의 우월성은 그들의 독점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운영체제 독점의 문제점은 MS라는 기업이 부도덕하기 때문에 나타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정보화사회에서 운영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 운영체제의 시장 우월성은 필연적으로 독점으로 이어진다. 전세계 운영체제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MS가 그들의 독점력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윈도의 소스코드공개와 함께 이를 자유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것이다. 운영체제를 사회화시켜 그들의 독점력을 제거하고 운영체제는 이미 사회화된 상품임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반독점 소송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회사 분할 논의 역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