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보는 지적재산권> 기술 표준 독점의 문제점과 표준의 사회화

기술 표준 독점의 문제점과 표준의 사회화

주철민

 

Ⅰ. 기술표준 독점의 문제점

1. 네트워크외부효과와 기술독점
소프트웨어 산업은 네트워크에 의한 외부효과이론이 가장 잘 적용되는 분야이다. 네트워크에 의한 외부효과란 80년대 브라이언 아더라는 사람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된 이론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품을 사용하면 할수록 그 상품의 가치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고전 경제학의 패러다임과는 완전히 반대 개념인데 고전 경제학에서 상품의 가치는 희소성의 원칙이 지배하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이 적을수록 증가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가치 있는 이유는 다이아몬드의 희소성에 기인한다. 누구나 쉽게 다이아몬드를 얻을 수 있다면 누가 비싼 돈을 지불하며 다이아몬드를 사려하겠는가? 그러나 정보통신산업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특징들이 나타난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상품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기 전화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주 소수였다면 전화의 가치는 현재보다 훨씬 덜 했을 것이다. 100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단 두 집만이 전화기를 가지고 있다면 전화기는 단 두 집을 연결할 때 만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전화기를 가지고 있는 집의 사람들은 오직 전화기를 가지고 있는 다른 한 집에게만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외의 경우는 할 수 없이 직접 그 집을 찾아가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전화기를 가지고 있다면 이제는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전화를 이용할 수 있고 이 때 전화기의 가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할수록 그 가치가 증가하는 것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를 나 역시 선택하게 될 것이다. 다른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게 되면 그 만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그 가치가 훨씬 떨어지게 돈다. 정보통신산업에서 어떠한 상품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즉 몇 사람이 사용할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때 상품의 가치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네트웍이 주는 외부효과"(더 많은 사람이 연결되어 있을 때 그 상품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라 하며 이 경우 기술 경쟁에서의 승자가 단순히 제품의 우월이나 효용(efficiency)만으로 결정되지는 않게된다.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운영체제 소프트웨어에 적용되는 네트워크 효과 현상은 그 어떠한 것보다 심화되어 나타난다. 운영체제는 응용프로그램이 실행될 수 있는 기초를 이루는 소프트웨어로 모든 응용소프트웨어는 이를 기반으로 동작되어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운영체제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응용소프트웨어를 보다 쉽게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인 윈도를 기반으로 워드프로세서인 MS-WORD, 사무용 소프트웨어 OFFFICE, 인터넷 웹 브라우져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미디어 소프트웨어인 윈도 미디어까지 거의 대부분의 응용소프트웨어를 순식간에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운영체제의 장악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었다. 운영체제를 장악하면 대부분의 응용소프트웨어를 장악하기가 훨씬 쉬어지는 것이다.

2. 표준의 의미와 필요성
네트워크에 의한 외부효과가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표준의 중요성이 그 만큼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표준은 상호 작용이 중요한 경우에 커다란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 표준은 기술 공유를 통한 효율성과 편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속을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자동차의 진행방향은 우측방향으로 진행하도록 약속한 것이 표준의 한 예이다. 모든 운전자들은 이 약속에 따라 차들을 우측방향으로 진행하도록 운전하게 된다. 이러한 약속은 효율성과 편리성을 보장하게 되는데 상상해보라. 이 도로를 지나면 차로의 진행방향이 바뀌어서 차들은 좌측으로 통행해야 하고 어떠한 곳은 아무대나 가고싶은대로 갈 수 있다면 도로의 효율성은 매우 떨어지게 될 것이다. 기술의 표준은 이러한 효율성 제고와 이용의 편리성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편지봉투에도 이러한 표준이 적용된다. 편지를 보낼 때 좌측 상단에는 발산자의 정보를 적고 우측 하단에 수신자의 정보를 적는다. 물론 자기가 쓰고 싶은 곳에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적어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배달 정보만 알 수 있으면 편지를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우편물들이 모두 아무렇게나 수신/발신정보를 적는다면 이를 일일이 찾아서 분류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서로의 약속에 의해 발신자 정보는 좌측 상단에, 수신자 정보는 우측 하단에 쓴다는 약속을 표준으로 정하면 편지를 배달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지며 이는 보다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정보통신기술에 있어서 이러한 표준은 효율성의 문제를 넘어 표준을 정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통을 할 수가 없게된다. 디지털정보는 0, 1로 이루어져있는 이진수의 조합이다. 예를 들어 학교라는 말을 쓰고 싶을 때 \’학\’이라는 문자는 \’001\’로 \’교\’자는 \’010\’으로 정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냈다고 해보자. 받는사람 입장에서 \’001010\’이라는 것을 보고 \’학교\’라고 인식할 수가 있을까? 단순히 문자, 즉 텍스트 정보만이 아니라 동영상이나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경우 이것이 음악파일인지 동영상파일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코드 또한 필요하게 될 것이다. 000으로 시작하면 음악, 001로 시작하면 동영상, 010으로 시작하면 텍스트 파일 등과 같이 하나의 약속을 정하지 않고서는 정보통신기술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3. 표준 제정의 방식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는 무수한 표준이 있는데 이러한 표준은 \’공적표준(de jure standard)\’과 \’사실상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나뉜다. \’공적 표준\’은 공적 단체의 인증에 의한 표준으로서 국가표준 또는 국가간 협의에 의한 국제표준 등이 있고, \’사실상표준\’은 시장경쟁의 결과로서 나타난 사후적 표준을 지칭하는 것이며 시장주도표준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랜 과거에는 우편물을 보낼 때 사람을 이용해서 보냈을 것이다. 자신이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물건을 보낼 때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정보를 어디에 쓰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된다. 어디에 적든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만 알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편물을 보내는 사람이 늘어감에 따라 우편물제도가 활성화되고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부터는 우편정보에 대한 동일한 약속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우편물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협의를 통하여 규칙을 정하였다면 이는 \’공적표준\’ 되는 것이다. 반면에 초기에 존재했던 작은 규칙들은 우편물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규칙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규칙이 정해졌다면 이러한 경우가 바로 \’사실상표준\’이 되는 것이다.

4. 표준 독점의 문제
정보통신사회에서 소통을 하기 위한,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의 제정에서 \’공적표준\’과 \’사실상 표준\’은 커다란 차이를 가질 수 있다. 표준은 이용의 효율성을 위해 규칙을 정하고 모든 사람이 이러한 규칙을 공유하고 따름으로 인해 형성되는 약속이다. 다시말해 표준은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표준이 성립되지 않으면 애초에 성립조차 하지 않을 정보통신분야에서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정보통신기술에서 표준이 없이 소통이 가능한 이유는 \’사실상 표준\’의 장악을 통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타자기를 대신한 워드 프로세서를 내 놓았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이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게 돼서 표준 제정의 필요성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게 되고 A라는 회사뿐만 아니라 B와 C회사 역시 워드프로세서를 시장에 내 놓았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집에서는 A회사의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데 회사에서 B회사의 프로그램을 쓴다면 어떨까? 이러한 경우 자신의 집에서 작업한 문서를 회사에서 보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호환성이 필요하게 되고 이러한 호환성은 서로 일정한 방식으로 변환되는 동일한 규칙이 있어야 가능하게 된다. A라는 회사 워드프로세서에서도 \’001110\’이 학교라는 단어였으면 B회사의 프로그램도 이를 학교로 동일하게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서로 호환될 수 있는 약속을 정해야 서로간의 소통이 가능한데 이러한 규칙이 정해지지 않아도 사람들이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아무도 표준을 정하지 않았는데 이미 표준이 만들어져 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모두 사람들이 어떠한 곳에서도 A라는 회사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표준은 필요없게 되어질 것이다. 어디에서도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면 서로 호환되어야 할 필요성 자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어떠한 회사나 개인도 A사가 자사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서로 완벽하게 호환되는 워드프로세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게되고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모두 A라는 회사의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할 것이다. 설사 이미 표준이 있다해도 모든 사람이 A라는 회사의 프로그램만 사용한다면 A라는 회사에서 정하는 것이 바로 표준이 된다. A라는 회사는 얼마든지 표준을 변형할 수 있게되고 표준의 변형을 통해 A라는 회사의 독점력은 훨씬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컴퓨터·통신 분야에서는 어떤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되면 대다수의 수요자가 사용하여 익숙하게됨으로써 우수한 새로운 기술이 출현한다해도 사용관행을 극복하고 대체되기가 힘들게된다. 표준의 제정 목적은 기술공유를 통한 효율성향상과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제품을 사용하고자하는 공적목적에 의해서 출발하였으나, 표준에 대한 독점으로 인해 표준의 공적목적이 훼손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사회에서 하나의 기술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이는 곧 표준이 된다. 처음부터 표준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시장의 경쟁을 통해 하나의 기술이 우월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면 그것이 \’사실상 표준\’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사회에서 사실상 표준을 장악했다는 의미는 규칙을 맘대로 정하고 변형하면서 하나의 분야에서 완벽한 독점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이건 우리들의 게임이고 일을 해 나가면서 규칙은 우리가 정한다." 이 말은 빌 게이츠가 2000년 4월 잭슨판사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받은 후 한 말이다. 이미 모든 사람들이 윈도라는 운영체제를 쓰고 있으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라하지 않는 방법은 없게된다. 그들은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이러한 규칙을 바꾸어가면서 다른 경쟁업체들을 손쉽게 따돌릴 수 있다. 먼가 잘못된 것 아닌가? 왜, 누가 규칙을 독점할 수 있는가? 누가 규칙을 독점하도록 내버려 두는가? 이것이 가능한 것은 지적재산권 제도 때문이다. 원래 표준 기술의 채택은 기술 공유를 위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서 정해졌다. 표준 기술을 정할 때 표준 기술의 효율성보다 지적재산권의 보호 범위 밖에 있는 대체 기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표준 기술의 독점적 소유를 제한하고자 하였다. 설사 표준으로 채택하고자 하는 기술이 이미 나와있는 기술보다 조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표준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특허권이 없는 기술의 채택을 기술의 우수성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또한, 지적재산권의 보호 범위 안에 있는 기술이라 할지라도 강제실시 등을 이용하여 표준 기술이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 의해서 독점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표준은 처음부터 공유를 통한 사용의 편리성과 그를 통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표준기술의 채택이라 하더라도 표준 기술의 공유적 특성보다 기술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표준 기술이 사적 소유의 수단으로 되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표준을 독점하게 하는 원인은 지적재산권 제도의 모순에 의해서 발생한 것이지 이것이 처음부터 당연한 현상은 아니었다.

5. 기술의 통합과 표준 독점의 문제
컴퓨터를 기반으로 발전했던 거대한 정보사회의 구축은 네트워크 기술에 인한 엄청난 질적/양적 팽창을 통해 가능했다. 서로 흩어져서있던 정보들이 네트워크 기술에 의해 하나로 모아지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 수준은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영역의 기술이 하나로 묶여 통합되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동전화는 본래 목적인 통화 외에 메일을 주고받는 것은 물론, 각종 동영상 서비스와 신용카드 기능의 통합까지 기술의 통합을 통해 편리성과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통합은 기술의 본성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사실상 표준\’을 장악하고 있는 상품에 대한 문제이다.

정보통신기술에서 사실상 표준의 장악을 통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기술이 정보통신사회의 근저를 이루는 기술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게 된다. 이러한 기술은 각종 기술 통합의 모체가 되는 것으로 정보통신기술은 이를 기반으로 기술이 통합되는 경향을 가진다. 정보통신사회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운영체제와 인터넷 웹 브라우져는 그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다. 모든 소프트웨어는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통합되어지고 있다. 운영체제는 인터넷 웹 브라우져에서 각종 사무용 소프트웨어와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들까지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흡수, 통합하고 있다. 초기 정보의 도서관 정도로 인식되던 인터넷은 쇼핑에서부터 각종 은행, 행정 서비스와 학습 의료, 문화서비스까지 빠른 속도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운영체제를 장악하고 있으면 이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영역의 서비스를 흡수 통합하여 시장 독점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인 윈도를 시장표준으로 독점함으로서 웹 브라우져, 사무용 오피스 소프트웨어,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등 거의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를 장악하고 있다. 운영체제 독점전략과 이를 통한 독점력 강화전략은 윈도 XP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모든 기술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통합되고 이 인터넷을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습을 본다면 과거에 비해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독점력의 기반은 훨씬 더 강화될 것이다.

 

Ⅱ. 표준의 공유와 사회화

"표준은 공유되어야 한다." 우편물의 좌측상단엔 발신자 정보, 우측하단엔 수신자 정보를 쓰는 것은 누구가의 독점적 소유가 아니다. 표준은 많은 사람이 그 규칙을 공유함으로서 그 가치가 얻어지는 것이다. 표준은 이미 사회화된 것이며 이는 사적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기술 통합의 근저에 있는 표준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재 기술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운영체제의 표준이 독점되고 있는 상황이며 마이크로소프트는 표준을 임의적으로 바꾸면서 자신의 독점력을 유지 강화하고 있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바와의 기준 표준 논쟁인데 프로그래머들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서로 다른 운영체제에서 모두 동작하도록 설계하고 싶다면 운영체제에 맞게 두 개의 소프트웨어를 따로 만들어야했다.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바는 한번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는 어떠한 하드웨어 건 소프트웨어 건 간에 동작하도록 설계되어진 것이다. 이는 MS와 빌게이츠에게는 커다란 위협이었다. 한번 만들어진 소프트웨어가 어디에서도 동작한다면 윈도가 가지는 중요성은 훨씬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윈도 기반 응용소프트웨어들이 그누/리눅스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동작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윈도를 선택해야 하는 필연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MS는 자바 버전에 윈도에서만 작동하는 기능들을 추가하여 그들의 독점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였다. 애초에 자바가 모든 운영체제에서 돌아가게 설계된 것에 변형을 함으로 인해 윈도에서만 동작하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운영체제 독점의 문제점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기업이 부도덕하기 때문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사회에서 운영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 운영체제의 시장 우월성은 필연적으로 정보통신 기반기술을 통합하여 독점할 가능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운영체제의 독점의 문제점이 그 어떤 독점의 문제보다 훨씬 심화되어서 나타나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은 윈도의 소스코드공개와 함께 이를 자유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것이다. 즉, 표준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반에서 운영체제는 그 자체가 표준이다. 모든 응용소프트웨어에서 운영체제는 그 기본이 되는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여러 응용소프트웨어들이 동작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부당하게 장악하고 있는 운영체제의 표준을 사회에 되돌려놓아야 하며 운영체제를 사회화시켜 그들의 독점력을 제거하고 운영체제는 이미 사회화된 상품임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이다.

운영체제 못지 않게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바로 인터넷 웹 브라우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인터넷 웹 브라우져인 익스플로러까지 장악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모든 소프트웨어들이 통합하여 하고 있다. 또한 윈도XP, 닷 넷 전략으로 대표되는 향후 시장장악 전략을 통해서 각종 서비스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통합하려 하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분야의 통합은 웹 브라우져의 중요성을 더욱 더 증가시키게되고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기술의 통합은 때에 따라 웹 브라우져가 운영체제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 제작 사이트의 경우 대부분이 익스플로러 전용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을 하기 위해 익스플로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윈도가 필요한 독점의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오해와 편견

자유소프트웨어는 공짜?
응용 소프트웨어의 부족이나 일반인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유소프트웨어인 그누/리눅스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하지만 그 만큼의 그누/리눅스 철학이 확산되지 못한 부분을 인식해야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누/리눅스를 공짜 소프트웨어나 값이 매우 싼 상품 정도로 여기고 있지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기업에서 추구하는 정책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판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공짜로 제품을 나눠주는 것이다. 공짜로 제품을 나누어줌으로써 일시에 제품의 시장장악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얻게되면 다른 상품이 시장에 진입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게된다. 즉,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을 장악하게 되면 그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여러 서비스를 통합함으로써 독점력을 강화시킬수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98년 3월 자사의 MS-WORD를 사용케 하기 위해 1백만 카피를 무료로 배포한 이유는 자신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은 지원의 이유가 정보화를 위한 지원이라 밝히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강력한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인식할 때 그들이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나누어주어 단숨에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한 속셈을 숨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나의 상품이 시장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면 다른 상품이 쉽게 진입할 수 없고 더 많이 장악하고 있을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공짜 전략은 시장에서 기업이 자사의 소프트웨어의 시장장악력을 급격히 높일 때 아주 쉽고 흔히 사용하는 방법으로 단순히 자유소프트웨어가 공짜라는 점의 강조는 자칫 소프트웨어의 시장 독점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행하여지는 소프트웨어 공짜전략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게 되는 것이다.

자유소프트웨어는 믿을 수 없다(?)
우리가 컴퓨터를 통해 문서작업을 하다가 프로그램의 버그로 인해 몇 시간 동안 작업했던 일을 첨부터 다시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수많은 윈도우의 버그들로 인해 컴퓨터를 재부팅시키는 일은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경우 우리들 중 대부분은 윈도의 버그를 문제삼기보다는 자신이 컴퓨터를 잘못 사용하기 때문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누/리눅스를 사용하다가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경우 많은 사람들은 그누/리눅스 소프트웨어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지 않을까? 단 몇 번의 오동작으로 인해 우리는 간단하게 그누/리눅스 운영체제를 컴퓨터에서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에게 그누/리눅스의 사용을 권한다면 지독한 오류 투성이 소프트웨어는 사용하는 것은 바보짓이라 말할지 모른다. 왜 이토록 다르게 반응할 수 있는가? 상업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소프트웨어 잘못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잘못을 생각해보고 자유소프트웨어의 경우 자신의 잘못이라 하더라도 소프트웨어의 잘못으로 돌리는 일이 발생하는가? 오히려 그누/리눅스가 윈도보다 훨씬 안정적이라고 하는 통계를 두고서도 우리는 이 결과를 믿지 않으려 한다. 물론 자유소프트웨어가 일반 상업용 소프트웨어에게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부분도 많겠지만 더 뛰어난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자유소프트웨어에 담긴 철학이라 하겠다.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생산, 유통하여 공유하고자 하는 자유소프트웨어는 표준의 공유를 통한 공공의 이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것이 단순한 기술의 측면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되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어느 소프트웨어가 기술적으로 더 훌륭하냐의 문제를 넘어서 자유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다.

표준 기술의 사회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정부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그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운영체제와 인터넷 웹 브라우져는 이미 사회화된 상품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상품은 그 자체가 정보통신분야의 근저를 이루는 규칙이자 표준이다. 표준은 누군가에 의해 독점적으로 소유되어서는 안되며 이는 사회 공공의 자산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표준의 공유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앞장서서 이러한 독점을 해소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표준 기술이 사적으로 소유되어 있는 경우 이를 원래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도록 표준 기술의 사회화에 힘써야 한다. 나아가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통한 사적 소유의 강화보다 보다 공공의 이익이 훨씬 중요하게 실현되어야 할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이를 실현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첨부 파일 과거 URL http://www.ipleft.or.kr/bbs/view.php?board=ipleft_5&id=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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